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 1. 또 회귀야? =========================
1. 또 회귀야?
빌로스 왕국 왕궁 안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다름 아닌 빌로스 왕국의 대륙 통일을 축하는 파티였다.
빌로스 왕국의 오랜 숙원이었던 대륙 통일을 이룬 것은 23대 국왕 엘리오스 킨 로엘이었다. 연회장 안의 모두가 25세의 젊은 국왕을 위해 잔을 높이 들었다.
“대통일을 이룩하신 국왕 전하의 영광을 위하여!”
“위하여!”
왕궁악단의 품위 넘치는 음악소리와 함께 귀족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정작 왕좌에 앉아 있는 로엘은 심드렁한 느낌이었다.
‘이걸로 벌써 2번째 대륙통일이구만.’
가이아 대륙 5왕국 시대를 고작 5년 만에 통일해낸 건 전부 이유가 있었다.
이미 저번 생애에서 8년 만에 대륙을 통일시킨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엘은 벌써 첫 번째 생애를 살았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스무 살 때로 돌아갔었다.
몸 건강하고, 이룰 거 다 이룬데다 국왕으로서 앞날이 창창했건만 별안간 스무 살로 돌아간 탓에 이미 이룩했던 업적을 다시 이루어야 했다.
첫 번째 생애 대보다 3년이나 빠른 시일에 목적을 달성했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쉬운 건 아니었다. 한 번 이룩했던 걸 또다시 이룩한 것이다 보니 달성감 보다는 이제야 본래 궤도로 돌려놓았다는 기분이었다.
본격적으로 파티가 시작되면서 고위귀족들부터 차례차례 로엘에게 인사를 올리러 왔다.
먼저 빌로스 제국에서 가장 높은 귀족인 3명의 공작들이 찾아왔다.
“비원을 이루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하. 이제 선대께서도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이 드넓은 대륙을 통치하시게 되었군요. 저 케이델이 온힘을 다해 전하를 보좌하겠습니다.”“영광의 순간을 함께하게 되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온 대륙에 전하의 은총이 가득하길 빌겠습니다.”
3명의 공작부터 시작하여 파티에 참가한 귀족들이 하나하나 찾아와 로엘과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가 축하니 영광이니 하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점령한 영토를 하사받으려고 애쓰는 게 보였다. 3공작들도 말만 번지르르하지 저희들끼리 편을 갈라 정치싸움을 할 게 분명했다.
귀족들은 다른 왕국이 없어져서 자기들 세상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로엘로선 헛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참나 너희들이 통수치려는 거 다 아는데 내가 가만히 있었을 것 같아?’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통일 이후에 벌어질 일을 대비해 전부 판을 짜놓았다.
그것도 모르고 세상을 가진 양 웃고 있는 3공작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피곤한 연회가 끝나고 로엘은 침실로 돌아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첫 생애의 8년 전쟁만 해도 지치는데 5년을 연장해서 더 했다.
이제는 정말로 대륙을 통일한 왕으로서 영광의 길을 걷는 일만 남았다.
로엘은 원치 않게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했던 걸 원래 궤도로 올려놓은 것에 만족하며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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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 일어나실 시간이십니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로엘은 눈을 뜨지 않았다.
왕이 된지가 언젠데 누가 자신을 왕자라고 부르는가.
아직 잠에서 덜 깨어 왕자라는 호칭을 되뇌던 로엘은 문득 눈을 번쩍 떴다.
정신을 차리니 자신을 깨우러 온 궁녀 메이아가 눈에 보였다.
원래라면 숙녀의 나이에 들어섰어야 할 메이아는 과거로 돌아간 양 앳된 모습이 되어있었다.
로엘은 예전에 경험했던 ‘어떤 일’과 겹침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렸다.
“메이아. 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
“왕자님이라 불렀습니다.”
“지금 연도가 어떻게 돼?”
“올해 연도 말씀이십니까? 대륙력으로 2310년입니다.”
2310년?
갑자기 한꺼번에 두통이 몰려왔다.
이럴 순 없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또 회귀야?
또! 또 20살 때로 돌아오다니! 두 번이나 대륙 통일을 했는데!
로엘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분통을 터뜨렸다.
“크아! 왜냐고! 두 번이나 했잖아! 왜 또 2310년이냐고!”로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메이아는 깜짝 놀라 안절부절 못하였다.
“왜 그러세요 왕자님? 악몽이라도 꾸셨어요?”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메이아의 질문에 로엘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메이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악몽 꿨냐고?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악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