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순리대로 > (161/200)

< 순리대로 >

[역시 예상대로입니다.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이기 때문에 몸을 푼다는 느낌이 역력히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Y-DO는 차원이 다른 장타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Y-DO가 어떤 선수인데요. 당연히 차원이 다르죠. Y-DO는 이미 플루크고 어쩌고를 언급할 시기가 지났어요. 지난 시즌 개막부터 월드시리즈까지 내내, 그것도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플루크일 수 없죠.]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신시내티 레즈가 보여주는 모습은 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세계 최초의 프로야구 구단의 팬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70년대 전성기 이후 레즈의 전력은 항상 애매했다.

조이 보토를 중심을 딱 잡아주고 제이 브루스, 자니 쿠에토, 추승석 등을 영입하고 떠나보내면서 2010년대 초반 잠시 반짝했던 적이 있지만...

70년대 전성기 이후 지구 우승 기록은 60여 년 동안 고작 5차례.

와일드카드 포함 포스트시즌 진출은 7차례가 전부였다.

70년대에만 4회, 그리고 90시즌에 올랐던 내셔널리그 챔피언 자리는 거기서 끝이었다.

75, 76시즌과 90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 자리를 차지한 시절이 마지막 내셔널리그 챔피언 경험이었다.

[지난 시즌의 로키스가 우주의 모든 기운을 몰아받은, 선택받은 팀의 느낌을 보여줬다면 이전 시즌, 2040시즌의 선택받은 팀은 신시내티 레즈였습니다.]

[2040시즌 ROY 수상자가 바로 레즈의 센시오 리코였는데, 3위 역시 레즈의 데미안 포터였고, 심지어 첫 시즌에는 살짝 아쉬웠던 현재 2선발 토드 칸터 역시 7위였죠. 미래를 맡길 만한 신성이 동시에 세 명이나 등장한 시즌이었어요.]

스몰마켓이 대권에 도전하는 가장 일반적인 루트는 5년, 10년 동안 하위권에서 칼을 갈며 유망주를 끌어모아 처음 터진 유망주가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 최대 6년 동안 승부를 보는 것이었다.

물론, 유망주가 동시에 터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의도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터진 선수들을 트레이드시켜 다시 유망주를 모으고 실패하면 이를 반복하는 등 몇 번의 실패 이후에야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터진 유망주들과 팀의 운명을 걸고 영입한 몇몇 A급, 무리하면 A+급 선수들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게 쉬웠다면 매 시즌 몇몇 메가마켓이 돌아가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아주 가끔 의외의 우승팀이 나오는 흐름이 반복될 리 없었다.

스몰마켓의 이상적인 대권 도전 과정을 보여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템파베이 레이스의 앤드류 프리드먼도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다.

스몰마켓의 한계는 뚜렷했고, 성공적인 리빌딩을 거쳐도 디비전 시리즈나 챔피언십 시리즈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레즈의 경기력이 꽤 좋아 보입니다만, 이 정도도 못 해주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긴 합니다. 너무 많이 투자하고 베팅하지 않았습니까?]

[미래를 팔아 현재를 노린다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가 없죠. 데미안 포터라는 좋은 3루수를 포기하면서까지 왜 같은 3루수를 데려왔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리빌딩을 끝낸 대부분의 중소마켓처럼 포스트시즌급에서 몇 시즌 버티다 다시 리빌딩에 들어가는 게 목적이면 모르겠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이 목적인 팀이잖아요?]

[Y-DO와 YG의 영입으로 마지막 샐러리까지 다 박박 긁었습니다. 이 이상은 레즈가 감당할 수도 없고 감당해서도 안 됩니다.]

[아마 이번 시즌이 마지막 기회일 테고 Y-DO를 시작으로 카를로스 사뇰, 제이미 리의 계약이 이번 시즌 이후 끝나죠. 동시에 유리 파체코는 물론이고 센시오 리코, 토드 칸터, 아즈라엘 알파로, YG 등 핵심 선수들을 트레이드해 유망주를 모으겠죠.]

신시내티 레즈는 이번 시즌 이후에도 1, 2시즌 정도는 상위권 전력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진지하게 대권에 도전하는 건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는 다시 핵심 선수 트레이드로 유망주를 수집, 다시 지긋지긋한 리빌딩에 돌입할 테고...

다행히 좋은 선수들이 많고 컨트롤 기간도 많이 남아있어서 좋은 유망주들을 다수 확보할 순 있을 터였다.

하지만 올스타급 루키 세 명이 동시에 등장한 지금이 대권에 도전할 절호의 찬스.

리코-포터-칸터의 FA까지 남은 3시즌 동안 꾸준히 도전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이들 중 한 명을 소모해 S급 선수를 영입, 한 시즌에 운명을 걸었을 때 확률이 더 높을 수도 있었다.

FA로 S급 선수를 영입하는 건 신시내티 레즈의 사정상 불가능에 가까웠고, 트레이드 시장에 S급 선수가 나오는 일은 정말 흔치 않았으니까.

그래서 영도를 영입했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51년 만의 우승을 위해선 옳은 결정이었다고 확신했다.

유영도라는 선수, 이 선수는 아무리 큰 출혈이 있어도 그 출혈보다 큰 이득을 팀에 안겨줄 수 있는 선수였다.

다른 것 볼 것 없이 지난 시즌 로키스만 봐도 120% 확신할 수 있었다.

레즈의 이번 시즌 목표가 다름 아닌 지난 시즌 로키스의 모습이었기에 고민할 이유조차 없었다.

[Y-DO가 또 한 번! 또 한 번 대형 홈런을 때려냅니다! Y-DO는 이번 시즌에도 리그를 지배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리그를 지배한다? 지배한다는 말도 이제 너무 작아 보여요. Dominant, 지배. 이게 절대 작다고 할 단어가 아니라는 건 아는데, 그만큼 Y-DO의 지난 시즌이 인상적이었거든요?]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역사를 파괴할 준비가 끝났다...]

[역사를 파괴한다, 라... 2041시즌, 고작 한 시즌 만에 Y-DO가 새로 쓴 역사가 몇 개인가를 생각하면 그런 수식어도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자식, 하여튼... 아직 어려.’

신시내티 레즈는 아주 큰 출혈을 감수해가며 영도를 데려왔다.

체사레 몬도, 데미안 포터, 두 선수 모두 신시내티 레즈의 미래, 그것도 그냥 미래가 아니라 미래의 레즈를 이끌어갈 선봉장이라고 평가받던 선수들이었다.

그런 만큼 이미 팀 내에서 상당한 입지와 위상, 친분을 쌓은 선수들이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레즈 리빌딩의 핵심은 리코, 포터, 칸터였고, 이들이 모두 풀타임 데뷔 동기였기에 으쌰으쌰하면서 팀을 이끌었다.

“형, 아직도 센시오랑 안 좋아요?”

“안 좋을 건 또 뭐냐. 난 누구한테나 똑같이 대하는데.”

“그러면 아직도 센시오가 혼자 새침한 거예요?”

“그런 거겠지. 난 누구와도 딱히 많은 대화를 하진 않으니까. 날 질투하는 게 아니라면 그것밖에 없지 않을까.”

센시오 리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탈리아계였고, 마찬가지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탈리아계인 체사레 몬도와 절친한 사이였다.

또, 루키 시즌부터 함께 팀 타선을 이끌었던, 타순마저도 붙어 있었던 데미안 포터 역시 리코와 굉장히 절친했다.

그리고 센시오 리코, 본인 자체도 한 팀의 핵심이자 간판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이 있었다.

이제 고작 풀타임 3년 차에 불과한 선수지만, 풀타임 데뷔 시즌부터 37홈런을 때려낸 선수이기에 등장과 동시에 레즈는 곧 리코였다.

이것만으로도 마음이 안 좋을 수 있는데 지난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영도에게 탈탈 털린 기억까지 있었다.

물론, 성격이 좋은 편이라면 같은 팀이 된 순간 예전 감정 따윈 바로 버리고 그냥 리그 최고의 선수와 같은 팀이 되었다는 것에 환호했겠지만.

리코는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편이었고, 실패를 경험한 적 없는 어린 선수답게 필요 이상의 자부심까지 갖췄다.

“신경 쓰지 마. 내가 여기 소꿉놀이하러 온 것도 아니고 혼자 동화 속에 사는 것도 아니니까. 다들 날 좋아해야 한다? 내가 제일 잘하니까?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그건 그렇긴 하죠. 그래도 센시오 정도 되는 선수랑은 친하게 지내는 게 더 낫지 않나...”

“꼭 리코가 아니더라도 같은 팀이면 사이 좋은 게 낫지. 지난 시즌 로키스가 미친 듯이 날뛰었던 건 해니건 덕분에 선수들이 똘똘 뭉쳤던 덕분이기도 하니까.”

“매지션즈도 젊은 팀이고 동년배끼리 으쌰으쌰한 젊은 팀이라 성적이 좀 더 잘 나오긴 했죠.”

“내가 있던 제츠랑 진형 선배가 있던 타이탄스한테 2년 연속으로 털렸지만.”

“... 으윽!”

이왕이면 친한 게 낫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야구는 팀 스포츠고, 꼭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팀으로 움직이는 일이라면 무조건 팀원들끼리 친할 때 시너지가 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사회생활에서 팀을 이루는 모두와 친해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리코가 자신을 껄끄럽게 생각한다? 몬도와 포터가 팀을 떠난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미안해 더 거리를 두려고 한다?

상관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야구에서 팀플레이는 그냥 뛰어난 개인 성적이었다.

어차피 1년 같이 뛸 선수인데 사이 좀 안 좋으면 어떤가.

어쨌든 저쨌든 개인 성적은 잘 뽑아줄 선수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신시내티 레즈의 월드시리즈 우승.

우선순위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결국 같은 목표를 보고 달리는 동료였다.

***

[2042시즌 개막 D-1. 이번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후보는 누구?]

[디펜딩 챔피언 콜로라도 로키스의 기적은 다시 일어나기 힘들고... 다저스? 양키스? 레드삭스? 아니면... 이번에도 설마 Y-DO의 레즈?]

[26세 시즌 개막 앞두고 149홈런. 내내 부진하다가 지난 시즌 겨우 터진 이미지, 하지만 절대 밀리지 않는 홈런 페이스]

배리 본즈 117홈런, 행크 애런 179홈런, 베이브 루스 103홈런, 윌리 메이스 152홈런, 짐 토미 93홈런, 새미 소사 95홈런, 마크 맥과이어 117홈런...

역사에 남을 홈런 타자들의 25세 시즌 종료 후 통산 홈런 기록이었다.

물론, 241개를 때려낸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202개의 프랭크 로빈슨, 201개의 알버트 푸홀스, 189개의 켄 그리피 주니어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영도의 기록이 역대급 홈런타자들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풀타임 데뷔와 동시에 폭망한, 폭망하다 못해 한국까지 흘러갔다가 돌아와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터진 이미지.

하지만 데뷔가 워낙 빨랐고, 적어도 홈런 페이스만큼은 신인급 선수치고 나쁘지 않았기에 웬만한 유망주는 메이저리그 데뷔도 어려운 23세 시즌까지 8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무려 64개의 홈런을 기록했으니...

통산 홈런 기록에 명함을 내밀기엔 아직 한참 멀었지만, 그러나 다른 선수도 아니고 영도였기에.

팬들은 2042시즌부터 영도의 통산 홈런 기록에까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배리 본즈의 불명예스러운, 치욕스러운 기록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 영도에게 기대하는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팬들의 관심은 프로선수에겐 언제나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 순리대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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