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D-day > (194/200)

< D-day >

[‘포스트시즌 10연승’,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 기록 달성한 신시내티 레즈, 다음은 전승 우승, 그리고 뉴욕 양키스의 포스트시즌 12연승까지?]

신시내티 레즈의 기세가 무섭다.

WAR 기준 메이저리그 역대 3위를 기록한 Y-DO를 앞세워 역대 10위를 차지한 타선.

메이저리그 역사에 명함을 내밀 만한 엄청난 화력의 타선을 갖춘, 그리고 적어도 이번 시즌 내에선 상위권을 차지한 마운드가 받쳐준 신시내티 레즈의 전력.

이번 시즌 승률 1위는 뉴욕 양키스였지만, 레즈의 타선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 월드시리즈 우승후보 0순위는 당연히 레즈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많았다.

그렇게 시작된 포스트시즌.

신시내티 레즈 타선의 사이클은 멀쩡했고, 우승후보 0순위의 저력을 200% 발휘했다.

어느덧 포스트시즌 첫 경기부터 10연승으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을 갈아치웠고, 1승만 더하면 1976시즌 신시내티 레즈 이후 두 번째 전승 우승, 포스트시즌 확장 이후 최초의 전승 우승을 달성하는 상황.

베이브 루스의 현역 시절, 포스트시즌이 월드시리즈밖에 없던 시절 3년 연속 스윕으로, 또 1998시즌부터 시작된 3연패 기간에도 한 번 더 기록한 포스트시즌 12연승까지 1승 차이로 접근한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 동안 3연패 포함 4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그 과정에서 월드시리즈에서 거둔 16승 중 13승을 연승으로 기록했던 ‘악의 제국’.

그들의 기록이 언급된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시즌 신시내티 레즈가 얼마나 위대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지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지하게 전승 우승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마이크 혼스비 감독은 4차전 선발로 제이미 리를 예고했다.

전승 우승이라는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에이스인 YG를 내보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기책은 활용하지 않았다.

전승 우승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실하게 노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52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팀, 52년 동안 메이저 스포츠 우승이 없어 클리블랜드와 동률을 기록, ‘Loser's City’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넘겨받기 일보 직전의 도시.

전승 우승이 아무리 영광스러운 기록이라 할지라도 레즈 입장에선 조금의 틈도 내주고 싶지 않을 수밖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승 우승이 불가능해진 것이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현시대 메이저리그의 슈퍼 에이스, 에디 카날레스가 등판하지만, 3일 휴식 후 등판은 슈퍼 에이스에게도 쉽지 않은 일.

그리고 평소보다 더 많이 쉬고 등판한 1차전에서 Y-DO와 리코의 듀오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진 전적도 있다.

신시내티 레즈는 처음부터 마운드의 높이보다 타선의 무게감으로 승부하는 팀이었고, 타선은 이미 1차전에서 카날레스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결국, 신시내티 레즈의 영광스러운 전승 우승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양키스의 방패’, 에디 카날레스, ‘레즈의 창’에 달렸다.

그리고... Y-DO와 센시오 리코를 필두로 한 ‘레즈의 창’이 막히는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 이 정도면 Y-DO는 그냥 명예의 전당에 미리 올려주고 은퇴 좀 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지난 시즌 로키스에 있을 때도 그러더니 이번 시즌도 포스트시즌 올라와서 지질 않아?!?!

- 이번 시즌 레즈는 이래저래 투자도 많이 한 팀이고 시즌 전부터 다크호스 정도는 무조건 될 거라고 평가받던 강한 팀이니 그렇다 쳐. 지난 시즌 로키스는 어쩔 거야? 30개 팀 중 20위 이하로 평가받던 팀도 Y-DO 하나 때문에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되는데 이럼 너무 재미없지 않나?

- 지난 시즌 로키스는 Y-DO가 절반 이상 해주긴 했지만, 팀 자체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음. 약팀이라 평가받았던 건 페니, 더햄, 반스, 커닝햄 같은 루키들 터지기 전, 매그니, 케플러 데려오기 전의 평가였지.

- 이번 시즌 꼴찌팀인 파드레스나 파이리츠, 매리너스 같은 팀에 Y-DO가 들어간다고 해서 포스트시즌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음.

- 완전 오버지. Y-DO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고 해도 WAR이란 게 나오잖아? 하위권 팀들에 13승 더해봤자 포스트시즌 못 감.

- 지구 3위 팀 정도에 합류하면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노려볼 정도는 되겠네.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 아니냐.

- 77홈런 타자인데 그 정도는 되어야지. 솔직히 그 정도로 독보적인 선수 한 명쯤 나올 때도 되지 않았냐? 배리 본즈가 마지막이고 트라웃도 솔직히 조금 아쉬웠는데?

- 지난 시즌 로키스나 이번 시즌 레즈나 단순히 13승만 더해진 게 아니지. Y-DO의 홈런으로 팀 분위기 자체가 반전된 게 몇 번인데...

- 하여튼 이번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은 120% 레즈임. 양키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올 시즌은 무리.

- 이번 시즌 우승팀이 레즈인 건 당연한 거지.

- 이번 시즌 끝나고 Y-DO가 어느 팀이랑 계약할지, 얼마에 계약할지가 훨씬 궁금하다.

- 왜!! 전승 우승인데!! 우리 레즈가 자랑할 수 있는 세 번째 기록인데 관심 좀 가져줘!!

- 세 개? 세 개나 됨?

- 최초의 프로야구팀, 최초의 전승 우승, 두 번째 전승 우승까지 세 개.

- 최초의 프로야구팀은 이미 해체된 거 아니냐? 도시만 같은 도시지 팀 전통은 전혀 이어지지 않았을 텐데?

- ... 그래도 같은 도시잖슴. 다들 연고지만 같으면 이미 역사 끊어진 팀들 기념행사 다 챙기면서 지들은 깨끗한 척...

“이제 진짜 한 경기밖에 안 남았네. 똑같은 1년인데 유독 길었던 느낌이야.”

“음... 나도 그러네. 하긴,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 바빴고.”

“77홈런 시즌이었으니 두 배로 힘들었겠지. 언론 노출은 평소보다 20배는 더 많았고, 형을 지켜보는 눈도 20배는 더 많았을걸. 야구팬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다 77홈런에 열광했으니...”

“아마 그래서 더 길게 느껴진 거겠지.”

어느덧 월드시리즈, 그리고 시리즈 3승.

한 번만 더 이기면 이번 시즌의 유일한 주인공으로서 화려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직 발표가 나오진 않았지만, 시즌 MVP를 비롯한 수많은 트로피들이 영도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미 이번 시즌 영도의 행보는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되어 찬란하게 새겨졌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아주 자그마한 역할도 내주지 않고 단독 주인공으로 시즌을 끝내기 위해 유일하게 남은 과제였다.

“진짜 요즘처럼 내 어깨가 높이 솟았을 때가 없어. 형이 다음 시즌 FA인데 왜 내 어깨가 솟는 걸까.”

“네가 내 에이전트니까.”

“진짜 형... 장난 아닐 것 같아. 일단 월드시리즈 우승만 하고 와. 그럼 내가 돈방석에 앉혀줄 테니까.”

“포스트시즌 전승이 크지?”

“당연하지. 어떤 팀이건 월드시리즈 우승이 최종목표니까. 두 시즌 연속 우승에 전승까지 해버리면 돈다발 싸들고 달려오지.”

“나 혼자 한 건 아니지만.”

“물론, 형 혼자 한 건 아니지. 중요한 건 남들이 보기엔 형 혼자 한 것 같다는 거지. 2년 연속인데.”

“뭐, 그렇게 봐주면 다행이고. 나한테 나쁠 건 없지.”

영도는 승도의 말을 한 귀로 흘렸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마지막이 아닐지도 모를 4차전이 당장 내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영도의 할 일이 경기장 안에서, 시즌 중에 주로 있다면 승도의 할 일은 경기장 밖,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에 주로 있었다.

영도가 승도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시즌의 마지막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면 승도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달리려 하고 있었다.

영도가 그라운드 위에서 수많은 역사를 써내려간 시즌.

또 다른 역사는 이제 승도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근데 넌 아직 수습에 가깝지 않냐? 정식 에이전트이긴 하지만, 혼자 결정할 위치는 아니잖아.”

“... 형은 전성기 나이고... 에이전트의 전성기는 아직 최소 10년 이상 남았어...”

승도의 손 중에 손가락 정도만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쨌든.

***

“어! Y-D... 읍!!”

“벤. 이미 Y-DO 사인 유니폼, 배트, 글러브, 공까지 다 있지?”

“... 네.”

“그러면 오늘은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자. 봐. 평소보다 주변에 달려든 사람들이 훨씬 적지?”

“네. 알겠어요, 아빠.”

2042시즌 월드시리즈 4차전이 펼쳐지게 될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언제나처럼 영도는 일찌감치 출근했고, 그런 영도를 향해 팬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몰려든 팬들의 숫자는 훨씬 적었다.

“역시 우리 신시내티 사람들이지.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잘 알고 선수를 배려해주는 모습... 이래서 내가 신시내티를 좋아한단다.”

“아버지, 그런데 요즘 야구장 오실 때 너무 꾸미고 오시는 거 아니에요? 응원할 때 안 불편하세요?”

“흠, 흠... 중요한 날이니까...”

“명예의 전당에 걸린 사진 보고 알아보는 사람들 때문에 그러신 거죠?”

77호 홈런볼을 획득, 기부한 뒤 명예의 전당에 사진이 올라간 쿠퍼 가문.

쿠퍼 가문의 현 가장, 73세의 다니엘 쿠퍼는 요즘 야구 관람에 어울리게, 하지만 어울리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꾸민 채 경기장을 찾았다.

명예의 전당에 걸린 사진 외에도 뉴스, 인터뷰, 사진, 심지어 이번 시즌의 레즈를 다룬 다큐멘터리에까지 모습을 드러내다 보니 요즘 들어 알아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었다.

신시내티 레즈의 팬 중에서 유명인들을 빼면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어차피 73세의 나이는 2042년에도 노인의 경계선은 넘어선 나이.

다니엘은 사랑해마지않는 신시내티 레즈와 함께 행복한 말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신경 써야지.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어쨌든 나의 행동이 우리 레즈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건데.”

“... 그럴 확률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그래도 아버지한테까지 그렇게 엄격하게 들이댈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조금 더 편하게 보셔도 될 것 같은데.”

“하하하, 알지, 나도 안다. 그래도... 즐겁지 않냐. 어차피 알아보는 사람들도 곧 사라질 텐데 늘그막의 재미다.”

“역시... 원래 야구장 올 땐 즐거워 보이시긴 했지만, 요즘 들어 유독 즐거워 보이시더니...”

“오늘 우리가 승리한다면 더더욱 즐거울 것 같구나. 75년, 76년, 90년에 이번 시즌까지. 레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네 번이나 기억하는 건 우리 집안에서 내가 처음일 테니.”

“아마 신시내티 전체에서 따져도 거의 없지 않을까요? 아버지도 75년 우승 때는 일곱 살이셨잖아요?”

이젠 얼마 남지 않은 1975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억하는 팬들.

이들을 포함한 신시내티 레즈의 수많은 팬들이 5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지켜보기 위해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를 찾았다.

티켓이 너무나도 일찍 매진되어 티켓을 구하지 못한 수십, 수백 배의 팬들은 집, 펍, 식당 등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Loser's City’로 전락하길 바라지 않는, 야구팬은 아니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도 신시내티 레즈의 우승을 염원하며 채널을 맞췄다.

신시내티라는 도시 전체의 관심이 월드시리즈를 향한 상황.

영도가 개인 기량과 성적으로 끌어모은 관심 역시 엄청난 수준이었고.

덕분에 뉴욕 양키스는 좋지만, 신시내티 레즈가 불안하다고 평가받았던 것과 달리 이번 월드시리즈는 굉장한 흥행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도는 이러한 관심 속에서 단독 주연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 D-day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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