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레이커-150화 (150/211)

[이브나일 님이 신기를 잃으신 건…… 항마전쟁의 시작이라고 했나?]

대미궁이 미궁 세계를 침공함에 따라 벌어진 첫 번째 대전.

마신의 휘하 악신들과 격전을 펼치던 이브나일은 전장에서 신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벌써 수십 년도 더 된 과거의 이야기.

루시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직후 다섯 여신들께서는 마신과 직접 대결에 들어가셨어요. 대미궁의 세계 침식을 저지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완벽한 저지는 해내지 못 했다.

대미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주 느리게나마 미궁 세계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다섯 여신도 이리될 것을 알고 있었다.

애당초 다섯 여신의 목적은 마신을 제압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 벌이.

치유의 신을 필두로 한 공략대가 대미궁의 최심층에 도달할 때까지 대미궁의 침식을 저지하고 마신을 붙잡아 두는 것.

쉽게 말하자면, 다섯 여신들과 마신이 아공간에서 수십 년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브나일의 신기를 찾아 심층 공략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23층에서 멈춘 발을 다시 움직여 최심층으로 나아간다.

천호는 잠시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려 보았다.

정화의 신의 특기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며칠.

북서쪽으로 조금만 더.

그 순간이었다.

천호가 고개를 번쩍 들었고, 정화의 신이 몸을 움찔 떨었다.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이 와-하고 입을 벌렸다.

와이번 떼가 머리 위를 지났다.

수십 마리나 되는 아룡들이 줄지어 날아가니 그 모습이 실로 장관이었다.

[마물들이지만…… 솔직히 멋지군.]

미트라의 말에 루시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막 무리가 머리 위를 완전히 지났을 때였다.

“온다.”

정화의 신이 흠칫하며 말했고,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은 서둘러 기척을 죽였다. 루시엘 역시 정화의 신의 등 위에 납작 엎드렸다.

10분의 1 크기로 작아진 상태인 데다가 각종 인식 장해 마법까지 걸어 두었으니 발견될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었으니 말이다.

천호는 숨을 죽인 채 미트라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정화의 신이 마른침을 삼켰다.

“키아아! 키아!”

다가온 것은 무리 전체가 아니었다. 무리의 끝에서 날던 암컷 와이번이었다.

무리에서는 제법 서열이 높은 개체 같았는데, 정화의 신을 보고 날카롭게 외치더니 몇 번인가 고갯짓을 했다.

[따, 따라오라는데?]

정화의 신이 신력을 써서 모두의 머릿속에 말했다.

사실 무척 당혹스런 일이었다.

암컷 와이번이 정화의 신을 발견한 것 자체가 신기한데, 정화의 신이 와이번들의 말을 알아듣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역시 어머님의 물약!]

미트라가 홀로 감탄하는 가운데 정화의 신이 암컷 와이번의 말을 빠르게 해석했다.

[멍청이.]

[무리에서 낙오한 거냐?]

[혼자 있으면 죽는다.]

[우리 무리를 따라와라.]

정화의 신을 무리에서 낙오한 얼치기 와이번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이야, 마물들도 나름 정이 있네.”

“와이번 정도면 지능이 꽤 높은 편이니까.”

“그런데 뭔가 그럴싸하긴 하다.”

“으응, 낙오한 걸로 착각한 게 좀.”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의 대화를 흘려들은 천호는 정화의 신에게 작게 말했다.

“일단 따라가죠.”

와이번 무리가 향하는 방향 자체는 일행이 향하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당히 쫓아가다가 무리에서 빠져나오면 될 것 같았다.

‘언제까지 정화의 신의 은신이 통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더욱이 이 근방 일대에 악신들의 시선이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와이번 무리에 속해 있는 쪽이 눈에도 덜 띄리라.

[으음, 알겠다.]

천호에게 답한 정화의 신은 날갯짓을 해 날아오르며 암컷 와이번에게 말했다.

“캭! 캭! 키아캭!”

“캬오! 캭!”

암컷 와이번이 뿌듯한 표정을 짓더니 정화의 신을 재촉해 무리와 합류했다.

와이번이 되어도 잘생긴 정화의 신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정화의 신은 무리 맨 끝에서 암컷 와이번의 시선을 받으며 날갯짓을 했고, 천호는 시선을 멀리하였다.

나아가는 방향이 아닌, 군대의 신의 원정대가 주둔하고 있는 방향을 향해서였다.

* * *

시간이 흘렀다.

14층에서 15층으로 새로이 내려온 병력들이 있었다.

정의의 성채에 에이젤과 아우라엘을 필두로 한 무리들이 합류하였다.

군대의 신이 천천히 북진하였다. 저주의 신은 그런 군대의 신을 맞이하듯 대군을 일으켰다.

정의의 성채 앞으로 마물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해가 높이 뜬 그때.

마물들이 정의의 성채를 공격했다.

군대의 신의 원정군과 저주의 신의 타격대가 충돌했다.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북서쪽.

악신의 무리는 물론이고 마물들조차도 희소한 땅.

[저곳에 있다. 느낄 수 있다.]

전쟁의 여신 이브나일의 신기.

미트라가 말했다. 천호에게 길을 인도하였다.

군대의 신의 목표는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때문에 저주의 신의 타격대와 접촉했을 때 적당히 싸우며 물러서는 것을 생각했다.

군대의 신의 용병술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타격대와 싸우는 와중임에도 불구하고 군대의 신의 본대는 어느새 언제든지 전장에서 발을 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저주의 신이 그런 군대의 신의 지휘를 먼 곳에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앞뒤 사정을 모르는 저주의 신의 관점으로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저주의 신의 본대는 그 숫자가 십만에 필적했으니까.

약소 마물들이 다수 섞여 병력의 질만을 논한다면 정의의 성채 쪽이 훨씬 우월했지만, 압도적인 숫자는 질적 우위조차 짓밟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적당히 싸우며 몸을 뺀다. 병력을 유지한다.

옳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저주의 신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온 거지?”

작금의 사태를 군대의 신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이곳은 대미궁 안이었고, 사방 천지가 마물들이었다.

병력 싸움에서 정의의 성채는 부덕의 성채를 절대 이길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군대의 신이 이쪽의 전력을 잘못 파악한 것일까?

치유의 신이 다급함에 쫓겨 군대의 신을 이길 수 없는 싸움으로 몰아붙인 것일까?

저주의 신은 턱을 괸 채 생각했다. 동시에 손을 놀렸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군대의 신의 용병술에 박수만 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저주의 신의 본대가 일시에 돌진했다.

노도와 같은 진격에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다.

압도적인 숫자 그 자체가 전술인 부덕의 성채의 공격.

군대의 신이 병력을 지휘했다.

쫓고 쫓기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어젯밤, 간신히 와이번 무리에서 빠져나온 정화의 신은 미트라의 인도를 따라 똑바로 날았다.

삭풍이 부는 황무지였다.

“아쉽지 않아?”

“그래도 꽤 귀여웠는데.”

장난기 섞인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의 말을 흘려들으며, 정화의 신은 시선을 멀리했다.

미트라와 달리 이렇다 할 기운을 포착하지 못한 정화의 신이었지만, 자격지심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다.

애당초 근처에 접근하는 것만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기운이었다면 악신들 측에서 진즉에 발견했으리라.

[거의 다 왔다. 이제 정말 조금이다.]

미트라의 말을 정화의 신에게 전달하며 루시엘은 정면을 열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헉하고 숨을 삼켰다. 여섯 장 날개의 깃털을 쭈뼛 세우며 미트라를 돌아보았다.

루시엘 역시 느꼈기 때문이다.

전쟁의 여신 이브나일의 신기.

멀리 있지 않았다. 방향과 거리를 가늠할 수 있었다.

“용사랑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 건가?”

“성검하고도 결국 이어져 있다는 거긴 하니까.”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이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작게 말했다. 두 여신이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했다.

천사인 루시엘조차 이브나일의 신기를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여신과 정화의 신은 작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두 여신은 딱히 루시엘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진짜 천사인 그녀는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

“거의 다 왔어요. 이대로 똑바로 날아가 주세요.”

[느껴진다. 조금만 고도를 높이면 모두의 눈에도 보일 거다.]

루시엘과 미트라가 연달아 말했다.

바닥에 바짝 붙어 저공비행을 하던 정화의 신이 고도를 조금 높였다.

그러자 미트라의 말마따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분지.

그 중심에서 성스러운 기운과 대미궁의 마기가 한데 얽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힘을 상쇄해 분열하니 분지 밖으로 기운이 퍼져 나가지 않았다.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은 여전히 이브나일의 신기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분지 한가운데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은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소용돌이의 중심.

현란한 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 무언가.

“소용돌이 때문에 바로 앞에는 착지를 못 할 것 같다.”

끙끙거리며 말한 정화의 신이 분지의 가장자리에 내려섰다.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이 순간 탄성을 토했다.

“느껴져.”

“너무 오랜만이야. 하지만 분명해. 이브나일 님의 기운이야.”

회화의 신의 눈에서는 눈물까지 흘러내렸다.

정화의 신은 와이번인 상태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 여신의 기운을 이처럼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은 수십 년 만의 일이었다.

넓게 보면 정화의 신뿐만 아니라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도 다섯 여신의 자식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여신과 정화의 신은 수십 년 만에 재회한 부모의 기운에 눈물을 쏟았다.

루시엘도 눈시울을 붉혔다.

미트라 역시 신들의 눈물에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천호는 미간을 좁혔다.

이상하다는 듯 분지의 중심을 바라보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눈에 띄어.’

분명 분지에 접근하기 전까지는 기운조차 감지할 수 없었다.

이 근방 일대에는 악신들의 주둔지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대미궁 안이었다.

대미궁은 악신들의 집과 같은 장소였다.

분지.

작지 않았다. 직경이 못해도 수십 미터는 될 공간이었다.

하늘에서 보면 소용돌이가 눈에 띄었다.

검고 하얀 기운이 서로 맞물려 회전하니 마기로 충만한 대미궁 안에서도 충분히 눈에 띌 만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정의의 성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임무는 대미궁 각 층의 완전 점령이 아니었다. 생명 줄과 같은 기둥을 확보해 심층 공략대의 보급선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모를 수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부덕의 성채의 영향권 내에 있는 분지 따위는 모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부덕의 성채는 아니었다. 그들이 분지의 존재를 모른다는 사실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천호의 생각대로였다.

같은 시각, 완전히 다른 장소.

저주의 신이 번쩍하고 고개를 들었다. 후드를 벗고 소년의 얼굴로 미소 지었다.

“이제야 발견했구나.”

저주의 신이 다시 웃었다.

조소 따위가 아닌 시원하고 통쾌한 웃음이었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치유의 신의 행동.

군대의 신의 행동.

요 몇 달 간 진행된 모든 일들.

“찾아냈구나.”

이제야.

이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저주의 신은 양팔을 벌렸다. 군대의 신과의 싸움에서 관심을 끊었다. 오래전에 준비하였고, 수십 년 세월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마법을 사용하였다.

저주의 신이 사라졌다.

그리고 전혀 다른 장소에 나타났다.

분지의 중심에서 약간 비켜난 곳, 소용돌이의 가장자리.

저주의 신만이 아니었다. 소년의 모습을 한 그의 등 뒤로 여러 소악신들이 공간을 도약해 왔다.

모두 군대의 신과 대적하고 있던 이들이었다.

이들이 한 번에 사라졌으니 아무리 숫자로 압도한다고 한들, 저주의 신이 이끌던 본대는 군대의 신에게 참패를 면하지 못 할 터였다.

하지만 저주의 신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것 따위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부덕의 성채를 지킨다.

딱히 임무라 하기 어려웠다.

그냥 살고 있는 집을 지킨다- 딱 그 정도의 감각이었다.

저주의 신은 고개를 들었다.

분지의 가장자리에 자리한 이들을 보았다. 당황한 두 여신과 정화의 신의 얼굴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저주의 신 자신이 15층에 머무는 이유.

심층의 마왕이 그에게 내린 진짜 임무.

“알고 있었어.”

이브나일의 신기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언젠가 이브나일의 신기를 회수하기 위해 선신들이 움직일 것이란 사실을.

다섯 여신의 힘은 대미궁의 악신들에게 있어서는 상극이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흡수는 애당초 불가능했고, 파괴하는 것 역시 녹록지 않았다.

물론 심층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심층의 마왕이 진즉에 이브나일의 신기를 파괴했으리라.

하지만 이곳은 중층이었다.

심층의 마왕은 물론이고 역병신과 같은 대신들도 없었다.

때문에 심층의 마왕은 이브나일의 신기를 함정 속의 치즈로 삼았다.

물론 구태여 선신들에게 이브나일의 신기에 대해 떠들지는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언젠가 사냥감이 덫에 걸리는 순간을.

그 목을 물어뜯을 수 있는 시간을.

저주의 신이 숨을 깊이 삼켰다. 마기를 만끽하며 용사를 보았다.

너무나 초라한 병력이었다.

용사와 천사, 중급이라 평할 수 있을 선신이 셋.

반면 이쪽에는 대신의 영역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저주의 신 자신이 있었다. 소악신들의 숫자는 열이 넘었고, 분지 밖에서는 수천에 달할 마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너무 과했다.

하지만 과하다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저주의 신은 즐겁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런 저주의 신을 바라보던 루시엘이 천호를 돌아보았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용사님 말처럼 되었어요.”

정화의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이 울상을 지은 채 동의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아들아, 보험을 왜 드는지 아니?’

‘왜 드는데요?’

‘보험이니까.’

가능한 쓰지 않는 것이 좋았다.

보험이 필요한 상황 따위는 생기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현실이 판타지라고.

상상조차 못한 일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현실이라고.

그래서 천호는 준비해 두었다.

만약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를 위한 보험을.

이브나일의 신기가 위치한 장소를 악신들이 이미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함정까지 파 두었을 때 발동시켜야 할 보험을.

분지 밖에는 수천 마물이 몰려들고 있었다.

정면에는 저주의 신과 소악신 열둘이 있었다.

많았다.

하지만 동시에 적었다.

이곳에서라면 악신들이 가지는 절대적인 수적 우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천호가 마패를 들어 올렸다.

12층에서 기병의 신에게 받은 것이었다.

기병의 신과 그녀의 기마대를 소환하는 마패.

하나가 아니었다.

천호가 다른 한 손으로 군대의 신의 마패를 들어 올렸다. 루시엘이 인벤토리에서 군대의 신에게 받은 창병의 신과 방패병의 신의 마패를,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에게 넘겨주었다.

저주의 신이 눈을 크게 떴다.

천호가 주저 없이 마패를 발동시켰다.

빛의 길이 열렸다.

기병의 신과 그녀의 일백 기마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예병들과 함께 나타난 창병의 신과 방패병의 신이 깜짝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병의 신과 달리 천호에게 패를 맡긴 적이 없는 두 여신이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군대의 신이 그런 동생들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눈을 깜박이며 자신을 돌아보는 그녀들에게 자상한 미소를 보인 뒤 정면을 노려보았다.

군대의 신과 그 동생들.

그들이 데려온 정예병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천호가 준비해 둔 보험은 아직 남아 있었다.

먼 곳에서 크리스뿐만 아니라 카마엘과 무토, 카를로스를 태운 채 날아오고 있는 열두 개의 캐리어.

물론 중요했다. 큰 힘이 되어 줄 터였다.

하지만 진정한 비장의 수는 따로 있었다. 천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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