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방패 파괴 > (191/200)

< 방패 파괴 >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YG의 컨디션이 심상치 않습니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두 경기에서 15.1이닝을 소화하며 1실점, 오늘도 3회까지 삼진 4개 포함 1피안타 무실점입니다.]

[이 선수가 매디슨 범가너처럼 포스트시즌만 들어오면 강해지는 선수인지, 아니면 포스트시즌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의 YG는 리그 정상급 에이스의 포스를 보여준다는 거죠.]

[자, 이제 다시 Y-DO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3회까지 딱 두 개의 안타만을 허용했지만, 그 두 개가 모두 홈런이라 2실점을 허용한 에디 카날레스가 다시 Y-DO를 맞이합니다.]

[이대로라면 돈 라이스와 같은 결말을 맞이할지도 몰라요. 라이스도 7.1이닝 2실점의 호투를 펼치고도 결과적으로 패전투수가 되었거든요? 그렇다고 돈 라이스처럼 되기 싫다고 여기서 실점을 허용할 필요는 없겠죠.]

정규시즌에도 이미 기대보다 훨씬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던 유형근이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그것보다도 훨씬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다.

제러드 홉슨에 이어 돈 라이스를 잡아내더니 이젠 에디 카날레스까지 괴롭히는 상황.

직접 일으키고, 리코가 증폭시키고 유형근이 이어준 우세한 흐름 속에 영도의 두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그래도 역시 잘나긴 잘났네. 바로 원래 스타일로 돌아가서 7연속 범타...’

[첫 번째 타석에선 평소와 달리 바깥쪽 일변도로 나섰다가 홈런을 허용했던 에디 카날레스. 일단 초구는 첫 타석과 달리 스트라이크로 기록되었습니다.]

[공 하나 던졌지만, 일단 몸쪽으로 파고들었어요. 첫 타석 승부 이후 따로 지시가 있었을 수도 있고, 본인의 선택일 수도 있는데, 일단 초구는 좀 달랐어요.]

‘내가 분석한 카날레스라면 한 번 실패로 전략을 바꿀 선수로는 안 보였는데. 역시 월드시리즈니까 팀에서 한 발 먼저 움직이는 건가.’

아무래도 77홈런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다 보니 평소보다 공 반 개 정도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을 노렸지만, 바깥쪽 공략은 그만둔 것으로 보였다.

의식적으로 공 반 개 정도 빼려는 것 같긴 한데, 공 반 개 차이를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투수는 없었다.

그나마 톰 글래빈 정도나 비슷하게 가능했을까.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평소보다 볼을 조금 더 많이 던지는 에디 카날레스였다.

‘확실히 평균 구속 98마일쯤 되면 예측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 카날레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공을 던지니 조금 더 빨리 결정해야 하고... 2회 사이 영이 유력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있네.’

확실한 건 1회의 카날레스보다 지금 4회의 카날레스가 더 위력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위력적인 카날레스 역시 영도보단 한 수 아래였다.

‘아, 슬라이더...!!’

카날레스의 평균 구속이 워낙 빠르고 공의 구위도 강력하기에 영도는 평소보다 빨리 스윙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구속과 구위면 아무리 타격 폼이 간결해 오랫동안 공을 지켜보는 영도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게스 히팅과 유사해졌다.

이번에도 패스트볼을 예상하게 스윙을 시작했지만, 카날레스가 던진 공은 슬라이더였다.

98마일의 패스트볼을 예상했지만, 실제로 날아온 건 92마일의 파워 슬라이더.

6마일의 격차만큼 타이밍이 빨랐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버티고...’

이미 하체는 회전을 시작했고,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수준의 타자들은 상체와 허리를 활용해 어느 정도까진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렇게 타이밍을 억지로 조정한 타구가 어느 정도의 파워와 정확도를 가질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였지만.

‘지금!!’

영도는 밸런스가 무너져 상체 위주로 타격해도 장타를 때릴 수 있는 압도적인 파워를 갖춘 타자였다.

카날레스의 슬라이더는 구속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반응만 할 수 있다면 패스트볼을 노리고 시작한 스윙으로도 나쁘지 않은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동안 믿어왔던 98마일 포심 패스트볼과 91마일 슬라이더의 조합이 전력분석팀의 보고서에 이어 연달아 카날레스의 발등을 찍었다.

[오른쪽 무릎이 거의 땅에 땋은 자세에서의 타격! 무너진 자세로 때려낸 타구지만, 이게 또 멀리 뻗습니다! 1회 초 센시오 리코의 타구처럼 파울라인을 타고 이번에는 좌익수 쪽 폴대를 향해 날아갑니다!]

[저기도 가까워요! 거리가 먼 건 좌중간 펜스지, 좌측 폴대까지의 거리는 우측 폴대까지의 거리와 고작 1m 차이거든요!?]

[뻗다가, 뻗다가!!! 넘어갑니다! Y-DO의 연타석 홈런! 1회 초 솔로 홈런에 이어 또다시 홈런을 터뜨리며 팀에 3-0 리드를 안깁니다!! 포스트시즌 통산 20호 홈런으로 이번에는 데릭 지터와 공동 3위에 오르는 Y-DO! 포스트시즌의 Y-DO는 77홈런을 때려낸 정규시즌의 Y-DO보다도 강력합니다! 말이 안 되는,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

[이건 크죠! 이건 정말 커요! 콜로라도 로키스도, LA 다저스도 에이스가 Y-DO를 잡아내지 못하면서 우르르 무너졌거든요? 에디 카날레스가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지면 양키스도 우르르 무너질 수 있어요!]

상체로만 때려도 타이밍만 맞으면 100m쯤이야.

폴대까지의 거리로 따지면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보다도 2, 3m씩 가까운 양키 스타디움의 구조가 유영도-센시오 리코 듀오의 파괴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우측과 좌측 폴대 쪽으로 살짝 넘어간 두 개의 홈런.

영도의 첫 타석 홈런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후에 터진 두 개의 홈런으로 경기 분위기가 급격히 넘어왔다.

[이번에는 타이밍이 너무 완벽했습니다! 낮은 궤적으로 빠르게 날아간 타구가 마이클 키니의 머리를 넘깁니다!]

[이거 펜스까지 굴러가겠는데요!? 리코가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2루까지 무조건 가죠!]

[Y-DO와 리코, 무조건 잡아내야 할 두 명의 타자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이는 두 선수!]

[레즈는 ‘레드 머신즈’를 앞세운 타선의 짜임새가 아주 좋다고 평가받는 팀이지만, Y-DO, 리코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팀은 아니거든요? 그러나 이 두 선수가 잘해주면 팀 전체가 확 달아올라요. 이 둘의 기를 살려주면 안 되는데 지금은 필요 이상으로 살려줬죠. 이제 다른 선수들도 기세가 오를 텐데, 막을 수 있나요?]

야수진 WAR 통합 41.3

메이저리그 역사상 10번째로 높은 WAR을 기록한 타선이었고, 21세기 이후로 한정하면 21세기의 시작과 동시에 44.4를 찍으며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에 일조한 2001시즌 시애틀 매리너스 타선에 이어 2위.

빅 레드 머신의 직속 후배지만, 42시즌 레즈의 타선은 76시즌 레즈보다 27시즌 양키스에 가까웠다. 

41.3의 WAR 중 영도와 리코의 지분이 21.4로 절반을 넘겼고, 알파로, 파체코, 버드 세 선수가 11.4, 퀸타나까지 더하면 14.0으로 이렇게 여섯 명이 86%를 차지했다.

알파로와 버드는 각각 유격수, 포수라 수비로 높은 WAR을 기록한 선수들이었기에 레즈의 공격은 영도와 리코가 최소 6할 이상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탄탄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

공격력의 6할 이상을 차지하는 영도와 리코가 신을 내면 나머지 선수들도 다 같이 달아올라 맹공을 펼쳤다.

영도와 리코를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실제로 두 선수가 대단한 기량을 갖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둘을 막지 못하면 다른 선수들까지 같이 날뛰는 걸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리코의 2루타에 이어 퀸타나가 볼넷을 골라내고 쏜튼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불안해진 타이밍에 말론 버드가 안타를 때려냅니다! 안방마님의 중요한 타점!]

[0.242/0.281/0.411의 타자가 다른 투수도 아니고 에디 카날레스에게, 이런 클러치 상황에서 적시타를 때려냈어요! 역시 Y-DO와 리코가 살면 나머지도 다 같이 살아납니다!]

[이번에는 카시오 롬바르도입니다! 리그 TOP 3에 들어가는 엄청난 중견수 수비 능력을 갖추고도 공격으로 다 까먹어 WAR은 고작 0.5인 선수! 그런 선수가 여기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습니다!]

[완전히 쉬어가는 타순인데... 메이저리그 역사상 10번째로 강력한 레즈 타선에서 유일하게 쉬어갈 수 있는 구간이 게릿 에머슨-카시오 롬바르도의 8, 9번 타순이거든요? 그런데 에머슨이 1, 2루를 2, 3루로 만들고 롬바르도의 2타점 적시타... 신시내티 레즈는 그냥 되는 날, 되는 시즌이에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나타난 팀이라는 생각까지 드는데요?]

돈 라이스가 메이저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슈퍼 에이스라면 에디 카날레스는 아메리칸리그의 슈퍼에이스였다.

돈 라이스가 메이저리그 대표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전성기 라이스보단 반 단계 밀린다는 평가였지만, 카날레스는 지금이 전성기.

그러나 돈 라이스에게 두 경기 연속으로 묶이다가 두 번 모두 마지막에 터진 영도의 홈런 덕분에 겨우 승리했던 신시내티 레즈 타선은 에디 카날레스에게 4회에만 4점을 뽑아냈다.

영도와 리코가 일찌감치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기만 한다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레즈 타선이 증명하고 있었다.

[점수 차이가 6-0까지 벌어집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보여준 YG의 컨디션이면 절망적이기까지 한 점수 차이입니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로 넘어가면 양키스도 어려워지거든요? 양키 스타디움보다도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에요! Y-DO와 센시오 리코를 막아내지 못하면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마운드가 신시내티 레즈의 타선을 막아낼 수 있느냐에 월드시리즈 승패가 갈린다고 예상되던 월드시리즈 1차전.

양키스는 가장 강력한 방패, 에디 카날레스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양키스의 가장 강력한 방패도 레즈의 날카로운 창, 영도와 리코의 무지막지한 둔기를 막아내지 못한 채 부서지고 말았다.

***

[신시내티 레즈, 양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Y-DO의 멀티 홈런, 센시오 리코의 홈런 포함 3안타 앞세워 8-2 대승!!]

[포스트시즌 들어 완벽한 에이스의 모습 보여주는 YG. 8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8탈삼진으로 2실점 호투]

[‘경기 후 인터뷰 거부’ 에디 카날레스, 아메리칸리그의 절대자는 내셔널리그 소속의 신시내티 레즈 타선을 만나지 않은 것뿐이었나]

[포스트시즌 돌입 이후 8연승. 신시내티 레즈, 1976년의 선배들 이후 역대 두 번째 포스트시즌 전승 우승 가능할까]

[뉴욕 양키스, 이대로는 안 된다. 전력투구 후 퀵 후크, 벌떼 마운드 가동으로 장점인 마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희망 있을 것]

- 이야, X바... 와우, 씨X...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Y-DO랑 리코가 이 정도였나...

- 봐라. 내가 뭐랬냐? 아메리칸리그 투수들은 다 A-Zero한테 검증받아야 한다고 안 했냐?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 투수들이 아메리칸리그 투수들보다 성적 안 좋은 건 다 Y-DO 때문이다!!

- Y-DO X나 무섭긴 하네. 에디 카날레스랑 만나면 우리 타자들은 항상 무슨 AA 리거처럼 보였는데, Y-DO랑 붙으니까 카날레스가 AA 리거 같아...

- 거의 무릎 꿇은 자세에서 홈런. 이거 하나로 끝. 카날레스보다 Y-DO가 한두 레벨은 더 높은 것 같다

- 카날레스도 안 되면 투수진으론 희망 없다. 이기려면 타자들이 레즈 투수들을 털어야 해! 이게 유일한 방법이야!

- 아니면 레즈 외야수들 수비 형편 없으니까 외야에서 에러를... 하아, 외야수 수비가 아무리 안 좋아도 외야에서 에러 몇 개나 나온다고... 진짜 돌아버리겠네, 씨X

- 신시내티 레즈, 52년 만의 우승 미리 축하드립니다! 올인성 도박이 통했네요. 그리고 Y-DO, 백투백 우승 축하합니다! 내년에 레드삭스에서 만나요!

- 레드삭스, 이 지X. Y-DO는 크고 강력하고 아름다운 텍사스와 어울리지!

- 이러다가 은퇴할 때까지 월드시리즈는 Y-DO 혼자 우승하는 거 아니냐? 운이 좋았다고 하기엔 포스트시즌 성적이 너무 엄청난데? 이 정도면 일단 포스트시즌까지만 진출하면 나머진 혼자 다 알아서 할 것 같은 느낌...

< 방패 파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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