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레이커-52화 (52/211)

그리고 저 너머, 창에 가슴을 찔려 쓰러지고 있는 남자, 그 뒤에 넘어진 말. 그 결에 몸을 웅크린 수녀.거기까지였다.

엘리엘의 등을 박차다. 경로를 그렸다. 숨을 토하는 대신 발을 놀렸다, 랫맨들의 머리와 어깨를 밝으며 질주했다.

신속의 스칸다.

바람을 앞섰다.

가슴이 찔린 남자가 쓰러졌다. 머리와 어깨를 발힌 랫맨들이 뒤늦게 천호를 찾았다. 개중 하나가 소리쳤고, 천호가 미트라를 휘둘렸다, 바람, 질풍이 일었다,노성 어린 그것이 하늘을 었다.

소녀의 머리 위에 있던 박쥐 떼를 흘어 놓았다.

탁.

작은 소리가 났다. 천호가 지상에 안착했다. 웅크리고 있던 소녀가 흠짓 몸을 떨더니 고개를 들어 천호를 보았다.

십대 초반.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

검은 머리와 푸른 눈.

두려워하고 있었다. 공포에 떨고 있었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나마 품에 안은 아기를 놓지 않았다.그것으로 충분했다.

알 수 있었다.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천호가 움직였다. 검을 휘둘러 등뒤에서 덮쳐 오려던 랫맨을 갈랐다.

샤프니스 소드에 힘입어 베는 데 그치지 않고 두 동강을 내었다.

왼손을 놀렸다. 보이는 손과 더불어날린 두 개의 나이프가 랫맨 둘을 고꾸라트렸다.

금방이라도 덮쳐들 것 같던 랫맨들이 움찔했다.

질풍에 흘어졌던 박쥐 떼도 다시 대형을 갖추었지만 감히 덤벼들지못 했다.

천호는 소녀에게 등을 보여 주었다.

그대로 미트라를 들어 올렸다.

미트라는 무어라 말하지 않았다. 그저 성검으로서 용사에게 호응했다.

아침을 닮은 찬란한 황금의 빛.

천호가 미트라를 휘둘렀다.

레티샤 필 플로렌시아.

플로렌 왕국의 제1왕녀는 동생인 유그 덴 플로렌시아를 꼭 끌어안은 채 눈을 감았다.

무서웠다.

밤이 시작된 이후 두렵고 괴로운 일들만이 계속되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는 어떻게 되셨을까. 왕도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유모가 보고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겁이 많은 전속 시녀 비타는 지금 얼마나 울고 있을까.

거친 숨이 쏟아져 나왔다. 숨 쉬는 법을 잊은 것처럼 계속해서 헐떡였다.

생각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을 떠올렸지만, 전부 잠깐뿐이었다.

‘동생을 지켜 주렴.’

‘꼭 다시 만나자꾸나.’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의 마지막 당부.

성을 빠져나왔다. 비명과 괴성이 끊이지 않는, 불타는 왕도를 뒤로 하고 도망쳤다.

정신이 없었다. 왕도를 벗어나자마자 곧 추적대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뒤에서부터 한 명, 한 명 죽어 나갔다.

호위를 맡은 글렌 경은 뒤를 돌아보지 말라 했지만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죽었어.’

글렌 경이 이끌던 호위대는 열 명이 넘었다. 하지만 하나도 남지 않았다.

‘모두 죽었을 거야.’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왕도에 남은 사람들. 유모와 비타.

말이 넘어졌다. 동생인 유그를 꼭 안은 채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글렌 경이 가슴을 찔렸다.

‘모두 죽고 말 거야.’

글렌 경이 쓰러졌다.

흉측하게 생긴 마물들이 레티샤 자신을 보았다. 하나도 아니고 수십이나 되었다.

이상하게 울음이 터지진 않았다. 눈물은 새어 나왔지만, 엉엉 울지는 않았다.

그저 유그를 끌어안았다. 대신이라도 되듯 엉엉 우는 동생을 안은 채 주저앉아 웅크렸다.

모두 다 꿈이라면

그럴 리 없지만 그저 악몽이었으면.

그리고 소리가 들렸다.

거친 바람 소리였다. 누군가가 지척에 도달하며 난 소리였다.

레티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남자가 서 있었다.

이야기 책 속에나 나올 것 같은, 깜짝 놀랄 정도로 잘생긴 남자가 은은한 황금빛을 발하는 검을 들고 있었다.

남자는 무어라 말하지 않았다. 그저 레티샤 자신을 바라보았고, 이내 돌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글렌 경을 죽인 랫맨이 두 동강이 났다. 마법처럼 측면에 있던 랫맨 둘이 고꾸라졌다.

레티샤는 남자의 등을 보았다. 남자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아침의 영광과도 같은 찬란한 황금의 빛.

레티샤는 그 빛에 빠져들었다.

* * *

랫맨 일곱이 순식간에 전투 불능이 되었다.

전방의 랫맨들이 주춤거리자 후방에 있던 놈 하나가 소리쳤다.

“석궁! 석궁을 쏴라!”

근접전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더욱이 황금빛 검을 가진 놈은?천호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왕녀를 지키기 위함이 분명했다.

그러니 원거리에서 화살을 쏘아 재끼면 피할 방도가 없으리라.

창과 칼을 가진 랫맨들이 급히 옆으로 비켜섰다. 열댓 명의 랫맨들이 동시에 석궁을 발사했다.

천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랫맨들의 손가락이 석궁의 방아쇠에 걸리는 그때 오른발로 지면을 강하게 찍었다. 미트라에 내공을 주입하며 기억을 재생했다. 도루마가 그러했던 것처럼 손바닥 위에서 아쿠아 블레이드를 회전시켰다.

물의 장벽.

도루마 때 이상이었다. 천호는 아쿠아 블레이드를 머리 위로도 회전시켰다.

단숨에 펼쳐진 물의 장막이 천호의 정면뿐만 아니라 머리 위까지 보호했다.

촤자자자자작?!

석궁이 물의 장막에 막혔다. 머리 위를 노리려던 박쥐들의 공격은 시작하기도 전에 무위로 돌아갔다.

미트라는 흥분과 감탄을 동시에 토했다.

“쏴라! 계속 쏴라!”

랫맨이 소리쳤다. 옳은 판단이었다. 화려하게 막아 내긴 했지만 그저 막아 낸 것뿐이었다.

당황하던 랫맨들이 얼른 새로운 화살을 석궁에 재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천호의 손이 움직인 뒤였다.

“컥!”

석궁을 든 랫맨 둘이 나이프에 목이 꿰뚫려 쓰러졌다. 그리고 놈들의 등 뒤에서 커다란 포효가 울려 퍼졌다.

“커헝!”

사스치엘이었다.

엘리엘 역시 눈보라를 일으키며 박쥐 떼를 덮쳤다.

“용사!”

사스치엘의 외침에 천호가 호응했다. 급히 돌아선 뒤 왼손으로 왕녀?레티샤의 허리를 안아 들었다.

“꺅?”

귀여운 비명에 안심했다. 아직 비명을 지를 정도의 기운은 남아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천호는 엘리엘의 등에 올라탔다.

사스치엘이 랫맨들을 흩어 놓았고, 연이어 도착한 전투 천사들이 도망치려는 랫맨들을 찢어발겼다.

“이탈한다!”

사스치엘의 판단은 옳았다. 여기서 미적거리다가는 훨씬 더 많은 추적대의 공격을 받을 터였다.

엘리엘이 허공을 박찼다. 천호는 3층과 이어진 기둥 쪽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엘리엘! 기둥으로!”

왕녀는 지금까지 합류한 천사들과는 상황이 달랐다.

3층의 락 드워프들에게 데려가는 쪽이 안전했다.

하지만 엘리엘은 방향을 트는 대신 달리며 소리쳤다.

“왕녀는 무리! 위로!”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기에 제대로 된 말을 잇지 못 했다.

천호는 미트라를 돌아보았지만, 대미궁에 대해서는 천호와 마찬가지로 아는 바가 별로 없는 미트라였다.

천호의 의문을 해결해 준 것은 아우라엘이었다.

“격이 낮은 존재는 대미궁의 층을 자유로이 오갈 수 없습니다!”

어째서냐는 물음을 던지는 대신 천호는 의문을 접었다. 지금은 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계속 가라! 일단은 왕도에서 멀어지는 것만을 생각해라!]

어둔 밤 속에서 순백의 천사들은 너무나 눈에 띄었다. 최대한 거리를 벌려 보는 눈이 없을 때 몸을 숨겨야 했다.

“글렌 경.”

레티샤가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천호는 이를 악물고 레티샤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엘리엘이 달렸다. 불타는 왕도가 멀어졌다.

* * *

천호 일행이 질주를 멈춘 것은 거의 30분 이상을 이동한 뒤였다.

잎이 잔뜩 우거진 숲에 몸을 숨긴 일행은 저마다 몸을 늘어트린 채 숨을 골랐다.

[왕녀와 왕자를 구해 다행이다.]

미트라가 천호에게 말했다. 기운 내라는 듯 위로하는 투였다.

천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미트라의 황금빛 보석을 어루만졌다. 루시엘과 에이젤이 돌보고 있는 레티샤를 한차례 돌아보더니 이내 다시 아우라엘과 사스치엘에게 물었다.

“격이 낮은 존재는 대미궁의 층을 자유로이 오갈 수 없다니, 무슨 이야기죠?”

지금까지 듣지 못 한 이야기였다.

아우라엘은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듯 입술을 움츠렸고, 그녀를 대신하듯 라구엘이 나서서 설명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대미궁의 존재들은 자신이 거하고 있는 층을 쉬이 떠날 수 없습니다. 내려가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올라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죠.”

“어렵다는 게 무슨 의미죠?”

“각각의 층에 이미 적응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적응되지 않은 층으로 이동하면 그 층의… 대미궁의 저항에 부딪치게 됩니다. 간단하게는 체력 저하부터 크게는 전신의 출혈까지… 격이 낮은, 그리고 체력이 약하거나 마력의 운용에 익숙하지 못 한 존재는 층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천호는 눈을 부릅뜬 채 락 드워프들을 돌아보았다. 지금 설명대로라면 저들은 천호 자신을 따라나선 것만으로도 이미 목숨을 건 셈이었다.

천호의 속내를 짐작한 라구엘이 추가로 설명했다.

“락 드워프들 정도의 강인함이라면 저층에서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루시엘이 설명하지 않은 건 깜박한 것도 있겠지만… 루시엘이나 용사님에게는 저층에서의 이동이 딱히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왕녀와 왕자는 아직 어린 소녀와 갓난아기입니다. 층을 오가는 행위는 목숨을 위협할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였군.]

락 드워프들이 2층으로 도주할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

어떻게든 자신들의 층 내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려 한 이유.

그저 정든 고향이어서가 아니었다.

층간 이동이 결코 쉽지 않은 탓이었다.

“층간 이동이 쉽지 않은 것은 마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이유지만, 심층에 가까울수록 마기가 강해지니까요. 그들에게 있어 저층으로 올라온다는 것은 공기가 희박한 고산 지대에 올라오는 것과 비슷한 일일 겁니다.”

역병신이 천호를 죽이기 위해 심층의 존재들을 동원하지 못 하는 이유였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이번 층 내에서 해결을 봐야겠군요.”

층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 하다는 것은 곧 3층의 락 드워프들로부터 조력을 받지 못 한다는 이야기였다.

사스치엘이 문득 기둥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도 일단 상황은 전해야 할 거다. 4층의 기둥 바로 옆에 자리한 플로렌 왕국이 함락된 상황이니. 락 드워프들에게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방비를 하라 전해야겠지.”

거기까지 말한 사스치엘은 무지엘을 불러 3층으로 향하게 했다.

“락 드워프들에게 상황을 전하고 4층으로 돌아와라. 합류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면 그대로 3층에 머물고. 알겠나?”

“알겠습니다.”

무지엘이 기둥을 향해 이동했다. 전력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필요한 일이었다.

천호의 손에 아름다운 은 목걸이가 쥐어졌다. 목에 걸고 있으면 마력의 회복 속도를 높여 주는 아티팩트였다.

천호는 목걸이를 바로 장착한 뒤 다시 빛의 창을 돌아보았다.

히든 퀘스트는 왕가의 피를 지켜야만 4층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어째서 그러한지 아직 명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사실은 유추할 수 있었다.

‘왕녀와 왕자뿐이야.’

다른 왕족들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

불타는 왕도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천호는 이를 악문 채 왕녀와 왕자가 누워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루시엘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지쳐서 그렇지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요.”

루시엘이 억지로라도 방긋 웃으며 말하자 사스치엘이 미간을 좁혔다.

“루시엘, 혹시 왕녀로부터 얻은 정보는 없나?”

“…있어요. 겨울나무 숲에 자리한 마탑으로 도망치던 중이었다고 해요.”

루시엘의 말에 라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나무 숲의 마탑은 플로렌 왕가와 대미궁에 침식되기 전부터 돈독한 관계를 맺어 온 곳입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마구엘 대장의 지도가 있습니다.”

엘리엘이 바로 말을 이으며 다가왔다. 그녀의 허리춤에 매달린 주머니를 열어 보니 과연 4층의 지도가 나왔다.

“좋아, 다들 지쳤겠지만 바로 이동하도록 하지.”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었다.

천호는 지도를 외우자마자 엘리엘의 등 위에 올라탔고, 루시엘은 왕녀와 왕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미트라가 문득 말했다.

[그대여, 아마 마탑의 탑주는 아름다운 마녀일 거다.]

뜬금없는 이야기에 천호는 눈을 깜박였지만 이내 미소 지었다.

“그러면 좋겠네요.”

[반드시 그럴 거다.]

서툴지만 다정한 위로였다. 미트라에게 감사하며 천호는 정면을 보았다.

“출발하죠.”

조금 더 북쪽으로.

겨울나무 숲을 향해 이동을 개시했다.

* * *

역병신의 사도 칼라카는 왕도를 내려다보았다. 랫맨의 상위종인 랫노블인 그는 강력한 전사이자 마법사였다.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죽은 자와 산 자를 가리지 않고 불꽃 속에서 타들어 갔다.

“그런가. 용사가 왔는가.”

왕녀와 왕자에게 붙인 추적대가 전멸했다. 용사의 소행이라 단정 짓기는 어려웠지만, 칼라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도루마의 말대로 되었군.”

놈은 용사에 대한 경고를 하자마자 바로 자신의 은거지로 향했다.

칼라카는 도루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똑같이 4층에 머물며 몇 번이나 마찰을 겪은 사이였다.

하지만 도루마의 실력을 폄하하지는 않았다.

도루마가 다섯 자루 마검 가운데 두 자루를 잃었다.

사이가 나쁜 자신에게 달려와 직접 경고를 하였다.

그러니 얕보지 않는다.

어설프게 몰아치는 일 따위 하지 않는다.

“겨울나무 숲으로 향했겠군.”

왕녀가 도망친 방향.

작금의 상황에서 플로렌 왕가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

칼라카는 공격하기 전부터 지금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왕녀의 도주와 용사의 개입까지도 모두 오차 범위 안에 들어 있었다.

겨울나무 숲.

칼라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 *

사스치엘은 입을 열지 못 했다.

라구엘은 다시 한 번 지도를 확인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루시엘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잠든 레티샤 왕녀를 꼭 끌어안았다. 에이젤 역시 입술을 깨물며 유그 왕자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겨울나무 숲이 불타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마탑에서 치솟은 불길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애당초 왕도와 함께 공격했다.

두 갈래로 나뉜 군대가 두 곳을 동시에 집어삼켰다.

칼라카는 루카브론드처럼 의식의 효과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다.

지역 자체를 사막화시켜 현지인들을 말라 죽게 만드는 대신 힘을 갈무리했다. 몸을 웅크린 채 군대를 길렀고, 예상치 못 한 시점에 총공격을 퍼부었다.

물론 왕도와 마탑의 반격이 녹록하지 않았다. 마탑을 공격한 병력은 사실상 마탑의 마법사들과 함께 쌍으로 전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탑이 무너졌다.

왕도 역시 함락되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천호는 감정을 끊어 냈다. 겨울나무 숲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일단 오늘 몸을 숨길 장소를 생각했다.

미트라가 그런 천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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