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레이커-168화 (168/211)

* * *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마검 미트라의 머리 위에 빛의 창이 연속해서 떠올랐다.

본래라면 천호에게만 보여야했지만 시간의 문 너머라 그런지, 아니면 가짜 아버지 자체가 결국 천호의 기억에서 기인한 존재이기 때문인지 가짜 아버지의 눈에도 잘 보였다.

꼬리가 달려있다면 열렬히 흔들 것만 같은 마검 미트라와 머리 위의 빛의 창을 번갈아 본 가짜 아버지가 말했다.

“방금 대화 어디에 ‘엉큼한’이 오를 요소가 있는 거지?”

“그…러게요?”

앞으로 2년 동안 잘 부탁한다고 해서?

2년 동안 쭉 같이 있을 거라서?

천호와 가짜 아버지의 시선에 마검 미트라는 몸을 비비 꼬며 웃더니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성검보다 훨씬 더 솔직하긴 했지만, 마검도 결국엔 미트라였으니 말이다.

그 모습에 가짜 아버지는 참으로 미적지근한 시선을 천호에게 보냈다.

“좋겠다, 야.”

“어, 음, 예.”

솔직히 좋기는 했으니까.

천호가 괜한 헛기침을 터트리자 가짜 아버지는 연이어 말했다.

“아무튼 자기소개를 하긴 해야겠지. 천호의 가짜 아버지다.”

“응! 나는 마검 미트라야! 그런데 가짜 아버지?”

하이텐션인지 평소보다 밝게 답한 마검 미트라가 마지막에 가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버지면 아버지지 가짜 아버지는 또 무엇인가.

“말 그대로 가짜거든. 천호의 기억을 기반으로 탄생한.”

“아, 맞아. 전에 들었던 것 같아. 가짜 아버님.”

거기까지 답한 마검 미트라는 흥미진진한 눈으로 가짜 아버지를 살폈다.

설사 가짜라고는 해도 겉모습만은 천호가 입에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아버지’와 동일했으니 말이다.

천호보다 머리 반개는 더 큰 키에 넓고 넓은 어깨, 탄탄한 근육.

어머니를 닮은 터라 선이 고운 미소년 인상인 천호와 달리 척 보기에도 강해보이는, 그러면서도 남자답게 잘생긴 호쾌한 미남.

“흠흠, 확실히. 성검 취향이야.”

레온도 이런 인상이었으니까.

아니, 성검이 이런 식으로 키웠으니까.

마검 미트라의 말에 천호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어, 마검이랑 성검이 취향이 달라요?”

“당연히 다르지. 나는 가짜 아버님보다 좀 더 작고, 선이 고운 편이 좋아.”

마검 미트라가 대놓고 말하자 부끄러움은 천호의 몫이었다.

본래도 성검보다 하이텐션인 마검이었지만, 어째 시간의 문에 들어온 뒤로는 더욱 하이텐션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있어서 다행이군.”

여러 가지의 의미를 담아 그리 말한 가짜 아버지는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앞으로 한 걸음을 나섰다.

“어찌되었든, 다시 만나 반갑다.”

“저도요, 가짜 아버지.”

말로만 하면 아쉬웠기에 짧게나마 포옹까지 나눈 두 사람이었다.

가짜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왕 들어온 거 수련을 해야겠지. 이유야 어찌되었든 마검까지 함께 왔으니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다.”

이전처럼 천호 혼자만 들어왔다면 수련할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검 미트라가 함께였다.

대미궁에 들어온 이후 내내- 정확히는 4층부터이기는 했지만 천호는 미트라와 계속 호흡을 맞춰왔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힘을 공유하기까지 했다.

미트라가 다섯 여신의 신기로 승급한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러했으니, 2년 간의 수행에 미트라가 함께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호신호였다.

“그래서 결국 말인데, 검으로 변신할 수 있나?”

가짜 아버지가 마검 미트라를 돌아보며 묻자 마검 미트라는 잠시 눈을 깜박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가능할 것 같아.”

그러고는 정말로 눈을 꽉 감고 잠시 으으 거리더니 용마검으로 변신했다.

검은 칼날과 붉은 보석이 인상적인 거대한 검.

검신을 에워싼 붉은 아우라에서 느껴지는 천호의 기운에 가짜 아버지가 기분 좋게 웃었다.

“좋아, 이러면 태양의 신인이나 야차신왕 상태일 때 용마검과 동조하는 연습도 할 수 있겠군, 신기를 다루는 연습도 가능하고 말이야.”

훈련 가능한 영역이 훌쩍 넓어졌다. 더욱이 양쪽 모두 즉각적인 전력 증가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흥흥, 내가 같이 들어와서 기쁘지?]

마검 미트라가 젠척하며 말하자 천호가 붉은색 보석을 쓰다듬으며 솔직히 답해주었다.

“물론이죠. 정말 좋아요.”

[헤헤헤…….]

마검 미트라는 미소를 흘리며 좋아했다. 그리고 루시엘도 성검도 없는 곳에서 천호와 2년을 함께할 거란 사실에 흐뭇함을 느꼈다.

‘이겼다.’

뭘 이겼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겼다. 이길 거다.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빛의 창에 가짜 아버지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물었다.

“쟤 괜찮은 거 맞지?”

“아…마도요?”

티를 잘 안내서 그렇지, 성검이든 마검이든 미트라는 원래부터 엉큼했으니까.

“역시 내가 있어서 다행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 가짜 아버지는 다시 천호를 돌아보았다.

“어찌되었든, 어떤 수련을 해야 할 지는, 너도 알고 있지?”

“예, 가짜 아버지.”

지난번에는 아버지의 피를 활용하기 위해 호세사천왕을 집중적으로 수련했다. 그리고 그 결과 호세사천왕의 네 가지 극의 가운데 하나인 바이슈라바나- 야차신왕 쿠베라로의 변신을 터득하였다.

물론 이번에도 호세사천왕 수련을 하긴 할 터였다.

하지만 중심은 아니었다. 앞으로 2년간 중점적으로 수련할 것은 따로 있었다.

“여명의 검.”

정확히는 용사 스킬.

지난 번에는 미트라가 없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트라가 있었다.

용사 스킬들을 가다듬는다.

여명의 검에 호세사천왕을 비롯해 새로 익힌 모든 기술들을 녹여낸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용사의 궁극기.

성검이 지금도 비밀로 하는 그것에 다가선다.

[할 수 있을 거야.]

마검 미트라가 말했고, 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수련으로 터득한 것이 야차신왕이라면, 이번에는 용사 궁극기의 차례였다.

천호가 가짜 아버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막 도착했지만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시작하죠.”

“그래야 내 자식이지.”

가짜 아버지가 진짜처럼 답했고, 수련이 시작되었다.

* * *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어?]

천호가 시간의 문 너머로 몸을 날린 직후.

머리 위에 떠오른 빛의 창에 마검 미트라가 멍한 소리를 내었다.

뭐지?

왜 빛의 창이 떠오르는 거지?

그리고 엉큼한이, 그것도 마검의 엉큼한이 왜?

“미트라 님?”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루시엘이 물은 직후였다.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마검 : 엉큼한 Lv8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마검 : 엉큼한 Lv9가 되었습니다.]

[마검 : 엉큼한-]

성검 미트라의 머리 위로 빛의 창 수십 개가 연속해서 떠올랐다.

너무 빠르게 떠올라서 제대로 읽지도 못 할 수준이었다.

거기다 경험치가 오르는 것은 엉큼한 만이 아니었다.

[마검 : 분신 LV7이 되었습니다.]

[마검 : 분신 LV7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마검 : 회수 Lv8이 되었습니다.]

[마검 : 회수 Lv8의-]

미트라가 가진 각종 성검 스킬들의 경험치가 올랐다. 레벨이 올랐고, 빛의 창이 이제는 수십 개를 넘어 수백 개에 달할 수준이었다.

“미트라님?”

루시엘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성검 미트라는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겨우 몇 초 남짓 사이에 떠오른 빛의 창이 수백 개였으니, 머리가 과부하 상태가 되어 말귀를 알아듣는 것조차 무리였다.

“무슨 일이지?”

“성검이 아파?”

“미트라님?!”

“루시엘!”

주변에 있던 이들이 미트라의 이변을 눈치 채고 저마다 말을 던졌다. 방안에 있는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들이었으니, 성검의 이변을 눈치 채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미트라님!”

루시엘이 다시 미트라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리고 직후.

천호가 떠나고 약 10초 남짓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시간의 문이 열렸다.

덕분에 미트라에 쏠렸던 시선이 다시 시간의 문으로 모였고, 정신 세계 속에서 미트라는 머리를 들었다.

여전히 머리가 아팠고, 생각이란 것을 하기 힘들었지만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마검 미트라!]

이해했다. 깨달았다.

용검.

이렇다 할 변화가 없던 자신- 성검과 달리 겉모습까지 변한 마검.

천호의 분신을 흡수함에 따라 본인도 천호의 분신이 되어버린 용마검.

마검 미트라는 천호와 함께 갔다.

시간의 문 너머에서 2년의 시간을 함께 했다.

바로 그 순간 시간의 문이 열렸다.

환한 빛을 내는 시간의 문 너머에서부터 익숙한 실루엣이 드러났다.

“용사님! 미트라님이!”

천호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루시엘이 바로 소리쳤다. 그리고 그 다음은 이전과 같았다. 시간의 문을 박차고 나온 천호가 루시엘을 와락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요!”

“어, 으, 네! 저도!”

일단 대답부터 한 루시엘은 천호를 마주 안았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성장한 것인지 전보다 더 몸이 크고 단단해진 천호였다.

“야, 야, 그보다 성검!”

“미트라가 이상해!”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이 목소리를 높였고, 에이젤이 순간 눈을 빛냈다.

“마검? 시간의 문 너머에 마검 미트라님을 가지고- 아니, 함께 가셨던 거예요?”

루시엘이 이미 미트라를 들고 있는 와중임에도 불구하고 천호의 허리춤에 미트라가 걸려 있었으니까.

“아!”

루시엘도 이해했다.

몇몇은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껌벅였지만, 반수 이상이 지금의 사태를 이해했다.

“이물질이 껴서 더 힘들어…….”

짧게 말한 시간의 신은 그대로 다시 쓰러져 잠들었고, 천호는 품에서 루시엘을 놓아주었다.

2년 사이에 몸만 단단해진 것이 아니라, 조금이지만 노련미까지 획득한 천호는 성검 미트라를 보며 씩하고 웃었다.

“미트라, 오랜만이에요.”

성검 미트라는 루시엘과 마찬가지로 2년 만이었으니까.

[흐흥, 2년 만이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마검 미트라가 어쩐지 젠체하며 말을 보탰다.

왜일까. 왜 젠체하는 것일까.

성검 미트라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성검도 마검도 일단은 미트라였으니까.

[…합체하자.]

[응?]

[일단 합체하자.]

기억을 동기화해야 했으니까.

시간의 문 너머에서 대체 2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했으니까.

미트라가 추궁조로 말하자 루시엘도 고개를 퍼뜩 들었다.

진짜 천사답게 이런저런 검거나 빨간 생각은 하지 않는 루시엘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2년.

자그마치 2년.

시간의 문 너머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흐흥… 그냥 따로 있어도 될 것 같은데…….]

분신은 물론이고 마검승화도 레벨이 많이 올랐으니까.

당장 2년 동안이나 따로 있지 않았던가.

마검 미트라가 느물느물 웃으며 그리 말했지만, 결국 본체는 성검이었다.

[루시엘!]

[네!]

정신 세계.

어느새 마검 미트라를 정신 세계 속에 편입시킨 미트라는 루시엘을 불렀고,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정신 세계로 진입한 루시엘이 마검 미트라를 뒤에서 붙잡았다.

[합체하자.]

[자, 잠깐!]

마검 미트라가 반항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루시엘은 마검 미트라를 꼭 끌어안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고, 성검 미트라는 반항하는 마검 미트라의 머리를 강제로 붙잡은 뒤 이마를 맞대었다.

성검과 마검의 합체.

그로인한 기억의 동기화.

찬란한 황금빛이 성검 미트라와 마검 미트라를 에워쌌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때 남은 것은 성검 미트라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