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레이커-51화 (51/211)

도루마가 발걸음을 서둘렀다.51화제4장 - 플로렌 왕국대미궁에 침식되어 조각난 세계는 대미궁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대미궁 안에서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것일까.어째서.

천호의 아침은 빨랐다.

매일 아침마다 수행해야 할 아침수련 때문이었다.

현실은 『70가 아니다. 갈고 닭지 않는 기술은 무더지고, 단련하지 않는 육체는 약해진다.'

아버지의 말씀이었다.그리고 사실 파이엔에서는 놀면 레벨이 떨어진단다.

파이엔에서는 강함의 수준을 레벨로 측정했으니, 놀아서 기량이 떨어지면 레벨도 같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미궁 세계의 레벨 시스템은 파이엔 과 다소 다른 듯했지만, 천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침 수련의 목적은 단순히 현상유지에만 있지 않았으니까.

앞으로 나아간다.단 한 발자국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기술을 발전시킨다.

'드릴과 같다. 한 바퀴 돌리면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지.'

뭔가 출처가 의심되는 말이었지만, 천호는 아버지의 말씀을 좋아했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었으니까.

현재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간단한 맨손 운동을 하며 천호는 스스로의 신체 능력을 측정했다.

레벨 시스템 덕분에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신체였지만 그렇다 한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의 경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어느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가.

머리로 인식하고 있어야 했다. 몸을 생각한 대로 정확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단 몸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미궁 세계에 온 이후 아침 수련을 할 틈이 별로 없었다.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거나, 시간제한이 걸린 임무를 수행하는 일이 많았으니까.

때문에 모처럼 찾아온 아침 수련의 시간이 천호에게는 꽤나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제 좀 살겠네.

매일 하던 것을 안 하면 찜찜한 것이 인지상정이었으니까.

웃통을 벗은 채 거꾸로 서서 한 손팔굽혀펴기를 하던 천호는 자세를 바로 했다. 몸에서 후끈후끈 열이 났다. 각이 딱딱 잡힌, 그러면서도 부담스럽게 부풀지 않은 근육들 사이로 딸방울이 을렀다.

새삼 스스로의 몸을 돌아본 천호는 흐못한 미소를 지었다. 본래도 좋은 몸이었지만 미궁 세계 온 이후 더좋아져 있었다. 아마 레벨 시스템의 영향을 받은 덕이리라.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요, 용사님."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돌아보니 루시엘이 보였다. 그런데 어쩌 평소의 루시엘이 아니었다, 밤을 발강게 물들인 루시엘은 눈을 어디에 뒤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호의 벗은 몸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여, 여기 수건이요."

우물쑤물 수건을 건년 루시엘은 입술을 움츠리더니 다시 빠르게 말했다,

“이, 이따 배요."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퇴장.

루시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천호는 문득 느긴 시선을 따라 눈동자를 굴렸고, 구석진 곳에서 엄지를 추켜세우고 있는 에이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찜굿.

찜굿.에이젤이었지만 귀엽게 웃을 뿐 크게 부끄러워하지는 않았다.

천호는 다시 돌아선 뒤 루시엘이 건네 수건을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ㅎ무.'

[그대여, 징그럽다.]

미트라가 핀잔처럼 말하자 험험 혔기침을 토한 천호는 아주 작게 항변했다."그래도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아요?"

[매일 봐서 그런지 그다지 감흥이 없군.

하기야 천호가 목욕할 때마다 매일알몸을 보는 미트라였으니까.

빨리 썼기나 해라. 너무 서둘러 좋을 것은 없지만 이제 슬슬 4증으로 내려가야 하니.]

“음, 그렇겠죠.”

천호는 순순히 작은 방 안에 마련한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미트라가 다시 말했다.

[빨리 벗어라.]

“어, 음, 예."

뭘까. 이 어썬지 모를 찜찜함은.

저도 모르게 양팔로 몸을 가린 천호는 서둘러 샤워를 마쳤다.

어제 먹다 남은 만두로 아침 식사를 마친 일행은 우선 쿠르트 왕부터 만났다.

“용사여, 우리 드워프들은 은혜도 원수도 모두 두 배로 갖는다오. 그대에게 받은 은혜,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쿠르트 왕은 언행이 일치하는 드워프답게 말로만 끝내지 않았다. 겹게 손을 놀리자 근처에 있던 측근이 척 보기에도 귀해 보이는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지 밤새 고민했다오. 이미 성검을 가진 그대에게 더 나은 검을 선물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이오.”

[홈홈.]

미트라가 흐못해했고, 천호는 아주 작게 웃었다. 사실 뭐라도 검이 생기면 미트라에게 먹이면 되었지만, 그렇다고 이미 선물도 따로 준비한 쿠르트 왕에게 그냥 검을 달라 할 수는 없었다.

“밤새 논의한 끝에 결론을 내릴 수있었소.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려."

쿠르트 왕이 눈짓하자 측근이 상자의 뚜경을 열었다. 고급스런 상자 안에는 아름답게 세공된 망치가 들어있었다.

“오래전, 우리의 선조께서 푸른 불꽃으로 만들어 낸 첫 작품이오. 평범한 이가 이 망치를 손에 쥐면 장인이 될 수 있고, 장인이 손에 쥐면 명공이 될 수 있다오. 명공이 손에 쥐면 그 이상이 될 수 있고."설명대로라면 락 드워프들에게도 정말 소중한 보물일 터였다.

“그대는 우리 모두를 구했소. 은혜는 두 배로 갖는다 하였으니, 천하의 보물이라 한들 어찌 아까울 수 있겠소."

쿠르트 왕은 호탕하게 웃었고, 측근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들을 애써 감칠다.

“그리고 이 정도 선물을 했으니 우리 락 드워프들의 배포가 온 세상에 드러나지 않겠소. 그것으로 만족하오.”

“그러지 말입니다. 엘프들은 이런거 절대 못 주지 말입니다."

“우리 락 드워프들이니 가능한 일이지요."

쿠르트 왕이 다시 껄껄 웃자 이번에는 측근들도 웃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아무래도 후자 쪽은 측근들 마음에도 꽤 드는 상황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감사합니다."아버지도 그러시지 않았던가. 뭐든지 줄 때 잘 받으라고.

손재주 자체를 좋게 만들어 주는 망치라면 여기저기 쓸데가 많을 터였다.

기본 마음으로 쿠르트 왕과 인사한 천호는 일행과 함께 락 드워프들의 도시를 나셨다.

그리고 그런 천호 일행에 새로운인물들이 합류했다.

"다시 인사드리죠, 오레놀입니다."'랄프입니다.”

"사마디입니다."

'사라입니다."

'뉴디입니다."

어제 들은 다섯 명의 락 드워프들이었다.

이미 안면이 있는 오레놀 외의 네드워프들은 제법 구성이 다양했다.

오레놀 못잖은 전사로 보이는 우락부락한 대머리 랄프.

일행 가운데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수염과 머리가 모두 하얀 사마디.홍일점인 붉은 머리 사라.

이제 막 성인이 된 듯 다소 어설픈수염을 기른 듀디.

천호를 따라 나선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가족의 복수를 위하여.”

"쥐새끼 놈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기 위하여."

“다른 층을 보고 싶어서.”

"용사님의 여정을 함께하고 싶어서."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서.”복수라는 원초적인 이유도 있었고,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서라는 공명심에 비롯된 이유도 있었다.

천호는 그들 모두를 받아들였다,

“함께 힘을 합치죠.”

“네, 용사님!"

“예!"

락 드워프들이 저마다 눈을 빛내며 우렁차게 답했다.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서 왜 아버지가 늘 똑같은 말만 반복했는지 이해한 천호였다.사실 정답이기도 하고.'

모두의 힘을 모은다. 그리하여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아무튼 서두르쥬.”

벌써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졌다, 천호는 엘리엘의 등 위에 올랐고, 락 드워프들은 사스치엘과 카지엘, 무지엘의 등에 각각 매달렸다.

루시엘은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빵을 살짝 붉힌 채 따로 날아가는 쪽을 택했다.

"음."

[음.]

똑같은 음이었지만 앞은 아쉬움이, 뒤는 묘한 즐거움이 어려 있었다.

“출발하겠다.”

낮게 말한 사스치엘이 날개를 펼쳤다. 멀리 보이던 기둥도 하늘을 날아가니 금방이었다.

[사특한 기운이 느껴진다.]

계단 안에 들어선 순간 미트라가 낮게 말했다. 천사들 또한 무언가를 느겼는지 긴장한 기색이었다.

4층에서 밀려 올라온 기운.

3층이 해방되었기에 더욱 그 차이를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서두르쥬."천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길함을 억누르듯 더욱 속도를 높여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4층에 도달한 순간 미트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대여!]

천호는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 미트라를 봅아 들어 정면을 강하게 베었다. 성검의 성스러운 힘으로 사특한 기운을 몰아냈다.“크혁?!"

“커|"

락 드워프들이 돌연 고통스런 신음을 토했다. 3층에 비해 너무 강해진 마기 탓이었다.

“기운을 증폭시켜라! 드워프들을 보호해라!"

빠르게 외친 사스치엘이 성스러운 기운을 발산했다.천호는 정면을 보았다. 미트라와 치유의 신의 가호 덕분에 천호에게는 피해를 입히지 못 하는 마기였지만, 평범한 이들은 달랐다. 입구부터 이런다면 4층의 주민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지 절로 걱정이 되었다.

“미트라.”

가자, 용사여.]

엘리엘의 등에서 뛰어내린 천호는 발걸음을 서둘렸다. 기둥 입구에 특히 뭉쳐 있던 사기를 갈라 길을 열었고, 마침내 기둥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어두웠다.

하늘에는 온통 검은 구름이 가득했고, 저만치 멀리에서는 불길이 치았다.

천호는 숨을 골랐다. 심호흡을 하며 빠르게 주변 상황을 파악했다.

메마른 숲.

검은 하늘.

멀리서 치는 불길. 검은 하늘의 일부를 붉게 물들이는 그것.

언덕.

언덕 아래.

불길이 치고 있는 장소.천호는 불길을 보았다. 언덕 끝으로 달려 나가 발밑의 광경을 목도했다.

도시가 불타고 있었다.

락 드워프들의 도시보다 세 배는 큰 도시가 파괴되고 있었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역병신의 무리들이었다.

자이언트 랫들이 지면을 새카망게 물들였고, 1만을 훌찍 넘을 것 같은 랫맨들이 도시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하늘에는 커다란 박쥐들이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하늘을 더욱 검게 만들었다.뒤늦게 달려온 천사들이 비명을 삼쳤다.

락 드워프들의 도시와는 상황이 달랐다.

이미 싸움이 끝났다.

도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은 싸움이 아닌 학살, 그나마도 거의 끝을 본 상황이었다.

도시에는 온통 죽음만이 가득했다.

루시엘이 숨을 혈떡였다. 사스치엘이 이를 악물고 노여움을 참았다.

조금만 일찍 도착했다면.

조금만 서둘렸다면.쉬지 않고 어제 바로 출발했다면.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4층의 상황은 3층과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무언가 방법이-

[현자의 시간 Lv2]

강제로 침착함을 되찾았다.

천호가 숨을 가다듬었다. 도시로 달려가 무모한 싸움을 하는 대신 주변을 셨다. 싸움을 피해 도망친 이들을 찾는 것이었다. 도시 전체를 구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적어도 그들은 구할 수 있을지 몰랐다.

[히든 퀘스트 : 왕족 구출]

[역병신의 무리들에게 플로렌 왕국의 왕도가 함락당했습니다.]

[플로렌 왕국의 바이론 왕은 어린 왕녀와 왕자를 비밀 통로로 탈출시켰지만 그들의 운명 또한 경각에 처해 있습니다.]

[어린 왕녀와 왕자를 구해 플로렌왕가의 피를 지켜 내십시오.]

[4층을 구하기 위해서는 왕가의 피가 필요합니다.]

[퀘스트 유지 시간 : 21분]

빛의 창이 떠올랐다. 모두가 보았고, 누구 하나 망설이지 않았다.

천호가 곧장 엘리엘 위에 올라봤다.

엘리엘이 지면을 박찾고, 천호는 머릿속으로 빛의 창에 떠오른 지도를 복기했다. 주변의 지형과 지도를 일치시켰다.

언덕 아래. 계곡 너머.

왕도에서 제법 거리가 되었다. 언덕에서도 그리 가깝지 않았다.

엘리엘이 전력을 다해 날았다. 사스치엘과 아우라엘 외에는 누구도 쫓아오지 못 할 속도였지만 얼 수 없었다.

밤을 박찾다. 어듬을 질주했다.

[보인다!]

미트라가 외쳤다.

천호도 보았다. 이를 악물고 다시 한 번 시야를 넓혔다.

여전히 숲.

망가진 길, 3층에서 보았던 랫맨들보다 크고우람한 랫맨들 수십.

하늘에서 추적해 온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박쥐가 다시 스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들, 이미 숨이 끊긴 말들과 그 기수들여.

그런 죽은 이들을 뜰어먹고 있는 랫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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