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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될-30화 (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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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디만티움이 뭐?

레이아의 결혼이 확정된 후로 하니온 왕궁은 연일 파티의 연속이었다.

울크와 하니온 귀족들이 얼마나 레이아의 결혼을 고대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모두가 일과시간만 끝나면 죄다 연회장으로 몰려가 파티를 열었다.

정규행사가 아니다보니 울크와 하니온 귀족들이 사비를 십시일반으로 모아 여는 파티였지만 그 어느 누구도 돈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아까워하긴커녕 가족에게도 주지 않고 꿍쳐 놓았던 와인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기까지 했다.

“레이아 공주님의 결혼을 위하여!”

“위하여!”

“경사났네 경사났어!”

“로엘 국왕이 성군이라 하니 하니온은 성군을 사위로 둔 나라가 되겠구나~.”

레이아는 지금 막 하니온 왕국 북부를 다스리는 놀리타 공작과 접선하고 돌아온 참이었다.

연회장 옆을 지나가던 레이아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에휴, 또 술이야? 아침 회의 때마다 숙취 때문에 고생하면서 왜 자꾸 마시는 거람.”

레이아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매일 마시진 않는다.

울크 역시 특별한 날이 아니면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닌데 벌써 일주일 째 저녁마다 귀족들과 왁자지껄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재놀음이랄까.

연회장 안에서 레이아의 결혼 이야기와 더불어 언제적 일인지 모를 몬스터 토벌 무용담과 전설보다 더 전설 같다는 왕년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었다.

무리도 아니다.

하니온 왕궁 안에서 레이아의 정식 직함은 상임고문.

모든 분야, 모든 부서에 간섭할 수 있는 입장이라 귀족들이 일처리 하나만 실수해도 가차 없이 질책해왔었다.

오늘도 하니온 북부에 닥칠 폭설을 대비한 지원책 때문에 놀리토 공작을 만나고 왔는데 원래는 담당 귀족이 따로 있었다. 그가 작년에 사용되었던 방안을 사골 우리듯 그대로 쓰려하기에 한 마디 해주고 직접 갔다 온 것이었다.

그런 레이아가 사라진다는 것은 잔소리꾼이 사라진다는 것.

현재 울크와 귀족들은 구속구에서 해방된 기분이리라.

왁자지껄 울려퍼지는 목소리 가운데 울크의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그 아이가 결혼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나? 내 딸이지만 어쩜 그리 성격이 나쁜지 원. 아무튼 내년이면 집안의 골칫덩이 하나가 나가는구나!”

레이아를 보좌하던 크로넬은 울크의 목소리를 듣곤 완전히 얼어붙었다.

술기운에 하는 농담인 건 알고 있지만 레이아의 성격상 이를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레이아가 입꼬리를 길게 올리며 웃고 있었다.

그려진 미소는 한기가 스며있는 듯 차가웠다.

“후후후, 내가 요즘 바빠서 아바마마께 소홀하긴 했지. 좀 더 기쁘게 해드려 볼까나~.”

“저... 레이아 공주님? 분명 술기운에 하시는 농담이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시진......”

“골칫덩이가 예정보다 일찍 나가면 더 기뻐하시지 않겠어?”

“아, 안 됩니다. 지금 공주님이 맡고 계시는 일이 몇 개인 줄 아시잖습니까. 공주님이 빠지시면 국왕전하께서 고스란히 맡게 되십니다.”

“어머, 매일 술자리 가질 정도로 시간이 넘쳐나는 분이신데 일 몇 개 더 늘어난다고 뭐 있겠어? 그리고 너도 따라와.”

“제가 빠지면 왕궁기사단은 누가 지휘합니까?”

“저기 안에서 술 마시고 있는 왕년의 최고 검사께서 맡아주겠지.”

하니온 왕국에는 마나 익스퍼트가 2명 있다.

한 명은 크라넬이고 다른 한 명은 바카스 공작이었다.

바카스 공작의 경우 수도방위군의 사령관이기도 하니 겸사겸사 왕궁기사단 지휘까지 맡으면 될 것이다. 물론 그리 되면 바카스 공작도 술 마실 시간따윈 없어지겠지만 말이다.

레이아는 연회장에서 멀어지며 사뿐사뿐 별궁을 향해 걸어갔다.

크라넬이 감히 말리지 못하고 하다못해 행선지라도 알고자 했다.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어딘지 몰라서 물어? 당연히 빌로스 왕국이지.”

로엘이 오크평원을 향해 출정했다는 소식은 미리 들고 알고 있었다.

레이아는 로엘의 소식을 자세히 듣기 위해 빌로스의 수도 테헤란이 아닌 케이델 공작령에서 그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

기마대 약 600기, 보병 6000명, 오크 2000마리.

로엘에게 충성을 맹세한 오크 부족들이 총 13부족이고 한 부족당 수백 명씩 전사를 더 차출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병력이 많다고 유리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병력이 많아지면 그만큼 보급품도 많이 필요하게 된다.

오는 길에 보급기지를 여럿 만들어두었지만 보급시작점은 어디까지나 케이델 공작령이다.

약 9000명에 달하는 병력에게 보급품을 조달하는 일은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상당한 무리가 가는 일이었다.

오크평원에 조릿대가 풍성하게 열리는 시기인지라 식량보급은 원활하게 되겠지만 9000명이 하루 머물 때마다 그 지대의 식량이란 식량은 죄다 수확해야한다.

땅이나 해당지역에 사는 오크들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기에 로엘은 병력을 3부류로 나누었다.

1군은 똑바로 서쪽을 향해 진격할 로엘의 부대.

병력은 로얄 기사단과 왕국 수도군 3000명.

목적은 검은바위 부족의 본대와 디르크를 치는 것.

2군은 오크평원 북쪽을 순회할 로스트의 부대.

병력은 케이델 공작군 2000명과 오크 2000마리.

목적은 검은바위 부족에게 점령당한 일반오크 부족들을 구하고 검은바위 부족의 잔당들을 몰아내는 것.

3군은 오크평원 남쪽 해안가까지 내려가 크게 우회할 예정인 케이델 공작의 부대.

병력은 철갑기마대와 케이델 공작군 1000명.

목적은 부족이 없는 남쪽 해안가를 통해 서쪽으로 나아가 검은바위 부족의 뒤를 치는 것.

3부류의 병력이 각자 다른 루트를 타면서 필요 이상으로 현지의 식량을 축낼 일도 없고, 기동력도 빨라진다.

이번 토벌의 테마를 속전속결로 잡은 이상 뭉텅이로 몰려다니며 싸우는 건 기력낭비일 뿐이었다.

2군과 3군을 각각 북쪽과 남쪽으로 보낸 로엘은 1군을 이끌고 서쪽을 향해 곧장 나아갔다.

로엘의 말 옆에선 길로운이 길잡이로 쓰라고 붙여주고 간 길로운의 아들 블랑코가 걷고 있었다.

블랑코는 표식 삼을 것 하나 없는 벌판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속도로 간다면 3시간 안으로 느넨 강에 도달할 겁니다. 거기서 천년다리를 건너면 곧장 고원이 나타날 겁니다.”

로엘은 정찰대를 먼저 보내 느넨 강 일대를 살펴보게 하였다. 그리곤 거의 뜀박질 하듯 자신의 옆에 따라 붙고 있는 블랑코를 보았다.

“남은 말이 있는데 거기에 타지 않겠어?”

“배려는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오크는 말을 탈 수 없으니까요.”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오크는 말을 타지 못하는 거야?”

“애당초 오크는 탈 것에 약합니다. 태생적으로 탈 것 멀미가 심한 종족이라서요. 마찬가지로 인간들이 만든 마차나 배에 타도 멀미가 올라오죠.”

“놀은 잘만 타고 다니잖아.”

“글쎄요. 이상하게 놀만은 탈 수 있더군요. 고대 때부터 함께 해온 영향 덕분에 익숙해진 거겠지요.”

“말이나 배도 그만한 시간을 들여서 익숙해져보는 건 어때?”

“아마 너무 역류해서 익숙해지기 전에 식도가 거덜날 겁니다.”

로엘과 블랑코가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앞서 나갔던 정찰대가 돌아왔다.

정찰대의 표정은 썩좋지 않았다.

정찰대에 포함된 한 기사가 로엘의 옆에 붙으며 보고를 올렸다.

“전하, 느넨 강에 있는 천년다리를 확인하고 왔습니다.”

“확인만 한 표정이 아닌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그게 말입니다. 천년다리의 중간이 부서져서 길이 끊겨 있습니다.”

오크평원 중앙지대에 세로로 흐르는 느넨 강.

오크평원의 젖줄이라고도 불리는 느넨 강은 수심이 매우 깊고 너비가 넓은데다 물속에 민물 백상아리라 불리는 메가피쉬가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이 메가피쉬란 놈들은 배도 공격하는 생물인지라 배를 타고 건너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천 년 전, 아직 오크부족이 10개밖에 없을 때 모든 오크들이 모여 기다란 다리를 건설하였다.

손재주가 바닥을 치는 종족들이 다리를 건설하는 건 무리에 가까웠지만 그들은 200년에 걸친 공사 끝에 다리를 완성해냈다.

사실상 현재 오크들의 조상격 되는 자들이 혼을 담아 만든 다리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천년다리가 무너져 있다는 소식에 블랑코가 울분을 터뜨렸다.

“미친놈들 같으니! 그 다리가 어떤 다리인 줄 알면서 그따위 짓을... 감히 그따위 짓을......”

오크의 혼을 상징하는 다리를 고작 적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무너뜨렸다.

로엘은 검은바위 부족이 자신들을 오크와 별격인 존재라 여기기 시작했음을 알아차렸다.

“힘을 얻더니 미쳐가는군. 진군속도를 좀 더 올리도록.”

로엘의 1군은 진군속도를 좀 더 높여 천년다리가 있는 장소에 도달하였다.

정찰대의 말대로 돌을 이어 만든 천년다리의 중앙이 박살나서 끊겨 있었다.

중앙 부분을 떠받치던 기둥 2개가 무너져서 약 20미터에 달하는 부분이 비어있었다.

뛰어넘기는커녕 가교를 만들어 길을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태였다.

로엘은 말에서 내려 다리의 끊어진 부분을 자세히 살폈다.

병력을 동원해 허문 흔적이 아니었다.

어떤 강한 힘이 부딪쳐 단번에 무너진 흔적에 가까웠다.

로엘은 검은바위 부족에게 불사오크만 있는 게 아님을 직감하며 도로 말에 올라탔다. 그리곤 다리의 끊어진 부분을 보고 손톱이 박힐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블랑코에게 말을 걸었다.

“블랑코, 여기 말고 다른 길은 없나?”

“있습니다. 강을 따라 남쪽으로 하루 정도 이동하면 발자국 협곡이란 곳이 나옵니다. 그곳을 통과해서 다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오면 고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다리가 끊긴 이상 그 길을 이용해야겠군.”

하는 수 없이 로엘은 발자국 협곡이 있다는 남쪽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천년다리에서 등을 돌린 순간 때 아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천년다리 주변에 강을 따라 세워진 10개의 거대 석상을 적셨다.

천년다리를 주도한 10명의 족장을 본떠 만든 거대 석상의 눈시울 아래로 빗방울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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