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시간이 흘렀다.
죽음의 기사와 선봉대는 밤새도록 원한에 찬 울부짖음을 토해 낸 결과 마침내 기둥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작업 이후 도보로 이동하느라 천호 일행보다 뒤쳐졌던 루카스와 1만 정병이 실리피안 요새에 도착했다. 귀환 도중 인근의 군소 병력들까지 규합했기에 그 숫자는 실리피안 요새를 처음 떠났을 때보다 오히려 늘어 있었다.
치유의 신의 지원군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기동력을 우선시했기에 대부분이 7급 전투 천사들이었다.
도착한 천사들의 총원은 오십여 명 남짓. 얼핏 적은 숫자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결코 아니었다. 중층의 전장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이 정도 숫자가 모인 것도 치유의 신이 상당히 무리를 한 덕분이었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겨울왕의 본대가 8층에 도달했다. 겨울왕은 서두르지 않았다. 실리피안 요새를 향해 너무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나아갔다.
태양의 여신 아이테르의 하위 신이자, 치유의 신의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생뻘인 정화의 신이 실리피안 요새에 도착했다. 외양만 보면 십대 초반의 소년이었지만, 여느 신들과 천사들이 그러하듯이 외양과 실제 나이 사이의 격차가 큰 자였다.
5급 천사 둘 만을 대동하고 나타난 그는 치유의 신과 달리 전투에 능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신이었다. 평범한 천사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신성력의 소유자인 만큼 겨울왕과의 일전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아니, 잠깐. 뭔가 무시당하는 기분인데?”
구체적인 외양이라든가, 첫 만남의 광경이라든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천호에게 정화의 신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겨울왕에 맞설 수련을 하느라 바쁜 것도 있었지만, 치유의 신과 정화의 신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미궁 세계에서도 손에 꼽는 대신인 치유의 신은 본신이 아닌 분신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화의 신은 그렇지 못했다. 분신이 아닌 진신임에도 불구하고 딱히 크게 와닿는 게 없었다.
신이라기보다는 강한 천사 같다는 느낌이었다.
[음, 하위 신이니까. 그리고 일전에 루시엘이 말했듯이 천사들도 일단은 다들 신이기는 하다. 신성의 격이 낮아서 그렇지.]
그러니 천호가 정화의 신을 ‘강한 천사’ 정도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맞아요. 절대 남자라서가 아니에요. 금발 미소년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도 아니고요.”
[…그대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어찌 되었든 신이었다.
그것도 치유의 신의 동생뻘인.
치유의 신이 이번 전투를 지원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였다.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천호도 부정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반복했지만 신은 신이었으니까.
더욱이 상대는 언데드였으니, 정화의 신은 그들의 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전투 계열인 게 좀 걸린다만.]
“그래도 신성력 덩어리니 쓸모는 많을 거예요.”
[그, 그래.]
그리고 다시 이틀 뒤.
루시엘을 비롯한 베테랑 작업 천사들과 락 드워프들이 주도한 작업이 마무리되고 하루.
겨울왕의 본대가 실리피안 요새 앞에 당도했다.
* * *
겨울왕의 선봉을 이끈 죽음의 기사는 미심쩍다는 얼굴로 실리피안 요새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튼튼하긴 했지만 평범한 요새였다.
실리피안 고원과 제국 본토를 구분 짓는 문과 같은 장소.
요새 양옆에는 협곡의 입구처럼 낮은 절벽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방이 평지인 실리피안 고원에서 길목이 만들어진 이유였다.
‘특별한 건 없는 것 같군.’
죽음의 기사는 어울리지 않게 안도의 숨을 내쉰 뒤 스켈레톤 나이트에게 손짓으로 명령했다.
본대에 이상이 없음을 보고하란 뜻이었다.
겨울왕 휘하에 집결한 언데드 군단의 총원은 약 4만 남짓.
9층에서의 싸움으로 파손된 언데드들 가운데 반수 이상을 복구한 덕분이었다.
죽음의 기사의 보고를 받은 겨울왕은 지체하지 않았다.
명령하였고, 죽음의 기사들은 이에 복종하였다.
실리피안 요새로의 공격을 개시했다.
* * *
실리피안 요새에 주둔 중인 병력은 모두 합쳐 1만하고도 7천.
겨울왕의 언데드 군단과 거의 2배 이상의 병력 차가 났지만 이쪽은 요새를 끼고 있었다.
수성전인 만큼 이 정도 병력 차는 어떻게든 극복이 가능했다.
이 전투가 인간들 간의 평범한 전투라면 말이다.
실리피안 요새 방어전의 총 지휘를 맡은 것은 루카스였다.
직접 병력을 이끌고 나설 만큼 무투파인 부르크 백작이었지만 자신보다 나이는 물론이고 그간 쌓아 온 공적, 전투 경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앞서는 루카스와 지휘권을 다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천호에게 백작2로밖에 인식되지 못 해서 그렇지, 그는 호방하면서도 강직한 좋은 무인이었다.
요새 전면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장소에 선 루카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눈앞에 도래한 4만 대군을 잠시나마 잊기 위함이 아니었다.
“더한 적도 많았지.”
비록 레온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 했지만 루카스 역시 마왕군과 항거해 싸운 영웅이었다.
루카스는 레온과 함께 싸우던 시절을 떠올렸다. 레온과 헤어진 이후 마주했던 수많은 전장들 역시 잊지 않았다.
“전군 전투 준비.”
눈을 뜨며 말했다.
멀리서 언데드들의 귀곡성이 들렸다. 땅을 울리며 진군해 오는 그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루카스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명령의 전파를 위해 들려오는 나팔 소리를 들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깃발이 세워졌다. 요새 안의 병력들이 돌진해 오는 언데드들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루카스도 그러했다. 어느 순간 앞으로 나섰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제국을 위하여!”
이미 멸망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리 외쳤다. 그리고 그 외침에 병사들 역시 호응했다.
“아이테르 제국!”
“우리들의 조국이여!”
장병들의 태반이 대미궁 안에서 태어난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루카스와 같았다. 용사 레온하르트가 세운 제국을 결코 잊지 않았다.
“레온하르트!”
“구세의 용사여!”
“우리를 굽어 살피소서!”
함성이 요새를 뒤흔들었다.
언데드들의 귀곡성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루카스가 웃었다. 이 세상에 결코 잊히지 않을 족적을 남긴 친우를 떠올리며 포효했다.
“전투 개시!”
“우리들의 제국을 위하여!”
“우리들의 제국을 위하여!”
장병들이 함께 외쳤다. 포효로 두려움과 공포를 날려 버렸다.
실리피안 고원.
용사의 고향.
아이테르 제국이 시작된 땅.
실리피안 요새의 모두가 나고 자란 땅.
회색으로 물든 하늘 아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겨울왕은 움직이지 않았다.
제자리에 멈춰 서서 바라보았다.
격렬한 전투였다.
죽음의 공포가 결여된 언데드들의 공세는 실로 무지막지했다. 바로 옆의 아군이 박살이 나 쓰러져도 아랑곳하지 않으니, 그 돌진력은 감히 인간의 군대가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실리피안 요새의 장병들도 만만치 않았다. 제국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아이테르 제국.
초대 용사 레온하르트가 세운 인간의 나라.
작고 가냘픈 목소리가 겨울왕의 귓가에 속삭였다.
하지만 겨울왕은 조소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끝난 일이었다.
이미 사라진 제국이었다.
겨울왕 자신이 바로 그 증거였다.
작고 가냘픈 목소리가 무어라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겨울왕은 무시했다. 그저 전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말하였다.
“아이테르 제국.”
웃지 못 했다. 조소를 흘리지 못 했다.
겨울왕은 제국의 잔흔을 보았다.
부서지고 또 부서져 가루만 남은 그것을 마주하였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 했다.
아니, 견디지 못 하였다.
겨울왕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전장을 향해 나아갔다.
* * *
“다시 일어나라! 죽음의 전사들이여! 한때 제국을 위해 싸웠던 자들이여!”
베르가프의 마도서에 손을 올린 채 라구엘이 포효했다.
보랏빛 사기가 그녀의 전신을 뒤덮었고, 검은 옷과 함께하기에 더욱 눈에 띄는 금발이 거센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의 명령에 언데드들이 일어났다.
실리피안 요새를 지키다 죽은 자들이 아니었다.
실리피안 요새를 공격하던 와중 파괴된 겨울왕의 언데드들이었다.
라구엘의 말대로였다.
그들 역시 한때는 제국의 백성들이었다. 제국을 위해 싸웠던 자들 역시 있었다.
그들이 다시 일어나 겨울왕의 군대에 대적했다. 몸을 폭발시켜 실리피안 요새를 수호했다.
“죽음의 천사!”
“죽음의 천사!”
장병들이 소리 높여 외쳤다.
라구엘이 호응하듯 보랏빛 사기로 뒤덮인 한 쌍의 날개를 활짝 펴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라구엘이 돌연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사령술이 역류했기 때문이다.
“라구엘?!”
“선배님!”
아우라엘과 에이젤이 급히 라구엘에게 달려왔다. 라구엘은 그런 두 사람에게 무어라 말하는 대신 이를 악물었다.
사령술이 역류한 이유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겨울왕이 오고 있었다.
그가 전장을 가로질러 요새에 다가오고 있었다.
사령술로 겨울왕과 싸우는 것은 무리였다.
라구엘은 마도서에 주입하던 마력을 끊고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전장이 갈라지고 있었다.
수만 대군의 사이가 벌어지는 광경은 바다가 갈라지는 광경을 연상케 했다.
에이젤이 숨을 헐떡였다.
아우라엘이 라구엘을 부축하며 이를 악 물었다.
“용사님.”
라구엘이 말했다.
요새 안쪽을 돌아보았다.
* * *
정화의 신은 인상을 찌푸렸다.
실리피안 요새의 그 누구보다도 격이 높은 존재인 그는 싫어도 알 수밖에 없었다.
겨울왕의 격.
이미 중층의 독립된 악신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
그가 다가오고 있었다.
전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용사가 시킨 일을 해야 할 때였다.
“누님, 제게 힘을 주세요.”
치유의 신에게 기도 아닌 기도를 올린 정화의 신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두 주먹을 꽉 움켜쥔 뒤 좌우를 돌아보았다.
치유의 신이 보내 준 천사들 대부분이 이 자리에 모여 있었다.
용사가 정화의 신과 그들에게 부탁한 것.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용사의 부탁은 더 당돌한 부탁이었다.
‘배터리가 되어 주세요.’
정화의 신은 쓰게 웃었다.
용사의 바람대로 배터리가 되었다.
지면에 설치해 둔 마법진을 향해 신력을 퍼부었다.
* * *
겨울왕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그리하였다.
느꼈기 때문이다.
이변을.
주변 일대에 시작된 변혁을.
죽음의 기사들이 한발 늦게 그것을 깨달았다. 앞장서서 싸우던 죽음의 기사 셋이 뒤를 돌아보았다. 후방에서 대기 중이던 죽음의 기사는 팬텀 스티드를 몰아 하늘로 치솟았다.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기둥을 직접 돌파한 그였기에 바로 확신할 수 있었다.
용사가 부려 놓은 수작.
놈이 전장 전체에 벌여 놓은 대공사.
눈치챌 수 없었다.
눈치채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상에서 알아차리기에는 그것이 너무나 컸으니까. 너무나 광범위했으니까.
땅 위에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
그것으로부터 빛이 일었다.
순백의 광휘가 전장을 집어삼켰다.
* * *
요 며칠. 병사들은 한결같이 땅을 팠다.
전장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기 위해 선을 따라 참호를 팠다.
도안은 라구엘이 그렸다.
4층, 플로렌 왕국의 왕도를 뒤덮었던 치유의 신의 마법진이 모티프가 되었다.
마법진을 감추는 것은 쉬웠다. 사방이 눈밭이니 눈으로 참호 위를 덮어 버렸다. 겨울왕의 본대가 진군해 올 루트에는 참호가 들키지 않도록 발판을 깔아 두었다.
가장 어려운 일은 꽁꽁 언 땅을 파내는 일이었지만, 워낙 인원이 많은 데다가 천사들이 각종 마법으로 땅을 녹여 준 덕분에 어찌어찌 해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뤄 낸 대공사.
하지만 플로렌 왕국의 마법진과 아주 같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정화의 신이 나선다 할지라도 플로렌 왕국의 왕도에 모여 있던 어마어마한 마력을 대체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용도를 제한했다.
치유의 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마법진 내의 모든 사특한 것들을 소멸시키는 대신 다른 일에 힘을 집중시켰다.
마법진 전체에서 치유의 신을 상징하는 붉은빛이 일었다.
정화의 신과 천사들이 사력을 다해 신력을 퍼부었고, 루시엘이 전장의 거대한 마법진을 조종하는 요새 내의 마법진 한가운데 치유의 신의 깃발을 꽂았다.
“화려하게 빛나!”
루실리아가 천진하게 외친 그때 실리키엘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전장 전체를 뒤덮은 순백의 광휘 뒤에 일어난 붉은빛이 향하는 곳을 지켜보았다.
마법진 안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전장을 가로질러 실리피안 요새로 향하던 겨울왕을 포위하듯, 직경 50여 미터에 달하는 마법진이 펼쳐졌다.
실리키엘은 말했다.
겨울왕과 평범하게 싸워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고.
그와 대적하는 것은 무리라고.
천호는 그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겨울왕을 쓰러트려야만 이 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수를 내었다.
“주군!”
죽음의 기사들이 일시에 외쳤다. 순백의 광휘가 전장을 뒤덮었지만 자신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언데드 군단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겨울왕은 아니었다.
겨울왕이 붉은 마법진 안에 갇혔다.
전장 전체에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은 오직 겨울왕 하나를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겨울왕을 가둔다.
대미궁의 마기와 차단시킨다.
신력을 퍼부어 겨울왕을 약화시킨다.
미트라가 말했다.
불확실한 각성에 기대지 말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준비된 자가 미인을? 아니, 마왕을 잡는 법이라고.
그래서 준비해 두었다.
이길 수 있는 전장을.
“유니온.”
전장의 하늘.
붉은 마법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천호가 말했다. 푸른 마갑 위로 황금빛 회로가 생겼고, 사스치엘의 등 위에 자리하고 있던 캐리어가 순백의 빛을 발했다. 그대로 분열해 천호에게 날아왔다.
마갑을 강화한다.
부족한 장갑을 보강한다.
마갑의 기본 기능이었던 마력 증폭 등 각종 버프를 한층 더 강화시킨다.
푸른 마갑 위에 은색의 장갑이 더해졌다.
비로소 마갑에 어울리는 모습이 되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용갑주.
진정한 마갑의 형태.
천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머니의 피를 각성시켰다.
어머니께서 알려 주시지 않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태양의 마력.
아침의 영광과 같이 찬란한 위대한 힘.
여기까지가 2단계.
그리고 마지막 3단계 강화.
[나는 그대의 검이다.]
미트라의 검신에서 황금빛 섬광이 일었다.
성검의 힘이 천호에게 전해졌다.
성검 스킬 ‘능력 공유’의 결과였다.
천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표표하게 일어난 황금빛 아우라 속에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이쪽을 올려다보는 겨울왕을 마주하였다.
“건투를.”
사스치엘이 말했고, 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스치엘의 등을 박차 지상으로 향하였다. 거센 바람으로 낙하 속도를 조절해 거짓말처럼 지상에 안착했다.
겨울왕이 천호를 보았다.
천호가 겨울왕을 보았다.
치유의 신의 영역 안이었다.
대미궁의 마기를 차단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무지막지한 신력을 겨울왕에게 퍼붓고 있었다.
겨울왕의 힘은 격감했다.
그는 분명 약해졌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겨울왕이 소울 이터를 들어 올렸다. 칠흑의 마기를 표표히 일으켰다.
한차례 검을 휘둘러 주변의 기운을 일소했다.
“오라, 성검의 주인이여.”
그가 말했다.
노성을 터트리는 대신 그저 차갑고 차분하게.
스스로가 놀라울 만치.
그리고 천호가 응답했다.
미트라와 함께 돌진했다.
결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