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킬 더 게임 > (187/200)

< 킬 더 게임 >

신시내티 레즈는 누가 뭐라고 해도 공격력을 앞세운 팀이었다.

77홈런의 영도와 52홈런의 센시오 리코, 37홈런의 유리 파체코까지 셋이 합쳐 166홈런을 합작한 공포의 트리오.

이들 바로 앞에 3할 타율과 3할 중후반대 출루율로 4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돌격대장이 있고, 5, 6, 7번 타자들 역시 셋이 합쳐 6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 ‘레드 머신즈’를 받쳐주었다.

물론, 이번 시즌 신시내티 레즈의 선발진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상위권이었다.

신시내티 레즈의 최전성기였던 1970년대에도 WAR 5.0 이상을 기록한 선발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75, 76시즌의 백투백 우승 이후 최전성기에서 내려오던 1978시즌, 300승 투수이자 뉴욕 메츠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30대 중반의 톰 시버를 영입했는데, 70년대에도 2번 이상의 WAR 4.0 시즌을 만든 투수는 그가 유일했다.

애초에 1882년 창단, 올해로 160주년을 맞은 팀이 단 한 명의 사이 영 위너도, 투수 출신 영구결번도 없었으니...

160년 동안 수많은 투수가 이 팀을 거쳐갔지만, 투수가 WAR 5.0 이상을 기록한 횟수는 고작 28회.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된 선발투수의 WAR 5.0 이상 시즌이 1,093회라는 것과 팀의 역사를 고려하면 아주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레즈의 선발진은 WAR 5.0은커녕 4.0을 넘긴 선수도 없지만, 3.6으로 선발투수 전체 22위에 이름을 올린 유형근을 필두로 카를로스 사뇰이 3.0, 토드 칸터가 3.2, 제이미 리가 2.8을 찍었다.

1.5의 하이메 헨슨 등을 포함한 WAR 총합은 15.7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6위의 성적이자 신시내티 레즈 프랜차이즈 역사상 15위의 호성적이었다.

이번 시즌에만 이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선발진이 5팀이나 있음에도 프랜차이즈 역사상 15위나 된다는 게 기가 막히지만, 어쨌든.

[신시내티 레즈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분명 디비전 시리즈는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 아니었습니까? 타선의 힘을 앞세워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는데, 챔피언십 시리즈에선 마운드가 레즈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 3차전에서 페드로 케인과 토드 칸터, 두 명의 젊은 선발투수가 나란히 무너지긴 했지만, 이번 시리즈 자체는 투수전 느낌이 강하거든요? 그런데 레즈가, 다른 팀도 아니고 다저스에게 3연승? 이건 심상치 않죠.]

[정규시즌 내내 레즈를 이끌어왔던 타선은 건재합니다. 투수전이라고는 하지만, 심각한 저득점 양상까진 아니거든요? 그런데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여겨졌던 마운드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면 안 그래도 유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였던 신시내티 레즈의 티어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확실히 해둬야 할 게 신시내티 레즈의 투수진은 강력한 에이스의 부재로 포스가 약해서 그렇지 전반적인 수준은 정규시즌에도 강력했어요. 포스트시즌 진출팀 중 선발 WAR 전체 1위 다저스와 4위 양키스, 5위 트윈스까지 세 팀만이 레즈보다 순위가 높죠.]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레즈 선발투수들의 안정감이 정규시즌보다 훨씬 높아진 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그렇죠. 디비전 시리즈부터 벌써 7경기째인데 한 경기를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 혹은 그와 비슷한 성적을 찍어주고 있으니까요. 선발투수가 무너지지 않으면 팀을 운영하기가 너무 편해지죠.]

사실, 레즈도 이런 걸 기대하고 선발 로테이션에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었다.

선발진에 나가는 돈만 7,000만 달러가 넘었고, 이는 팀 연봉 총액의 40%에 달했다.

1억 7,870만 달러로 구단 연봉 순위 11위, 리그에서 6번째로 비싼 선발진.

신시내티 레즈의 구단 규모를 생각하면 팀의 운명을 걸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과감한 투자였고, 지금까진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로 나타났다.

포스트시즌 돌입 이후에는 더더욱.

‘쯧... 원래 우승은 무리해서라도 한 시즌에 모든 걸 투자한 팀이 가져가는 거다.’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 선발 제이미 리는 숨을 헐떡이며 마운드를 내려가는 돈 라이스를 혀를 차며 바라보았다.

시대를 지배한 슈퍼 에이스이자 클레이튼 커쇼의 뒤를 잇는 비운의 에이스.

돈 라이스는 여러모로 스토리가 좋은 투수였다.

거의 매 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는 메가마켓이자 전국구 인기 구단, LA 다저스가 1988년 이후 54년이나 우승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였다.

일단 대충 휘갈기기만 해도 트래픽이 보장된 주제다 보니 관련 기사와 칼럼 등이 쏟아졌고, 당연히 양질의 컨텐츠들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이들이 실패 원인으로 지목하는 건 역설적으로 ‘매 시즌 우승후보’ 전력을 유지했다는 것이었다.

2010년대 중반, 앤드류 프리드먼이 LA 다저스의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다저스의 스타일은 확실했다.

고액 FA에 의존하지 않고 팜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팀 규모에 비하면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팀 샐러리를 유지,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유지하는 것.

워낙 돈이 많은 팀이다 보니 자연스레 팜 수준도 높아져서 언제나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했지만, 당연히 문제도 있었다.

다저스 못지않은, 오히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양키스와 레드삭스, 컵스 등은 타이밍이다 싶으면 팜이 말라붙는다고 해도 가진 걸 전부 털어 과감하게 러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러쉬의 결과가 꼭 리그 최강의 전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일단 포스트시즌에 진출만 하면 단기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전력이 부족할 때도 과감하게 지르곤 했다.

‘이번 시즌도 봐. 우리가 비록 스몰마켓에 가까운 중소마켓 팀이라지만, 팀의 운명을 걸고 한 시즌에 올인하니까 다저스보다 전력이 강하다는 평가까지 받잖아.’

하지만 다저스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매 시즌 우승후보 전력을 유지하는 다저스만큼 꾸준한 팀은 없었지만, 한 시즌씩 두고 보면 언제나 다저스보다 강한 전력을 갖춘 팀, 적어도 비견되는 팀이 한두 팀씩은 꼭 있었다.

거기에 다저스만의 포스트시즌 공포증이 겹치면...

메이저리그 TOP 3급 공룡 구단의 54년 무관 행진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오늘의 제이미 리는 돈 라이스에게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6회에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는 제이미 리!]

[제이미 리도 이닝 이팅 능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고 오늘 투구 수도 많은 편이라 7회에는 올라오지 못할 것 같거든요? 하지만 오늘의 리는 120점, SSS급 피칭을 보여줬어요. 더 바랄 게 없죠.]

[돈 라이스가 참... 3일 휴식 후 올라와서 6이닝 무실점의 기염을 토했는데,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제이미 리의 역투로 인해 빛이 바라는 느낌입니다.]

[과연 7회에도 올라올 수 있을까요? 경제적인 투구를 보여줬지만, 글쎄요...]

“돈. 이제 뒤는 동료들에게 맡기지.”

“... 7회까지만 던지면 안 되겠습니까.”

언제나처럼 보수적인 결정으로만 일관하던 다저스지만, 딱 하나 평소와 다른 판단이 있었다.

바로 1차전에 돈 라이스를 7회까지만 끌고 간 선택이었다.

영도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7회를 마친 시점에서 투구 수 92개에 불과했기에 8회에도 돈 라이스를 올리는 게 평소의 다저스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돈 라이스의 강판 전 마지막 이닝 스탯을 고려, 평소보다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가져갔다.

그 덕분인지 3일 휴식 후 등판한 오늘도 호투를 펼쳤지만, 6회까지 투구 수 87개로 90개에 육박한 상태였다.

1차전 이른 강판의 이유였던 처참한 마지막 이닝 스탯, 부족한 휴식일,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 등을 고려하면 여기서 돈 라이스를 내리는 게 맞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여기서 또다시 다저스의 고질병, 강력한 전력을 갖추고도 그보다 강력한 에이스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고질병이 재발하려 했다.

“... 후우... 정말로 괜찮겠나?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자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어. 30대 중반의 나이에 3일 휴식 후 등판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네. 오늘 올라가서 이렇게 해준 것만으로도 자넨 자네의 역할을 다했어.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보게.”

“문제없습니다. 감독님, 나 돈 라이스입니다. 아무리 예전 같지 않다지만, 투구 수 87개로 퍼지고 그런 급이 아닙니다.”

“정말 냉정하게 생각한 것 맞나? 우리에게도, 나에게도, 자네에게도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지금은 냉정하게, 다른 것 다 빼고 우승 하나만 보고 달려야 할 시기야.”

“전 언제나 냉정합니다. 지금은 다른 누구보다 제가 올라가는 게 가장 확률이 높을 거라 확신합니다.”

클레이튼 커쇼가 그랬듯 돈 라이스 역시 에이스로서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투수였다.

그럴 만한 기량과 위상, 성과로 자격도 증명했고.

그리고 다저스 감독 역시 커쇼와 당대 감독들이 그랬듯 라이스의 의사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무시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어려울 때 큰 고민 없이 슈퍼 에이스에게 의지하는 것, 슈퍼 에이스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었다 변명하는 건 편리했고, 만에 하나 패배한다 해도 패배 지분까지 일정 부분 전가할 수 있었기에.

***

‘젠장, 젠장, 젠장...’

잠시 후, LA 다저스의 덕아웃에는 숨을 몰아쉬며 씩씩대는 돈 라이스가 앉아 있었다.

숨을 씩씩대며 그라운드를 노려보는 슈퍼 에이스의 안타까운 모습.

[결국, 이번에도 돈 라이스는 마지막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올라오자마자 말론 버드에게 2루타와 게릿 에머슨의 희생 번트 이후 에러, 롬바르도를 잡아냈지만, 이후 아즈라엘 알파로에게 말도 안 되는 내야 안타까지... 1아웃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습니다.]

[그냥 포스트시즌 한정으로 1이닝 더 맡기고 싶을 때 교체해주면 될 것 같죠? 그게 안 되니까 사람입니다. 그게 안 되니까 에이스인 거고요. 심지어 슈퍼 에이스.]

마치 저 위의 누군가가 돈 라이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번 시즌 17개의 홈런을 기록하긴 했지만, 타율 0.237, 출루율 0.271에 불과한 말론 버드가 2루타를 때릴 줄이야.

게릿 에머슨의 희생번트 때 3루수 잭 헤링이 에러를 범할 줄이야.

카시오 롬바르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숨을 좀 돌리나 싶을 때 아즈라엘 알파로의 평범한 내야 땅볼이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켜 내야 안타로 이어질 줄이야.

정신없이 몰아치는 불운에 휘둘리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1아웃 만루.

돈 라이스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끌고 갈 수도 없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과감하게 7회 1아웃에 클로저 베니 슈스터를 올린 도밍고 코치맨 감독입니다. 어차피 여기서 점수를 내주면 이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걸까요?]

[어차피 오늘 지면 끝인데 클로저를 아끼는 것도 웃긴 거죠. 7회가 시작하기 전에 이런 과감한 선택을 보여줬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내셔널리그 탑클래스 클로저, 하지만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세이브 기회는 물론 등판 기회도 거의 잡지 못한 채 개점휴업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클로저.

베니 슈스터는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첫 타자 유리 파체코를 얕은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1아웃 만루, 1점이라도 내주면 급격히 경기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깔끔하게 첫 타자를 잡아냈습니다! 3루 주자 말론 버드는 당연히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자, 이제 정말 중요한 대결이에요. 이 대결이 오늘 경기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 확신해도 될 정도죠. 내셔널리그 최고의 클로저, 베니 슈스터와 매 시즌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역사가 되어가는 Y-DO가 붙었어요!!]

[주자는 풀 베이스! 베니 슈스터도 무조건 Y-DO를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거든요? 단 1점도 내주면 안 돼요! 1아웃 만루에서 등판했으니 1점으로 막으면 성공이다? 지금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닙니다, 다저스는!!]

디비전 시리즈는 로키스의 철저한 견제 속에 파체코와 리코, ‘레드 머신즈’ 나머지 멤버들의 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챔피언십 시리즈는 가장 중요한 1차전에서 팀의 유일한 타점을 투런 홈런으로 기록하며 잡아주긴 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선발투수들이 팀을 이끌어주었다.

사실상 팀을 멱살 잡고 홀로 캐리한 지난 시즌에 비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영도의 모습은 다소 심심한 게 사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결국 영도의 몫이었다.

[다저스도 참 울고 싶을 거예요. 아니, 9명의 타자가 있는데 왜 하필 만루 기회가 Y-DO 앞에 차려지나요? 이럴 땐 신의 존재를 믿을 수밖에 없네요. 야구의 신이 Y-DO를 편애해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준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슈스터도, 영도도 물러날 곳이 없었다.

지금의 1점은 그냥 1점이 아니었다.

다저스야 오늘 지면 모든 게 끝나는 상황인데 에이스가 무너지고 클로저까지 올려보낸 상황에서 리드를 빼앗긴다면 그게 아무리 고작 1점이라 하더라도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레즈 역시 오늘만 이기면 6일의 휴식일이 생기기에 1점의 리드만 잡아도 남은 3이닝을 유형근을 포함한 모든 투수를 총동원해 막아내면 끝이었다.

‘딱 하나. 하나면 된다. 1차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 시리즈에서 영도가 주인공이었던 유일한 경기는 1차전이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스탯 자체는 3타수 1안타에 불과했다.

그 1안타가 홈런이었고, 그 경기의 유일한 득점이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되었을 뿐.

오늘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이미 단타 하나가 있었지만, 대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단발성 안타였다.

오늘 경기에서 제 역할을 해냈느냐, 해내지 못했느냐는 이 한 타석에 걸려 있었다.

‘어깨 빠지겠네.’

베니 슈스터 역시 마찬가지.

지금 영도를 막아내면 영웅이었고, 막아내지 못하면 돈 라이스에 이어 2순위 역적, 장타라도 허용해서 3점 이상을 내준다면 1등 역적이 되는 상황.

마치 영도만 상대하고 팔이 빠져도 좋다는 듯 엄청난 강속구를 뿌려댔다.

평균적으로 98마일대에서 형성되는 패스트볼과 96마일대의 커터가 주 무기지만, 지금은 패스트볼은 101마일 이하가 없었고, 커터 역시 98마일 밑으로 떨어지는 공이 없었다.

‘제대로 맞추기만 하면, 이 정도 구속이면 일단 맞추기만 하면 멀리는 보낼 수 있어.’

[벼락 같은 스윙! 좌익수, 좌익수!! 파울라인을 벗어나는 대형 파울 홈런! Y-DO가 표정을 살짝 찡그렸습니다! 타석에서 절대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선수라는 걸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거의 다른 선수의 대성통곡 수준입니다!]

[Y-DO가 이 정도면 지금 슈스터는 거의 다리가 풀렸겠는데요? 비록 파울이 되긴 했지만, 온몸의 힘이 쭉 빠졌을 거예요.]

‘조금 빨랐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영도 역시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내 냉정을 찾았다.

아쉬운 파울 홈런 한두 번 쳐본 것도 아니고, 상황이 다르다고 해서 결과까지 다를 건 없었다.

그냥 언제나와 같은 파울 홈런일 뿐, 영점을 조정해 다시 안쪽으로 때려내면 되는 것이었다.

[파울 홈런 뒤 삼진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그것도 아닙니다. 타자의 아쉬움만큼이나 투수 역시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죠. 특히 지금은 정규시즌 성적으로 보나 현재 상황으로 보나 심리적으로 Y-DO가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으니 슈스터가 받은 충격이 더 클 거예요. 진짜 다리에 힘이 풀렸을 수도 있고요.]

‘좋아. 일단 영향은 있었어.’

실제로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슈스터의 다음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완전히 벗어나 포수가 일어나서 받아야만 했다.

안 그래도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었는데, 이 공 하나로 그걸 들키기까지 한 상황.

점점 슈스터가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팬들 역시 눈치챘다.

점점 결말이 가까워지는 상황에 다저스타디움에 밀집한 수만 명의 팬도 같이 숨죽인 채 경기에만 집중했다.

수만 명이 몰려있는 장소에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아아앍!!!!! 102마일의 엄청난 강속구를 받쳐놓고 때렸습니다!! 이건 볼 것도 없습니다! 이 정도 강속구를 앞에 딱 잡아두고 때리는데 뭘 더 봅니까!? 그랜-----드 슬램!! 신시내티 레즈가 4-0으로 앞서나갑니다!!]

[끝났어요! 완전히 끝났어요!! 킬 더 게임! Y-DO가 경기를 끝내버렸어요!!]

< 킬 더 게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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