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레이커-178화 (178/211)

[미궁 세계가 당신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빛이 이어졌다.

2층에서와 같이,

처음으로 용사의 피를 각성시켰을 때와 같이.

이해했다.

천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미궁 세계가 천호를 다시 한 번 인정했다.

힘이 스며들었다.

천호는 알 수 있었다.

다섯 번째 여신의 힘이었다.

그녀가 미궁 세계에 남기고 떠난 것이었다.

“막아!”

미혹의 신이 소리쳤다.

역병신이 순간 놀라 지면을 보았다.

루시엘과 치유의 신이 천호를 보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미소지었다.

천호는 도달했다.

용사의 마지막 경지에.

그리하여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미트라가 이야기했던 것.

용사의 궁극기.

레온으로 하여금 대신조차 뛰어넘는 힘을 발할 수 있게 해준 것.

‘이거였어요?’

천호가 머릿속으로 물었고, 미트라는 빨개진 얼굴로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병신이 급히 손을 놀렸다. 루시엘과 치유의 신이 어림없다는 듯 마지막 힘을 발했다.

허공에서 빛이 폭발했다.

진녹과 선홍이 날카롭게 충돌해 비산했고, 하늘을 뒤덮었다.

그 아래에서 천호가 손을 뻗었다.

용사의 마지막 힘을 발동시켰다.

용사와 성검.

다섯 번째 여신이 이 세계에 남긴 마지막 유산.

빛이 일었다.

천호와 미트라를 뒤덮었다.

그리하여 일어나는 것.

다섯 번째 여신의 기적.

미트라의 모든 힘이 천호에게 전해졌다.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단순히 힘을 공유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이상의 무언가.

굳이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진정한 의미로서의 신검합일.

미트라가 천호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영혼을 포개었다.

역병신이 포효했고, 치유의 신이 웃었다. 다시 한 번 강림한 다섯 번째 여신의 화신을, 미궁 세계의 용사를 환대했다.

눈부시게 비산하는 황금빛 너머.

천호와 미트라가 하나가 되었다.

진정한 용사의 힘을 발하였다.

제29장 - 용사

다섯 번째 여신이 미궁 세계에 남긴 마지막 축복.

그녀의 마음.

* * *

빛이 작렬했다.

찬란한 황금빛이 진녹의 기운을 밀어냈다. 마기를 증발시켰고, 대지를 회복했다.

중심에 천호가 서 있었다.

신검합일을 통해 진정한 용사로, 다섯 번째 여신의 화신으로 거듭난 천호가 표표히 서서 하늘을 우러렀다.

검푸른 머리칼이 무척이나 길어 바람에 흩날렸다.

사이에 자리한 황금빛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빛을 발했다.

천호는 미트라와 일체감을 느꼈다.

몸을 포개거나 손을 잡는 것 정도로는 느낄 수 없는, 진정한 의미로서의 일체감이었다.

하나가 되었다.

육신의 결합을 넘어, 영혼과 영혼을 이었다. 지금의 천호는 미트라였고, 미트라 역시 천호였다.

“드디어 각성 한 번 해보네요.”

농담처럼 말했고, 미트라는 지금이 그럴 때냐며 타박했다. 하지만 그녀 또한 웃고 있었다.

빛이 비산했다.

세상을 뒤덮을 기세로 치솟았던 황금빛이 수백, 수천으로 조각나 벚꽃처럼 흩날렸다.

그 사이에서 역병신이 노성을 터트렸다. 22층의 지배자로서 가진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쳐라!”]

육성과 혼의 외침이 동시에 터졌다.

22층이 주인의 뜻에 따랐다. 하늘에서부터 새카만 벼락 수십 줄기가 천호를 향해 쏟아 졌다.

천호가 그것을 보았다. 마찬가지로 의지를 발했다. 진정한 용사의 힘을 보여주었다.

번개가 쳤다.

지상에서 하늘로.

수십 줄기의 검은 벼락에 맞서듯이 푸른 뇌전이 하늘로 치솟았다.

콰가가가가가강!

어마어마한 굉음이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22층 전체를 진감시켰다.

검은 벼락과 푸른 번개가 충돌해 부서졌다. 천호를 중심으로 거대한 번개폭풍이 일었다.

쾅! 쾅! 쾅!

번개는 하늘의 힘이었다.

하늘의 진노를 상징하는 신의 징벌이었다.

그렇기에 용사의 힘이었다.

검은 벼락 따위, 푸른 번개를 이길 수 없었다.

쾅!

푸른 번개가 하늘을 찢어놓았다. 천호의 전신에서 하얗고 푸른 뇌전이 일었고, 역병신이 흠칫했다.

쾅!

벼락이 아니었다. 천호가 지면을 박찼다. 그대로 허공의 역병신을 향해 치솟았다.

역병신이 움켜쥔 주먹을 내질렀다. 진녹의 기운이 천호를 향해 해일처럼 몰아쳤다.

천호는 피하지 않았다. 오른손을 휘둘렀다. 네 자루 검이 천호 앞에 나타났다.

성검, 마검, 신검, 용검.

미트라들이 동시에 포효했다.

천호의 안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였다. 천호의 뜻에 따라 진녹의 해일을 분쇄했다!

아름다운 빛의 궤적이었다.

네 자루 검이 저마다 움직여 해일을 가르니, 역병신의 저주는 잠시도 천호를 붙잡을 수 없었다.

천호가 주먹을 내질렀다.

진녹의 해일을 돌파한 순간 그리하였고, 네 자루 검들이 다시 한 번 응했다. 경쟁하듯 역병신을 향해 돌진했다.

[“어림없다!”]

역병신이 소리치며 병장기를 휘둘렀다. 질병의 낫으로 마검을 쳐냈고, 어느새 휘두른 양팔의 사슬추로 용검과 신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성검을 막지 못 했다.

다섯 번째 여신의 힘으로 빛나는 그것이 역병신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역병신은 신력을 마구잡이로 폭발시켰다. 성검을 막아냈지만 수십 미터 이상을 밀려나고 말았다.

천호는 그런 역병신을 쫓지 않았다. 역병신 따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듯 끌어안았다.

치유의 신.

루시엘.

천호의 품에 안긴 그녀의 몸이 불처럼 뜨거웠다. 호흡 역시 거칠었고, 신력 또한 엉망진창이었다.

치유의 신이 말했다. 천호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믿고 있었어.”

그 순간 천호는 깨달았다.

23층.

치유의 신의 위치가 노출되었다. 역병신의 사도들이 그녀를 해하기 위해 득달같이 모여들고 있었다.

“믿고 있을게.”

치유의 신이 다시 말했다. 자신은 신경 쓰지 말라든지, 그냥 버리라든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천호를 믿겠다고 말했다.

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유의 신이 힘겨운 가운데 은은한 미소를 흘렸다. 장난스럽게 눈을 빛내더니 천호에게 입술을 맞추었다.

치유의 신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루시엘이었다. 천호와 입술을 포갠 그녀는 깜짝 놀라 당황했지만, 입술을 떼지는 않았다. 그대로 눈을 감더니 천호를 꼭 끌어안았다. 성검 스킬을 발하였다.

합체.

루시엘의 육신이 빛이 되었다. 미트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천호와 하나가 되었다.

본래 미트라와 루시엘이 하나 되는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천호가 곧 미트라였다.

천호는 루시엘의 영혼을 느꼈다.

용사와 천사와 성검이 진정으로 하나 되었다는 사실에 미소지었다.

미트라가 작게 투덜거렸다.

루시엘이 어설프게 웃었다.

성검과 천사가 다시 한 번 힘을 발했다.

날개가 펼쳐졌다.

비행의 신의 날개가 아니었다.

천호의 등 뒤로 여덟 장의 광익이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천호는 숨을 골랐다.

치유의 신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믿고 있겠다 말한 그녀를 포기하는 일 따위는 절대로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때마침 역병신의 노성이 들려왔다.

저만치 하늘.

분노로 미쳐 날뛰는 그가 보였다. 전신이 진녹의 불꽃에 뒤덮였고, 두 눈에서 광기어린 빛이 일었다.

[“일어나라 역병이여!”]

역병신이 명령했다. 두 주먹을 불끈 쥐자 허공이 열리며 역병의 무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십, 어쩌면 수백억에 달할지 모를 날벌레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대로 천호를 향해 몰려들었다.

천호는 다시 번개를 일으켰다. 연쇄 번개가 날벌레들을 불태우며 푸른 번개의 길을 만들었다.

검은 벼락이 쳤다. 땅이 갈라지며 수백 개나 되는 촉수들이 솟구쳐 올라 천호를 덮쳤다.

역병신이 질병의 낫을 쥐었다. 사방팔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대응 중인 천호를 향해 돌진했다.

이곳은 대미궁이었다.

저층이 아닌 심층이었고, 역병신 자신은 22층의 지배자였다.

진정한 의미의 대신이었다.

[“신음하라! 울부짖어라!”]

역병신이 명하였다.

재앙신으로서 선포하였다.

수십억 마리나 되는 날벌레들이 천호 하나에게 몰려드니 푸른 번개로도 모두 지울 수가 없었다.

끝끝내 뻗어오른 촉수가 천호의 다리를 붙잡았고, 역병신의 선언이 언령이 되어 현실에 구현되었다.

천호에게 온갖 질병이 쏟아졌다.

역병신은 22층의 대신으로서 천호의 존재 자체를 부정코자 하였다.

강대한 힘이었다.

역병신은 진정 대신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란의 신은 미혹의 신에게 손을 뻗었다. 역병신의 싸움을 지켜보는 대신 움직이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을 잘못되지 않았다.

“정화의 힘이여!”

정화의 신이 포효했다.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이 자신들의 모든 힘을 정화의 신에게 넘겨주었다. 쏟아지는 질병의 폭우 속에서 정화의 신이 자신의 권능을 발하였다. 조금이나마 질병의 힘을 약화시켰다.

기병의 신이 날아올랐다. 라크슈미를 포함한 용군단 모두가 불의 숨결을 토해 날벌레들을 불태웠다.

부족했다.

역병신의 힘에는 도저히 미칠 수 없었다.

하지만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었다.

조금이나마 천호에게 힘이 되었다. 천호 안에서 맥동하는 다섯 번째 여신의 힘을 조금이나마 부풀려 주었다.

네 자루 검이 아름답게 춤추었다. 천호를 붙잡은 촉수를 모조리 끊어냈다. 저마다의 빛을 발해 날벌레들을 지워버렸다.

루시엘이 치유의 힘을 발했다.

미트라가 다섯 번째 여신의 힘으로 치유의 힘을 증폭시켰다.

선홍빛 치유의 힘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역병신의 권능을, 질병을 파괴했다.

천호가 역병신에게 돌진했다.

역병신은 피하지 않았다. 천호에게 마주 돌진했고, 하늘 높은 곳에서 충돌했다.

쾅!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하늘과 땅을 휩쓸었다. 역병신이 불러낸 모든 것들이 함께 밀려났다.

천호가 역병신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일장을 날렸다. 다섯 번째 여신의 힘을 역병신의 몸 안에 때려박았다.

역병신이 몸을 뒤틀며 괴로워했다. 억센 팔로 천호를 쳐내려 했지만 무리였다. 역병신의 몸부림보다 천호의 공격이 더 빨랐다. 단순 격투로 가면 역병신을 문자 그대로 압도할 수 있는 천호였다.

천호가 역병신의 가슴과 턱을 연타했다. 현신한 신의 한계였다. 육신을 가지고 있기에 육신의 고통과 한계에서도 벗어날 수 없었다.

뇌가 흔들렸다.

역병신의 시야가 흔들렸다.

반응이 느려졌고, 급기야는 반격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잊고 말았다.

한 순간.

기껏해야 1초에서 2초 남짓.

충분했다.

너무나 길었다.

천호가 힘을 집중했다. 역병신의 머리 위에서 벼락과도 같은 일각을 내리 꽂았다.

호세사천왕, 드리타라슈트라의 장.

벼락 떨구기.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

그렇기에 가장 강력한 기술.

벼락이 쳤다.

푸른 번개와 함께 역병신이 지상에 추락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상을 강타했다.

쾅!

지면이 부서졌다. 갈라지는 정도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 줄기로 갈라졌고, 충격을 채 소화하지 못 해 곳곳이 융기했다.

역병신이 피를 토했다.

너무나 큰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척추는 물론이고 온 몸의 뼈가 다 부서진 것 같았다.

물론 역병신은 신이었다.

육신에 매인 존재라고는 하나 신의 권능이 있었다. 이 정도 부상쯤은 얼마든지 회복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천호는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네 자루 검이 하나가 되었다.

성검 미트라.

다섯 번째 여신의 마지막 유산.

그녀가 이 세상에 남긴 최후의 선물.

천호가 그것을 쥐었다.

천호 안에 맥동하는 모든 힘들이 하나가 되어 미트라에 실렸다.

황금빛.

여명을 연상케하는 그것이 작렬했다. 천호가 여덟 장 날개를 활짝 펴며 포효했다. 역병신을 향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콰가가가가가강!

푸른 번개 수십 줄기가 함께 했다.

지상을 강타해 역병신의 권능을 짓밟았다.

역병신이 진녹의 기운을 내뿜어 저항했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천호가 진녹의 기운을 돌파했다.

미궁 세계 최강의 성검이 악신의 가슴을 꿰뚫었다.

쾅!

다시 충격파가 일었다. 지면을 휩쓸었고, 진녹의 기운을 일소했다.

역병신이 천호를 보았다.

천호가 역병신을 보았다.

역병신이 입을 열었다. 최후의 저주를 쏟아내고자 했다.

천호는 이번에도 허락하지 않았다.

성검을 비틀며, 그 누구보다 미궁 세계를 사랑했던 다섯 번째 여신의 권능을 발하였다.

역병신이 눈을 크게 떴다.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곧 찾아올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한 것.

역병신의 근간을 뒤흔들고도 남을 것.

신성 강탈 정도가 아니었다.

천호는 빼앗았다.

22층의 지배권을.

역병신이 대미궁의 대신임을 증명하는 영광스런 힘의 상징을!

[불가능해!]

역병신이 울부짖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가능했다. 다섯 번째 여신의 힘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역병신이 그 순간 깨달았다.

다섯 번째 여신이 무엇을 남겼는지를.

그녀가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를.

어째서 그녀가 사라졌는지를.

[마신이시여!]

역병신이 마지막으로 외쳤다.

천호가 성검을 더욱 깊이 박아 넣었다.

역병신의 육신을, 영혼을, 그 신성을 파괴했다.

콰앙!

순간이지만 진녹의 기운이 넓게 퍼졌다. 22층 전체가 뒤흔들렸다.

강대한 대신의 소멸이 대미궁 전체에 미친 영향이었다.

그리고 천호가 고개를 들었다. 긴 숨을 토했다. 악연으로 엮였던 역병신의 시신 위에 서서 성검을 뽑아들었다.

혼란의 신과 미혹의 신은 보이지 않았다.

도플갱어들 따위는 천호와 역병신의 싸움에 휩쓸려 전멸한지 오래였다.

기병의 신이 보였다.

서로 엉켜 지탱하고 있는 정화의 신과 음악의 신, 회화의 신과 크리스가 보였다.

천호는 돌아서서 정의의 성채를 뒤덮은 미궁을 보았다.

치유의 신을 구하러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천호는 다시 숨을 토했다. 솔직히 말해 지쳤다. 역병신을 쓰러트리기 위한 일격에 무지막지한 힘을 소모한 탓이었다.

하지만 천호는 멈추지 않았다.

루시엘과 미트라가 힘을 보태주었다.

천호는 천사와 성검의 도움을 받아 22층의 지배자로서 힘을 행사하였다.

[“붕괴하라.”]

명령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되었다. 22층의 천호에게 복종했다. 정의의 성채를 뒤덮은 미궁이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흙먼지였다.

거대한 미궁 전체가 흙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바람에 흩날렸다.

악신들과 마물들이 드러났다.

선신들과 천사들, 영웅들과 골렘들 역시 드러났다.

폭력의 신이 격투의 신을 짓밟고 서 있었다.

질서의 신이 대신의 힘을 발하며 주변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여러 선신과 악신들.

아직 결판이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양측 모두 십만에 육박하는 병력이 있었다.

하지만 천호는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다.

선신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였다.

“다녀와라.”

군대의 신과 검의 신이 응답했다.

그리고 그녀가 포효했다.

미궁에 갇혀 같은 곳을 수도 없이 헤맨 승리의 신이 무시무시한 신력을 발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선신들은 깨달았다.

대미궁의 마기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적어도 22층, 자신들이 서 있는 곳만은 온전히 정화되었다는 사실을.

지배자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천호가 대미궁의 일부를 강탈한 덕분에 일어난 일이었다.

승리의 신의 얼굴에 희열이 번졌다.

폭력의 신이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악신들이 뒤바뀐 환경에 식은땀을 흘렸다.

“다녀올게요.”

천호가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말했다.

선신들과 악신들이 전투를 시작했다.

기병의 신이 라크슈미와 함께 천호를 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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