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다저스 >
[“치고 던져라! 멀리, 높이, 더 빨리!”, 절대적 카리스마의 돈 라이스를 무너뜨린 코리안 메이저리거들]
[7이닝 5피안타 0사사구 5탈삼진 2실점 돈 라이스에 KO승 거둔 8이닝 5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의 유형근]
[3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유영도, 8이닝 무실점 유형근, 1이닝 무실점 반성훈...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다 한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 그냥 한국인 세 명이 다른 선수도 아니고 돈 라이스를 잡아버리네 ㄷㄷㄷ
- 유일한 타점이 유영도고, 유형근, 반성훈이 9이닝 전체를 무실점으로 막아주고... 이게 KBO야, MLB야?
- 유영도는 미국인
- 아, 누가 그걸 몰라? 근데 솔직히 국적만 미국이지, 한국에서 태어나서 제일 중요한 시기인 사춘기까지 한국에서 보냈는데 저 정도면 한국인이지. 이문재가 개새끼라서 그렇지
- 돈 라이스 잡히면 다저스 병X 되는데... 돈 라이스 잡히면 다저스는 거의 매번 탈락하지 않았냐?
- 다저스가 탈락하지 않은 적이 없어서... 돈 라이스 안 잡혀도 떨어지고 잡혀도 떨어짐
- 그건 있지. 돈 라이스가 잡히면 쉽게 떨어지고 안 잡히면 어렵게 떨어지는 거.
- 그냥 이번 시즌에도 다저스 망했음. 타선은 레즈가 한 수 위고 다저스는 투수진으로 가야 하는데, 돈 라이스 빼면 딱히 선발진도 크게 앞서진 않음.
- 레즈가 에이스가 약하다는 거 빼면 선발 로테이션 괜찮으니까. 후에르타-케인-유먼 vs 사뇰-칸터-리인데 전부 다 다저스가 앞서긴 하지만, 차이는 되게 소소함
- 투수진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의 우세인데, 타선은 레즈 압살. 내년 시즌엔 절대영도 없으니까 다저스는 내년 노리자. 어차피 돈 많잖아? 아예 지들이 데려가든가. 그거 아니면 다저스도 답 없다
영도와 유형근이 지배하고 반성훈이 마무리한 경기.
그냥 평범한 정규시즌의 한 경기도 아니고 월드시리즈 빼면 가장 큰 경기인 챔피언십 시리즈, 그중에서도 중요한 1차전이었다.
그렇게 중요한 경기를 한국인 메이저리거 세 명이, 냉정하게 쳐도 한국인 메이저리거 두 명과 한국 출신 메이저리거 한 명이 완전히 지배했으니...
한국의 야구팬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무너진 LA 다저스. 2선발 버질 후에르타 역시 6.1이닝 3실점으로 제몫을 다했으나...]
[포스트시즌 3호 홈런 기록한 유영도, 나란히 2루타 2개씩 터뜨린 유리 파체코와 센시오 리코. 예열 끝낸 ‘레드 머신즈’의 질주]
[또다시 LA 다저스에 드리운 암운. 다저스타디움으로 돌아가 반격 가능할까]
돈 라이스는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번만큼은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 중요한 1차전에서 팀에 승리를 안겨주겠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이번만큼은 월드시리즈에 올라가겠다...
하지만 그렇게 비장한 각오로 등판해 호투를 펼쳤지만, 영도에게 내준 투런 홈런을 제외하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지만.
레즈를 생각할 때 항상 ‘레드 머신즈’를 앞세운 타선을 먼저 떠올리느라 살짝 과소평가되었던 에이스, 유형근에게 뜬금없이 KO 펀치를 얻어맞으며 침몰하고 말았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LA 다저스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
돈 라이스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고 돈 라이스 등판 경기, 주로 1차전에서 패배하면 급격히 무너진다는 단점이 또 한 번 고개를 들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가장 결정적인 건 오랜만에 기본적인 전력 평가에서부터 레즈가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는 것이었다.
LA 다저스 입장에선 내셔널리그 내에서 전력이 밀린다고 평가받는 것은 꽤 낯설었다.
***
‘이제는 돈이 하지 못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날 거야. 네가 그의 부담을 조금씩 덜어줘야 해.’
다저스타디움으로 돌아와 3차전 선발로 등판한 ‘돈 라이스의 후계자’ 페드로 케인.
케인은 경기 전 다저스 감독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샌디 쿠팩스로 시작해 돈 서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케빈 브라운, 클레이튼 커쇼를 거쳐 돈 라이스까지 이어온 LA 다저스의 에이스 계보.
그리고 쿠팩스와 발렌수엘라, 커쇼, 라이스로 이어온 좌완 슈퍼 에이스 계보.
페드로 케인은 이 두 가지 계보의 다음 칸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을 거라 기대받는 투수였다.
돈 라이스가 본인도 내심 각오한 것처럼 언제 에이스의 포스를 잃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와 몸 상태가 되었기에 이젠 슬슬 페드로 케인이 빛나줘야만 했다.
‘돈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YG가 대체 누군데, X발.’
케인은 1차전 보여준 유형근의 퍼포먼스에 자극받은 상태였다.
강속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조합으로 타자를 찍어누르는 피칭 스타일은 돈 라이스의 전매특허였고, 케인이 주목받은 것도 비슷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레퍼토리는 상당히 흔했다.
돈 라이스의 다음 세대라 할 수 있는 젊은 선수 중 비슷한 레퍼토리로 에이스급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가 페드로 케인 밖에 없었고, 같은 팀이기까지 했으니 돈 라이스의 후계자로 불린 것.
그리고 유형근은 같은 팀이라는 것만 빼면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심지어 페드로 케인은 같은 팀이기에 성사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쳐 굉장히 인상 깊은 피칭으로 승리하기까지 했다.
‘원래 같은 팀에서 자리를 물려주기만 기다리는 후계자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이번 시즌의 돈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그래서 시대를 지배한 인물의 후계자는 같은 진영이 아니라 다른 진영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후계자가 맞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자리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고, 같은 진영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면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래서 케인도 조급함을 느끼고 있었다.
돈 라이스가 그래도 건재할 때 그를 넘어서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보였으니까.
‘Y-DO가 있는 건 그래서 다행인 거지. 돈과 대결할 순 없겠지만, Y-DO를 잡으면 돈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것과 비슷한 임팩트를 줄 수 있을 테니까.’
페드로 케인이 아무리 젊고 패기 넘친다 하더라도 이번 시즌의 영도는 어나더 레벨이었다.
아무리 자신감이 강하다 못해 넘치는 수준인, 조금 걱정될 정도인 케인이라 해도 영도에겐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공포로 넘어가진 않았다.
조금 부담스럽지만, 한 번 잡아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정도.
‘그래 봤자 3할 타율이야. 압도적인 홈런 개수와 출루율, 장타율 때문에 다들 함정에 빠진 거라고.’
출루율은 그렇다 치더라도 장타율은 일단 안타가 나온 다음에 계산하는 지표였다.
일단 3할 확률을 통과해야 다음에 장타율이 적용된다는 것.
이런 케인의 태도는 일반적으로 보면 더없이 완벽했다.
어떤 타자를 상대하든 투수는 쫄지 말고 과감하게 자신의 공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으니까.
정규시즌이었다면 아무리 상대가 영도라 해도 이런 태도로 맞붙는 게 정답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타석, 한 타석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배리 본즈 이외에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상정 외의 괴물을 상대로, 아직 잠재력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아직 리그 에이스급이라는 평가까진 받지 못하는 케인의 태도라기엔 조금 애매했다.
그냥 영도가 무섭다는 걸 인정하고 피하는 게 옳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
‘됐어! 당신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건 쉽게 공략할 수 없...’
[오늘도! 오늘도 홈런을 터뜨립니다! 챔피언십 시리즈 돌입 이후 3경기 연속 홈런! 디비전 시리즈에서 1홈런에 그쳤던 건 예열에 불과했음을 증명합니다!]
[지금 불리한 팀, 쫓기는 팀, 조급한 팀은 다저스거든요!? 그런 팀일수록 선취점과 분위기 선점이 중요한데, 이 홈런은 너무 크죠!]
‘아...’
페드로 케인은 돈 라이스의 후계자가 확실했다.
돈 라이스가 홈런을 허용했을 때 그랬듯이 케인 역시 공을 던진 본인이 확신을 가질 만큼 좋은 공을 던졌고, 그게 홈런으로 이어졌다.
모든 투수가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영도에게 홈런을 얻어맞기 전까지는.
***
[신시내티 레즈... 무섭습니다. 일단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약한 것도 분명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번 시즌은 전력에서부터 레즈에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만약 스윕이라도 당한다고 하면 그나마 있던 변명의 여지도 사라집니다!]
[그렇죠. 다저스가 전력에서부터 밀리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지만, 그렇다고 한 경기도 못 이길 만큼 차이가 크진 않아요! 그럴 리가 없죠. 두 팀이 쓸 수 있는 금액부터 다른데...]
[오늘은 두 젊은 투수들이 나란히 경기 초반의 흔들림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각각 3.1이닝,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이번 시리즈 최초의 타격전이 펼쳐졌습니다.]
[타격전이 되면 뭐... 한쪽으로 쏠리죠. 예상대로 되었고요.]
돈 라이스가 부진할 때, 갑자기 등장한 유형근 때문에 위기감이 느껴질 때.
평소보다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던 페드로 케인은 오늘 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한 만큼 1회부터 영도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흔들렸다.
그리고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은 리코의 백투백 홈런.
극단적인 타자친화구장에서 펼쳐진 1, 2차전은 유형근과 카를로스 사뇰, 돈 라이스와 버질 후에르타의 좋은 피칭과 불펜 투수들의 헌신 속에 투수전으로 펼쳐졌다.
투수친화구장에 가까운 다저스타디움에서의 3차전은 두 젊은 선발투수가 초반부터 흔들리면서 양 팀 합쳐 23점이 나오는 난타전.
그리고 다저스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투수전에서 레즈가 2연승을 거두고 전공분야인 난타전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만약 오늘까지 승리하면 시리즈 스코어는 3-0.
LA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잔혹사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해도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
[LA 다저스의 피할 수 없는 선택. “4차전 선발은 돈 라이스”]
[마지막 이닝, 3일 휴식 후 등판, 시리즈 두 번째 등판이 불안한 33세의 돈 라이스. 과연 이번에는 다를까]
[돈 라이스, “내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뿐. LA 다저스는 4차전에서 끝나지 않을 것”]
너무나도 거대한 팬덤과 그들의 비대한 기대감, 언론의 엄청난 관심 등등...
다저스는 실패했을 때의 여파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팀이었고, 그래서 언제나 위험할 땐 보수적인 선택, 다른 말로 뻔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팀이었다.
이번에도 다저스의 감독은 4차전에 돈 라이스를 당겨 쓸 수밖에 없었다.
패배하면 탈락하는 상황에서 돈 라이스를 아꼈다가 만약 패배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전성기의 돈 라이스도 3일 휴식 후 등판 성적이 그닥 좋지 않은 투수였다.
포스트시즌에는 더더욱 그랬고, 심지어 같은 시리즈 두 번째 등판 성적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33세의 돈 라이스를 또다시 3일 휴식 후 내보낸다?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는 팀의 상황과 돈 라이스의 너무 강한 존재감으로 인한 의존도까지.
다저스 최고의 장점이지만, 포스트시즌 한정 단점에 더 가까운 두 가지 요소를 안고.
다저스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4차전을 준비했다.
< 역시 다저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