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라님?”
루시엘의 부름에 미트라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하지만 바로 답하지는 못 했다. 2년의 기억이 한 순간에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유쾌한 가짜 아버님과의 만남.
시간의 문 너머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해본 식사.
모닥불을 피워놓고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
가짜 아버님의 연주에 맞춰 난생 처음으로 춰본 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천호의 품에 안겨 꾸벅꾸벅 조는 즐거운 한 때.
‘마검이여! 놀기만 한 것인가?!’
‘아, 아니거든?! 수련도 열심히 했거든?!’
스스로에게 화내고, 다시 스스로에게 변명한 미트라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확실히 수련도 했다.
아니, 사실상 기억의 팔할 이상이 수련이었다.
가짜 아버님은 늘 친절하고 상냥했지만, 수련에 있어서만은 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했다.
반복된 수련.
노력과 좌절.
그 사이에서 꽃피는 전우애.
그리고-
미트라의 표정이 순간 착 가라앉았다.
이번에도 스스로에게 차게 식은 목소리로 물었다.
‘젠체하더니 이게 다인가.’
‘왜, 왜. 많이 했잖아. 이것저것.’
식사도 해보고, 춤도 춰보고, 수영도 해보고.
가짜 아버님에게 악기 연주도 배우고.
참으로 건전.
건전함 그 자체.
‘…이럴 거면 엉큼한은 대체 왜 그렇게 오른 건가.’
이유는 이미 알았다. 성검 미트라와 마검 미트라는 하나였으니까. 자문자답할 것도 없이 바로 답이 떠올랐다.
이 바보.
엉큼하기만 한 바보들.
아니, 번뇌력 자체는 많이 올랐으니 항상 매의 눈으로 천호를 관찰하던 가짜 아버님이 문제인가.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모를 원망을 토한 미트라는 길고 긴 한숨 역시 토했다. 새삼 눈앞에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루시엘이 보였다.
“미트라님? 괜찮으세요?”
[괜찮다.]
너무 괜찮아서 문제다.
에이젤에게 물든 것은 루시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도 모르게 다시 한 번 한숨을 토한 미트라는 황금빛 보석을 통해 미적지근한 시선을 천호에게 보냈다.
“미트라…님?”
루시엘이 다시 고개를 갸웃했고, 미트라는 진짜 천사인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대로 몸을 기댄 채 허탈함을 달랬고, 정신 세계 밖에서는 천호가 어쩐지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세 사람의 밖.
수라장 아닌 수라장을 지켜보던 신들 가운데 군대의 신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래서… 성과는 있었는가?”
2년간의 수련으로.
군대의 신의 물음에 천호를 고개를 끄덕였다.
미트라의 황금색 보석을 쓰다듬으며 확답했다.
“있었습니다.”
2년의 성과.
마검 미트라와 기억을 공유하는 성검 미트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까지의 허탈함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로 커다란 만족감에 헤실헤실 웃었다.
2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시간의 문에 처음 방문했을 때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천호였다.
자연 방안에 모여 있던 선신들도 천호의 성장에, 정확히는 얼마나 강해졌는지에 대해 다들 관심이 많다는 얼굴들이었다.
“저기, 미트라님. 어떻게 된 거죠?”
자신에게 몸을 맡긴 미트라를 꼭 안아주고 있던 루시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천호의 성장도 성장이었지만, 일단 현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아, 그렇군. 간략하게나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헤실헤실 웃던 미트라는 새삼 정신을 차린 사람처럼 표정을 고치더니 자세까지 바로 하며 설명했다.
[시간의 문 너머에서 마검이 함께했다.]
“마검 미트라님이요?”
[그래.]
천호의 분신인 용검을 마검 미트라가 흡수했다.
그 결과 마검 미트라 역시 천호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고, 본래는 천호 혼자서만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의 문 너머에까지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의도한 건 아니고, 얼결에 따라간 것 같다.]
당시에는 마검이 밖에 나와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미트라의 설명에 루시엘은 잠시 눈을 깜박이더니 반사적으로 물었다.
“2년이나 함께 계셨다고요? 용사님이랑? 단 둘이?”
[그, 그렇긴 한데. 내가 아니다. 마검이 그런 거다. 그, 그리고 가짜 아버님도 계셨다.]
미트라가 당황해서 얼른 변명을 늘어놓자 루시엘이 참으로 복잡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에이젤이 두 손은 물론이고 두 발까지 다 들 정도로 순박하고 착한 루시엘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머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영민한 편에 속했다.
2년.
부러웠다. 자기도 천호랑 같이 있고 싶은데. 단 둘이 있고 싶은데.
저층 이후에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니, 오히려 함께 있을 시간이 줄어만 갔다.
그런데 자그마치 2년이나 시간의 문 너머에서 천호와 단 둘이 있었다니.
루시엘의 복잡한 시선을 마주한 미트라는 마른 침을 삼켰다. 보아하니 루시엘답게 시간의 문 너머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걱정 한다기 보다는, 순수하게 부러워하는 눈치였지만, 어찌되었든 오해(?)는 풀어야 했다.
[일단, 앞서 말했듯이 가짜 아버님이 계셨다. 그것도 늘 매의 눈을 빛내시는.]
말하던 중 미트라는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마검 미트라의 기억과 감정이 새삼 밀려왔기 때문이다.
마검 미트라는 가짜 아버님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문자 그대로 잘 따랐다.
하지만 동시에 원망하는 마음 역시 적지 않았다.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나 지켜보고 계셨으니까.
[거기다··· 2년은 2년인데, 2년이라 하기 좀 애매하다. 사실상 4개월? 길게 잡아도 5개월이 안 되었다.]
“네?”
2년인데 사실상 4개월?
이해하기 어려운 미트라의 말에 루시엘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번에도 마검 미트라의 감정이 밀려온 미트라는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다.
[천호의 수련 때문이다.]
마검 미트라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시간의 문 너머에서 천호는 용사 스킬 쪽을 수련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로 필요한 수련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고, 그쪽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천호에게 필요한 것은 숙성이었다.]
“숙성이요?”
[그래, 숙성. 지금까지 흡수한 힘들을··· 정확히는 신성들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했다.]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사이에 천호가 쓰러트린 거물급 악신만 셋이었다.
저주의 신과 악룡 슈라드포마, 음모의 신.
다들 만만찮은 신성의 보유자들이었던 터라 야차신왕의 힘으로 흡수한 신성 역시 막대했다.
[루시엘 그대도 알겠지만 신성은 세계가 인정한 신의 ‘자격’인 동시에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다. 천호에게는 지금까지 억지로 삼킨 신성들을 소화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그 부족함을 채웠다.
2년 수련 가운데 1년하고 6개월 가량은 죽은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명상에만 몰두한 천호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새로 얻은 신성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흡수한 신성들까지 소화시켜 신체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러고 보니······.”
루시엘이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미트라처럼 황금빛 보석을 통해 천호를 보았고, 납득했다.
천호가 변했다.
키가 약간 더 자라고 근육이 튼실해진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천호는 기본적으로 인간이었다.
태양의 신인이나 야차신왕으로 변신하면 신성을 획득해 신체神體를 소유할 수 있었지만, 변신 전에는 탈인간급 능력이 있든 없든 결국엔 인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변신 전임에도 불구하고 천호는 신체를 소유하고 있었다.
은은하게 발하는 신성이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결과적으로 변신 전이든 후이든 더 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변신 후가 굉장하니 기대해도 좋다.]
미트라의 얼굴에 다시 실없는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잠깐뿐이었다.
[그 외에도 수련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너무······.]
어깨를 축 늘어트린 미트라는 마검 미트라의 감정을 여실히 느꼈다.
그리고 왜 그녀가 엉큼한만 잔뜩 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천호가 늘 보여주듯이, 실제 실행보다는 망상에 더 영향을 받는 것이 엉큼한이었으니까.
2년.
하지만 실제로는 5개월 남짓.
그나마 수련을 안 하고 있던 시간은 잠자는 시간까지 다 더해봐야 그 반의반이나 될까.
‘그래도 잠자리는 좋았지만.’
팔베개도 실컷 할 수 있었고.
새삼 밀려드는 마검 미트라의 즐거운 추억들에 미트라는 다시 헤실거리며 웃었다.
어찌되었든 마검 미트라도 미트라 자신이었으니까.
묘하게 간접체험인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마검 미트라의 추억 역시 미트라 자신의 추억이었다.
“어··· 아무튼 그랬군요.”
루시엘이 수습하듯 말하자 퍼뜩 정신을 차린 미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찌되었든 천호는 이전보다 강해졌다.]
신체를 손에 넣었고, 용사 스킬을 비롯한 각종 스킬들 역시 강화되었다.
사실상 더미 생성 역할밖에 못 하던 분신술 역시 발전해 이제는 제법 그럴싸한, 그리고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분신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맞아, 맞아. 그때는 정말 좋았지.’
천호의 분신들 사이에 누워 더블 팔베개를 했을 때는.
미트라는 다시 추억에 빠져들었고, 루시엘은 다시 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정신 세계 밖.
천호도 군대의 신에게 시간의 문 너머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그런가··· 과연.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분위기가 많이 변했군.”
군대의 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듯 주변에 있던 신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변신 전의 천호에게는 신성이 없었다. 그러니 신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 역시 아니었다.
치유의 신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시험 삼아 한 판 붙어보자고 했을 터였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 이 방에 자리한 이들 가운데 그녀만큼 호전적인 자는 없었다.
아니, 있기는 있었지만 평소와 태도가 달랐다.
‘웬일이래?’
싸워보고 싶다고 덤비지 않고.
신들 앞이라고 얌전이라도 떠는 걸까?
카를로스가 카마엘에게 눈빛으로 묻자 카마엘이 메시지 마법으로 답했다.
‘나보다 훨씬 셀 것 같아.’
어느 정도 비벼볼 만해야 싸울 마음도 드는 법이었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미 슈라드포마와 음모의 신과 싸우는 천호를 본 카마엘이었다.
그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하니 이제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
‘과연.’
납득한 카를로스는 쓰게 웃었고, 카마엘은 비 맞은 강아지처럼 축 늘어졌다.
“아무튼 보람이 있네.”
“시간의 신한테는 미안하지만 하길 잘했어.”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이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신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군대의 신이 말했다.
“정말 수고했다. 이동은 내일 아침이니 회포도 풀고, 푹 쉬도록.”
천호에게는 2년 만에 맞이하는 모두였으니까.
시간의 신이 잠든 이동식 침대의 손잡이를 잡은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을 필두로 하여 선신들이 우르르 방을 빠져나갔다.
정신 세계 속에 있던 루시엘 역시 다시 합체를 풀고 밖으로 나왔다.
“용사님.”
“루시엘.”
천호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그런 천호의 모습에 루시엘은 충동적으로 두 팔을 벌려 천호를 꼭 끌어안았다.
“루시엘?”
“보고 싶었어요.”
10초만이었지만, 아무튼.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이젤과 아우라엘과 라구엘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미트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세 사람이었다.
그런데 몇 초나 지났을까.
천호의 품에 안겨있던 루시엘이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덕분에 막 무어라 말을 꺼내려던 미트라는 다시 입을 다물었고, 천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루시엘?”
“자, 잠시만요!”
크게 소리친 루시엘은 아예 천호의 품에서 빠져나오더니 허공에 손을 놀렸다. 인벤토리를 여는가 싶더니 이내 물건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런저런 귀중품들이 담겨 있는 작은 가방.
루시엘은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다시 손을 놀렸다. 가방을 열었고, 안에 담긴 물건을 천호에게 보여주었다.
첫 번째 캐리어 안에 들어있었던 은색 카드.
어머니와의 통신기로 추정되지만 중층에서 얼결에 한 번 연결된 이후 다시는 작동하지 않았던 그것.
지금은 아니었다.
은색 카드로부터 새하얀 빛이 크게 일었다.
* * *
혼란의 신은 가마 위에 앉아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마물들의 발걸음을 따라 기분 좋게 흔들리는 가마 위에서 어둠을 꿰뚫어 보는 대신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21층에서 22층으로.
그녀는 선두가 아니었다. 앞에는 분쟁의 신과 파멸의 신이 있었고, 뒤에는 미혹의 신이 있었다.
사이사이에 낀 소악신들까지 헤아리면 악신들의 숫자만 열이 훌쩍 넘어 스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많은 악신들 가운데 진실을 아는 것은 혼란의 신뿐이었다.
혼란의 신은 신명 그대로인 존재였다. 변덕이 죽 끓었고,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할지, 어떤 말을 할지 알 수 없는 여신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함구하는 것이 있었다.
그녀라고 해서 언제나 가볍고 엉망진창인 것은 아니었다.
혼란의 신은 대신이었다.
동시에 무척이나 오래된 신이었다. 심층의 여러 악신들 가운데 그녀만큼 오래된 신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혼란의 신은 작금의 여러 악신들은 모르는 여러 가지 비밀들을 알고 있었다.
가마가 흔들렸다.
혼란의 신은 머릿속에 떠오른 여러 가지 생각들을 굳이 갈무리하지 않았다.
대미궁의 마왕들.
대미궁의 지원 없이, 일단의 군대만을 이끌고 다른 세계를 침공한 자들.
마신이 미궁세계를 찾지 못 했다면 혼란의 신 자신도 마왕이 되었으리라. 슬슬 순번이 다가올 때였으니까.
마왕들은 모두 대신의 경지에 오른 악신들이었다.
혼란의 신은 악몽의 신을 떠올렸다.
강력한 악신이었던 그는 마신의 명에 따라 파이엔이라는 세계를 침공했고, 그 세계의 용사에게 패해 소멸했다. 마왕군 또한 궤멸하였다.
하지만 마신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파이엔 침공은 온전한 실패가 아니었으니까. 나름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미궁 세계를 침공했던 마왕인 절망의 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용사에게 패했지만 목적을 달성했다.
다시 가마가 흔들렸다.
혼란의 신은 미소를 흘렸다.
집결한 선신들에게 맞서고자 22층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에 기꺼웠지만, 동시에 기가 차기도 하였다.
이런 식의 싸움이 처음이었으니까.
치유의 신을 필두로 한 선신들이 대미궁 공략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층의 마왕은 악신들을 한 자리에 모으지 않았다.
모든 층의 악신들을 한 자리에 모아 방어진을 펼쳤다면 애당초 23층이 아니라 15층에서 선신들의 발걸음이 멈추었을 터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각자의 층을 가진 악신들이 지배권을 포기하려 들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혼란의 신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알았다.
심층의 마왕이 대대적인 전면전보다는 단순한 시간 끌기 쪽을 선호한 이유 역시 알고 있었다.
심층의 마왕은 마신의 분신이었다. 때문에 그의 의지는 곧 마신의 의지라 할 수 있었다.
마신이 그렇게 한 이유.
가마가 흔들렸다.
혼란의 신은 흔들림에 몸을 맡기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후열에서 툴툴거리고 있는 미혹의 신을 생각했다.
21층의 주인.
혼란의 신 자신의 여동생.
혼란의 신은 가늘게 웃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을 다시 늘어놓았다.
선신과 악신.
다른 세계를 침공한 마왕들.
마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
멀리서 빛이 보였다.
22층으로 이어지는 기둥의 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