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레이커-146화 (146/211)

* * *

머리 위에서 각종 마법들이 충돌했다.

공격 마법과 방어 마법이 격돌했고, 화려하게 비산하는 가운데 양측의 군대는 진군을 멈추지 않았다.

천호는 중앙 선두에 위치했다.

카마엘과 카를로스, 무토가 망치라면, 오늘 천호의 역할은 모루였다.

적들의 본대를 정면에서부터 막아 내는 역할이었다.

악신들의 악의가 찌르듯이 전해져 왔다. 천호는 시선을 멀리 했다. 하늘 위의 태양을 바라보았고, 어머니의 피를 발동시켰다.

태양의 신인.

포효하니 전장이 진감했다. 악신들의 시선이 천호 자신에게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가요, 미트라.”

[가자, 그대여.]

푸른 번개에 휩싸인 미트라를 움켜쥔 채 천호가 날개를 펼쳤다. 본대보다 조금 앞으로 나서며 번개를 뿌렸다.

콰가가가가강?!

평소와 같았다. 번개가 작렬했고, 적의 선두가 쓸려 나갔다.

그리고 평소와 달랐다. 적들이 천호를 피하듯 갈라섰다. 그리고 그 공백을 채우듯 악신들이 몰려들었다.

천호는 눈동자를 굴렸다. 기감을 넓게 퍼트림과 동시에 달려드는 놈들을 파악했다.

소악신 넷.

저마다 다르게 생겼다. 하나하나의 강함은 사흉신보다 아래였지만 숫자가 많았다.

둘은 인간형.

하나는 새, 나머지 하나는 늑대.

인간형 가운데 하나는 컸고, 다른 하나는 작았다. 큰 놈은 말의 머리를 가진 거인이었고, 작은 놈은 오랜만에 보는 랫맨이었다.

‘랫맨?’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망치를 들고 괴성을 높이며 달려드는 말 머리 악신과, 좌우에서 밀려드는 새와 늑대의 악신, 그리고 그 뒤를 받치듯 밀려드는 일단의 병력.

이쪽도 대응이 있었다.

열두 대의 신상들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천호의 호위대라 할 수 있을 천사들이 마법을 영창했다.

천호 자신은 앞으로 치고 나가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덮칠 것처럼 달려온 악신들이 일정 거리에서 멈춰 섰기 때문이다.

무언가 있다.

노림수가 있다.

천호는 본능적으로 랫맨을 보았다. 그리고 기억해 냈다. 본 적이 있었다. 알고 있는 랫맨이었다.

3층에서 처음 보았던 랫맨.

4층에서의 싸움에서도 얼굴을 보였던 역병신의 사도.

놈이 새카만 칠흑의 검을 들고 있었다. 순간 해방된 마검의 힘은 겨울왕의 소울이터는 물론이고 사흉신조차 능가했다.

랫맨이 웃었다.

도루마가 포효하며 마검을 들어 올렸다.

악신들은 천호를 주목해 왔다.

역병신은 천호를 결코 잊지 않았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천호가 펼친 싸움들.

악신들에게도 눈이 있었다. 천호의 마력이 무엇인지, 어디에 근원을 두었는지 결코 놓치지 않았다.

태양의 용사.

태양 아래 강해지는, 태양의 신성을 가진 영웅.

그리하면 어찌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병신은 답을 찾아냈다. 심층에 웅크려 그저 바라만 보지 않았다.

도루마가 마검의 힘을 일시에 발했다. 이미 마검의 사용자가 아닌, 마검의 숙주가 된 그였지만, 마침내 찾아온 복수의 시간에 열광했다.

마검으로부터 하늘로 선이 그어졌다. 마검이 발하는 무시무시한 힘에 전장의 모두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군대의 신은 깨달았다. 놈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이해했다.

그랬기에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아군 중 특히 기동력이 우수한 카마엘에게 급히 천호를 도우라 명령했다.

하지만 늦었다. 카마엘과 천호 사이의 거리가 상당했다.

군대의 신은 몸소 움직일 생각을 하였다. 군마의 배를 박찼다.

그리고 그 순간.

도루마가 광소했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하늘을 우러렀다. 있은 힘을 다해 소리쳤다.

“밤이여! 오라!”

밤을 부른다.

낮을 밤으로 바꾼다.

대이적.

오직 대신이기에 가능한 기적.

마검과 이어진 하늘의 선으로부터 어둠이 번졌다. 주변 일대나마 밤의 장막으로 지배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천호의 힘이 순간 격감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모습까지 변모했다.

태양의 신인.

태양과 함께하기에 가능한 존재.

천호의 뿔이 사라졌다. 전신에서 일어나던 황금빛 아우라도 사라졌다.

악신들이 광소했다. 잠시 멈추었던 돌진을 재개했다. 당장이라도 천호를 짓뭉갤 기세로 질주했다.

“용사!”

군대의 신이 다급하게 외쳤다.

카마엘이 뒤를 돌아보았고, 카를로스가 욕지거리를 토했다.

하지만 루시엘은 담담했다.

라구엘은 작지만 미소까지 지었다.

음악의 신과 회화의 신이 함께 웃었다.

어째서.

천호가 지면을 박찼다. 물러서기는커녕 마주 돌진했다.

밤.

태양이 힘을 발하지 못하는 시간.

[응, 밤이야.]

어느새 변신한 마검 미트라가 말했다.

정신세계 속에서 킥킥킥 악동처럼 웃었다.

천호도 그러했다.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밤.

야차신왕의 피가 깨어났다.

* * *

도루마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소악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밤을 불러내 낮을 가렸다. 용사의 힘의 근원이 되는 태양을 차단했다.

덕분에 용사는 태양의 힘을 잃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의도한 일이었고, 작전대로 잘되었다.

하지만 그다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대체 어째서!

쾅!

천호가 포효했다.

용의 포효가 아니었다. 하지만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것은 신을 사냥하는 짐승의 포효.

살신의 힘을 가진 밤의 짐승.

야차신왕 쿠베라.

천호의 머리칼이 칠흑으로 물들었다. 길어졌고,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흩날렸다.

천호의 눈이 붉게 빛났다. 짐승의 눈이 사냥감들을 포착했다.

대기가 자르르 떨렸다.

소악신들은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목이 졸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살신의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눈앞의 존재가 신을 사냥하는 짐승임을 직감한 탓이었다.

어째서.

밤이 되면 약해지는 것이 아니었던가?

태양의 힘을 사용하지 못 하는데, 용사의 힘의 근원을 사용하지 못 하는데!

맞았다. 틀리지 않았다. 태양의 힘은 없었다. 용사는 태양의 힘을 사용하지 못 했다.

단지 용사에게 밤의 힘이 있을 뿐.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발휘할 수 있는 신성이 있을 뿐.

군대의 신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카마엘은 입을 쩍 벌린 채 딸꾹질을 했다.

그리고 천호가 진각을 밟았다.

신속의 스칸다.

도루마는 천호를 놓쳤다. 바로 눈앞에 두고 있음에도 그러했다.

천호는 머리가 말과 같은 악신 앞에 있었다.

말의 신 같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슨 신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천호는 태양의 용사였다.

용사 스킬은 태양의 신인에 어울렸다.

지금의 천호는 야차신왕이었다. 호세사천왕의 무공이 천호와 함께했다.

쾅!

굉음이 터졌다. 동시에 둔탁한 타격음이기도 했다.

호세사천왕.

드리타라슈트라의 장.

태산 부수기.

왼손으로 펼친 일장이 말 머리 악신의 복부를 강타했다. 단순한 물리 타격이 아니었다. 적의 신체 내부로 내공을 때려 박는 기술이었다.

“컥!”

말 머리 악신이 뒤로 크게 밀려남과 동시에 왈칵 피를 토했다. 검붉은 피가 한 바가지도 넘게 뿌려졌다.

하지만 천호에게는 닿지 않았다. 뒤로 크게 밀려나는 말 머리 악신을 거의 같은 속도로 따라잡은 천호의 머리 위로 피가 흩날렸다. 마검 미트라가 말 머리 악신의 복부를 꿰뚫었다.

[라이프 드레인!]

[소울 드레인!]

정신세계 속 미트라가 양손에 서로 다른 빛을 발하며 소리쳤다.

이름 그대로였다.

생명력과 영혼의 힘을 동시에 착취하는, 실로 마검다운 공격이었다.

마검 미트라의 검신이 검붉게 달아올랐다. 천호는 야차신왕의 괴력을 발해 마검 미트라를 휘둘렀다. 말 머리 악신의 복부에 박아 넣었던 미트라로 뼈와 살을 갈라 옆구리로 빼내었다.

“끄아악!”

말 머리 악신이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천호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말 머리 악신이 피를 토하고 비명을 지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수 초 남짓. 아니, 그조차도 되지 않았다. 거의 연달아 피와 비명을 토한 말 머리 악신이 바닥에 널브러졌고, 천호는 다시 마검 미트라를 놀렸다.

당혹과 경악과 두려움에 의해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말 머리 악신의 심장을 노렸다.

[불량 식품 맛이야!]

마검 미트라가 인상을 찡그린 채 투덜거렸다. 라이프 드레인과 소울 드레인으로 흡수한 것들이 마검 미트라 안으로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심장에 미트라가 박힌 말 머리 악신이 발악을 위해 힘을 끌어올렸지만, 천호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마검 미트라를 비틀었다. 문자 그대로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 발악은커녕 몸을 늘어트리는 놈에게서 마검 미트라가 다시 한 번 생명력과 영혼의 힘을 갈취했다.

“놈을 죽여!”

말 머리 악신이 초죽음이 되고 나서야 다시 시간이 움직였다.

도루마가 소리쳤고, 남은 소악신 둘이 동시에 천호에게 달려들었다.

새와 늑대.

천호의 붉은 안광이 빛을 발했다.

순식간에 파악해 냈다.

새는, 신조는 아직 두려워하고 있었다. 역병신의 위세를 빌린 도루마의 명령에 강제되었을 뿐, 도망치고 싶어 했다.

그러니 새를 친다.

망설임과 두려움을 가진 놈의 목을 비튼다.

호세사천왕.

비루다카의 장.

광원의 스칸다.

천호가 사라졌다. 숫제 단거리 공간 이동인 블링크라 해도 좋을 기동이었다.

천호를 향해 질주하던 새와 늑대가 멈칫했다.

천호가 다시 나타난 것은 새의 눈앞이 아니었다. 새의 머리 위였다.

“키악!”

순간적으로 천호의 등장을 간파한 새가 몸을 뒤틀어 천호를 보았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하늘 뒤덮기.

드리타라슈트라의 장.

보이는 손과 함께하는 장의 노도.

콰가가가가가가가강-!

마치 우레가 치는 것 같았다. 수백, 어쩌면 일천에 달할지 모를 장의 노도가 거대한 새의 형상을 한 소악신의 전신을 뒤덮었다.

새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 했다. 바닥에 처박혔고, 천호는 마검 미트라를 던졌다.

낮이 아닌 밤이었지만, 태양의 지원은 없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사용할 수 있었다.

성검 스킬.

마검 미트라가 스스로의 의지로 날았다. 다급히 이쪽으로 몸을 튼 늑대의 미간을 꿰뚫을 기세로 날아갔다.

“크헝!”

늑대가 포효하며 힘을 발했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마검 미트라의 돌진을 방해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천호의 주먹이 새의 머리를 강타했다. 태산 부수기는 새의 두개골을 관통했고,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노옴!”

도루마가 포효하며 천호에게 돌진했다.

천호는 그런 도루마의 움직임을 온전히 읽어 냈다. 왼손을 뻗어 빈사 상태인 새의 신성을 강제로 뜯어내었다. 붉은 안광을 빛내며 다음 수를 두었다.

성검 스킬, 회수.

돌진해 오는 도루마를 똑바로 노려보며 명령했다. 늑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마검 미트라가 미련 없이 천호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평범한 회수가 아니었다.

천호와 미트라의 사이에 도루마가 놓였다. 칼날을 곧이 세운 마검 미트라의 비행은 회수라기보다는 공격에 가까웠다.

“어림없다!”

도루마가 역병신의 마검인 흉신의 검을 휘둘러 마검 미트라를 쳐 냈다.

동시에 역병신의 기운을 퍼트려 주변 일대에 역병이 창궐하게 하였다.

온갖 질병들이 도루마를 중심으로 전파되었다.

말 머리 소악신의 신체가 순식간에 썩어 들어갔고, 간신히 숨을 이어 가던 새가 외마디 신음을 끝으로 몸을 늘어트렸다.

천호에게도 질병들이 밀어닥쳤다.

천호는 현자의 시간을 사용했다. 각종 정신 공격을 차단했고, 야차신왕의 강건함으로 질병들에 맞섰다.

그 와중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쾅!

도루마의 앞에 섰다. 마검 미트라를 쳐 내고 급히 자세를 수습하는 놈에게 대뜸 장을 퍼부어 방어하게 한 뒤 손을 뻗었다. 궤도가 한 번 뒤틀렸던 마검 미트라가 얼른 천호의 손에 안착했다.

검투.

도루마는 자신이 있었다. 3층에서 대결했을 때도 검술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았으니까. 천마의 형상을 한 천사의 개입이 없었다면 자신이 승리했을 터이니까.

도루마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3층에서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15층이었다.

작금의 천호는 그때와 달랐다.

검과 검이 엮였다.

첫 수를 나눈 순간에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세 번째 수를 나눈 순간, 도루마는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검술의 격이 달라졌다. 그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단순했다.

[여명의 검.]

지금의 천호는 분명 태양의 신인이 아니었다. 밤의 짐승인 야차신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용사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무공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여명의 검이 천호와 함께했다.

카카카카카카캉-!

순식간에 십여 합이 오갔고, 도루마의 손발이 어그러졌다. 검술로는 도저히 천호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도루마였다.

당연했다.

태초의 대장간의 수호자인 마키나조차도 검술로는 천호에게 패했다.

제국 굴지의 대검호였던 겨울왕조차도 천호를 이기지 못했다.

‘어째서!’

3층에서 15층까지.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기껏해야 두 달 남짓한 시간일 뿐이었다.

그런데 검술이 이렇게까지 성장했다고?

다시 검이 교차했다. 아니, 교차가 아닌 희롱이었다. 도루마의 손발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뒷걸음질 쳤고, 천호가 따라붙었다.

도루마는 끔찍한 기분을 느꼈다.

낮에 강해지기에 밤을 불렀더니 밤에도 강해졌다.

체술은 물론이고 검술로도 도루마 자신을 압도했다.

반칙이었다. 부조리였다. 이런 일 따위, 이런 일 따위!

[어쩌라고?]

마검 미트라가 코웃음을 쳤다.

참원의 묘로 도루마의 가슴을 베었다. 단순히 육체를 가르는 데 그치지 않고 도루마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크헝!”

늑대 소악신이 이쪽을 보며 짖었다. 천호는 그런 늑대를 돌아보며 포효했다.

“크허엉!”

사냥꾼의 포효에 늑대가 겁을 먹었다. 용맹하게 달려들기는커녕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그 공백을 뒤늦게나마 합류한 군대의 신이 덮쳤다.

“하앗!”

절도 있는 기합을 내지른 군대의 신이 검을 휘둘렀다. 군마 위에서 펼치는 그 일격은 실로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천호는 다시 도루마를 보았다. 늑대 소악신 따위는 군대의 신의 상대가 될 수 없으니 크게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도루마가 악의를 쏟아 냈다. 천호를 저주했고, 천호는 순간 눈빛을 바꾸었다.

도루마의 욕지거리에 노한 것이 아니었다.

역병신의 마검이 새로운 빛을 발했다. 도루마가 몸을 부들부들 떠는가 싶더니 무시무시한 힘을 발산했다.

[강신이야! 일부를 강림시키려는 거야!]

마검 미트라가 비명처럼 외쳤다.

4층에서 있었던 일.

오른팔이나마 강림시켰던 역병의 신.

지금 이곳은 15층이었다. 심층 바로 위에 자리한 장소였다.

일부가 강림한다면 그 힘은 4층의 것과 비교조차 할 수 없으리라.

“[노옴!]”

도루마의 입을 통해 역병신이 일갈했다. 도루마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마검이 녹색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천호는 사납게 웃었다. 마검 미트라를 휘둘러 도루마의 손목을 잘랐다. 역병신의 마검을 도루마와 분리시킨 뒤 땅을 크게 밟아 역병신의 기운을 밀어냈다.

[무리야!]

하지만 강림 자체는 계속되고 있었다. 역병신과의 연결이 끊어진 도루마가 비척거리며 쓰러진 것과는 무관하게, 역병의 마검은 더더욱 진한 역병의 기운을 발산했다.

어찌할 것인가.

천호는 이번에도 결단을 내렸다. 야차신왕의 신성을 최대한 발휘한 뒤 역병신의 마검을 움켜쥐었다.

[막아 볼 테면 막아 보아라! 막아 보란 말이다!]

역병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놈이 기꺼운 웃음을 터트렸다.

제대로 된 강림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힘을 보낸 뒤 터트릴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치유의 신과 호각을 이루는 역병신의 힘이었으니, 전장 한복판에서 그 힘이 터지면 천호는 몰라도 천사들과 영웅들, 원주민들은 큰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다.

역병의 마검을 매개체로 한 힘의 강림.

그래서 천호는 마검 미트라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마검 미트라가 윽-하며 움찔하더니 울상이 되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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