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rewell >
[4경기 휴식 끝!! Y-DO, 74호 홈런 이후 잠깐의 휴식 끝에 다시 75호 홈런 폭발!!]
[원정 10연전 마치고 홈으로 돌아오자마자 4경기 만에 홈런포 재가동... 배리 본즈 +2 달성]
[캔자스시티 로얄스 상대로 홈런포 재가동한 Y-DO, 75호 홈런으로 마지막 홈 3연전 돌입]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3연전 중 1차전, Y-DO의 홈런포가 또다시 터졌다!! 76호 홈런, 배리 본즈 +3!!]
[멈추지 않는 Y-DO의 홈런 행진. 럭키 세븐 X2, 77호 홈런 가능할까?]
[레즈 감독 마이크 혼스비, “Y-DO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내일 경기가 정규시즌 마지막 출전. 경기 종료 후 그의 홈런 신기록을 축하하는 시간 가질 것”]
[콜로라도 로키스 vs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vs 보스턴 레드삭스. 포스트시즌 막차 경쟁 치열]
[포스트시즌 앞두고 마지막 재정비 들어간 포스트시즌 진출팀들. 이젠 홈런 신기록의 여파에서 잠시 벗어나 월드시리즈를 바라볼 때]
영도도 사람이었는지 74호 홈런 이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4연전에선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아니, 영도였기에 4경기 만에 침묵에서 벗어나 75호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홈으로 돌아와 캔자스시티 로얄스와의 2연전에서 홈런 한 개를 추가한 영도는 이후 펼쳐진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3연전 중 1차전에서 또 한 번 홈런을 추가하며 76호 홈런 고지에 올랐다.
마지막 상대가 딱 좋았다.
이미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과 내셔널리그 승률 1위를 확정지은 신시내티 레즈가 포스트시즌에 대비하면서도 정규시즌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약팀, 중부지구 최하위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마지막 3연전 상대였다.
영도의 추가 홈런과 포스트시즌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완벽한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에야말로 레즈의 우승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버지도 마지막으로 레즈의 우승을 경험한 게 결혼하기도 전이셨죠?”
“그랬지... 그때가 마지막으로 너희 할아버지와 함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를 찾은 날이기도 했고...”
쿠퍼 3대는 이번에도 역시 경기장을 찾았다.
원래는 162차전을 함께 관람할 생각이었지만, 영도의 마지막 경기 결장 소식을 듣고 161차전 관람으로 선회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았고, 어쩌면 이번 시즌 마지막 홈런, 역사적인 기록을 장식하는 마지막 홈런볼을 노리는 팬들 역시 몰려들었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1차전부터 7차전까지 전부 다 보고 싶구나. 내가 죽기 전에 레즈의 다음 월드시리즈가 있을 거라 확신할 수 없으니... 나중에 아버지를 만났을 때 아버지가 보지 못한 월드시리즈 우승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
“하긴... 1990년 우승은 할아버지도 보고 돌아가셨죠. 90년 우승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다 말씀하셨을 테니 아버지도 이야깃거리가 필요하시겠네요.”
지금은 3대가 신시내티 레즈를 응원하는 중이었지만, 사실, 쿠퍼 가문은 7대째 레즈를 응원하는 유서 깊은 레즈 팬 가문이었다.
1857년생이었던 선조가 1882년에 창단한 신시내티 레즈의 원년 팬이 되었고, 이후 7대를 내려온 것.
1968년생 다니엘 쿠퍼의 아버지가 1940년생으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났는데, 아마 그가 선조들에게 빅 레드 머신과 1990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이야기를 다 풀어놓았을 테니 다니엘 쿠퍼에게도 이야깃거리가 필요했다.
“사실 Y-DO의 활약만으로도 충분히 환영받겠지만... 그래도 선조들에게 사랑받기엔 월드시리즈 우승이 최고겠지.”
“하하하, 그렇게 될 겁니다. 바로 그 Y-DO가 있으니까요.”
지금 레즈 팬들에게 영도의 이름은 곧 약속된 승리의 이름이었다.
정규시즌 승률 1위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레즈 팬들은 영도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
“한 경기 먼저 정규시즌을 끝내고 심지어 경기 후 기념행사까지... 2042시즌의 주인공이 된 기분은 어때요?”
“뭘 어때. 좋고 감사하지.”
“그게 전부? 정말 흔하지 않은 경우인데 그게 다? 기대보다 훨씬 잘해서 기어이 에이스 자리까지 차지한 나도 이미 시즌 끝났는데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더할 게 뭐 있나. 기분 좋고 감사하면 끝이지.”
161차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끝내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포스트시즌 대비 체력 안배였다.
실제로 영도 외에도 함께 레드 머신즈를 구성하는 센시오 리코, 유리 파체코, 이외에도 많은 선수가 내일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굳이 콕 집어 영도만 따로 언급한 이유가 있었다.
162차전이 끝나면 정규시즌이 끝났다는 의미가 가장 강할 수밖에 없으니 따로 영도를 위해 뭔가 해주기가 어려웠다.
대부분의 기념행사를 5회말 종료 후 클리닝 타임에 여는 것, 축구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인 선수를 경기 종료 전 교체해 기립박수의 기회를 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흔치 않은 일이었고, 그만큼 영도가 대단한 시즌을 보냈으며 신시내티 레즈 구단과 팬들이 크게 감사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 형한테 뭘 바라겠어요. 오늘도 홈런 한 방, 깔끔하게 부탁드립니다.”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다만. 그래도... 치고는 싶네. 이왕이면 76호보다는 77호가 어감도, 느낌도, 뉘앙스도 좋으니.”
영도의 마지막 경기는 오늘이었고, 내일은 대다수의 주축 선수들이 빠질 예정이었지만, 오늘 경기 역시 모든 주축 선수가 출격하진 않았다.
선발 로테이션은 어제 경기를 마지막으로 가동을 중단했고, 오늘과 내일은 유망주 투수가 등판할 예정이었다.
유리 파체코와 아즈라엘 알파로, 말론 버드까지 스타팅 라인업에서 세 선수가 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도의 마지막 경기라는 것만으로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는 일찌감치 매진되었고, 영도는 텐션이 늘어지는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의 성원을 홈런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도 일단은 수비부터지. 다녀온다.”
“파이팅! 힘내세요!”
오늘 영도는 다른 것 다 포기하고 홈런, 홈런 하나만을 노린 스윙으로 일관했다.
어차피 순위와 아무 상관 없고 영도의 추가 홈런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기였기에 한 경기 정도는 괜찮았다.
아쉽게도 앞선 두 타석에선 홈런이 나오지 않았지만, 아직 세 번 정도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아마도 다음 5회에는 타석이 돌아올 테니...
이번 수비부터 집중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3번 타자, 에디슨 에밋! 비록 시즌 마지막 3연전이 원정에서 펼쳐지긴 하지만, 그래도 파이리츠 팬들에게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이라도 남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파이리츠가 참... 암흑기가 너무 길어요. 레즈가 51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지만, 파이리츠는 50년 동안 암흑기예요. 2010년대에 3년 연속 와일드카드를 획득한 적은 있지만...]
[파이리츠가 참 70년대까지는 월드시리즈 우승 5회를 차지하는 등 강팀이었고,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 호너스 와그너를 포함해 로베르토 클레멘테, 윌리 스타젤, 랄프 카이너, 빌 매저로스키, 폴 웨이너 등의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도 있지만. 우승 경험이 있는 팀 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다음으로 오랫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는 불명예도 함께 가지고 있는 팀입니다.]
[미첼 리포트 이전, 블랙삭스 스캔들 이후 최대 스캔들이었던 마약 사건도 있었고... 여하튼 참 이런저런 일들이 많은 팀이에요.]
팀 레인스, 더스티 베이커, 윌리 메이스, 윌리 스타젤 등 슈퍼스타들의 코카인, 혹은 암페타민 복용 관련 증언이 쏟아졌던 피츠버그 마약 재판의 당사자.
여기서 사무국이 정신을 차리지 못해 스테로이드 시대와 미첼 리포트로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큰 설득력을 얻었을 정도의 흑역사였다.
안 그래도 성적만 봐도 최악인데 이런 흑역사까지 있으니 팀의 이미지를 도저히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정확히 6년을 뛰고 FA로 나가거나 4, 5년 후 트레이드로 나가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에이스와 간판타자의 역사는 에디슨 에밋에게까지 이어졌다.
그 역시 FA 대박을 치고 팀을 떠날 생각만 가득한 선수였고.
[Y-DO가 75홈런을 때리면서 약간 빛이 바랬지만, 30홈런 타자만 해도 전체 리그에서 TOP 20에 들어가는 뛰어난 장타자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어쨌든 곧 FA, 혹은 트레이드 시장에라도 이름을 올릴 선수니까 가치를 끌어올려야 해요. 실제로 이번 시즌 모습을 보면 선수 본인도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의 영도처럼 극단적으로 홈런을 노리는 어퍼 스윙의 에디슨 에밋.
하지만 영도보다 컨택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 타율은 2할대 후반, 선구안은 조금 떨어져서 3할대 중후반, 5할대 중후반의 장타율로 30+홈런.
파이리츠가 좋아하는 비싼 상품.
[공을 쪼개버릴 듯한 강렬한 스윙! 하지만 타구는 낮게 깔리면서! Y-DO!! 3루 베이스 위에서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고 1루에서 잡아냅니다!]
[Y-DO는 조금 더 수비 쪽에서 재평가가 되어야 해요. 공격력이 너무 좋아서 수비가 저평가되는데, 평균 이상은 되거든요?]
어떻게 보면 배리 본즈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홈런타자들처럼 에디슨 에밋과 같은 선수들 역시 영도로 인한 간접피해를 보았다.
개나 소나 스테로이드를 쓰면서 40+홈런이 홈런타자의 최소 조건이 된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영도 혼자 치고 나가는 상황이니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피해자는 피해자.
하지만 영도는 그런 피해자의 강한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는 비양심을 선보였다.
“크으, 다음 타석 홈런을 위해 수비부터 예열한 거죠? 역시 우리 형, 뭐 하나도 대충 하는 게 없다니까?”
“내가 예열하고 싶다고 공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는지는 몰랐네. 아주 대단한 능력인데.”
“으히히... 그래도 분위기 좋은데요? 77호 진짜 나오는 거 아녜요?”
“하아... 적이 가까이에 있었네. 남들은 어떻게든 부담 안 주려고 난리인데 기록 도전할 때부터 같은 한국 출신 후배라는 사람이...”
말은 이렇게 해도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영도는 부담감과 긴장감, 중압감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의 소유자였기에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리고 기록 도전 당시의 부담감과 비교하면 지금은 너무 홀가분해서 날아갈 수 있을 정도였고.
“그럼 다녀온다.”
“옙!! 이온음료 시원하게 따라놓고 기다리겠습니다!”
[Y-DO의 오늘 경기 세 번째 타석! 과연 숫자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77호 홈런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사실, 사람이 이래요. 이번 시즌 Y-DO에게 뭔가를 더 바란다는 건 정말 양심 없는 행동이거든요? 하지만 뭔가 자꾸 더 기대하게 되는 게 사람이죠. 이건 진짜 별것 아닌 건데 76을 보니까 왠지 77이 더 기분 좋은 것 같고 막 그러네요.]
‘76이고 77이고... 오늘 경기 티켓을 사고 들어온 팬들은 다들 홈런을 원할 테니... 팬들이 원하면 또 해줘야지.’
영도는 77, 이런 숫자의 미신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팬들이 원한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홈런을 쳐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영도의 정규시즌 마지막 출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수 분 만에 티켓을 매진시킨 팬들을 위해서라도 정규시즌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다.
유영도를 상징하는, 유영도의 정규시즌 마지막에 가장 어울리는 결과는 당연히 홈런이었다.
[멀리! 멀리! GET-YA!! Y-DO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Y-DO가 정규시즌 마지막 출전 경기에서 77호 홈런을 터뜨리며 완벽한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합니다!!]
[배리 본즈 +4! 스테로이드 시대가 끝나고 73홈런은커녕 65홈런 타자도 다신 나오기 어려울 거라 이야기했는데, Y-DO는 73홈런을 돌파한 것도 모자라 77홈런으로 기록을 4개나 늘렸어요!!]
[2042년 메이저리그, 나아가 전 세계의 주인공 중 한 명은 단연코 Y-DO입니다!! 만약 여기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끈다면 단독 주연이라고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Y-DO의 행보에는 항상 드라마가 있죠! 지난 시즌 로키스의 록토버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초의 우승,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77홈런! 여기에 51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안겨준다면 단독 주연이라고 주장한다 해서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요!]
< Farewell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