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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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Y-DO는 중요한 순간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522피트짜리 대형 홈런, 역대 최장거리 홈런으로 74호 홈런을 장식하며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리다]

['Y-DO EFFECT'. 미쳐버린 Y-DO의 홈런 레이스가 일으킨 경제적, 사회적, 가장 중요한 야구 역사에서의 가치는?]

[드디어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진 배리 본즈의 불명예스러운 기록. 명예와 영광을 지키면서 배리 본즈까지 밀어내버린 Y-DO의 공포]

[“존경스럽다 못해 경외심이 느껴지는 선수. 지난 시즌 한 팀에서 동료로 활약했다는 게 나중엔 나의 자랑거리가 될 것.”, 게일 해니건과 콜로라도 로키스의 Y-DO 사랑. 74호 홈런을 보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522피트-515피트-513피트... 역대 최장거리 홈런 1, 2, 3위에 자신의 홈런을, 그것도 두 시즌 만에 올려버린 Y-DO의 괴력]

시즌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의 다른 모든 것들은 영도의 홈런 신기록 도전에 먹힌 상태였다.

시즌을 진행하다 보면 팬들의 관심사는 크게 4, 5개의 화제, 선수에 집중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야구계를 넘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간 ‘Y-DO 신드롬’이 일어났기에 야구계에서는 다른 어떤 화제도 이 신드롬을 이길 수 없었다.

배리 본즈야 말할 것도 없고, 마크 맥과이어 역시 말할 것도 없는 약쟁이였다.

본즈는 위증 논란 등 도핑을 떠나 재판에서의 불법 행위도 크게 논란이 되었고, 빅맥은 차라리 위증을 하는 게 나았다고 평가할 정도로 찌질한 태도 때문에 인심을 크게 잃었다.

빅맥은 70홈런에 도전하던 그 시기에도 당시 메이저리그에선 금지약물이 아니었다지만, 올림픽 기준으로는 4년 전 금지약물로 지정되었던 안드로스텐다이온이 본인의 노하우라며 본인 입으로 자랑스럽게 떠벌린 적이 있었다.

약물, 불명예로 얼룩진 메이저리그의 70+홈런 기록들.

이번 시즌 내내 영도의 기록 도전을 팔로우하면서 더 크고 성대하게 다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본즈는 당시에도 딱히 대접받지 못했지만, 98시즌 당시 빅맥이 약물 사용을 본인 입으로 떠벌렸음에도 영웅으로 대접해주었던 흑역사를 지우고 싶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의지였다.

어쨌든 도핑 효과까지 고려한 성적과 기량만 따져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홈런타자라 할 수 있는데, 그 어떤 부정 없이 그 위치를 차지한 최고의 타자.

덕분에 메이저리그 사무국 차원에서 주어진 역사상 최고의 푸쉬까지 받을 수 있었고, 약간 부족한 부분은 본즈와 빅맥은 받을 수 없었던 아시아권에서의 전폭적인 지지가 차고도 넘치게 채워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압도적인 인구와 아시아에서 아주 큰 지분을 차지하는 한국, 그리고 어떻게든 영도를 끌어내리려 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매 경기, 매 순간을 챙겨보는 일본 팬들까지.

스포츠계의 2042시즌이 아니라 단순히 2042년 전체의 메인 뉴스 TOP 10을 꼽아도 무조건 들어갈 만한 활약상.

영도의 2042시즌은 그만큼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Y-DO의 홈런 신기록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어쨌든 기록 경신에는 성공. 그렇다면 이제 다음 목표는 신시내티 레즈의 51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찬란하고 아름다운 Y-DO의 2042시즌. 이에 어울리는 완벽한 마무리이자 악세사리는 역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한숨 크게 덜어낸 신시내티 레즈, 이제 다시 월드시리즈 정조준]

영도의 홈런 신기록 도전은 더없이 찬란한 영광이기도 했지만, 신시내티 레즈 입장에선 부담이기도 했다.

정말 만에 하나라도 신기록 도전에 실패한다면 이미 형성된 영도의 극성 팬덤에 의해 ‘완벽한 타자의 발목을 잡아 다신 없을 영광을 방해한’ 팀, 선수들로 마녀사냥 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

그래서 74호 홈런이 나온 순간 가장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신시내티 레즈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영도는 홈런 신기록 달성에 성공했고, 기록을 더 늘릴 순 있겠지만, 더 이상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신시내티 레즈는 이번 시즌 팀의 모든 걸 걸고 도전한 51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라는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팀 전체가 그 목표 하나를 향해 뛸 수 있게 되었다.

“Y-DO.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음? 피자로? 무슨 이야기인데.”

영도의 홈런 신기록 달성이 확정된 순간, 그 누구보다 안도하고 기뻐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1년 계약으로 신시내티 레즈에 합류한, 백업 포수 발데마르 피자로였다.

“일단 지난 시즌에는 내가 미안했어! 이번 시즌에도. 네가 홈런 신기록에 집중하는 건 알았지만, 혹시라도 그것 때문에 포스트시즌에 지장이 갈까 봐 내심 초조했거든? 그것도 미안해!”

“... 갑자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37세 시즌을 맞이한 만년 백업 포수 발데마르 피자로의 유일한 목표, 선수생활의 마지막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뿐이었다.

한때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포수가 꿈이었지만, 이후 메이저리그 주전 포수로, 나중에는 그냥 25인 로스터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상황이 되었던 백업 포수.

20-80 스케일에서 전성기 기준 컨택 25, 파워 40, 스피드 35, 수비 60, 어깨 75.

지금은 컨택 20, 파워 20, 스피드 30, 수비 55, 어깨 60.

수비와 어깨를 빼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백업 포수는 수비와 어깨, 두 개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팀을 골라서 갈 수 있는 포지션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팀을 돌았고, 백업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수성 덕분에 강팀들도 많이 돌아다녔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번 월드시리즈 우승을 피해 다녔고, 초라한 커리어에 월드시리즈 우승 커리어라도 추가하고 싶다는, 앤서니 모리스와 같은 마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버티고 있는 선수.

그게 바로 발데마르 피자로였다.

“지금까지처럼 그냥 조용히 있었어도 될 텐데. 내가 당신을 위해서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메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 그만큼 절박하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을 조금이나마 높이고 싶으니까. 난 정말 간절해. 너처럼 재능 넘치는 슈퍼스타들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선수들은 내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우승 반지밖에 없다고.”

그의 모든 초점은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에 맞춰져 있었다.

지난 시즌 로키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이 희박하다고 평가되는 팀에 합류하면 한 시즌 내내 몸을 사리면서 시즌 개막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좋게 말해 다음 시즌 준비지, 대놓고 말하면 그냥 이게 태업이었다.

“그런가. 뭐, 그게 당신 선택이겠지. 누군가는 백업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대단한 스탯은 아니더라도 성실함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길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당신은 팬들과 동료들에게 조금 비난받더라도 우승 반지 하나 끼는 걸 선택한 거겠지.”

“... 내가 지난 시즌에 게일한테 한마디 들었을 땐 그래도 인정했거든? 그런데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 너도 되게 개인적인 성격으로 알고 있는데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일단 해니건이 한마디 했을 때 화내면서 난리 친 걸로 아는데. 그리고 난 개인적인 성격이 맞아. 하지만 당신은 좀 이기적인 편이지.”

“이 자식이... 잘나간다고 보이는 게 없는 거야? 내가 지금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얼마인데!!”

요즘 좀 많이 좋아졌지만, 영도는 어쨌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선수였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누누이 말했듯 ‘최고의 팀플레이는 곧 최고의 개인 스탯’일 수밖에 없는 스포츠였기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영도라도 개인 스탯 때문에 최고의 팀플레이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피자로는 달랐다.

그는 개인주의가 아니라 이기주의였고, 우승후보 구단에 속해있을 땐 열심히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팀 동료들에게 자신의 짐까지 떠넘기는 스타일이었다.

이러니 하위권 팀들의 팬들은 그를 싫어할 수밖에 없었고, 우승후보팀 팬들도 그런 역사를 알기에 그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을 주기 힘들었다.

피자로가 팬들의 관심 밖에 있는 평범 이하의 선수여서 그렇지, 조금이라도 인지도가 있는 선수였다면 말년이 추하다며 한껏 조롱받았을 행보이기도 했다.

“보통 정곡을 찔리면 본인에게만 관대한 사람들은 화를 내기 마련이지. 대화의 흐름과 전혀 상관없는 말로 본인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허! 건방진... 네가 언제까지 잘나갈 거라 생각하고 이렇게 건방진 거지? 빅맥이랑 배리 본즈도 지금 저 꼴이 났는데, 네가 뭐라고!”

“바로 이렇게. 내가 가장 싫어하는 선수가 누군지 알아?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 내가 기회를 받고 싶어서, 야구가 하고 싶어서 어떤 짓까지 했는데. 매 타석 어떤 마음으로 들어서는데. 내가 잘 나간다고 했나? 맞아. 나 잘 나가. 그런데 어떻게 내가 더 절박할 수가 있지?”

“... 지가 지 입으로 잘 나간다고...”

“그게 핵심은 아니니까. 할 말 없으면 이만할까.”

영도는 다른 선수에게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었고, 남이 어떤 짓을 하든 크게 관심 없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지난 시즌 모든 선수가 피자로의 행동에 불만을 표할 때도 이를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마음에 안 들지만, 남의 일이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영도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의 선수였다.

본인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불만과 욕심으로 가득한, 우승후보팀이 아니면 그 기회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선수.

이번에도 굳이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면 딱히 그와 대화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을 걸어왔기에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은 것뿐이었다.

본인은 평범한, 혹은 그보다 못한 메이저리거가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라며 핑계를 대지만, 당장 지난 시즌 같은 팀에 반례가 있었다.

비슷한 위상을 지닌, 하지만 포수에 비해 열 배 이상 많은 인재풀을 보유한 1루/지명타자 포지션이라 훨씬 더 불리한, 하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면서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다해 팬들과 동료, 코칭스태프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베테랑 앤서니 모리스가.

“아,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걱정하지 마. 당신이 반지를 받든 못 받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난 언제나 그래 왔듯 매 타석 최선을 다할 테니까. 그래서 당신이 우승 반지를 얻는다면... 그땐 뭐 당신이 알아서 하고.”

요즘 참 기분이 좋았는데 잠깐 기분이 상할 뻔했다.

기분이 상할 만한 가치도 없는 일이었으니 금방 털어버렸지만.

어쨌든 피자로와 상관없이 영도는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할 테고, 팬들을 위해, 그리고 전과 달리 팀과 동료들을 위해서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우승 반지... 그거 먹으면 모든 걸 자신의 특별할 것 없는 커리어 탓, 재능 탓으로 돌리는 저 인간도 정신을 차리거나 이 바닥을 떠나거나 알아서 하겠지.

영도에겐 피자로의 기쁨도, 슬픔도, 아쉬움도 신경 쓸 가치는 없는 일이었다.

< 다음 목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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