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레이커-106화 (106/211)

‘언제 한번 가 보고 싶긴 하네.’

파이엔과 지구 말고도 다른 세계들이 있었다.

언젠가, 정말 나중의 일이었지만 미궁 세계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세계들 역시 여행해 보고 싶었다.

‘그때도 미트라랑 루시엘이 함께하려나?’

다른 이들은 몰라도 두 사람은 그럴 것 같은데.

천호 자신의 성검과 천사였으니까.

[그대여, 무슨 생각을 그리 하나. 음흉한 생각인 것 같은데.]

“아니거든요? 맑고 순수한 생각이거든요?”

아주 작게 말한 천호는 다시 고기 굽는 일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여.

마침내 배가 부른 영웅들과 천사들이 저마다 행복한 얼굴로 나자빠졌다.

“음, 그냥 좀 재울까요?”

[으음,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겠나.]

포탈 타고 이동하고 약 두 시간이 지났지만 태초의 대장간의 태자조차 나오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미트라 말마따나 일단 이야기를 듣긴 들어야 했다.

천호는 일단 영웅들과 천사들을 살펴보았다.

숫자는 일곱.

그중 영웅이 셋이었고 천사가 넷이었다.

성별까지 언급하자면 남자 영웅이 둘, 여자 영웅이 하나, 남자 천사 셋과 여자 천사 하나였다.

중층 깊은 곳에서 활약한 정예들답게 다들 제법 강한 자들이었다.

치유의 신이 보내 준 리스트에 따르면 영웅들의 평균 레벨은 70대 초반으로 69인 루실리아보다 높았고, 천사들은 모두 경험 많은 5급 전투 천사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대는 레벨이 몇인가?]

“79요.”

중층에 진입할 당시만 해도 45였지만, 그 사이에 해치운 자들이 워낙 굵직굵직한 데다가, 잡몹들도 많아서 소위 말하는 폭업을 한 덕분이었다.

[음, 그럼 그대가 이 중에서 제일 강하겠군.]

미트라가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호가 용사 스킬을 익힐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히죽히죽 웃고 있는 것 같았다.

[헤헤, 헤헤헤.]

그렇게 좋을까.

레온하고 함께 다닐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미트라가 살짝 걱정되는 천호였지만 그래도 일단 귀여웠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루시엘, 한 분만 어떻게 대화가 가능할까요?”

“네, 용사님. 릴리엘 님을 모셔 올게요.”

명단상 천사들의 리더인 인물이었다.

루시엘은 바닥을 뒹구는 천사들 중에서 유일한 여자인, 갈색 머리칼을 길게 기른 천사에게 다가가 무어라 다소곳이 이야기를 전했다.

[음, 군대에서 후임이 선임 깨우는 것 같군.]

“그럼 안 일어나지 않을까요?”

[으음, 가능성이 있군.]

하지만 여긴 인간의 군대가 아니었다.

릴리엘은 바로 몸을 일으켜 세운 뒤 루시엘처럼 네 장인 날개를 살짝 파닥였다.

“부, 부축 좀 해 주련?”

“네, 선배님.”

너무 많이 먹어서 움직이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천호는 애써 못 본 척하며 기다렸고, 이내 루시엘의 부축을 받은 릴리엘이 천호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인사가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아이테르 님을 모시는 5급 전투 천사 릴리엘입니다. 용사님을 뵙습니다.”

릴리엘이 꾸벅 배꼽 인사를 한 뒤 활짝 웃으며 말했다.

청순함과 발랄함이 함께 느껴지는 귀여운 여인이었다.

천호를 바라보는 릴리엘의 눈에는 호감이 가득했다.

뜨거운 목욕물과 식사를 내려 준 천호는 과장 조금 보태 신과 같았다.

더욱이 천호에게는 천사들의 조력자와 훈육자라는 타이틀이 있었으니까.

실리키엘이 그러했던 것처럼 여간한 천사는 그냥 천호를 보기만 해도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천사 한정 페로몬이라고 해야 할까.

“박천호입니다.”

[그대여, 입이 찢어지려고 한다.]

미트라가 흥 하며 말했지만 아니었다. 포커페이스 레벨도 드높아진 천호인 만큼 표정 관리 하나는 완벽에 가까웠다.

“릴리엘, 태초의 대장간과 그 수호자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에요, 용사님.”

릴리엘이 다시 말하자 루시엘은 순간 흠칫하더니 천호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치 자신이 천호의 천사임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음.”

[그대여, 이번에는 진짜로 입이 찢어지려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천호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탁합니다.”

“네, 용사님.”

애교 있게 답한 릴리엘은 숨을 한 번 고르더니 표정을 조금 진지하게 고쳤다.

“이미 아시겠지만 대장간의 수호자 때문에 대장간 진입이 힘든 상황입니다.”

“대장간의 수호자가 많이 강한가요?”

조금 바보 같을 정도로 당연한 질문이었지만 대화의 흐름상 필요한 말이었다.

릴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합니다. 하지만 진입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수호자가 강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강하다고는 해도 그는 혼자니까요.”

태초의 대장간 수색에 나선 영웅들과 천사들은 결코 무능하지 않았다. 중층 깊은 곳에서 활약하는 중층의 에이스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일곱이나 있는데 수호자 하나를 어찌하지 못 한 것은 수호자와의 싸움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시험에 가깝습니다.”

“시험이요?”

“네, 시험.”

미간을 좁힌 릴리엘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 * *

태초의 대장간은 지하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상과 이어진 통로는 오직 하나뿐이었고, 그 통로 앞을 수호자가 지키고 있었다.

온통 설원이었지만 대장간의 입구는 그렇지 않았다.

설원 한가운데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대장간 입구에만은 눈이 쌓이지 않았다.

검은 땅 위에는 수십 자루나 되는 무기들이 꽂혀 있었다.

검과 창은 물론이고 도끼나 망치 같은 무기들도 있었다.

무기로 이루어진 숲 한가운데 대장간의 수호자가 서 있었다.

태초의 대장장이의 역작.

자동인형 마키나.

그는 자신의 형제들이라 할 수 있을 대장장이의 무구들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다가오는 이들을 바라보며 숫자를 헤아렸다.

“일만 삼천육백십이…….”

태초의 대장장이가 돌아오지 않은 시간.

그 사이에 떠오른 태양의 숫자.

천호는 대장간의 수호자를 마주하였다.

태초의 대장간의 수호자는 분명 강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홀로 일곱이나 되는 적을, 그것도 중층 깊은 곳에서 활약하는 천사들과 영웅들을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다.

“동시에 덤비면 어떻게든 이길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덤빌 수가 없었어요. 시험 조건이 그랬거든요.”

시험.

태초의 대장장이는 무기를 만드는 자였다.

자신이 만든 무기를 그게 걸맞은 실력을 가진 자가 소유하기를 희망했다.

자동인형 마키나는 단순한 수문장이 아니었다. 그는 자격을 묻는 시험관이기도 했다.

“일 대 일 대결로 마키나를 꺾어라. 오직 순수한 무기술만으로.”

태초의 대장장이는 장인인 동시에 전사였다. 그는 자신이 만드는 무기들을 그 누구보다 깊이 탐구하였고, 그 결과 대장장이 기술만큼이나 뛰어난 무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마키나는 그런 태초의 대장장이의 기술을 모두 물려받았다. 대장장이보다는 한 수 아래였지만 무기의 숲에 꽂혀 있는 모든 무기들을 달인 이상의 실력으로 다룰 수 있었다.

“만약 응하지 않으면요?”

태초의 대장장이는 죽었다.

태초의 대장장이가 살아 있는 상황이라면 규칙을 무시할 수 없었다. 기껏 마키나를 쓰러트려도 태초의 대장장이가 규칙 위반을 문제로 문을 열어 주지 않거나 만나 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태초의 대장장이도 없었고, 일행의 우선적인 목적 역시 대장간에 출입하는 것뿐 딱히 무기를 받아 내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천호의 물음에 릴리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규칙을 어기면 대장간의 입구가 바로 봉쇄되게 되어 있어요. 입구와 통로를 모조리 폭발시켜서 아무도 출입하지 못 하게 만드는 거죠.”

마키나를 협공으로 물리치거나.

시험에 응하는 대신 편법을 동원하거나.

[…태초의 대장장이답군.]

미트라가 작게 말했다. 괄괄하고 과격한 구석이 있던 태초의 대장장이를 떠올린 탓이었다.

“조건에 대해 알려 준 것은?.”

“마키나에요. 하지만 거짓말 같지는 않아요. 대장간 입구에도 똑같은 내용의 동판이 붙어 있어요.”

물론 두 가지 모두 결국 상대의 주장일 뿐이었다. 정말 그리된다는 확증은 아니었다.

하지만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상황이 아니었다.

정말로 입구가 봉쇄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 시험에 응하는 것이 좋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희는 모두 시험에 실패했어요. 몇 번이든 도전해도 좋다고 했지만 당장은 가망이 보이지 않아서 지원 요청을 했어요.”

사실 귀환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지로만 이동해 오는 가운데 식량을 비롯한 각종 물자가 동이 나고 말았으니까.

10층 최동단, 변방 중의 변방이라 할 수 있을 이곳에는 오직 눈뿐이었다. 이렇다 할 짐승들조차 보이지 않으니 사냥을 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나마 태초의 대장간이 있기에 제국에서도 포탈을 설치한 것이지, 아니었으면 포탈을 설치할 이유가 전혀 없는,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다.

“용사님이 유일한 희망이에요.”

릴리엘이 양손을 꼭 모아 쥐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음.”

[그대는 저런 행동에 너무 약하다. 그게 용사답기는 하지만.]

미트라가 투덜거리듯 작게 중얼거렸고, 루시엘은 괜히 천호의 팔을 끌어안았다.

천호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한 번 해 보죠.”

자동인형 마키나와의 대결.

릴리엘의 얼굴이 밝아졌다.

* * *

마키나는 남자처럼 생겼다.

키는 2미터가 조금 안 될까. 팔다리는 길었고,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검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사람과 구분이 가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은 충분히 미형이었고 말이다. 검고 긴 머리칼은 하나로 묶어 늘어트린 상태였다.

마키나가 붉은 눈으로 천호를 보았다.

천호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뒤 미트라를 뽑아 들었다.

[그대여, 조심하라.]

미트라가 낮게 말하며 능력 공유를 발동시켰다.

천호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마키나 역시 지면에 꽂힌 여러 무기들 가운데서 장검 하나를 뽑아 들었다.

천호는 다시 한 번 숨을 길게 내쉬었다.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가요, 미트라.”

[가자, 그대여.]

낮게 말을 주고받은 그 순간 지면을 박찼다. 마키나를 향해 돌진했다.

검과 검이 얽혔다. 한 번의 교차가 이내 두 번째 교차로 이어졌고, 눈부신 공방이 펼쳐졌다.

“용사님 파이팅!”

멀리서 에이젤이 폴짝폴짝 뛰며 소리쳤고, 다른 천사들과 영웅들 역시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천호를 응원했다.

그리고 훨씬 더 먼 곳에서 천호와 마키나의 대결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 * *

태초의 대장간은 무기를 다루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누구나 한 번쯤 가 보고 싶은 장소였다.

온갖 무구의 보고.

하나하나가 모두 전설이라 해도 좋을 태초의 대장장이의 무구들.

때문에 비단 신기 탐색을 시작하기 전부터 치유의 신을 필두로 한 선신 세력들은 태초의 대장간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미궁의 악신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태초의 대장간을 원했다.

* * *

대결에 임하기 전, 천호는 미트라와 정신세계에서 회동을 가졌다.

태양의 용사로 각성함에 따라 변한 것들을 점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마키나와의 대결을 준비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미트라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

여전히 십 대 초중반 소녀의 모습이었다. 황금빛 눈동자의 여인과 같은 검기를 발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는 미트라였다.

원초라 해도 좋을, 용사의 검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미트라가 검무를 췄다.

아름다고 또 아름다운 그것을 뇌리에 새겼다.

그리고 지금 그 모습을 재현하였다.

마키나와의 대결은 겨울왕 때와 달랐다.

힘과 힘이 부딪치는, 패도적이라 해도 좋을 공방을 주고받았던 겨울왕 때와 달리 유려하고 부드러웠다.

물론 그렇다하여 말랑말랑한 것은 아니었다.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공방 사이사이에 날카로운 일검이 끼어들었다. 방심할 틈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숨 막히는 공방 속에서 천호는 레온의 말을 떠올렸다.

익힌 것이 너무 많다.

하나하나 달인의 수준이지만 중심이 없다. 그렇기에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다.

내공이나 마력, 신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키나가 찌르기로 들어왔다.

방어가 특기인 달 세뇨 왕국 검법으로 찌르기를 튕겨 냈다.

하지만 그 순간 마키나가 몸을 크게 회전시켰다. 튕겨나간 힘을 이용하듯 빠르게 회전하며 베기 공격이 들어왔다. 본래라면 동작이 너무 커서 빈틈을 드러내기 딱 좋은 공격이었지만 무시무시한 빠르기가 그러한 단점을 상쇄했다.

천호는 미트라에게 배운 제국검법을 펼쳤다. 레온의 검에 기초한 제국검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强이었다. 기둥처럼 버텨 서는 것으로 베기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 냈다.

검이 울렸다.

미트라의 검신이 자르르 진동했고, 무식하다고 해도 좋을 검들의 충돌은 그 여파를 검의 주인들에게까지 미쳤다.

미트라는 말했다.

어쩌면 이번 대결 자체가 천호에게도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고.

이번에는 천호가 공격을 펼쳤다. 공격 일변도인 제국창법의 묘리를 담은 찌르기였다.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펼친 일격이 대기를 관통했고, 마키나는 막는 대신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겨울왕과의 싸움에서 배운 것이 있었다.

초인의 육체에 어울리는 초인의 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자이기에 펼칠 수 있는, 상리를 벗어난 검술.

천호가 조금 더 빨라졌다. 공격이 보다 날카로워졌다.

마키나가 공격을 버렸다. 방어일변도로 돌아섰다.

에이젤과 루실리아가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천호를 응원했다. 루시엘을 필두로 한 천사들 거의 대부분이 양손을 모아 기도했다. 중층의 영웅들이 무어라 크게 소리쳤다.

수많은 소리 속에서 천호는 과거의 소리를 들었다.

레온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중심을 잡아라.

중심을 찾아라.

태양의 마력은 중심이 되었다. 내공과 신성과 용사의 힘 모두를 하나로 이끌었다.

검에도 그런 것이 필요했다.

중심이 될 검이.

호세사천왕과 달 세뇨 왕국검법, 레온의 제국검을 비롯한 천호의 모든 것들을 하나로 이어 줄 단 하나의 검이.

검이 교차했다.

태초의 대장장이가 벼린 검이 천호의 머리칼을 몇 가닥 갈랐다. 검끝은 닿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예기가 천호의 이마를 스쳐 피를 내었다. 천호의 검 또한 마키나의 옷을 갈랐다. 낡고 검푸른 천이 터지듯 갈라졌다.

여기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더 빨라져야 하는 것일까?

더 강해져야 하는 것일까?

검이 서로 얽혔다. 맞물려 꼼짝도 하지 않았고, 천호는 마키나를 보았다. 마키나의 붉은 눈 역시 천호를 주시했다.

어느 순간 서로를 밀어냈다. 그리고 다시 격돌했다.

천호는 레온을 보았다.

검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거대한- 기둥이라 해도 좋을 대검으로 변모한 미트라를 휘두르는 그의 검은 패도 그 자체였다.

황금빛 눈의 여인이, 미트라가 보였다. 그녀는 사람 키보다도 훨씬 더 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유려하고 날카롭고 아름다웠다.

이름 모를 남자가 보였다.

레온만큼은 아니지만 덩치가 무척 큰 그는 파이엔 최고의 창술이라 불리는 제국창법을 펼쳤다.

이어졌다.

이번에 보인 것은 여자였다.

달 세뇨 왕국 검법의 창시자. 붉은 머리칼의 그녀의 손에서 펼쳐진 검법은 방어인 동시에 공격이었다. 날카로운 반격기가 그녀의 검에 숨어 있었다.

겨울왕이 보였다.

그가 레온과는 다른 제국검법을 펼쳤다.

천호는 겨울왕과의 대결에서 그의 검을 배웠었다. 천호의 검에 그의 검이 남아 있었다.

천호의 검이 계속해서 변했다. 마치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계속해서 달라졌다.

황금빛 눈동자의 여인이 아닌, 소녀의 형상을 한 미트라가 보였다.

그녀의 검로를 따랐고, 마키나와 다시 격돌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충돌과 이탈을 반복했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았다.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천호의 눈에 아버지가 보였다.

호세사천왕을 펼치셨다.

다문천 바이슈라바나의 장.

천호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경지였다. 천호가 배우지 못한 기술들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모두 보았다.

천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을.

펼칠 수 있는 모든 기예를.

그리고 그렇기에 이제 볼 수 있었다.

중심이 되는 검을.

모든 검을 하나로 만들어 줄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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