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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 에이스 > (196/200)

< 압도적 에이스 >

[자, 5회 초에 2아웃 이후 3타자 연속 출루! 뉴욕 양키스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습니다. 2아웃에 풀 베이스!]

[4회 말 Y-DO의 솔로 홈런으로 드디어 레즈가 분위기를 타는 건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1점이라도 내주면 문제가 무조건 생겨요. 여기서 무실점으로 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마이클 키니와 아담 소아즈! 양키스가 자랑하는 테이블 세터진의 연속 안타와 제리 페이지의 고의사구로 2아웃 만루입니다. 조지 모리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자, 신시내티 레즈. 다시 한 번 수비 시프트를 시도하죠?]

“Y-DO! Y-DO! 조금 더 2루 쪽으로 가도 돼! 여긴 나한테 맡기라고!”

“알았다.”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타자, 조지 모리스를 맞아 신시내티 레즈의 내야진 역시 극단적으로 이동했다.

1루수는 1루 파울라인에 붙었고, 2루수는 1, 2루 사이에서 유격수처럼 자리 잡았다.

그리고 유격수와 3루수 중 한 명이 2루 베이스 근처에 붙고 남은 한 명이 유격수 위치에서 2, 3루 사이를 전부 커버해야 하는 상황.

포지션 상 대부분은 유격수가 2루 베이스 근처에 붙지만, 레즈는 이런 시프트를 활용할 때 3루수 영도가 유격수와 자리를 바꿔 2루 베이스 근처에 붙었다.

정교함이 살짝 아쉽지만, 범위만 따지면 리그 최정상급의 유격수 아즈라엘 알파로에게 2, 3루의 넒은 지역을 맡기고 범위가 살짝 좁다는 유일한 단점을 빼면 정상급 수비력을 갖춘 영도에게 2루 베이스 근처를 맡기는 것.

잡아당기는 타자이기에 아무리 2, 3루가 넓어도 타구가 올 가능성은 2루 베이스 근처가 훨씬 높은 상황.

그러니까 영도의 수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진 판단은 아니었다.

‘밀어치고 싶겠지만...’

사실, 2, 3루 사이의 27.4m 중 최소 20m 이상을 수비수 혼자 맡는 만큼 이쪽으로 타구를 보내면 안타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수비 시프트라는 것 자체가 태생부터 극단적인 작전이었고, 극단적인 만큼 어지간한 확률로는 시도 자체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즉, 조지 모리스의 타구 대부분은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우측, 1루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뜻.

한 선수의 타격 메커니즘은 굉장히 민감한 요소였고, 수비 시프트가 등장하고 한 시대를 풍미하고 이후에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레즈의 투수코치는 잠깐 제이미 리를 격려하고는 덕아웃으로 돌아갑니다. 한 번 더 리를 믿어보는 것 같습니다.]

[신시내티 레즈는 그럴 수 있죠. 포스트시즌에선 퀵 후크가 정답이라는 인식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설처럼 있었지만, 그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게 증명되었거든요? 레즈는 이미 3전 전승으로 아주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고, 조금 더 여유롭고 정석적으로 경기를 운영해도 되는 상황이죠.]

[풀 베이스 위기라지만, 이번 5회 초에 안타 2개, 볼넷 1개를 내주기 전까진 4이닝 동안 4피안타로 잘 막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5회도 2아웃이죠? 상황은 이렇게 되었지만, 제이미 리에겐 아직 여력이 있어 보입니다. 레즈 벤치도 그렇게 판단한 것 같습니다.]

[뭐, 바꿔도 이해할 수 있고, 바꾸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죠. 레즈 불펜은 꽤 휴식을 취한 상황이지만, 타선과 선발진에 비하면 무게감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퀵 후크가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리는 챔피언십 시리즈만큼은 아니더라도 정규시즌보단 훨씬 좋아. 키니, 소아즈가 대단했던 거지 리가 지금 힘이 빠진 건 절대 아니니까.’

[지금 레즈에게만 중요한 상황이 아닙니다. 야구는 두 팀이 하는 경기고 한 팀의 기회는 한 팀의 위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레즈에게 중요한 순간인 만큼 양키스 역시 여기서 무조건 점수를 뽑아줘야만 합니다.]

[Y-DO의 홈런은 정말 컸어요. 양키스가 계속 분위기를 잡고 가다가 처음으로 레즈가 반격을 시도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양키스의 추가 점수가 나온다면 레즈의 반격을 끊고 승산을 확 끌어올릴 수 있겠죠?]

여유가 있다지만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했다.

최선을 다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여유가 있다는 거지, 경기에 임하는 자세 자체는 1차전과 오늘이 다르지 않았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의 좁은 외야 때문에 공격력만 보고 구성한 터라 형편없는 수비력을 갖게 된 외야에 비해 내야 수비는 괜찮은 신시내티 레즈.

레즈 내야진의 집중력이 급격히 상승했다.

[2루 베이스 위로 흐르는 타구!!]

‘밀어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니까!’

2루 베이스에서 1루 방향으로 반 발자국 정도.

정상 수비 위치에서도 쉽게 수비하긴 어려운 코스의 타구였다.

50% 이상의 타구가 1, 2루 방향으로 흐르는 조지 모리스치고는 굉장히 노력해서 밀어치려 한 모습이었다.

‘안 하던 걸 하니까 느리지!’

22홈런 타자 치고는 살짝 아쉬운 타구 속도.

2아웃 만루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억지로 밀어치려다 보니 타격 밸런스가 살짝 무너진 듯한 느낌이었다.

덕분에 완벽한 코스에도 불구하고 영도는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판단했고...

[빠르게 등장한 Y-DO! 몸을 날려서 캐치, 1루에서 잡아냅니다! Y-DO의 멋진 수비! 2아웃 풀 베이스 위기를 벗어납니다!]

[어우, 유격수인 줄 알았네요. 물론, Y-DO가 저걸 잡지 못했으면 유격수와 3루수의 자리를 바꾼 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겠지만, 이렇게 되면 수비 시프트 성공이죠.]

[일반적인 수비 상황에서의 유격수를 보는 듯한 수비였습니다. 물론, 유격수 수비위치보다 훨씬 2루와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3루수지 않습니까?]

[3루수는 좌우로 움직이는 경우가 잘 없어서 좌우 스텝이나 반응이 느린 편이죠. 그러니까 Y-DO는 수비도 잘한다니까요? 공격력이 너무 대단해서 수비력이 과소평가되는데, Y-DO의 수비는 3루수 중 최소 평균 이상이에요. 이제 고작 세 시즌 치렀는데 조금 더 경험이 쌓이면 정상급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거든요? 이걸 좀 다들 알았으면 좋겠네요.]

“나이스, Y-DO!! 네가 날 살렸어!!”

“으하하, 제이미? 제이미가 웬일로 이렇게 흥분했지?”

“흥분할 수밖에 없지. Y-DO 아니었으면 10연승을 끊은 천하의 역적이 될 뻔했는데.”

“게릿, 지금도 우리가 지고 있는데?”

“어이, 아지. 적당히 해. 안 그래도 우리 제이미 덜덜 떨고 있는데 부담 주지 말고.”

감정 기복 없는 제이미 리가 비명을 지르며 영도에게 감사를 표할 정도로 중요한 순간이었다.

한 경기에서 선발투수가 갖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레즈의 A이자 Z인 타선보다 더 큰 중압감을 느끼면 느꼈지, 덜하진 않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상대 선발투수도 에디 카날레스였으니...

하지만 제이미 리는 잘하고 있었다.

결국, 5회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5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고.

“자, 자!! 집중하자고!! 이게 뭐야? 이번 시즌 신시내티 레즈가 1점으로 끝난다고!? 에디 카날레스고 나발이고 아무리 그래도 1점은 아니지!!”

이제는 타자들이 점수를 내줘야만 하는 순간.

오늘 4회까지 안타는 물론 출루조차 영도의 홈런이 유일했으니 지금 목소리를 높이는 리코 역시 두 타석에서 전부 범타로 물러났다.

영도는 자기 몫을 다했고, 이젠 누군가 따라가야 할 때.

영도는 혼자서도 팀을 이끌 수 있는 엄청난 선수였지만, 레즈 타선은 딱 한 명만 영도를 도와주면 그대로 경기를 죽여버릴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선수들도 경험을 통해 이를 알고 있으니 영도가 시작을 알리면 더욱 집중력이 높아지는 게 있었고.

그래서 영도에게서 뭔가 나오면 상대 투수들도 긴장하곤 했다.

양키스의 2아웃 만루 찬스가 무산된 지금.

오늘 경기의 두 번째 플레이볼 콜이 나온 순간이었다.

***

‘딱히 결과로 나타나진 않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어.’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 아... 이게 또 중견수 마이클 키니 정면으로 향합니다. 지난 5회부터 조금씩 카날레스를 공략해가기 시작하는 신시내티 레즈의 타선, 양키스 수비진의 호수비와 불운으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분위기는 분명 달라졌습니다.]

[카날레스가 완전히 찍어누르던 상황이었으니까요. 지금은 그런 건 아니죠.]

[그리고 하필이면 이런 분위기에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Y-DO! 어쩌면 이 한 타석이 이번 시즌을 정리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우, 충분히 가능하죠. 이미 Y-DO가 스타트를 끊었어요. 이미 출발했는데 Y-DO가 가속까지 밟으면 주체할 수 없거든요? 양키스는 진짜 도망가는 점수를 내기 전에 단 1점이라도, 장타 하나라도 허락하면 위험해져요. 레즈 타선의 무게감은 그 정도입니다. 카날레스가 짊어진 짐은 거의 아틀라스가 짊어진 세상의 무게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죠.]

5.2이닝 2피안타 1볼넷 1실점 7탈삼진.

완벽한 피칭이었지만, 4회까지와 5회 이후의 느낌은 분명히 달랐다.

4이닝을 39개의 공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던 카날레스지만, 이후 5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동안 투구 수는 34개.

양키스의 2아웃 만루 기회가 무산된 이후 경기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안쓰러운 느낌도 있고. 지난 시즌의 나인가?’

양키스의 리더는 마이클 키니, 정신적 지주는 제리 페이지.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오늘 전까지 20% 정도 아쉬운 활약에 그쳤고, 결국 4차전이 되어 카날레스의 어깨에 모든 게 맡겨졌다.

1차전부터 7차전까지 사실상 홀로 팀을 이끌었던 지난 시즌의 영도와는 분명 다르지만, 마지막 순간 모든 부담감, 중압감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 자체는 같았다.

여기서 영도의 공감 능력이 폭발했다.

‘점점 더 필사적이 되어가는데...’

1회부터 느껴졌던 카날레스의 필사적인 의지.

하지만 너무 필사적이어서 얻어맞았던 4회의 홈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영도는 카날레스의 절실함, 부담감에 공감했지만, 공감‘만’ 했다.

지나치게 필사적인 태도와 점점 이상해지는 경기 분위기는 카날레스를 다시 한 번 궁지로 몰았다.

[Y-DO의 무지막지한 스윙! 맞는 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가 공중에서 15cm 정도 뛰어올랐습니다! 이미 결과를 직감한 신시내티 레즈의 홈팬들! GET-YA!! 넘어갔습니다! Y-DO의 연타석 홈런! 2-2, 6회에 드디어 레즈가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슬슬 선발투수의 시간이 끝나고 불펜의 시간이 다가오거든요? 불펜 자체는 양키스가 더 강하지만, 불펜이 감당해야 할 타선의 수준은 달라요! 불펜 싸움이 되면 오히려 양키스가 불리해 보입니다!]

투수와 포수의 맞대결이 단순 투수와 타자의 기량 대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소속팀의 상황, 그날 경기의 분위기, 경기의 중요성, 개인적인 컨디션과 심리 상태 등등 많은 요소가 승부에 영향을 미쳤고, 오늘은 대결 전부터 카날레스에게 불리한 요소가 너무 많았다.

아무리 시대를 지배하는 선수라 해도 인간이었고, 카날레스 역시 실력과 재능은 물론 멘탈까지 부족한 부분이 없다는, 완벽한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런 순간까지 멀쩡할 순 없었다.

기량에서도 밀리고 심리적으로도 밀리는 상황에서 영도와의 맞대결.

결국, 카날레스의 호투는 영도의 연타석 홈런으로 인해 끝을 고했다.

완벽한 피칭을 이어가다가 첫 번째 홈런을 허용, 2아웃 만루 기회를 엎어버린 타선의 아쉬운 모습까지 겹치며 흔들리다가 두 번째 홈런.

[아... 여기서 센시오 리코의 2루타까지 나옵니다. 점점 불안해지는 뉴욕 양키스의 상황! 투수코치가 결국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아직 카날레스에겐 충분한 힘이 있어요. 투구 수가 80개 정도인데 카날레스는 110개 이상 던질 수 있잖아요? 잠깐 멘탈을 가다듬고 다음을 준비하면 돼요. 분위기라는 게 있긴 하지만, 스코어는 이제 겨우 동점인 겁니다! 아직 동점이에요!]

그리고 언제나처럼 영도의 맹활약을 받쳐주는 센시오 리코의 2루타까지.

점점 분위기는 신시내티 레즈의 역사상 두 번째, 그리고 메이저리그 통산 두 번째 포스트시즌 전승 우승이 보이기 시작했다.

< 압도적 에이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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