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고향에서 >
[드디어 타이기록!! 일단 배리 본즈의 옆에 자신의 자리를 만든 Y-DO, 이제 마음 편하게 하나만 더 치면 신기록!!]
[단일 시즌 최다 홈런 타이기록, 경기 수, 타석 수 기준으로는 사실상 단독 1위 기록 보유자 된 Y-DO. 이젠 조건 없는 단독 1위가 목표!!]
[너무나도 신나고 행복하지만, 놀랍고 충격적이지만... 애써 감정 표출을 아끼는 메이저리그. 리그 전체가 밀어주는 Y-DO의 74호 홈런]
영도의 73호 홈런이 터진 순간, 메이저리그 전체가 터져나갔다.
30개 구단은 물론 메이저리그 사무국, 메이저리그의 팬들과 전문가들 모두 흥분 상태였다.
40년 만에 나온 단일 시즌 홈런 신기록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40년 이상 묵은 기록도 물론 있고, 대표적으로 WAR, 타율 등이 그렇지만, 이런 기록들은 보통 리그의 흐름이나 당시까지만 해도 격차가 크던 탑클래스 선수와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 차이 등이 원인이 된 기록들이었다.
하지만 홈런 기록은 약간 느낌이 달랐다.
단일 시즌 6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영도를 포함해도 고작 6명이었다.
약쟁이 3인방을 제외하면 로저 매리스, 베이브 루스, 그리고 영도였고, 매리스와 루스는 커리어 통산 딱 한 번 60홈런을 넘겼을 뿐이었다.
같은 메이저리거 사이에서도 기량 차이가 극심했던 시절의 독보적 NO.1, 베이브 루스도 단 한 번, 그것도 60홈런 정확히 턱걸이로 기록할 만큼 어려운 기록.
60홈런도 이렇게 어려운데 70홈런은 더더욱 어려웠고, 턱걸이 70홈런 마크 맥과이어를 포함해 고작 두 명, 이제 세 명째였다.
치터들에게만 허락된 기록이었고, 치터들의 시대, 스테로이드 시대가 끝난 이후에는 다신 나오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기록이기도 했다.
이건 실력 평준화로 인해 다시 나오기 어려울 거라 평가하는 4할 타율, 연속 출루, 리그 스타일 변화 때문에 이제 기록을 깨기도 어렵고 그럴 가치도 없다고 평가하는 도루와도 느낌이 달랐다.
70홈런은 그냥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기록이란 느낌이었고, 그렇기에 영도가 73홈런으로 타이기록을 세운 지금의 분위기가 미쳐 날뛰는 것이었다.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수록 극적인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었고, 사람인 이상 생각은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리그에 이 정도 신드롬, 센세이션을 일으킨 선수 중에 이렇게 조용한 선수가 또 있었나!? 대가리 깨질 것 같아. 소설 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쩌겠냐. Y-DO라는 선수가 선수이기 이전에 사람부터 주목받는 거에 그리 관심 없는 성격 같은데.”
그냥 슈퍼스타가 아니라 신드롬을 일으키며 딱 두 시즌 만에 당대를 넘어 메이저리그의 역사로 무대를 옮긴 최고의 선수.
73홈런이 나오면서 딱 이 시점에서의 관심도 최고점을 찍었으니 당연히 팬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언론들도 영도의 일거수일투족을 모조리 취재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영도는 언제나 그렇듯 언론 노출 빈도가 높지 않은 선수였다.
대체 이렇게 인기도 많고 관심도 넘치는데 왜 움직임이 없을까, 궁금할 정도.
수많은 선수를 지켜본 언론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영도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선수였다.
“어떻게 집 앞으로 찾아가기라도 해야 하나? 집 앞에서 죽치고 있으면 뭐라도 나올 거 아냐.”
“미쳤냐? 너 그 이야기 못 들었어? 이미 집 앞까지 찾아갔던 기자들 몇 명이 죽기 직전에 겨우 도망쳐 나온 거?”
“...?? 왜? 신시내티는 아시안 자체가 많지 않은 도시라 극성스러운 한국 야구 팬들도 없을 텐데? Y-DO 때문에 장기 체류 중인 여행객이 많은 건가?”
“당연히 아니지. 그냥 우리 미국의 야구 팬들이 철저하게 감시 중인 거지.”
신시내티는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등 여러 도시처럼 제조업을 중심으로 20세기 초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리다가 제조업의 쇠퇴로 도시도 함께 주춤, 지금은 평범한 지역 중심 도시 중 하나였다.
피츠버그처럼 완벽한 산업 전환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자리 잡은 도시.
광역권 인구도 매우 적은 편이고, 부유층과 중산층이 근교로 빠져나가 빈곤층 비율이 높은 시내에선 우범 지역도 꽤 많은 편.
당연히 최저 연봉 선수도 고소득자에 속하는 메이저리거들은 대부분 근교에 거주했고, 아시안 비율도 3% 수준으로 낮은 도시였기에 영도의 집 근처가 위험할 이유는 없었다.
“왜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감시하는데? 에이전시나 구단에서 고용한 가드들이 있는 게 아니고 진짜 팬 맞아?”
“그렇다니까. 이제 홈런 한 개만 더 때리면 74호 홈런이잖냐. 그래서 기자 포함 방해하는 새끼들은 다 죽여버리겠다고 전국에서 모여들었단다. 진짜로 전국에서.”
“허! 지들이 더 방해되겠다! 그거 신경 쓰여서 살겠어? 안 그래도 조용한 거 좋아하는 선수인데?”
“그러니까 Y-DO 눈에는 절대 안 띄게 숨어서. 무슨 비밀 작전 수행하는 사람들 같지 않냐? 귀여워 죽겠어, 아주.”
“귀엽긴 뭐가 귀여워! 젠장, 대체 그럼 소스는 어디서 얻으라고...”
“그냥 너도 경기나 즐기다가 74호 홈런 나오면 남들 다 그러는 것처럼 74호 홈런 기사나 올려. 누가 알아? 어쩌다 보니 네가 1등으로 올려서 트래픽 다 가져올지?”
모두가 영도의 홈런 기록에만 집중하는 상황.
상황이 이러니 당연히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잘 나가는 영도가 그냥 싫은 헤이터들도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언론도, 커뮤니티도 조용했다.
모두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홈런 신기록 관련 대화로 밤을 지새우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혹시나, 정말 만에 하나 영도가 그런 여론 때문에 부담감을 느껴 남은 12경기 동안 홈런을 추가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신기록 달성에 실패할까 봐 알아서 행동을 조심하는 것이었다.
마치 노히트 노런이나 퍼펙트 게임, 히트 포 더 사이클 등이 진행되는 동안 관련 언급을 최대한 삼가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영도의 배트에 집중하지만, 그래서 알아서 지켜주고 조심해주는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그런 모두의 배려 속에서 영도는 마지막 한 걸음을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시작했다.
***
[오늘 들어오면서 보셨습니까? 부시 스타디움에는 73홈런, 74홈런 기원 플래카드가 걸리더니 쿠어스 필드에는 아예 지난 시즌 Y-DO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팬들이 절반이 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거죠. 이번 시즌 내내 레즈와 붙을 때마다, 아직 73홈런 도전이 가시화되기 이전부터 Y-DO가 쿠어스 필드를 찾으면 지난 시즌 Y-DO의 유니폼을 입고 오시는 분들이 많았잖아요. 심지어 레즈와의 경기가 아닐 때도 Y-DO 유니폼이 많이 보였어요. 그만큼 로키스 팬들에게 Y-DO의 의미가 각별하는 거겠죠.]
[경기 시작 전 인사할 때는 무슨 로키스 선수인 줄 알았습니다. 로키스 출신 유이한 명예의 전당 입성자, 래리 워커와 놀란 아레나도도 이 정도 환호는 받지 못했습니다.]
[6수 끝에 작년에 겨우 아레나도가 입성하면서 20년 만에 두 번째 쿠퍼스 타운 멤버가 나왔죠. 그런데 최초의 멤버였던 래리 워커나 20년 만의 두 번째 놀란 아레나도에게도 이 정도 반응은 없었어요.]
영도에겐 이제 두 번째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콜로라도주 덴버.
처음 미국으로 건너와 자리 잡은 곳은 LA였고, 이후 오클랜드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딱히 그 도시들에 마음을 두진 못했다.
처음으로 마음을 둔 미국 도시가 덴버였고,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영도는 덴버를 자신의 두 번째 고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콜로라도주와 덴버의 팬들 역시 그런 마음에 부응해주었다.
팀을 떠난 지금도 덴버 팬들에게 영도는 영웅이었고 레전드였다.
로키스에서 수 시즌을 활약하며 로키스 모자를 쓰고 쿠퍼스 타운에 들어간 최초의 선수, 래리 워커.
토드 헬튼의 뒤를 잇는 로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원클럽맨으로 20년 만에 로키스 모자를 쓰고 쿠퍼스 타운에 들어간 놀란 아레나도.
영도가 등장해 빛나는 시즌을 보내고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기 전까지만 해도 로키스의 49년 역사에서 자랑할 만한 건 ‘원조 록토버’와 이들 두 선수가 전부였다.
이들 두 선수의 영구결번식보다 더 큰 박수가 나온다는 것만 봐도 로키스에서 영도가 차지하는 위상을 알 수 있었다.
[놀라운 건 이번 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의 유니폼 판매 성적을 보면 1위가 게일 해니건이고 키스 가드너, 체사레 몬도, 브랜든 에레라 프레드릭 더햄, 커트 페니가 뒤를 잇는데... 놀랍게도 이젠 팀을 떠난 Y-DO의 지난 시즌 유니폼이 이들 모두보다 앞선 1위에 올라 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로키스 팬들이 유난스러울 정도로 Y-DO를 사랑하는 건 이해가 가기도 해요. 창단 첫 우승인데 당연히 그럴 만하죠.]
[참 매력적이고 독특한 팀입니다. 쿠어스 필드로 인한 독보적인 팀 컬러도 그렇고 여전히 지구 우승은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한 팀인데도 월드시리즈 우승부터 차지한 두 번째 팀, 그리고 이미 떠난 선수의 유니폼을 판매 성적 1위로 올려주는 팀이기까지.]
[이상한 월드시리즈 우승팀을 따지자면 지금까지 와일드카드로만 세 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세 번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마이애미 말린스가 가장 이상한 팀이고, 다음이 로키스죠.]
콜로라도 로키스는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되지 않은 팀이었다.
언제나처럼 지구 우승은 다저스의 차지였고, 와일드카드 두 자리를 두고 시카고 컵스, 워싱턴 내셔널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
내셔널스와 브레이브스는 메츠와 함께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경쟁을 하느라 두 팀 중 한 팀은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상황이라지만, 어쨌든 세 팀의 경쟁이라 한 팀은 떨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돌아온 영도를 향해 이렇게 박수 쳐주고 응원해준다는 건 그만큼 영도를 그 무엇보다 사랑한다는 이야기.
한 팀에서 수년, 십수 년을 활약한 선수가 팀을 떠난 뒤 돌아왔을 때 박수를 받는 경우는 그래도 꽤 있었지만, 고작 한 시즌 활약한, 팜 출신도 뭣도 아닌 선수가 이런 식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건 거의 최초였다.
“요즘 Y-DO 상태는 어때 보여? 이전 소속팀을 상대로 홈런 신기록에 도전하면 마음이 많이 복잡할 것 같은데.”
“나도 그럴 것 같긴 한데... 어디 그런 거 티 내는 사람이던가. 나도 모르겠어.”
영도를 사이에 두고 어느새 절친이 된 유형근과 센시오 리코는 타석에 들어선 영도의 뒷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영도였고, 그중에서도 영도에 대한 경외심, 존경심 같은 것이었기에 미국은 물론 한국 문화의 관점에서 봐도 유별날 정도로 영도의 컨디션과 페이스를 신경 쓰는 편이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74호 홈런 나오고 이후에 안 나오면 앞으로 기록 깨지기 전까지 계속 로키스가 영상에 같이 나올텐데... 그거 좋아할 사람은 없지.”
“그래도 설마... 지금 남은 경기가 몇 경기인데 여기서 끝나겠어?”
“모르지. 이거 하나만 보고 달려왔을 텐데 너도 그런 경험 한 번은 있지 않나? 하나의 목표만 보고 미친 듯이 달리다가 목표를 이뤘을 때, 한동안 힘이 쭉 빠져버리는 것.”
“... 없다고 할 순 없지.”
“그리고 팀도 포스트시즌을 대비해야 할 테니 기록을 깨면 조금이라도 휴식을 주고 싶을 테고, 우리 입장에서도 그게 좋지. 기록 달성 이후 쿨링 타임을 가지면 포스트시즌 돌입 이후 다시 달릴 수 있을 테니까.”
“흠... 포스트시즌이 있으니 이게 복잡해지네. 배리 본즈는 편했겠어.”
정작 영도는 별생각 없었다.
오히려 부시 스타디움에서 그랬던 것처럼 팬들의 응원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평소보다 더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전혀 접점이 없던 카디널스 팬들의 응원도 영도를 일깨웠는데 로키스 팬들이야...
로키스 팬들이 영도를 사랑하는 만큼 영도 역시 로키스 팬들을 사랑했다.
그들이 “74홈런은 좋은데 우리 포스트시즌 가야 하니 다른 경기에서 때려주세요”, 라고 부탁했으면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74호 홈런을 향해 달렸겠지만, 오히려 응원해주고 있으니 마음도 편했다. 컨디션도 더 좋은 것 같았고.
[잘 맞은 타구! 하지만 더는 뻗지 못하면서 워닝 트랙 앞에서 잡힙니다. 마지막에 뻗지 못하는 타구가 게일 해니건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쉽네요. 아주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Y-DO의 홈런 중에는 이 정도만 맞아도 넘어간 경우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번엔 마지막에 못 뻗었어요. 그만큼 체사레 몬도의 공이 좋다는 뜻도 되겠죠.]
[이번 시즌이 풀타임 데뷔 시즌인데 바로 3점대 중반 FIP로 3선발 자리를 차지한 무서운 루키다운 모습입니다.]
[지난 시즌 프레드릭 더햄에 이어 체사레 몬도까지 성공하면서 두 시즌 연속 로키스 출신 ROY에 도전하고 있죠? 투수라서 약간 불리하긴 하지만, 성적은 좋아요.]
그러나 아무리 컨디션이 좋고 기세가 좋고 타격감이 좋아도 전체 타석의 70% 정도는 범타로 물러나야 하는 게 타자의 숙명.
영도의 타구는 나쁘지 않았지만, 펜스를 넘어갈 정도는 아니었고, 아쉬웠지만, 평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결과였다.
“형! 형! 괜찮지? 혹시 로키스가 상대라서 막 불안하고 그런 건 아니지? 몸이나 마음이나 불편한 데 혹시 있어?”
“보통은 흔들리는 게 정상이지만, Y-DO가 그런 것에 흔들릴 리 없지. 그렇죠? Y-DO는 언제나 냉철하고 침착하게 타석에 임하는 편이잖아요? 멘탈도 강하고.”
뭐야, 얘네들은.
타자라면 누구나 10번의 기회 중 7번 이상을 날리는 것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영도 역시 마찬가지였고, 이번 타석도 그냥 평범한 한 번의 타석일 뿐이었다.
그런데 덕아웃 분위기가 뭔가 묘한 것이...
생각해보면 이번 시즌의 절반 정도가 이랬다.
영도는 멀쩡하고 평범하게, 평소처럼 시즌을 치르는데 정작 주변에서 지나치게 과하게 유난을 떨었다.
“너희 때문에 불편하려고 하니까 좀 떨어질래. 리코, 너는 주심이 부르는 거 들리지. 네 타석인데 여기서 뭐하냐.”
“아, 응! 알았어! 멀리 가 있을게!”
“내가 점수 따내 줄 테니까 다음 타석에선 조금 더 편하게 하세요! 저 갑니다!”
이렇게 말하면 또 너무 과하게 의식해서 어색했지만, 이 정도는 이제 익숙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것 역시 이해했다.
말하자면 투수의 퍼펙트, 노히트 같은 느낌이겠지.
‘... 빨리 74호 때리고 치워버려야지, 불편해서 안 되겠다.’
기록의 중압감과 부담감도 당연히 있지만, 주변의 반응이 몇 배는 더 불편했다.
아마 74호 홈런을 때려내도 한동안은 지금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수그러들진 않을 테지만...
어차피 겪을 것, 빨리 74호 때리고 겪을 것도 빨리 다 겪은 뒤 다 치워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최소한 평소에 가까운 생활로 돌아가고 싶었다.
74호 홈런, 새로운 역사에 대한 갈망만큼 이 아수라장을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도 강해진 상태.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 두 번째 고향에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