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브레이커-48화 (48/211)

화살의 비로 응답해 주었다.48화한 발. 다시 또 한 발.

엘리엘이 지상을 향해 활강하는 그순간에도 천호는 연신 시위를 당겼다.

위력과 조준 모두 저격을 했을 때 보다는 못했지만, 그렇다 하여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은 아니었다.

'당할까 보냐!"한 팔로 루카브론드를 안은 도루마가 아쿠아 블레이드를 뽑아 들었다, 크게 원을 그리며 회전시키자 검신에서 뻐져 나온 물들이 동그란 원형의 방패를 형성했다,화! 확! 확!

천호가 내쏟 화살들이 물의 방패에 붙잡혔다. 관통력을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가진 방패 같았다.'그렇군.

천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도루마에게 돌진하는 대신 엘리엘에게 속삭였고, 엘리엘은 도루마의 머리 위를 그대로 지나쳤다.

노8"

도루마가 욕지거리를 토했지만 천호와 엘리엘의 위치가 너무 높았다. 천호는 이번에도 화살로 응답해 주었다.확좌!

다시 막혔다. 그리고 천호는 더 이상 도루마를 보지 않았다. 전장을 보았고, 파악했다. 최선의 전술을 머릿속에서 도출해 냈다.

"아우라엘!”

날카로운 외침에 아우라엘이 퍼득고개를 돌렸다. 천호는 엘리엘을 몰아 아우라엘을 향해 날아가며 다시 한 번 소리쳤다.“국려요!”

"네?"

아우라엘이 눈을 벅이며 되물었다.

굴리라니.

뭘?

"굴리라고요! 어제 알려 준 대로!”

천호가 재차 외쳤다. 약간의 설명이 주가되었기에 아우라엘은 천호의 말을 이해했다.하지만 그렇기에 다시 한 번 당황하고 말았다.

'지, 진짜로? 농담이 아니었어인락 골렘들을 어떻게 조종할지, 어떻게 싸울지 어젯밤에 논의하기는 했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전술도 듣기는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황당했던 이야기 농담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던 이야기.

하지만 지금의 천호를 보면 알 수 있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었다.

“아우라엘!"

“구, 굴러라!"

천호의 재촉에 아우라엘이 마음을 군혔다. 전방을 보며 소리쳤고, 구슬을 통해 명령했다.

굴러라.

옆으로 굴러라.

굴러서 랫맨들을 짓뭉개 버려라!

"쿠어!"락 골렘들이 일시에 포효하며 몸을 옆으로 눔혔다. 그 상태로 데굴데굴구르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쿠르르르!

콩! 콩! 콩!

스무 기나 되는 락 골렘들이, 신장이 10미터나 되는, 드워프의 특징상길이에 비해 두께도 몸시 두꺼운 돌기둥이 구르기 시작하자 지축이 뒤흔들렸다.

상상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으아!”

“도망쳐 |”

“키엑|”

“커억 |”

랫맨들이 속수무책으로 깥아뭉개졌다. 락 골렘들이 무기를 휘두를 때만 하더라도 어떻게 피한다는 개념이 성립했지만, 이제는 무리였다.다섯 기만 옆으로 늘어서도 50미터에 달하는 벽이 생기는 셈이었으니, 랫맨들 입장에서는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저, 저걸 저렇게 쓰네."

"무기 휘두르는 것보다 낮지 말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선조들의 유산이!”

"으육, 나중에 세척하려면 장난 아니겠지 말입니다."

"락 골렘들이 붉게 물들고 있어!"쿠르트 왕과 측근들이 싸우던 것도 멈추고 멍하니 락 골렘들의 구르기 행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하나.

멍한 눈으로 참상을 지켜보던 도루마가 피맺힌 절규를 토했다.

“이, 이 악마 같은 놈! 네놈의 피는 무슨 색이냐!"

용사란 놈이 마비 독을 쓸 때부터 범상치 않다는 것은 알아보았지만, 이 무슨 악마적 발상이란 말인가.수없이 많은 전쟁터를 누빈 도루마였지만 저렇게 끔찍한 학살극은 처음 보았다, 랫맨들은 이제 제대로 싸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방에서 울려 대는 방울 소리 덕분에 자리를 지키고는 있었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더욱이 용사의 악랄함은 도루마의 상상을 초월했다.

“아우라엘! 성안으로 몰아넣어요!"

쿠르트 왕이 무너트린 것은 사면의 성벽 가운데 오직 한 면뿐이었다.즉, 성안으로 밀어 넣으면 랫맨들은 도망칠 곳조차 없어진 상태로 락 골렘들의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어, 으, 네!"

그래도 역시 전투 천사.

아우라엘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눈매를 날카로이 하며 천호의 요구를 수용했다.

락 골렘들이 랫맨들을 성안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전황이 완전히 기울었다.

아직 랫맨들의 숫자가 제법 많았지만, 그저 많기만 할 뿐이었다.

도루마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이모든 상황을 초래한 용사를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어떻게는 놈만은 제거해야만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도루마.”

“루카브론드!”

가느다란 숨을 겨우 이어 가던 루카브론드가 도루마의 손을 붙잡았다.

그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억지 미소를 짓더니 쥐어짜 낸 목소리로 말했다.

“도망쳐라."

“뭐?”

“도망쳐라. 이미 전세가… 너무 기울었다."

도루마는 분명 강했다. 아마 일 대일 상황이라면 용사를 이길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일 대 일 결투를 기대할 수없는 상황이었다.

전투 천사들이 용사를 도울 터였다.

더욱이 일방적으로 기운 전황 속에서는 암살자의 무기인 암습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지금 나서는 것은 바보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역병신께서 임무를 내리셨다.

아니, 그걸 떠나 놈은 반드시 제거해야만 하는 악적이었다.

하지만 루카브론드는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락 골렘들이 일으키는 진동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랫맨들의 절규가 더더욱 커져만 갔다.

"살아라."

루카브론드가 도루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살아서 4층에 전해라.”용사가 어떤 놈인지를.

놈이 어떻게 3층을 공략하였는지를.

그리고 대비해라.

4층의 제단을 지키고 있는 자와 협력해라.

“4층에서야말로 용사를 막는 거다."

도루마가 이를 악물었다. 암살자로 자라며 감정을 절제하는 데 익숙한 그였지만, 가슴 깊은 꽂에서부터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기는 쉼지 않았다.루카브론드가 다시 웃었다. 불규칙적인 숨을 내쉬며 도루마의 품에서 일어섰다,

"가라. 가는 거다, 도루마!"

마지막 혼란을 일으킬 터이니.

네가 도망칠 틈 정도는 내가 만들어 볼 터이니.

루카브론드는 죽음을 각오했다. 아니, 어차피 곧 죽을 목숨이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비록 짧은 만남이었다지만 친구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최후겠지.도루마는 이를 악물었다.

루카브론드의 의지를 겪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의 말이 옮다는 사실역시 알고 있었다.

“이걸 받아라."

도루마가 내민 것은 아쿠아 블레이 드였다.

“마나 드레인을 사용해라."

강한 마범을 사용하려던 중에 치명상을 입어 체력은 물론이고 마력도 얼마 안 남은 루카브론드였다.

최후를 화려하게 불태우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했다.

'괜찮겠나?"

'그대에게 바치는 나의 경의다."

아쿠아 블레이드를 잃어도 좋았다.

루카브론드에게 최후에 험이 되어 주고 싶었다.

잘 쓰겠다."아쿠아 블레이드를 손에 쥐 루카브론드는 정면을 보고 섰다. 성벽의 잔해 덕분에 락 골렘들의 구르기 속도가 잠시 지체되었지만, 말 그대로 잠깐일 뿐이었다.

락 골렘들은 구르기 전용 돌기둥들이 아니었으니까. 잠시 일어나 잔해를 넘은 뒤 다시 구르면 되는 일이었다.

“이제 가라."

“그래, 그대를 만나 즐거웠다.”

나도 그러했다."루카브론드가 씩 웃었고, 도루마도 함께 웃었다.

그리고 서로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라!”

루카브론드가 외쳤다. 도루마가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천호가 그것을 보았다.

루카브론드는 천호를 똑바로 노려보며 마법을 발동시켰다.마나 드레인.

아쿠아 블레이드의 마력을 흡수했다. 동시에 주문을 외워 최후의 마법을 준비했다.

“공간을 넘어 강림하라. 지금 이 땅에 임하여 눈앞의 모든 것에 끔찍한 죽음을 선사하라!”

마력을 일시에 방출했다. 의식의 유지를 위해 신상에 축적해 두었던 힘까지 함께 해방하였다.

그리하여 불러내는 것.이 땅에 소환하는 것.

진녹의 기운이 응축되었다. 허공에 커다란 원을 그렸고, 그 너머로부터 붉고 거대한 괴수가 머리를 내밀었다.

"랫 키메라!"

사스치엘이 괴물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중층 이하에서만 발견되는 강력한 마물이었다.

놈의 털은 붉었다. 눈 또한 핏빛이었고, 목뿐만 아니라 몸이나 어깨,등에도 머리가 사 있었다, 랫 키메라가 끔찍한 울부짓음을 토했다. 저층의 존재들에게 압도적인 절망과 공포를 안겨 주었다.

락 드워프들은 제대로 숨을 쉬지 못 했다.

전투 천사들 역시 거친 숨을 내쉬었다.

루시엘은 양손을 꼭 움켜쥐었다. 반사적으로 천호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호는 생각했다.

가능하겠어.랫 키메라의 크기.

머리 높이가 대략 15미터. 몸길이는 꼬리를 뻔다면 20미터 남짓.

현자의 시간을 발동시킨 상태로 천호는 아우라엘에게 다가갔다.

진녹의 원을 빠져나오는 랫 키메라를 멍하니 바라보던 아우라엘의 코앞에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아우라엘, 구슬을 줘요."

"께! 아, 네. 여기."의식적으로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던 아우라엘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자 새삼 귀엽다고 느 천호였다.

하지만 지금은 엉큼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구슬을 넘겨받은 천호는 바로 락골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깔아뭉개!”

락 콜렘들이 일어섰다. 무기를 꼬나쥐고 달려가는 대신 양팔을 벌리고 랫 키메라에게 돌진했다,"쿠어!"

사방에서 덮쳐는 락 골렘들이 랫 키메라를 불잡았다. 진녹의 원을 빠져나와 포효하던 랫 키메라는 버티지 못하고 넘어졌고, 락 골렘들이 그런 랫 키메라 위에 계속해서 몸을 던졌다.

처음에는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던 랫 키메라였지만 위에 쌓이기 시작한 락 골렘의 숫자가 다섯기를 넘어가니 꼼짝도 하지 못 했다.

그리고 그렇게 중층의 마수가 제압되었다.사인은 물론 압사였다.

[음.|

모두가 명해 있는 가운데 그나마이성을 유지한 미트라가 짧게 말했고, 루카브론드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락 골렘들이 스무 기나 있는 만큼, 랫 키메라를 소환해도 그리 오래 버터지 못할 것임은 잘 알았지만, 설마 이런식으로 제압을 당할 줄이야.

“용사!”루카브론드가 다시 소리쳤다. 랫 키메라를 소환하기 위해 펼쳐진 진녹의 원을 자신 쪽으로 유도했다. 그기운을 하나로 모아 진정한 최후의 주문을 자아낼 생각이었다.

[용사여! 막아야 한다!]

미트라의 외침에 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엘이 허공에서 선회해루카브론드를 향해 돌진했다. 천호가 허리춤에서 미트라를 뽑아 들었다.[드디어!]

미트라가 환호했다. 루카브론드가 오른손에 진녹의 기운을 응집시키며 미트라를 보았다.

엘리엘이 속도를 높였고, 미트라는 검신을 통해 성스러운 힘을 방출했다.

그리고 천호가 보이는 손을 발동시켰다. 모두가 미트라에 집중한 그때왼손을 놀렸다.

일시에 쏘아진 두 자루의 나이프.

우레 어린 그것이 바람을 갈랐다.

미트라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루카브론드의 목과 가슴을 꿔놓었다.:그히어루카브론드는 더 이상 주문을 외울수 없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나이프에 어려 있던 우레가 터지며 루카브론드의 목숨을 앗아 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경이로운 투척술 Lv2가 되었습니다]

루카브론드의 정수를 획득했습니다.]

|저주받은 뼈 지팡이를 획득했습니다]확인사살은 필요하지 않았다. 엘리엘은 죽어 나자빠진 루카브론드 결에 멈추었고, 천호는 엘리엘 위에서 뛰어내렸다. 주변에 아직 랫맨들이 많았지만 누구 하나 천호에게 달려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돌아서서 도망치기 바봤다.

쿠르트 왕이 소리쳤다.

“이겼다! 승리했다!"

“우오오오|!”

“승리!”측근들을 시작으로 하여 락 드워프들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 됐다.

그 소리에 더욱 질린 랫맨들이 사분오열하여 도주했고, 쿠르트 왕은 그런 놈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추적하여 말살할 것을 명하였다.

락 드워프들이 랫맨들의 뒤를 쫓았다. 사스치엘을 필두로 한 전투 천사들이 성문을 막아 놈들의 퇴로를 차단했다.

일방적인 전투가 이어졌다.

잠시 도시 중앙에 세워진 커다란역병신의 신상을 바라본 천호는 다시 루카브론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마칩내 미트라가 입을 열었다

[용사여! 너무하지 않는가!

“응? 뭐가요?"

천호의 천연덕스런 물음에 미트라는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다시 토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너무하다! 아무튼 너무하단 말이다!

아니 어떻게 한 번을 안 쓴단 말인가.마지막에도 그렇게 멋지게 뽑아 들었으면 한 번 휘두르기라도 해야지!

내가 그래도 성검인데!

너는 용사고!

"음."

사실 일부러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적과 직접 검을 맞탤 기회가 없었을 뿐.

애써 웃음을 참은 천호는 루카브론드가 흘린 아쿠아 블레이드를 들어올렸다.도루마가 사용하는 것을 보았던 터라 대강 어떤 힘을 가진 마검인지 알 수 있었다.

검신 한가운데에 푸른 선이 그려져있는 장검.

분명 물이 나왔단 말이지."

검신에서 구친 물로 물의 방패를 만들었으니까,

[그, 그대여?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미트라가 저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머릿속으로 청사진을 그리던 천호는 상쾌하면서도 음흉하게 웃었다.

아쿠아 블레이드를 미트라에게 가져다 대며 말했다.

“자, 드시죠.”

아, 안 먹으면 안 될까]

레온이랑 같이 다을 때는 마검을 마다한 적이 없었지만, 어썬지 지금은 그러고 싶었다.하지만 천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해져야죠, 미트라. 얼른 신상도 부수러 가야하고요."

[그, 그래. 그렇긴 하지.]

하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이번에는 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일까.

자신에게 무슨 짓을 시키려는 것일까.

암살자가 쓴 것처럼 물의 방패를 만들면 좋을 텐데.

미트라가 망설임 끝에 아쿠아 블레이드를 흡수했다.

천호는 잘했다고 칭찬하듯 미트라의 황금빛 보석을 어루만진 뒤 정면을 보았다.

도시 중앙에 세워진 역병신의 신상과 제단.

“일단 저것부터 처리하죠.”

작업은 그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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