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설렁탕을 봤다 > (150/200)

< 설렁탕을 봤다 >

[X발, Y-DO한테 3루수 자리 죽어도 안 준 새끼 누구야? 3루수 자리 뺏어서 유넬 페레즈, 저 병X... 하아, 페레즈가 뭘 잘못했냐!?]

- 이 새끼는 뭐지? 이랬다가 저랬다가 왜 지랄이야?

- Y-DO가 너무 아까워서 폭주하다가 페레즈도 그렇게까지 나쁜 3루수는 아니라서 미안해진 팬의 모습이다

- 확실히 페레즈한테 욕하긴 좀 그렇지. Y-DO를 쫓아낸 건 페레즈가 아니고 프런트 병X들이니까. 페레즈는 돈 받고 와서 기대 만큼은 했으니...

ㄴ 홈런 20개 중반 때리는 WAR 3.0 근처, 골드글러브 근처의 3루수. 영입할 때 바라던 만큼은 항상 해줬지.

ㄴ 그치. Y-DO랑 WAR 차이가 세 배 이상 나지만.

- 근데 대체 이 병X들은 뭘 보고 Y-DO한테 3루수 자리 빼앗은 거냐? 계속 3루수로 키웠으면 이 정도 수비는 해줬을 거란 이야기 아님? 2할 초중반에 30홈런? 타율 조금만 끌어올려서 2할 중반에 30개 중반 홈런 때릴 만한 선수였는데 그럼 무조건 페레즈보다 위 아니냐고!!

ㄴ 모르겠다. 지금 하는 거 보면 조금만 더 기회 줬으면 이 정도 성장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충격이 있었으니 이렇게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

ㄴ 3루수가 수비 잘하면 뭐해, 시X... 3루수는 타격이 먼저지. Y-DO 하는 거 보니까 수비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ㄴ 아, X나 짜증 나서 뒈지겠네.

- 지금 페레즈가 낫니, Y-DO를 데리고 있었어야 했니, 이딴 소리 할 때가 아니라니까? 지금 당장 Y-DO가 우리 선수가 아니라고! 페레즈 에러 때문에 5차전 쳐 발린 거? 그것도 안 중요해! 중요한 건 Y-DO를 막는 거라니까?

ㄴ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데? Y-DO 막는 법이라는 게 존재하기나 해?

ㄴ 있겠냐? 막는 법이 있으면 홈런 64개를 때리겠어? OPS 1.1에 WAR 10.1이 나오겠냐고?

ㄴ 누가 그랬지? Y-DO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냅두고 다른 선수들만 막으면 된다고.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냐. 어제 봤잖아? 다른 선수들 막아서 2, 3, 4차전 잡아서 될 줄 알았어, 나도. 5차전 시작하자마자 다른 선수들 몫까지 혼자 다해버리는 걸 어떡하냐?

- 페레즈...!!!!!!!!!!!!!! 리치 샘슨...!!!!!!!!!!!!!!!!

- 제발... 그래, 좋다. Y-DO 놓친 거, 아니 놓아준 거. 이해해준다, 이거야. 월드시리즈 올라와서 3승 했으면 어느 정돈 이해해줄 수 있다, 이거야. 월드시리즈 우승하면? 그럼 봐줄게. 봐줄 수 있다니까? 없었던 일처럼 깨끗하게 잊어줄 테니까 우승만 하자. 제발!!

월드시리즈 5차전에 보여준 영도의 맹활약은 불만이 잠잠해지던, 희망과 기쁨이 차오르던 에이스 팬덤을 다시 한 번 끓어오르게 했다.

물론, 해니건도 잘 받쳐줬고, 매그니도 멀티 히트 경기를 펼쳤지만, 이외에도 몇몇 선수가 잘 맞았든 빗맞았든 한두 개씩 안타를 쳐냈지만.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번 월드시리즈 5차전은 영도가 다 한 경기였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팬들은 월드시리즈 시작 전부터 영도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꼭 에이스 팬들뿐 아니라 다른 팀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로키스와 붙을 땐 항상 영도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고, 잘 풀리는 듯했던 ‘Y-DO 풀어두고 여덟 난쟁이 잡기’까지 실패하면서 1차전 이전의 트라우마까지 다시 살아났다.

특히 영도의 활약이 이슈가 될 때마다 트라우마 섞인 반응, PTSD급의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에이스 팬들은 트라우마에 트라우마가 더해진 상태였다.

심지어 지난 경기에는 3루수 유넬 페레즈의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지기까지.

물론, 에이스 시절 영도의 자리는 1루와 코너 외야였다.

영도는 1루와 코너 외야에서 뛰며 3루의 페레즈와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영도가 3루에서 1루, 코너 외야로 쫓겨난 건 페레즈가 영입된 이후였다.

영도의 3루 수비가 불만스러웠고, 그래서 페레즈를 영입한 것이고, 영도가 3루에서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 역시 페레즈의 영입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도의 방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건 FA로 영입된 1루수 척 스노우와 좌익수 알버트 노리스.

우익수 자리는 팜에서 올라온 요앙 페르난데즈가 있었기에 처음부터 영도의 자리가 아니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다 보니 여러 명이 얽혀 있었다.

그리고 팬들은 그 여러 명이 예외 없이 다 거슬렸다.

그들 모두가 평소에는 그렇게 좋아하고 응원하던 핵심 타자들인데 영도와 직접 월드시리즈에서 만나보니 그들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꾸 비교돼서. 세 명, 네 명이 영도 한 명보다 못한 게 속이 터져서. 

넉넉하게 잡아도 150만 달러면 쓸 수 있던 선수를 1,500만 달러짜리 선수들로 바꿨는데도 서너 명이 합쳐 한 명 몫을 못하나?

영도가 말이 안 되게 대단한 선수라는 게 문제지만, 그런 선수를 당연히 우리 선수라 생각했던 팬들의 반응도 너무 절실하게 이해돼서 타 팀 팬들은 그들을 장난스레 놀리면서도 안쓰러워했다.

다들 응원팀 관련해서 비슷한 경험이 한 번은 있으니까.

그래서 더욱 월드시리즈 우승이 간절했다.

그것마저 실패하면 진짜 불쌍한 놈 되는 거고, 그건 참을 수 없었다.

내 팀을 응원하는데 남들이 날 불쌍하게 보다니. 

그런 걸 감당할 수 있을 리가.

***

“... 결국, 못 바꿨어. 아오, 결국, 이걸 못 바꾸네. 나도 겁쟁이인가 봅니다.”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올 마지막 리키 헨더슨 필드.

6차전을 앞두고 어떻게든 승률을 올리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실제로 적용된 변화는 많지 않았다.

다저스가 그러했듯, 컵스, 레즈, 에이스, 레드삭스, 양키스 등 포스트시즌을 치른 수많은 팀들이 그러했듯 로키스의 콕스 감독과 코칭스태프, 다른 구성원들 역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다.

“결국, 타일러 젭슨 분석한 거, 그거 말고는 딱히 한 게 없네요. 이게 말이 되나? 선수 분석은 원래 매번 하던 거고, 타선 조정, 투수 로테이션 조정, 그리고 수많은 의견들. 그거 의논한다고 이동일에도 못 쉬고 일했는데 결국 달라진 게 없어. 와... 억울해. 쉬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그렇죠?”

“뭐... 억울하긴 한데, 뭐 하루 이틀인가요. 다들 그러는 건 이유가 있다는 거겠죠.”

“우리가 특이한 건 아닙니다. 다른 팀들도 다 그래요. 다들 과감하지 못한 이유가 있고, 변칙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있죠. 우리가 마라톤 회의 끝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듯이.”

로키스라고 특별할 건 없었다.

특별한 시즌을 보냈고, 다신 없을 기적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환상적인 막판 질주를 무려 두 번이나 보여줬지만.

그건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퍼포먼스 덕분이고, 그게 바람직했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너무 변칙적인 걸 좋아하면 모르긴 몰라도 긍정적인 영향보단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크고 많았겠지.

특히 코칭스태프는 몰라도 프런트는 기업에 가까운 집단이고, 기업은 정답까진 아니어도 정답에 가까운 방식이라는 게 있었다.

선수들은 변수를 만들고 프런트는 이미 검증된 방식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뒤를 받치고.

“젭슨은 확실히 지친 거 맞죠?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플레이에 변화가 없다는 게 저 친구 장점인데 확실히 팔 내려왔어요?”

“예. 보니까 2차전 때는 문제 없을 정도만 내려와 있었는데, 오늘은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팔이 저 정도로 평소보다 내려가 있으면 컨트롤도 쉽지 않을 거고 스터프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겁니다.”

“1회부터 Y-DO 나가니까 한 번 보죠. Y-DO가 치는 거 보면 각 딱 나오겠지.”

“하하하, 아니죠. 다들 Y-DO를 그렇게 보고도 모르세요? Y-DO는 특급 에이스가 특급 컨디션으로 최고의 공을 던져도 장외로 날려버리는 타자라서 몰라요. 오히려 게일을 믿어야죠. 게일의 컨택 능력, 정교함이면 분명 좋은 타구를 만들어 줄 테고 그걸 보면 확인할 수 있겠죠.”

“하긴, 그것도 그렇겠습니다. Y-DO야 뭐...”

“Y-DO가 2층 관중석까지밖에 못 날리는지, 장외로 날리는지 보는 것도 구분이 가능할 것 같기도, 아닐 것 같기도...”

그리고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변수와 프런트의 안정적인 선택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최선을 다해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역할.

전력 차이가 너무 심해서 승률이 0%에 한없이 가까운 상황이라면 코칭스태프라도 나서서 억지로 변수를 만들려 변칙적인 수들을 남발하겠지만.

로키스는 존재 자체가 변수이자 미지수인 영도가 있으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지난 5차전부터 로키스의 리더답게, Y-DO의 1번 파트너답게 멋진 활약을 이어가는 게일 해니건! 오늘도 첫 타석부터 깔끔한 안타로 시작을 알립니다.]

[해니건이 살아나는 건 어떻게 보면 Y-DO가 살아나는 것보다 더 큰 비상사태일 수 있어요. Y-DO는 어차피 무조건 잘하는 선수거든요? 그런데 해니건이 살아나서 Y-DO를 제대로 받쳐주기 시작하면 Y-DO의 위력도 두 배는 강해지는데,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지난 5차전에서 보여줬죠.]

“좋아! 완전히 정타가 아닌데도 내야 뚫었어! 코치님들도 다들 보셨죠? 게일 장타력으로 이 정도면 젭슨 컨디션이 분명 정상은 아닌 겁니다!”

“저... 메이슨? 감독님 너무 흥분하셨는데요.”

“당연히 흥분하지! 메이슨이 정상이야, 당신이 비정상이고! 보라니까? 상대 선발투수가 안 좋은데 당연히 흥분하지!”

그리고 준비한 전략, 전술, 분석이 정확히 맞아떨어졌을 때, 그때 그들은 거대한 보람을 느꼈다.

이 순간을 위해 이 바닥에서 버티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게 월드시리즈 무대라면 고생도, 기쁨도 두 배였다.

처절하고 필사적으로, 정규시즌의 두 배 이상 고생해서 경기를 준비하고 기쁠 때도 그만큼.

일단 로키스는 좋은 분위기에서 6차전을 시작했다.

경기를 준비한 코칭스태프도, 전해 들은 대로 무서운 상대 선발의 약한 모습을 확인한 선수들도.

한 번이라도 패배하면 실패하는 여전히 절망적인 상황에 희망이 밀고 들어오는 그런 느낌.

그런 기분 좋은 느낌으로 시작한 6차전이었다.

[Y-DO의 배트는 오늘도 식지 않습니다. 5차전에 이어 6차전 역시 장타로 시작하는 Y-DO의 첫 타석! 중견수 머리 위를 넘기는 완벽한 장타 코스! 해니건은 3루까지, 그리고 3루 돌아서 홈으로!]

[와... 심상치 않은데요? 1, 2차전은 투수전이더니 3차전부터 계속 타격전이 이어지네요. 전 리키 헨더슨 필드와 쿠어스 필드의 차이인 줄 알았는데, 돌아와서도 1회가 심상치 않아요.]

느낌만 좋은 것도 아니었다.

1회부터 깔끔하게 결과까지 끌어내면서 실제 리드까지 잡고 시작.

이보다 더 좋은 시작이 있을 수 없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가장 싫어하는 포스트시즌 7차전 끝장 승부를, 그것도 1승 3패에서 3승 3패로 완벽히 분위기를 잡은 상태로 넘어가기엔 이보다 더 좋은 시작이 있을 수 없었다.

< 설렁탕을 봤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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