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레이커-175화 (175/211)

* * *

곳곳에서 싸움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이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비명과 울부짖음이 미궁 안에 가득 찼다. 비탄과 절망 속에 혼란이 소용돌이쳤다.

폭력의 신과 격투의 신이 정면에서 충돌했다.

검의 신이 단숨에 구역 안의 마물들을 격멸한 뒤 다른 구역의 천사들을 구하고자 바삐 몸을 날렸다.

군대의 신과 보급의 신이 힘을 합쳐 눈앞의 소악신들을 제압했고, 파멸의 신이 이름모를 선신의 사지를 짓찢었다. 분쟁의 신이 선신들의 보호를 잃은 천사들의 정신을 현혹해 내분을 일으켰다.

흔들리는 가마 위에서 혼란의 신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대미궁 안에 생겨난 미궁을 대신의 힘으로 지탱하였다.

승리의 신이 보였다.

전쟁의 신 이브나일의 딸인 그녀는 치유의 신이 아이테르를 빼닮은 것처럼 이브나일을 빼닮았다.

한 데 묶어 늘어트린 긴 은발을 휘날리며 그녀는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대신격인 만큼 여간한 소악신 따위는 그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혼란의 신은 승리의 신에게 병력을 낭비하지 않았다.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게 만들었다.

도저히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 속에서 승리의 신이 노성을 토했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 격렬한 분노가 자리했다.

보기 좋았다.

혼란의 신은 미소를 머금으며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맞수인 질서의 신을 보았다.

그는 혼란 속에서 질서를 세우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가 질서를 세워 상황을 수습할 즈음에는 이미 반수 이상의 선신들과 영웅들과 천사들이 죽음을 맞이한 후일 터이니 말이다.

혼란의 신은 의식을 한 곳에 집중했다. 계속해서 커져가는 혼란에 몰입하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불현 듯 깨달았다.

수백 개나 되는 구획을 한 차례 모두 훑었기에 발견한 일이었다.

‘보이지 않아.’

요주의 인물 몇이 사라졌다.

미궁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디에.

설마!

“언니!”

호위를 위해 미궁에 들어가지 않은 미혹의 신이 소리쳤다. 혼란의 신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바로 정면.

돌진해오는 것이 있었다.

* * *

천호가 정의의 성채 밖으로 나온 이유는 단순했다.

통수를 친다.

정면에서 쳐들어가는 대신 기습을 가한다.

상대가 전력을 최대로 발휘하기 전에 숨통을 끊는다.

‘무슨 선의의 라이벌하고 대회에서 맞붙냐? 서로의 전력을 이끌어내게.’

아버지의 철학이었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천호는 아버지의 말씀을 옳게 여겼다.

대군과 대군의 싸움.

아무리 강력한 단위 전투력을 가진 존재라 해도 전투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영향력은 작아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천호는 일찌감치 정의의 성채를 나섰다. 기본적인 형태는 3층에서의 싸움과 같았다.

아군과 적군이 정면에서 충돌한 그때 배후에서 적의 지휘관을 저격한다.

사실 3층에서만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내려오며 비슷한 싸움을 몇 번이나 반복한 천호였다.

완벽한 은신을 위해 정화의 신을 대동했다.

정화의 신을 호위하기 위해 크리스가 따라붙었고, 정화의 신을 코어로 삼은 은신술을 펼치기 위해 몇 번이나 같은 임무를 수행한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이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기병의 신이 합류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녀가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을 제한다면 천호와 가장 친한 신이라는 이유였고, 다른 하나는 훨씬 더 실용적인 이유였다.

기병의 신의 랜스차징.

그녀의 돌파력.

“카-라-하!”

라크슈미 위에 올라탄 기병의 신이 포효했다.

라크슈미 또한 함께 소리를 높였다.

스무 기의 용기병들.

기병의 신과 그녀의 정예병들이 허공에 갑자기 나타났다. 정화의 신의 은신술 범위 밖으로 뛰쳐나감과 동시에 랜스차징을 시작했다.

대각선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것 같은 랜스차징은 유성과도 같았다. 수백 미터를 단숨에 가로질러 표적과의 거리를 좁혔다.

혼란의 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가마를 들고 있는 미노타우루스 네 마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혹의 신이 호위로 남아 있었다. 그녀와 혼란의 신의 정예병인 마물들 수백이 함께하고 있었다.

의심을 낳는 괴물 도플갱어.

그것들이 일제히 변신했다.

마법사로 화해 손을 뻗었고, 미혹의 신과 함께 강력한 마법의 장벽을 펼쳤다.

“츄-파-하!”

기병의 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무 기의 정예병들과 하나 되어 거대한 창이 되었다.

지상을 강타하는 하늘의 유성처럼 혼란의 신과 미혹의 신을 강타했다!

쾅!

충돌했다.

장벽을 파괴했다.

하지만 나아가지 못 했다.

혼란의 신이 가마 위에서 눈을 부릅떴다. 미혹의 신이 고통 속에서 미소 지었다.

혼란의 신의 권능이 기병의 신의 돌진을 저지했다.

기병의 신은 혼란의 신에게 닿지 못 했다. 30미터가 넘는 거리가 여전히 그녀와 혼란의 신 사이에 존재했다.

혼란의 신은 대신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지금 22층의 주인이었다. 폭력의 신에게 지배자 자리를 넘겨받은 상태였다.

미궁에 힘과 정신을 절반 가까이 쏟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강대했다. 미혹의 신의 도움도 있으니 기병의 신의 랜스차징 정도는 막아낼 수 있었다.

“그래도 놀랐어.”

깜짝 놀란 것은 사실이었다.

조금만 알아채는 것이 늦었어도 랜스차징을 막지 못 했으리라.

“그래서 아쉽네.”

정면에서 함성까지 지르며 돌진해올 줄이야.

자기를 눈치 채 달라고 몸부림치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몸부림.

혼란의 신이 우아하게 웃었다.

그녀의 권능에 사로잡힌 기병의 신이 고통 속에 수긍했다. 입을 벌릴 수 없었기에 마음속으로나마 답해주었다.

‘맞아, 이 좆같은 년아.’

눈길을 끈다.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킨다.

기병의 신의 눈동자가 하늘로 향했다. 미혹의 신은 여전히 눈치 채지 못 했고, 혼란의 신은 깨달았다.

“하늘!”

혼란의 신이 거칠게 오른손을 휘둘렀다. 기병의 신과 정예병들을 땅바닥에 내던짐과 동시에 반대쪽 손을 하늘로 뻗었다. 있는 힘을 다해 방벽을 펼쳤다.

콰가가가가가강!

하늘에서 황금의 숨결이 쏟아져 내렸다.

환상의 수맥을 올곧이 이은 자들의 권능인 드래곤 브레스였다.

옷장용.

열두 기의 캐리어들과 옷장이 합체한 그것은 기병의 신과 따로 움직였다. 기병의 신이 정면에서 돌진하는 그때 정화의 신의 은신술을 활용해 하늘로 기동, 머리 위에서 혼란의 신을 급습한다는 계획이었다.

“우오오오오오오!”

정화의 신이 포효했다. 그의 외침과 드래곤 브레스의 출력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그래도 있는 힘껏 소리쳤다.

혼란의 신이 이를 악물었다. 기병의 신을 내던졌기에 자유로워진 오른손을 머리 위로 뻗었다. 양손으로 드래곤 브레스를 밀어냈다. 혼란의 신의 머리 위를 무겁게 누르던 빛의 기둥이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시도는 좋았다.

그림 같은 급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막아냈다. 미혹의 신이 미소지었고, 혼란의 신은 우아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바로 그 때였다.

‘아들아, 그거 아냐?’

기병의 신이 랜스차징을 펼쳤을 때, 정화의 신이 옷장용을 조종해 하늘을 점하였을 때.

그리하여 혼란의 신의 시선이 두 번이나 분산된 그때.

‘나뭇잎 마을의 통수는 두 번 치는 법이란 것을.’

지면을 박찼다. 배후에서 돌진했다. 태양의 신인으로 변신함과 동시에 드래곤 피어를 발산했다.

천호는 빛이 되었다.

바람을 앞서 질주했다. 드래곤 피어에 밀려난 도플갱어들 사이를 단숨에 파고들어 혼란의 신에게 접근했다.

그야말로 찰나.

혼란의 신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성검과 마검과 신검과 용검.

네 자루 검이 용사와 함께 춤췄다. 혼란의 신을 향해 휘몰아쳤다.

미혹의 신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기병의 신의 랜스차징.

그 다음은 하늘에서 쏟아진 드래곤 브레스.

정신없는 연격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진영이 갈라졌다. 누군가가 진영 안으로 파고들었다.

도플갱어들이 절로 갈라져 길을 내주었다.

‘드래곤 피어!’

드래곤 브레스가 방벽을 강타하며 일어난 굉음에 섞여 제대로 듣지 못 했지만 드래곤 피어가 분명했다.

도플갱어들이 겁을 먹고 움츠러들거나 뒷걸음쳐 길을 열어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언니!”

미혹의 신이 소리치며 돌아섰을 때는 이미 늦었다. 미혹의 신의 두 눈에 용사의 등이 보였다. 그와 함께 네 자루 검이 혼란의 신을 향해 몰아쳤다!

콰가가가가강!

다시 굉음이 터졌다. 미혹의 신은 거센 충격파에 밀려 뒤로 크게 튕겨나갔다. 그녀의 시야를 네 가지 빛이 가득 채웠다.

사흉신의 검.

빛과 어둠을, 불과 물의 힘을 하나로 합쳤던 놈들의 검.

천호는 재현해냈다. 놈들의 기술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냈다.

성검과 마검이 함께했다.

용검과 신검이 함께했다.

성검 스킬 비행을 이용해 절로 날아오른 네 자루 검들이 저마다 다른 힘을 발했고, 하나로 합쳤다. 본래라면 섞일 수 없는 상극의 힘들을 하나로 만들어 무시무시한 위력을 낳았다.

성검의 백.

마검의 흑.

용검의 적.

신검의 청.

혼란의 신의 눈앞에서 폭발했다. 그녀를 지워버릴 기세로 터져나갔다.

[부족해!]

정신 세계 속에서 마검 미트라가 소리쳤다. 그녀와 손을 마주잡은 성검 미트라 역시 간파했다.

혼란의 신이 방어에 나섰다. 그녀가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혼란의 신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마냥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녀가 어째서 대신인지, 22층의 지배자인지를 보여주었다.

혼란의 신이 일으킨 보랏빛 어둠이 네 자루 검들이 만들어낸 빛을 집어삼켰다. 그대로 분쇄하려 했다.

[터트려야 해!]

[다음 공격을 준비해라!]

용검 미트라와 신검 미트라가 손을 마주잡은 채 소리쳤다.

용검 미트라는 머리에 뿔이 돋아났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꼬리까지 엉덩이에 달고 있었다. 머리칼은 어머니처럼 금빛이었다.

신검 미트라는 이브나일의 신력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그녀와 닮았다.

순백에 가까운 은빛 머리칼을 하나로 묶어 늘어트렸고, 선명한 붉은 눈동자로 전방을 주시했다.

용검 미트라가 갑옷을 입은 반면 신검 미트라는 천사들이 주로 입는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있어 그 차이가 더욱 도드라졌다.

루시엘이 그녀들 사이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다섯 여신의 힘을 이끌어낼 준비를 하였다.

“후!”

천호가 숨을 뱉었다. 용검 미트라와 신검 미트라가 말하기 전에 이미 그녀들과 같은 생각을 했다. 주먹을 당김과 동시에 의사를 전달했다. 용검 미트라의 말마따나 혼란의 신이 삼키고 있는 힘을 폭발시켰다.

혼란의 신은 그냥 당하고 있지 않았다. 보랏빛 장막을 조절해 폭발의 여파가 천호에게 향하도록 하였다.

찰나.

천호는 발을 움직였다.

지면에 녹아내리듯 자세를 낮춰 폭발의 여파를 피했다. 그대로 바람처럼 움직여 혼란의 신의 등 뒤를 점하였다.

천호가 주먹을 내질렀다. 동시에 네 자루 검들이 다시 한 번 혼란의 신을 덮쳤다. 이번에는 기파를 발산하는 대신 날카로운 검기를 세워 그녀를 난도질했다.

“언니!”

미혹의 신이 외쳤다.

붉은 피가 튀었다.

혼란의 신이 보이지 않는 힘을 발해 용검과 신검을 막아냈지만 마검과 성검을 놓치고 말았다. 그나마 방향은 뒤틀어 직격을 피했지만, 어깨와 팔이 크게 베였다.

“블링크!”

혼란의 신이 사라졌다. 천호의 주먹이 허공을 꿰뚫었고, 동시에 천호는 시선을 돌렸다. 10여 미터 밖에 모습을 드러낸 혼란의 신이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노오옴!”

미혹의 신이 천호에게 힘을 발산했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천호를 찍어 누르고자 하였다.

하늘에서 땅으로 막대한 거력이 쏟아졌다. 정신을 차린 도플갱어들이 미혹의 신에게 힘을 보탰다.

그래비티 폴.

중력 마법 수십 개가 천호를 누르는 거력에 합류했다.

천호가 짓눌렸다. 무릎을 꿇기도 전에 쓰러져 신음했다.

미혹의 신이 미소지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혼란의 신이 소리쳤다.

“피해!”

[늦었어!]

마검 미트라가 미혹의 신의 복부를 관통했다. 성검이 연이어 가슴을 찔렀고, 용검과 신검이 등을 꿰뚫었다.

어째서.

어떻게.

천호는 굳이 답하지 않았다. 미혹의 신이 짓눌러 뭉개버린 것이 분신이란 이야기를 굳이 해줄 의리는 없었다.

그보다 급한 것은 혼란의 신이었다.

미혹의 신을 끝장낼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다급히 덤벼왔다.

미혹의 신 또한 고통스런 와중에 주문을 외워 네 자루 검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도플갱어들이 다시 타깃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분신을 남기고 몸을 빼낼 시간이 부족했다.

“카-라-하!”

기병의 신이 날아올랐다.

라크슈미를 필두로 한 붉은 용 스무 마리가 일시에 불의 숨결을 토해 도플갱어들을 불태웠다.

“맡겨라!”

기병의 신이 라크슈미의 등을 박찼다. 허공을 질타해 미혹의 신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창끝이 미혹의 신의 가슴을 향했다.

옷장용이 다시 드래곤 브레스를 내뿜고자 숨을 삼켰다. 혼란의 신은 식은땀을 흘리며 판단했다.

천호가 이 자리에 있는 지금, 드래곤 브레스의 직격이 쏟아질 리는 없다.

확신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판돈을 걸었다. 다른 모든 것들은 무시하고 오직 천호에게만 집중했다.

“용사!”

혼란의 신의 특기는 물리력이 아니었다.

강력하고 무자비한 정신공격이었다.

저주와도 같은 힘이 천호의 머릿속에 직접 쏟아졌다. 천호의 머릿속에 극한 혼란을 일으키고자 했다.

[위대한 현자의 시간 Lv9]

천호는 그 순간 발동시켰다. 시간의 문 너머에서, 번뇌와의 끝없는 사투 끝에 진화한 현자의 시간이었다.

어지간한 정신 공격 따위는 우습게 씹어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혼란의 신이었다.

정신공격을 특기로 하는 그녀가 작정하고 혼란을 일으키니 아무리 위대한 현자의 시간이라도 방어해내기 어려웠다.

때문에 천호는 생각을 바꿨다. 저항하는 대신 혼란을 받아들였다. 아니,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저항하고자 했다.

번뇌.

천호는 혼란에 몸을 맡겼다. 시간의 문 너머에서 쌓이고 쌓인 번뇌를 단번에 분출시켰다.

“미, 미친?!”

혼란의 신이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투를 펼치고 있던 적이 난데없이 외설스런 망상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나도, 나도 하고 싶다고!’

고자가 아니라고!

번뇌력이 폭발했다.

혼란의 신에게 혼란을 일으켰다.

절대 남에게는 말 못 할 망상들이 혼란의 신에게 다이렉트로 쏟아졌고, 혼란의 신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시간 벌기에 불과했다.

혼란에 잠시 편승했을 뿐, 이대로 가면 결국 혼란의 신이 일으킨 혼란에 집어삼켜질 뿐이었다.

하지만 천호는 개의치 않았다.

더더욱 번뇌력을 폭발시켰다. 2년간- 아니, 미궁 세계에 도착한 이후 쌓이고 쌓인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분출했다.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천호 자신만이 아니었으니까!

[으아아아아아!]

성검 미트라가 포효했다.

아니, 비명에 가까웠다. 얼굴이 새빨갛다 못 해 터질 것만 같았다.

천호와 연결된 그녀였기 때문이다. 일부지만 망상을 전송받은 탓이었다.

[나도! 나도 하고 싶다고!]

마검 미트라가 천호처럼 외쳤다. 성검보다 훨씬 솔직한 그녀였다. 용검 또한 비슷했다. 네 명의 미트라 중 천호와 가장 닮은 그녀였으니 말이다.

[저, 정신들 차려라! 간다!]

신검 미트라가 소리쳤다.

루시엘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신검 미트라를 도왔다.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것.

천호가 준비한 진짜 비장의 수.

시간의 문 너머에서 수련한 것은 천호만이 아니었다.

2년의 시간을 보낸 것은 마검 미트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랬다.

천호는 분명 용사 궁극기에 도달하지 못 했다.

하지만 마검 미트라는 아니었다. 궁극기에 닿았다. 마검이기에, 본체인 성검이 아니었기에 실행하지는 못 하였지만 분명 단초를 얻었다.

그리고 성검 미트라가 마검 미트라의 경험을 받아들였다. 그녀가 이룩한 성과를 발판삼아 기어코 완성했다.

[성검 궁극기 : 여신강림]

성검 미트라가 빛을 발했다. 눈부신 황금빛 속에서 대검이 형태를 바꾸었다. 검푸른 머리칼을 가진, 황금빛 눈동자의 여인이 현실에 출현했다.

[가자!]

마검 미트라가 외쳤다. 황금빛 눈동자의 여인이 그런 마검 미트라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혼란의 신을 향해 돌진했다.

혼란의 신도 보았다. 천호에게 쏟아 붓던 힘을 급히 거두어 황금빛 눈동자의 여인에게 쏟아부었다. 동시에 뒤로 물러서 거리를 벌리고자 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