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나의 전장 > (181/200)

< 나의 전장 >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 단판 승부에 에이스 제러드 홉슨 대신 2선발 커트 페니 올린 승부수 통했다! 7.1이닝 2실점 호투 앞세워 시카고 컵스 꺾고 디비전 시리즈 진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꺾고 디비전 시리즈 진출한 LA 에인절스.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 뉴욕 양키스와 챔피언십 시리즈 티켓 두고 경쟁]

[신시내티 레즈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Y-DO 더비’. 과연 승자는 Y-DO를 가진 레즈인가, Y-DO의 유산을 가진 로키스인가]

[레즈 vs 로키스, 다저스 vs 내셔널스, 양키스 vs 에인절스, 에이스 vs 트윈스. 월드시리즈 우승 걸린 네 팀의 마지막 질주]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까지 끼고 완벽한 2042년의 주인공이 되겠다”, 출사표 던진 Y-DO. 두 시즌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함께 노린다]

영도를 비롯한 레드 머신즈 멤버들, 선발투수와 제프 칸, 반성훈을 비롯한 핵심 불펜, 아즈라엘 알파로, 말론 버드 등 주전 야수들까지.

신시내티 레즈는 162차전 경기에 핵심 선수들을 전부 제외하면서 포스트시즌을 대비했다.

내셔널리그 승률 1위를 차지했다는 메리트를 적극적으로 활용, 이번 시즌에도 역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와일드카드 티켓을 두고 경쟁한 콜로라도 로키스를 체력으로 찍어누르겠다는 의지였다.

[우리가 74호 홈런 때 도와줬으니까 이번엔 조금 감안해주고 그런 거 없냐?]

“당연히 없지, 무슨 개소리일까.”

[... 개소리라니... 우리 Y-DO,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하찮게 대하는 느낌이야?]

“그러게. 나도 좀 놀라는 중이다. 내가 다른 어떤 선수들한테도 건조하게 대하는데 유독 당신이랑 대화하면 격의가 없어진단 말이지.”

로키스 역시 최선을 다해 와일드카드 막차 티켓을 얻고 디비전 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사실, 와일드카드를 향해 팀의 모든 걸 쏟아부을 때도 분위기 자체는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디비전 시리즈까지 진출해봤자 영도의 신시내티 레즈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영도가 포스트시즌에서 얼마나 무서운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콜로라도 로키스의 프런트, 직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었다.

젊은 팀, 콜로라도 로키스는 영도와 함께한 지난 시즌의 찬란한 성공과 영광, 영도 없이도 다시금 포스트시즌에 올라오면서 얻어낸 자신감으로 얼마든지 뜨거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영도가 기다린다는 것 하나 때문에 로키스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끝까지 터질 수 없었다.

해니건 역시 영도와 친하고 포스트시즌에서 만났기 때문에 전화한 것도 있지만, 팀 전체에 내려앉은 영도의 그림자를 확인하고 답답해져서 전화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이는 꼭 로키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남은 팀 중 지난 시즌 영도의 공포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LA 다저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간접적으로 경험한 워싱턴 내셔널스, 뉴욕 양키즈, LA 에인절스, 미네소타 트윈스도 영도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 에휴, 너무 모양 빠지게 떨어뜨리지만 마라.]

“엄살은... 당신이 이끄는 로키스가 모양 빠질 리 없지. 우리가 3-0으로 이길 거지만, 로키스도 분명 끝까지 멋질 거라 확신한다.”

[오... 말 좀 길게 하는데? 위로해주는 건가? 크으... Y-DO가 이렇게 좋은 사람이 되다니... 이 형님은 눈물이... 뚝-]

“뭔 헛소리를...”

영도는 냉정하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끊은 영도의 표정이 멋쩍어 보였고, 아마도 전화를 끊긴 해니건은 언제나처럼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신나게 웃고 있을 터였다.

해니건의 말이 일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영도는 분명 서울 제츠의 손성호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게일 해니건을 겪으며 인간적으로 많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신시내티 레즈로 넘어와서는 옛날이었다면 받아주지 않았을 센시오 리코의 찬양과 유형근의 장난을 다 받아주면서 팀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는 데 일조했다.

아직 ‘리더’라고 할 순 없었지만, 존재만으로도, 존재하면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장난을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거물이 유영도라는 선수였다.

영도가 거기까지 해내면 주전 포수 말론 버드와 유리 파체코의 조력 하에 미래의 프랜차이즈 스타 센시오 리코가 손쉽게 팀을 이끌 수 있었다.

영도는 나름대로 본인의 역할을 찾아냈고, 이는 레즈의 분위기를 봤을 때 150% 성공으로 돌아왔다.

“하여튼 게일 그 사람은... 당장 이틀 뒤부터 디비전 시리즈인데 또 전화를 한다.”

“그게 해니건이지. 그 정도 성격이니까 나랑 나름대로 친구 비슷한 관계가 된 거 아니겠냐.”

“하긴... 누가 형이랑 친구 해주겠어? 좋은 사람이네.”

“이 자식이...”

이번 시즌에도 승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당연히 영도가 말도 안 되는 시즌을 보냈으니 시즌 중에도 굉장히 바빴지만, 정규시즌이 끝나고 남은 8개 팀을 제외하면 다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가 되니 더욱 바빠졌다.

이번 시즌 종료 후 영도는 무조건 옵트아웃을 선언할 테고, 역사상 최초의 연평균 60M 이상, 총액 600M 이상의 계약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 TPK 에이전시 전체가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영도의 에이전시인 TPK는 영도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10년간 빠르게 성장한, 알짜배기지만, 아직 규모는 크게 성장하지 못한 회사였다.

아직 총액 2억5천만 달러 이상의 선수도 다뤄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6억 달러 이상의 선수를 다루게 되었으니...

요즘은 같은 집에 사는데도 승도를 만나기가 힘들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5번째로 백투백 MVP를 차지하게 된 소감은 어떠십니까?”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닌데... 라고 말하면 너무 재수 없겠지. 아직은 얼떨떨하네.”

0.301/0.461/0.813 77홈런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외에도 장타율 역대 4위, 최다 루타 역대 6위, OPS 역대 9위, 볼넷 역대 10위로 5개의 단일 시즌 TOP 10 기록을 작성한 영도는 이견의 여지 없는 2042시즌 만장일치 MVP였다.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단 한 표라도 1위 표가 다른 선수에게 간다면 그 기자는 다시는 이 바닥에 발을 붙이지 못할 거라 예상되는 상황.

지난 시즌에 이은 백투백 MVP 수상은 200% 확실했다.

메이저리그 역사로 따져봐도 지미 폭스, 할 뉴하우저, 요기 베라, 어니 뱅크스, 로저 매리스, 조 모건, 마이크 슈미트, 데일 머피, 배리 본즈, 프랭크 토마스, 알버트 푸홀스, 미겔 카프레라, 마이크 트라웃까지 단 14명만 기록한 영광.

그리고 이 선수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3회 이상 MVP를 수상한 선수가 본즈, 트라웃, 푸홀스, 베라, 팍스에 더해 알렉스 로드리게스, 조 디마지오, 미키 맨틀까지 8명에 불과하니 2회 MVP 수상자들도 대부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는데 백투백이면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특히 할 뉴하우저를 제외한 나머지 13명은 투표를 통해 헌액되어 역대 메이저리거 중 0.5%를 겨우 넘는 선수들에게만 허락된 영광을 누렸으니...

영도 역시 77홈런의 임팩트와 백투백 MVP, 이것만으로도 10년만 딱 채우고 은퇴하면 첫 턴 헌액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리 본즈,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록이란 기록은 다 깨고 있잖아. 형이 5연속 MVP 받아서 연속 MVP 기록도 갈아치우는 건 어때?”

“허! 넌 진짜 나한테 얼마까지 바라는 거냐? 그런데... 왠지 조금만 운 좋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미친 건가.”

“으하하하, 아무리 세이버메트릭스고 나발이고 해도 아직 MVP는 홈런이야. 형이 홈런만 많이 치면서 세부 지표가 나쁜 타자인 것도 아니고 세부 지표 좋은 타자가 홈런까지 많이 치는 거니까. 앞으로 3년 동안 55홈런 이상만 꾸준히 때리면 5연속 MVP도 가능할 것 같은데.”

“나도 그래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거다.”

배리 본즈의 가장 대표적인 기록,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포함해 그가 가지고 있던 여러 기록들을 갈아치우다 보니 영도에게 뭔가 ‘스테로이드 청소부’라는 이상한 이미지가 씌워졌다.

물론, 안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모든 스포츠 팬이 혐오하는 사기꾼들을 몰아내는 이미지가 어떻게 안 좋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번 시즌 영도의 성적이 배리 본즈의 01시즌은 물론 커리어 하이였던 02시즌보다도 좋았다.

타격 성적 자체는 타율과 출루율이 받쳐주는 본즈가 여전히 낫지만, 영도에겐 말년의 그에겐 없었던 수비력이 있었으니까.

당시처럼 스테로이드로 인한 타고투저 시대도 아닌데, 지난 시즌 근처의 성적만 유지하면 5연속 MVP도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거의 모든 시즌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던 마이크 트라웃 등의 선수도 백투백에서 멈췄지만, 그들에게도 분명 가능성은 있었다.

영도에게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MVP든 명예의 전당이든 투표에선 이미지도 엄청 중요한 것 알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깔끔하게 하고 가자. 지난 시즌에는 프랜차이즈 최초 우승에 48년 만의 우승, 이번 시즌에는 팀을 떠나 신시내티라는 도시에 51년 만의 우승을 안겨주면... 그거면 이미지 끝이지.”

“그러니까. 이번 시즌 끝나고 FA 협상할 때 그런 것도 신경 쓸까 봐. 이게 은근히 보람이 넘치네.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숨 거는 팀들에 우승 반지를 안겨주는 일.”

“오오... 드디어 형도 선호하는 팀이라는 게 생긴 거야? 좋은데? 선수라면 그 정도 목표는 있어야지.”

“나도 이제 자리 잡았으니까. 그냥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나오는 게 목표였는데, 그건 이뤘으니 다음 목표라는 것도 있어야지.”

1961년 창단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텍사스 레인저스, 69년 이후 우승이 없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컵스를 떠나보낸 뒤 가장 오랫동안 우승이 없는 팀이 되어버린 48년 우승 이후 우승이 없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

로키스와 레즈에서의 경험 때문에 영도는 우승에 목숨 건 팀에게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안겨주는 것에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로키스가 우승 반지 수여식과 74홈런 당시 보여주었듯 팀이 보여주는 대접도 그렇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건 팬들의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성적 이외의 방법으로는 팬들을 웃음 짓게 할 능력이 없는 영도가 유일하게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방법이었으니까.

“오케이. 그런데 하나는 알아둬. 현재 상황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우승이 시급한 팀 중에 형 연봉 맞춰줄 수 있는 팀은 레인저스 정도가 끝이야.”

“그래.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싶다는 거지, 딱히 꼭 그런 팀에 가야만 한다는 건 아니니까. 조건 안 맞으면 당연히 그만두는 거지.”

“오케이. 고집 안 부리니까 좋네. 그래도 회사에 전달은 할게. 최대한 그쪽으로 신경 써달라고.”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럼 힘내고.”

승도는 집에 엉덩이 붙일 시간도 없이 다시 자신의 전장으로 떠났다.

영도에게 영도의 전장인 그라운드가 있는 것처럼 승도에게도 자신의 전장이 있었다.

유씨 형제는 오늘도 자신의 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 나의 전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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