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가시화 > (172/200)

< 가시화 >

[Y-DO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로 갈 것도 없이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를 찾는 팬들의 숫자와 팬들이 모여들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봐도 Y-DO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안 몰리면 이상하죠. 너무나도 대단했던 기록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던 배리 본즈의 2001시즌은 이미 옛날에 뛰어넘었고 쇠퇴하던 메이저리그에 다시 한 번 전성기를 열어준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의 1998시즌도 뛰어넘은 느낌이에요.]

[시즌 전부터 Y-DO의 거취가 모든 주목을 모았지 않습니까? 지난 시즌의 성공에 더해 스테로이드 시대로 불리면서 30홈런을 기록해도 무시당하던 당대와 달리 최근에는 다시 홈런 관련 인식들이 정상으로 돌아와 30홈런만 때려도 뛰어난 홈런 타자로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 역시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홈런 개수가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스테로이드 시대 이전까지와 지금이 비슷하죠. 40개를 넘기면 높은 확률로 홈런왕이 가능하고 35개 이상의 홈런을 때리면 최상위권 슬러거. 이런 시대에 혼자 64개를 때리고 이번 시즌엔 69개, 그리고 20경기 가까이 남겨두고 있으니 팬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홈런만 많이 치는 게 아니라 비거리도 대단해서 시원시원하기도 하고.]

[2년 연속 60홈런은 1998, 99시즌 나란히 60+홈런을 기록한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그리고 커리어 통산 2회 이상의 60홈런 시즌을 만든 것 역시 이 세 선수가 전부입니다.]

[2년 기준 마크 맥과이어가 135홈런, 새미 소사가 129홈런을 기록했고, Y-DO는 133홈런을 기록 중이죠. 아마 2시즌 기준으로도 Y-DO가 1위에 오를 것 같아요. 참고로 새미 소사는 유일하게 3회의 60+홈런 시즌을 만든 선수인데, 그 3회 모두 홈런 2위에 그쳤습니다. 두 번이나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지만, 00시즌과 02시즌은 각각 50홈런, 49홈런을 기록했을 뿐이죠.]

새미 소사는 이미지가 바닥을 뚫고 내핵까지 들어간 비호감 선수였지만, 그의 커리어가 참 묘하게 불쌍하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특히 최근 영도의 홈런 레이스 때문에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언급할 때 절대 이름이 빠질 수 없는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의 언론 노출이 늘어나면서 그런 인식이 더더욱 늘어났다.

새미 소사는 1998시즌 66개, 1999시즌 63개, 2001시즌 6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지금이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리고 그게 당연한 불명예스러운 기록이지만, 당시에는 이 역시 역사에 남을 만한 위대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98시즌에는 그 유명한 마크 맥과이어의 70홈런이 있었고, 99시즌에도 맥과이어가 65홈런으로 홈런 1위를 차지했다.

맥과이어가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소사는 1년의 숨고르기를 끝내고 다시 98, 99시즌의 홈런 페이스로 돌아간 2001시즌.

2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며 야심차게 달리던 그의 앞에 배리 본즈가 등장했다.

결국, 60+홈런을 때려낸 세 시즌 모두 홈런 2위.

하필이면 마크 맥과이어, 배리 본즈와 새미 소사 모두 내셔널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

물론, 유일하게 3회의 60+홈런 시즌을 만든 선수답게 당대에는 인기가 꽤 많았지만, 그래도 성적에 비하면 인기가 한창 많을 때도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었다.

[어쨌든 소사는 그렇다 치고 메이저리그 139년 역사상 세 번째 70홈런까지 단 한 개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도핑과 상관없이 단일 시즌 홈런 기록을 이야기할 때 무조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3인방 중 새미 소사를 제쳤고, 마크 맥과이어를 조준합니다.]

[배리 본즈는 사실 단일 시즌 홈런 기록과 통산 홈런 기록을 모두 가진 선수지만, 73홈런의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그렇지, 그냥 약점이 없는 괴물 같은 이미지죠. Y-DO는 본즈보다는 맥과이어, 소사와 비슷한 이미지예요.]

[물론, 이미지가 그런 거지, 커리어 평균을 놓고 보면 본즈에 훨씬 가깝긴 합니다. Y-DO는 소사보다 정교하고 빅맥보다 순수 출루율도 높습니다.]

[무엇보다 전성기가 훨씬 빠르죠. 빅맥과 본즈가 처음으로 60홈런을 넘긴 건 30대 중반 이후였고, 소사 역시 30대가 되어서야 60홈런을 넘겼는데, Y-DO는 25세 시즌에 64홈런을 때리고 26세 시즌에 73홈런에 도전 중이니까요.]

[그렇다면 Y-DO가 통산 홈런 기록에서도 최소 600홈런을 넘길 수 있을 거라 예상하십니까? 600홈런이 가능하면 그 순간 통산 홈런 순위 TOP 10에 이름을 올리는 건데.]

[현재까지 Y-DO의 커리어 통산 홈런 개수는 218개, 시즌이 끝날 즈음엔 220개는 넘길 수 있을 것 같죠? 26세 시즌이 끝나고 220개면 통산 홈런 TOP 20중에서도 알렉스 로드리게스, 알버트 푸홀스, 켄 그리피 주니어, 프랭크 로빈슨, 마이크 트라웃, 미키 맨틀 다음이에요. 이들 모두 26세 시즌이면 전성기라고 봐야 하는데 이중에선 시즌 60, 70홈런씩 뻥뻥 때려대는 건 Y-DO가 유일하죠. 불운의 사고 같은 것만 없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스테로이드 시대의 타자들이 도핑 효과 때문에 늦은 나이까지 기량을 유지했다는 건 조금 불안하긴 합니다. Y-DO가 아무리 대단한 피지컬을 보유한 선수라 해도 노화는 공평하니까요.]

[그래도 Y-DO의 체력과 내구성을 보면 무난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갔을 때 노쇠화가 빨리, 급격하게 찾아오진 않을 것 같아요. 배리 본즈의 기록을 깨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17경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 신시내티 레즈와 2위 시카고 컵스의 승차는 8경기.

레즈의 지구 우승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었고, 브루어스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팀이다 보니 사람들은 이 경기의 승패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

최근 레즈의 경기가 큰 관심을 받는 건 오로지 영도의 홈런 때문이었다.

그러니 중계진도 영도의 홈런에만 집중해서 코멘트할 수밖에 없었다.

영도보다 한 살 어린 센시오 리코의 50홈런 고지 정복도 유망주의 성장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작지 않은 관심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영도의 활약에 가려졌다.

콜업 직후부터 팀의 운명을 짊어지느라 큰 부담감에 시달렸던 리코가 드디어 40홈런을 넘어 50홈런에 도전하게 된 데에는 앞장서서 모든 부담과 관심을 받아준 영도의 역할이 한몫했다.

우산 효과와 더불어 관심과 부담을 대신 감당해주기까지.

리코가 영도를 숭배하다시피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자, 다시 Y-DO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번에는 일단 70호 홈런 고지에 올라줬으면 좋겠습니다.]

[Y-DO는 중요한 순간, 아주 거대한 것, 위대한 것이 걸려있는 순간에도 딱히 긴장하지 않는 선수거든요? 이럴 때 절대 오랜 시간을 끌지 않아요. 팬들을 긴장하게 하거나 두렵게 하지 않고 그냥 기록에 도전하는 과정 전체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선수라는 거죠.]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설마 기록 도전에 실패하는 거 아냐? 이런 식의 두려움 없이 그저 신나게 즐기만 하면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긴장감과 위기감이 없으면 드라마로서의 가치는 조금 덜할 수 있죠. 하지만 Y-DO라는 선수 자체가 드라마와 크게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에요. 무덤덤하게, 하지만 꾸준하게 쭈욱 나아가는 선수죠. 이번 시즌도 그렇잖아요? 불멸의 기록에 도전하는데도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쭈욱 유의미하게 빠른 페이스로 접근하고 있어요.]

‘이제 70홈런인가...’

이번 시즌을 준비하던 시기, 영도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2040시즌의 KBO와 2041시즌의 MLB를 거치며 수많은 기록을 격파하고 다니다 보니 새로운 욕심이 생긴 것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고 싶었던 최초의 목표는 이미 지난 시즌 개막과 동시에 이뤄냈다.

메이저리그 복귀 후 2년 동안 평균 70홈런을 향해 달려가는 페이스인데 이런 선수를 주전으로 쓰지 않으면 누굴 주전으로 쓸 수 있을까.

그래서 다음 목표가 필요했고, 지난 두 시즌의 경험은 그리 어렵지 않게 정할 수 있었다.

바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그것도 강한 임팩트와 함께 남기는 것’이었다.

물론, 이미 ‘연속 경기 홈런’이나 ‘단일 시즌 청정 타자 최다 홈런’, ‘전반기 최다 홈런’ 등 지금도 메이저리그 역사에 영도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그런 자잘한 것들 말고 메인 중의 메인 히스토리, ‘단일 시즌 최다 홈런’, 10번째 커리어 통산 600홈런이나 나아가 ‘커리어 최다 홈런’ 등이 영도의 목표였다.

‘요즘 생각하면... 월드시리즈 우승 관련 역사도 괜찮을 것 같고.’

메이저리그 복귀와 동시에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손에 꼈고 이번 시즌에도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이 낮지 않았다.

지난 시즌 로키스는 영도의 합류 전에는 아예 월드시리즈는커녕 포스트시즌도 어렵던 팀이었고, 레즈 역시 겨우겨우 포스트시즌 정도까진 진출할 수 있던 팀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종료 후 FA로 메가 마켓에 합류했을 때 우승 반지를 무더기로 획득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듯했다.

그리고 하나 더.

‘로키스는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초, 레즈도 만약 우승하게 된다면 51년 만의 우승... 단순히 우승 반지를 많이 끼는 것도 좋겠지만...’

모든 스포츠에서 우승은 결국 모든 것이었다.

모든 프로스포츠 구단의 목표가 우승이었고,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 선수의 목표 역시 우승이었다.

그렇게 중요한 우승이니 시즌이 종료되고 한동안은 우승을 차지한 팀,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들, 그리고 우승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언론을 장악했다.

우승의 비하인드 스토리 중에서도 프랜차이즈 최초의 우승, 51년 만의 우승 같은 것들은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였다.

시카고 컵스의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좋은 예시였다.

좋은 선수였고, 당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엔 많이 부족한 선수였던 그는 ‘염소의 저주’를 앞장서서 깼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도 언급되었다.

‘그래도 일단은 70홈런이 먼저지. 자꾸 잡생각하지 말자.’

영도도 사람인지라 최근 분위기에 아예 흔들리지 않을 순 없었다.

그만큼 배리 본즈의 73홈런 기록은 어마어마한 기록이었고, 영도의 멘탈로도 어수선한 마음을 완전히 부여잡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래도 영도는 굉장히 잘 버텨내고 있었다.

기록에 도전하다가 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막판에 무너지는 경우가 수두룩했고, 오히려 일반적이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결국 기록 달성에 성공하는 선수들이 극소수였고, 선택받은 선수들이었다.

영도는 누가 뭐래도 선택받은 선수였다.

‘일단... 빅맥부터 잡는다!!’

143경기 출전에 69홈런.

산술적 계산으로는 78홈런 페이스.

하지만 78홈런을 때리려면 당연히 70홈런을 먼저 때려야만 했다.

그리고 70홈런은 단일 시즌 역대 홈런 2위 기록인 98시즌 마크 맥과이어의 기록이었다.

[이겁니다! 테오 제퍼슨마저 나가떨어진 상황에서,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어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는 Y-DO를 막아설 투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즌 145차전에서 144경기에 나서 70호 홈런!! Y-DO가 빅맥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단일 시즌 홈런 공동 2위 자리에 올라갑니다! 역시 Y-DO는 오래 끌지 않아요! 중요한 홈런이지만, 그냥 평소와 같은 페이스로 70번째 홈런을 때려내죠!!]

[이로써 마크 맥과이어와 배리 본즈만이 밟아봤던 70홈런 고지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최단 경기, 최소 타석 70홈런 기록입니다!]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네요. Y-DO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겁고 설레요! 요즘 같은 시대에 스테로이드 시대의 기록들을 깨나가는, 그것도 홈런 기록을 깨부수는 선수가 등장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일단 전 못했다고요!]

일반적으로 특정 고지를 정복했다는 말을 할 때, 스포츠에선 10개 단위로, 더 세세하게 가면 5개 단위로 사용했다.

그렇다면 70홈런 고지는 배리 본즈의 기록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 고비였다.

이제는 정말로 73홈런 기록, 하나만이 남은 상황.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영도의 앞에 이제 마지막 고지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고지는 드디어 영도에게 시야를 허락했다.

< 가시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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