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레이커-174화 (174/211)

* * *

마물들이 나아갔다.

대미궁에 거하는 온갖 종류의 마물들이 거의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폭력의 신이 그들 사이를 걸었다.

주먹을 움켜쥐고 정의의 성채를 보았다.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이제는 천리안 같은 권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서로를 식별할 수 있었다.

폭력의 신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숨을 깊이 삼켰다.

“혼란의 신.”

낮게 말하고 옆을 돌아보았다. 항상 열이 올라 있는 폭력의 신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무척이나 차분했다. 그의 눈에 도열해 있는 마물의 대군과 사이사이에 존재한 악신들이 보였다.

분쟁의 신.

파멸의 신.

미혹의 신.

그리고 여러 소악신들까지.

[시작할까?]

혼란의 신이 우아하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전장 전체에 널리 퍼졌고, 폭력의 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분쟁의 신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파멸의 신이 오래 참았다는 듯 들뜬 숨을 토했다.

[그래, 그럼 시작하자.]

혼란의 신이 말했다.

폭력의 신의 포효와 함께, 마물들의 군세가 정의의 성채를 향해 돌진했다.

* * *

“온다.”

“요격해.”

“시작이다.”

“뿔나팔을 불어!”

정의의 성채에서 목소리가 뒤엉켰다. 마물들이 지축을 뒤흔들며 돌진했고, 천사들이 일시에 날개를 펼쳤다.

“쏘아 재껴!”

빛의 화살이 하늘을 뒤덮었다.

대미궁의 하늘을 선신들의 힘으로 가득 채웠다.

마물들이 아랑곳 않고 돌진했다. 악신들이 신력을 발해 하늘에서 쏟아지는 화살의 비를 막아냈다. 폭력의 신이 질주했다.

“쿠오오!”

격투의 신이 그런 폭력의 신을 보았다.

이미 지휘부에서 각지로 흩어진 선신들이었다.

저마다의 맞수를 주시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질서의 신이 시선을 멀리했다. 선신들의 군대는 물론이고 마물들의 무리 또한 꿰뚫어 저 먼 곳에 자리한 혼란의 신을 보았다.

그녀는 가마 위에 앉아 있었다.

기분 좋게 흔들리는 그것 위에서 우아하게 손을 들어올렸다.

“진짜로, 시작할게.”

혼란의 신이 말했다. 그녀 또한 질서의 신을 보고 있었다. 그랬기에 평소보다 훨씬 더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시작된 싸움.

격돌하기 시작한 양군.

그런데 여기서 무얼 더 시작하겠다는 것일까.

혼란의 신은 알려주었다.

이 땅이, 이 장소가.

대미궁이라는 사실을.

* * *

어째서 대미궁인 것일까.

차라리 탑이라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늘과 땅.

황폐하다고는 하나 드넓은 대지.

물론 뒤죽박죽이었다. 대미궁이 지금껏 침식한 세계들이 뒤섞여 자연스레 혼란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대미궁이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했다.

지금의 모습은 진정한 의미의 대미궁이 아니었으니까.

세계 침식을 위해 갖춘 모습이었으니까.

심층의 마왕이 허락했다.

마신의 분신인 그가 혼란의 신에게 힘을 주었다.

혼란의 신이 두 손을 들어올렸다. 가볍게 허공을 쥐며 권능을 행사했다.

대미궁을 초래했다.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다.

지면을 뚫고 벽이 솟구쳐 올랐다.

선신들이 쌓아올린 정의의 성채를 헤집었다.

“뭐야?!”

“벽이?!”

“땅이 갈라진다!”

수십만의 군대를 찢어놓았다.

솟아오른 벽 위로 지붕이 만들어졌다. 하늘이 내려와 벽을 덮었다.

그리하여 거대한 미궁이 만들어졌다.

수십만의 군세를 그 안에 담은, 문자 그대로의 대미궁이었다.

“보급의 신!”

군대의 신이 소리쳤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손을 뻗었고, 보급의 신이 그 손을 잡았다. 하늘을 가리고 땅을 채운 구조물 속에서 깨달았다. 정면을 보며 말했다.

“갇혔어.”

대미궁에.

지금까지와 달리, 정말로 미궁 속에.

* * *

폭력의 신은 유쾌하게 웃었다.

자신과 같은 구획 안에 속하게 된 격투의 신을 보았다.

단순히 벽과 천장을 세운 것만이 아니었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대미궁이었다. 심층이기에 형성 가능한, 마신의 권능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 증거로 천사들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곳은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운 장소이리라.

“붙어보자.”

폭력의 신이 건들건들 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격투의 신을 향해 나아갔다.

* * *

칼리드는 욕지거리를 토했다.

병력이 완전히 분열되었다. 미궁 속에 갇혔고, 사방에는 마물들이 가득했다.

정말로 미로 속이었다.

수백- 어쩌면 수천 개는 족히 될 방 덕분에 모두가 흩어지고 말았다.

합류가 가능할 것인가.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마물들이 괴성과 함께 몰려들었다.

* * *

검의 신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녀는 정면에 자리한 파멸의 신을 보며 생각했다.

어째서.

이런 것이 가능했다면 왜 이제야.

질서의 신도 같았다.

대미궁의 마기를 밀어내며 헐떡였다. 대미궁 밖에 자리하고 있을 혼란의 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마치 그 질문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혼란의 신은 기분 좋게 웃었다.

우아함을 잃지 않으며 답해주었다.

“단순해, 정말 단순한 이유야.”

한 번 뿐이었으니까.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다시 사용하기 어려웠으니까. 경계될 터이니까. 선신들이 무언가 방책을 쥐어짜낼 테니까.

그러니 한 번만 사용한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순간에.

“그리고, 이제야 허락이 떨어졌거든.”

마신께서는 의외로 너희를 아끼시니까.

가마가 흔들렸다.

기분 좋게 웃으며 혼란의 신은 대미궁 안에 형성된 진정한 의미의 대미궁을 보았다.

미로 속을 헤매다 죽어 나자빠질 선신들과 천사들을 위해 기도했다.

* * *

대미궁이 솟구쳤다.

정의의 성채는 물론이고 선신들과 악신들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바라보는 것은 혼란의 신만이 아니었다.

“이런 미친.”

“저게 속셈이었어?”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이 말했다.

“다행히 들킨 것 같지는 않군.”

기병의 신이 라크슈미 위에서 속삭이듯 말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크리스가 말했고, 정화의 신이 어깨를 으쓱였다.

별동대.

정화의 신의 믿을 수 없을 만치 완벽한 은신술을 이용해 적의 뒤를 치고자 정의의 성채 밖으로 빼놓았던 병력.

[선신들과 악신들이 다 함께 대미궁에 들어갔다.]

성검 미트라의 말대로였다.

양측 합쳐 수십만에 달하는 대 병력은 이제 눈앞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네. 그럼 이제 둘만 남게 되었네?]

마검 미트라가 말했다. 정면을 주시하며 차갑게 웃었다.

단 둘.

대미궁을 관찰하고 있는 혼란의 신과 그 호위병력.

그리고 뒤를 치기 위해 나와 있던 선신들의 별동대.

“용사님.”

루시엘이 말했다.

천호의 손을 꽉 잡았고, 이내 정신 세계로 향했다. 두 명의 미트라와 함께 했다.

‘아들아, 모름지기 통수는 쳐야 제맛이란다.’

아버지.

천호는 숨을 크게 골랐다. 양손에 나눠 쥔 성검 미트라와 마검 미트라를 느꼈다. 그녀들과 함께 호흡하며 정면을 주시하였다.

“시작할까?”

정화의 신이 의기양양하게 물었고, 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의 신을 향해 나아갔다.

제27장 - 대신

자연발생한 신들의 경우 이미 다 자란 모습으로 세상에 현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신들로부터 태어난 2세대 신들의 경우, 정말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 소위 말하는 성장기라는 것을 거쳤다. 자연에서 나고 자라는 여느 생명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치유의 신도 다르지 않았다.

다섯 여신의 필두인 태양의 여신 아이테르의 딸로 태어난 그녀에게도 어린 시절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치유의 신의 어린 시절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사고뭉치.

조금 더 세게 표현하자면 근심덩어리.

발랄하고 명랑하며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곧 참을성이 없고 산만한 주제에 행동력 하나는 끝내준다는 것과 같았다.

치유의 신은 신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매일 같이 사고를 쳤고, 그런 치유의 신을 쫓아다니며 돌본 것은 태양의 여신 아이테르가 아니었다. 전쟁의 여신 이브나일이었다.

아이테르가 치유의 신을 쫓아다니지 않은 것은 어미로서 자식에게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뒤에서 지켜만 본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다섯 여신 가운데 가장 이지적인 아이테르답게 두 가지 이유 모두 그럴싸했다.

첫째, 치유의 신이 사고를 쳐봤자 통제 범위 안쪽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치유의 신은 착했다. 자기보다 약한 이들을 괴롭힐 성격이 절대로 아니었다.

그리고 치유의 신은 약했다. 아이테르의 자식이라고는 해도 아직 유아기의 어린 신에 불과했다. 나름 열심히 사고를 쳐봤자 한계가 분명했다.

둘째, 아이테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열심히 쫓아다닐 인재가 있다.

“걔가 그래보여도 애를 잘 보거든. 아마 우리 중에서 제일 낫지 않을까?”

전쟁의 여신.

직함만 놓고 보면 애 보는 일과 제일 무관해 보이는 그녀였지만 아이테르의 말은 사실이었다.

“테레시아는 일단 걔부터가 애라 애를 못 봐.”

테레시아가 들었다면 맨날 자기만 미워한다고 엉엉 울었겠지만, 애당초 저런 말을 듣고 우는 것부터가 스스로 애임을 입증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아이테르였다.

“이오스는 똑똑해 보이고 실제로도 똑똑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비논리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가 서툴러. 그래, 애 보는 일 같은 거 말이야.”

언제나 이지적인 이오스는 비이성의 화신이라 해도 좋을 아이들과 상성이 좋지 못했다.

“이브나일은 우리 중에 정이 제일 많아. 성격도 부지런하고 아량도 넓지. 걔한테는 굳이 애를 봐 달라고 할 필요가 없어. 자기가 알아서 애를 보고 있으니까.”

아이테르의 말대로였다. 이브나일은 어린 신들이 새로 태어날 때마다 혹여 무슨 사고라도 나지 않을지, 누가 해코지는 하지 않을지 졸졸 쫓아다니며 애 보기에 열중했다.

그래서 치유의 신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이브나일과 함께 보냈다.

치유의 신으로 태어난 그녀가 신계에서도 손에 꼽을 무투파로 자라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어린 시절 매일 같이 논 상대가 전쟁의 여신과 그 휘하 무신들이었으니 말이다.

유아기의 주변 환경이 중요한 것은 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이유로 치유의 신은 아이테르보다는 이브나일에게 의지하는 일이 많았다. 무언가 궁금한 것이 생겨도 아이테르보다는 이브나일에게 먼저 물었다.

“이브 이모, 레온은 왜 특별한 거예요?”

치유의 신이 지상에 강림하기 몇 달 전, 레온이 한창 마왕군과 싸우던 시기.

이 당시만 해도 신계와 인계 사이에는 명확한 구분이 있었다. 인계에 현현한 적이 있는 신들은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고, 신들 가운데 인격신의 비율 역시 낮았다.

이계의 존재임에 분명한 마왕군의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 다섯 여신들은 몇 가지 필요한 조치를 취한 뒤 직접 마왕군과 대적하기보다는 인계의 존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였다.

그리하여 인간들 가운데서 용사가 나타났고, 이브나일이 직접 벼린 성검 미트라가 인계에 전해졌다.

치유의 신의 물음에 이브나일은 바로 답하는 대신 잠시 동안 치유의 신을 바라보았다.

누가 아이테르의 딸이 아니랄까봐 겉모습만 보면 아이테르와 꼭 닮았다.

찬란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화려한 금발과 생기 넘치는 녹색 눈동자, 자꾸만 바라보고 싶어지는 예쁜 얼굴.

하지만 머리의 모양이나 옷을 입는 스타일은 아이테르와 달랐다.

한 데 묶어 길게 늘어트린 포니테일과 소매가 없는 짧고 편한 운동복.

다른 누구도 아닌 이브나일 자신의 머리 모양이었고, 옷 입는 스타일이었다.

치유의 신과 달리 이브나일은 은발이었다. 눈동자도 붉은 색이라 치유의 신과 나란히 서 있으면 그 차이가 더 선명히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이브나일에게 있어 치유의 신은 친딸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제는 훌쩍 자라 십대 중반 소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그녀를 어릴 때 그러했던 것처럼 무릎에 앉히며 답하였다.

“레온하르트는 용사니까.”

“아니, 이모. 그런 선문답 같은 대답말고요.”

제가 묻는 게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잘 아시잖아요.

치유의 신이 눈빛으로 말했고, 이브나일은 다시 미소지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치 사랑스러운 치유의 신의 뺨에 쪽하고 키스를 해준 뒤 다시 설명했다.

“어째서 용사가 특별한 것인지 묻고 있는 거니?”

“네, 용사는 정말 특별하니까요.”

레온 이전에 용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레온이 등장한 후에도 새로운 용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레온은 유일무이한 용사였다.

레온에게는 몇 가지 특별한 힘이 있었다.

레온이 날 때부터 타고난 힘이 아니었다.

그가 용사로 선택받음에 따라 생겨난 힘이었다.

대체 무엇이 그를 용사로 만든 것일까.

어째서 레온 이전에는 용사가 없었던 것일까.

용사라는 힘 자체를 만든 것은 누구일까.

이브나일은 다시 치유의 신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꼭 끌어안았고, 갑자기 왜 그러냐며 칭얼거리면서도 순순히 자신에게 안기는 치유의 신의 온기를 느끼며 생각했다.

‘나도 아이테르도 아니었구나.’

치유의 신이 가장 닮은 것은.

새삼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뜬금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브나일은 치유의 신을 품에서 풀어주었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 * *

22층의 하늘과 땅을 뒤엎으며 생겨난 대미궁 안은 혼란의 도가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5만을 헤아리던 대군이 수백, 수천 갈래로 찢겨 뿔뿔이 흩어졌다.

선신들도 다를 것이 없었다.

대부분이 흩어졌고, 뭉치지 못 한 그들은 대미궁의 마기에 저항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제야 옳게 되었구나.”

수백 갈래로 나뉜 것은 악신들과 마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입장은 전혀 달랐다.

선신들과 천사들은 대미궁에 갇힌 것이었고, 악신들과 마물들은 대미궁에 들어선 것이었다.

타의에 의해 뿔뿔이 흩어진 그들과 달리 악신들은 분명한 계획 하에 분산된 병력을 거느리고 있었다.

파멸의 신은 미소를 흘리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버티고 선 선신을 보았다. 비전투 계열의, 잘해봐야 중급 신 정도의 신력 밖에 갖추지 못 한 약한 신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꼴에 신이라고 대미궁의 마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함께하고 있는 천사들과 영웅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그래봐야 혼자였다.

애당초 선신들이 본래 인격신이 아니었던 신들에게조차 인격과 육신을 부여해 지상에 강림시킨 것은 어떻게든 머릿수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최심층에 가까워질수록 대미궁의 마기는 강해졌다. 자연 그 마기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선신들 역시 신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었고, 제일 손쉬운 방법은 역시 머릿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흩어졌다. 억지로 늘린 머릿수가 의미 없게 되어버렸다. 중급신 혼자서는 대미궁의 악의로부터, 세계를 침식하는 마기로부터 천사들과 영웅들을 지켜낼 수 없었다.

파멸의 신은 대신의 경지에 한 발을 걸친 존재였다. 눈앞에서 이를 악문 채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버티는 이름 모를 신 따위 한 손으로도 상대할 수 있었다.

“가지고 놀아주마.”

일부러 던진 선언에 선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그의 얼굴을 뒤덮었다.

파멸의 신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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