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 불가 >
“와, 진짜 너무 좋아! 요즘 진짜 신시내티 레즈 경기 중계할 때마다 막 설레고 기쁘고... 놀이공원 소풍 가는 날 아침 느낌이라니까요?”
- 나도! X발, 유영도랑 유형근, 둘 다 메이저리그로 꺼지니까 야구 너무 재밌다!!!!! 이런 선수들을 지들만 썼다고? 지들만 응원했다고!?!?
- 유영도 진짜 미쳤다... 배리 본즈 기록은 진짜 아무도 못 깰 줄 알았는데...
- 스테로이드 시대랑 플라이볼 혁명 시대 빼면 30홈런이면 A급이고 40홈런이면 A+급, 45홈런 넘어가면 S급 아니었나? 근데 아직 시즌 반도 안 지났는데 39홈런!?!?
- 쉽게 말해서 웬만한 주전급 타자 두 명 역할 해주는 거. 안타가 한 명 몫이지만, 장타랑 출루 포함하면 진심 냉정하게 두 명 역할임.
- 베이브 루스 시절에도 암페타민, 스테로이드 같은 거 다 맞던 시절 아님? 로저 매리스도 마찬가지고, 스테로이드 시대도 뭐...
- 스테로이드 시대, 플라이볼 혁명... 그럼 지금은 Y-DO Generation인가?
- Y-DO Generation... X나 멋있다...
- 유영도는 당연히 잘할 줄 알았거든? 근데 유형근은 뭐냐? 잘할 줄은 알았지만, 이만큼 잘할 줄은 몰랐는데...
- 그러니까. 신시내티 레즈 이야기하면서 당연히 유영도 위주로 말할 수밖에 없긴 한데, 유형근도 무시하지 마라!!
“말씀하신 것처럼 영도는 당연히 잘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만큼은 아니었죠. 지난 시즌만큼만 해주면 진짜 천만다행이다, 지난 시즌보다는 조금 못해도 50홈런만 쳐주면 만족했을 텐데... 전반기에만 39홈런? 그런데 유형근도 갑자기? 딱 WAR 2.5에서 3.0 정도 찍어주는 3선발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2.0을 넘겼죠?”
- 16경기 등판에 9승 4패, 방어율 2.95, FIP 3.21, 95이닝 97삼진... 류형준 이후로 한국 선발투수 중 최고 성적 아니냐?
- 그것도 TOP 3 타자친화구장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유형근이 이 정도였나?
- 류형준보다 성적은 조금 안 좋을 수 있는데 투수한테 너무 불리한 구장이잖아? 근데 류형준보다 시원시원한 강속구 투수에 닥터K 스타일이라 다른 건 모르겠고 보는 게 너무 재미있음.
- 카를로스 사뇰, 토드 칸터는 WAR 3.0에서 3.5 정도 찍어줄 것 같은데... 이러면 유형근이 에이스 아니냐?
- 지금 유형근 성적이면 선발투수 TOP 20 정도 됨. 30개 구단이니까 중하위권 구단 에이스 정도 된다는 뜻인데 신시내티 레즈에서 이 정도면 신의 선물임.
- 이 정도면 에이스 아니냐? 가 아니라 이미 에이스임. 선발 로테이션 조정해서 카를로스 사뇰-유형근-토드 칸터 순서로 등판하는데, 사뇰만 베테랑이고 나머지 둘은 경험이 적어서 그렇지, 유형근-칸터-사뇰 순서라고 봐야...
- 레즈 로또 맞았네. 포스팅 금액 합쳐서 최대 6년 90M인데 이 정도면 몸값 1.5배는 해주겠다.
- 어차피 1, 2년 뒤 리빌딩이라 트레이드해서 유망주 긁어오거나 4년 55M로 끝낼 수도 있지. 어떻게 하든 로또 대박은 확실.
신시내티 레즈, 79경기 51승 2무 26패 승률 0.662
지난 시즌 최악 중의 최악이었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들이 당연히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콜로라도 로키스가 이번엔 처음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승률이 떨어진 LA 다저스를 제치고 내셔널리그 승률 1위.
메이저리그 전체로 따지면 보스턴 레드삭스의 노쇠화가 1년 더 이뤄지고 본인들의 리툴링은 거의 완벽히 끝난 뉴욕 양키스에 이어 2위.
모든 강팀들이 그렇듯 이번 시즌 레즈의 놀라운 질주에도 여러 이유가 있었다.
2, 3선발급만 4명을 모아서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선발 로테이션은 기대보다 훨씬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유리 파체코, 유영도, 센시오 리코로 구성된 2, 3, 4번 타순은 전반기에만 85홈런 이상을 합작했다.
이들 앞에서 판을 깔아주는 1번 타자 아즈라엘 알파로, 뒤에서 받쳐주는 5, 6번 타자 에르윈 쏜튼, 레온 퀸타나 역시 멋진 활약으로 핵심 타선을 멋지게 보조했고.
특히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국적을 제외하면 그냥 한국인인 영도의 활약은 메이저리그 전체를 떠나 메이저리그 역사에, 그것도 최고를 노릴 만한 수준이니 논외.
영도의 활약은 많은 이들이 예상한 바였고, 레즈의 성적을 예상할 때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오려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는 선수가 있어야 했다.
레즈에선 유형근과 파체코, 리코였고 파체코, 리코의 경우 영도의 합류로 우산 효과를 볼 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아예 예상하지 못한 활약은 유형근이었다.
2, 3선발급 4명을 모았는데 유형근이 에이스급 활약을 선보이면서 에이스도 있는데 뒤에 2선발급 2명과 3선발급 1명이 버티는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하게 되었다.
강력한 선발진과 무시무시한 중심 타선과 이를 받쳐주는 짜임새 있는 하위타선까지.
성적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클로저 자리까진 차지하지 못했지만, 불펜의 NO.2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활약 중인 반성훈 역시 자기 자리에서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중.
자연스럽게 신시내티 지역에서 한국인의 이미지가 급격히 좋아지는 중이었다.
“유형근 선발 경기에 홈런 하나만 더 때리면 배리 본즈의 전반기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하는 Y-DO의 시즌 80번째 경기. 아우, 진짜 너무 신나요, 이거 어떡하죠? 다음 시즌 영도가 이적이라도 하면 이거 쓸쓸해서 어떡하나?”
- 이적 안 했으면 좋겠다... 신시내티 레즈도 젊은 팀이라 유영도만 지킬 수 있으면 최소 4, 5년은 왕조처럼 될 수 있을 텐데...
- FA로 영도 잡으면 리코, 파체코, 사뇰, 알파로 중에 세 명은 팔아야지.
-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에 연고지 광역권 인구 두 번째로 적은 팀이다... 인기 좀 있고 구단주도 적당히 적극적이라 돈도 아주 적지는 않게 쓰는 거지, 파체코, 알파로, 사뇰한테 돈 쓰고 유형근까지 데려간 것만으로도 진짜 무리한 거임.
- 사뇰 4년 93M, 퀸타나 2년 20M 계약 이제 끝나긴 하는데 알파로 7년 150M, 파체코 4년 70M, 유형근 옵트아웃 빼고 4년 55M. 이것만으로도 컨트롤 힘들 걸?
- 당장 다음 시즌부터 리코랑 칸터 연봉조정 시작인데... 칸터는 그렇다 쳐도 리코 이번 시즌 하는 거 보면 연봉조정이라도 연봉 엄청 줘야 할 텐데.
이렇게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
신시내티 레즈가 승률 0.660에 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노릴 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즌.
아마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마도 이게 마지막일 확률이 높았고, 최소한 향수 수십 년 동안은 없을 일이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세 명이 같은 팀에서, 다들 각자의 보직에서 리그 정상급 활약을 보여주는 것도 아마 최초이자 최후일 테고.
말하자면 2042시즌의 신시내티 레즈는 1970년대 한 번 출시되었다가 70여 년 만에 재판매를 결정한 한정판 명품 같은 것이었다.
그동안 구매하고 싶은데 팔질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들은 잠시 생활마저 미뤄둔 채 미친 듯이 달려들고 구매 욕구가 전혀 없는 사람들도 재판매 결정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 현상과 반응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그런 것.
전자는 신시내티 레즈의 팬들이었고, 후자는 메이저리그 팬, 전 세계 야구팬들이었다.
아직 프로 스포츠 무대에도 로맨스와 의리, 로열티가 남아있던 70년대의 전성기.
그게 끝일 거라 여겨졌던 자그마한 광역권 도시 연고의 스몰마켓, 신시내티 레즈.
레즈가 70여 년 동안의 웅크림을 끝내고 우렁찬 포효와 함께 질주하고 있었다.
***
[천하의 시카고 컵스가 한 시즌 만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물론, 컵스는 여전히 강팀입니다만... 4연전 중 3연전에서 레즈에게 두 번 패배했고, 한 번 이긴 경기도 겨우 이긴 느낌입니다.]
[컵스의 전력에 큰 차이는 없어요. 레즈의 전력이 말도 안 되게 강해졌을 뿐이죠. 특히 Y-DO가... 어휴...]
[아마 컵스도 다저스처럼 Y-DO에게 트라우마가 있을 겁니다. 지난 시즌 디비전 시리즈에서 보통 당했습니까? 그냥 탈탈 털렸는데... 그 영향이 없을 순 없을 겁니다.]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팀들의 승률이 전체적으로 많이 내려갔어요.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가 망한 게 Y-DO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들 힘들어 보이거든요?]
지난 시즌 6할 초중반의 승률을 기록했던 시카고 컵스와 콜로라도 로키스, 워싱턴 내셔널스와 마지막까지 와일드카드 티켓 한 장을 두고 경쟁했던 밀워키 브루어스.
레즈가 팀의 운명을 걸고, 이를 악물고 전력을 보강하면서 이 두 팀의 승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사실 지난 시즌에도 기대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것이었고, 원래 전력은 5할 초중반 정도가 어울리는 팀이었다.
그리고 각 지구 최하위 팀들이 다 같이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막장을 달렸던 지난 시즌이었기에 꼴찌 팀의 승률이 올라가며 상위권 팀들의 승률이 떨어진 것도 있었다.
하지만 시카고 컵스와 팬들에게 5할 중반대 승률은 용납하기 어려웠다.
에릭 카날레스, 진 브래들리를 앞세운 선수단 총 연봉이 그리 낮은 것도 아니고...
이렇듯 영도의 이적은 한 팀과 지구 전체, 리그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 정도까지 리그 전체에 데미지를 입히는 선수가 얼마 만에 나온 겁니까? 뛰어난 선수들은 항상 많았지만, 이 정도의 선수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주 어릴 때,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어릴 때 있었죠.]
[아, 그랬습니까? 그게 누구였죠?]
[지금 평가는 됐고 당대의 평가만 생각하면 배리 본즈죠, 뭐. 매 시즌 wRC 200대 중반을 찍었던 괴물. 요즘 눈 뜨면 기사 열 개씩 나오잖아요? 배리 본즈와 Y-DO를 비교하는 기사들. Y-DO와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라는 거죠. 베이브 루스는 너무 옛날이니까.]
[아아, 참... 대체 본즈는 왜 그랬을까요. 약을 하기 전에도 WAR 8, 9씩 꾸준히 찍어주던 역대급 5툴 플레이어였는데... 치팅을 시작한 시기라 여겨지는 99시즌 전에 은퇴했어도 명예의 전당은 무조건 간다고 평가되던 선수 아니었습니까?]
[좀 아쉽긴 하죠. 스테로이드 시대의 말도 안 되는 홈런 페이스에 가려져 인기 없는 괴물이었다가 거기에 자존심의 상처를 입어 치팅을 시작했다는 게 정설인데... 그도 시대의 피해자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동정의 여지 없는 치터라는 사람들도 있죠.]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 찬란하게 빛났던 만큼 추락도 극적이었던 두 약쟁이들은 결과적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록을 논외 취급하는 입장이 대세가 된 것과 반대로 그들 개인에 대한 평가는 다소 냉정해졌다.
약에 손을 댄 선수들이니 빼도 박도 못하는 약쟁이고 사기꾼들이지만, 심지어 미국인들이 가장 용서하지 못하는 거짓말까지 한 범죄자들이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약에 손을 댄 시기라고 판단되는 시기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재능과 실력 정도는 냉정하게 평가해주었다.
물론, 이렇게라도 인정받는 약쟁이는 이 둘이 전부였다.
이 둘만이 약에 손을 댄 시기 이전으로만 계산해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당연시되는 선수들이었기 때문.
약에 손을 대기 전에는 흔하디흔한 타자에 불과했던 데이빗 오티즈가 은퇴 직후엔 사기꾼 주제에 말도 안 되는 인기와 존경을 받다가 지금은 추하디추해진 게 반대 사례였다.
[어쨌든 메이저리그 역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무조건 들어갈 괴물에서 다신 없을 괴물로 진화한 ‘도핑 이후의 배리 본즈’가 Y-DO의 유일한 비교 대상이라는 것에서 이번 시즌 Y-DO의 위엄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것 다 빼고 성적과 임팩트만 보자면 사실 아직 전성기 배리 본즈와 비교하긴 힘들죠. 본즈는 도핑 이전에도 타율보다 0.150 가까이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고, 도핑 이후에는 0.200씩 높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본즈를 제외하면 Y-DO와 비교할 만한 선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죠.]
[70홈런 시절의 마크 맥과이어가 배리 본즈보다는 Y-DO와 더 가깝긴 합니다만... 뭐,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둘 다 메이저리그의 메인 역사에서 따로 분리된 역사에 남은 선수들인데.]
[그렇죠. 그냥 Y-DO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홈런타자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도핑 없이 73홈런 기록까지 경신하게 된다면 재능만으로도 배리 본즈 이상이라고 봐야죠. 메이저리거가 꼭 5툴 플레이어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영도는 이미 이 시대의 선수들 중에선 그 누구와도 비교 대상이 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기존 메이저리그 최고의 3루수였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아놀드 그레고리와 한 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지금은 뭐...
그런 소리 했다가는 바로 악질 카디널스 팬 취급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래도 선수 비교라는 대박이 보장된 컨텐츠를 썩힐 수도 없으니 배리 본즈나 베이브 루스, 행크 애런 같은 올타임급 홈런 타자가 소환되었다.
포지션 때문에 이견이 없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3루수이자 라이브볼 시대 이후 최악의 투고타저 시기를 지배하며 546개의 홈런을 때려낸 슬러거, 마이크 슈미트도 가끔 소환되고 있었다.
영도는 메이저리그 풀타임 5년 차에, KBO에서 복귀하고 2년 차, 그것도 초반에 전설적인 선수들과 비교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몸쪽 공을 강하게 당깁니다!! 이건 뭐 볼 것도 없습니다! 맞는 순간 이미 홈런임이 확실한 Y-DO 특유의 홈런! 홈에서, 정확히 80번째 출전 경기에서 시즌 40호 홈런을 터뜨리며 배리 본즈가 가지고 있던 또 하나의 기록을 역사의 뒤안길로 내보냅니다!]
[이젠 진짜 73홈런, 이거 하나 남았어요! 80경기에서 40개 때렸으니 남은 82경기에서 33개만 더 때리면 되거든요? 이번 시즌에는 정말로 될 것 같은데요!?]
현역 선수 프리미엄으로 전설들과 비교되는 게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도는 오늘 또 하나의 전설적인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메이저리그 기록 도장깨기.
이젠 적어도 홈런 관련 기록, 커리어가 아닌 단일 시즌이나 단일 경기, 연속 경기 기록 관련으로는 남은 기록이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메이저한 기록은...
이제 정말 한 시즌 최다 홈런, 73홈런 뿐이었다.
< 비교 불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