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불가능은 없다 > (131/200)

< 불가능은 없다 >

[모리스의 홈런 이후 조금씩 살아나던 타선이 다시 모리스의 2타점 적시타로 한 번 더 탄력을 받더니... 쾅!! Y-DO의 그랜드슬램으로 완전히 19연승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치 8연패 기간이 아예 통째로 사라진 느낌입니다.]

[Y-DO의 그랜드 슬램이 4회에 나왔죠? 그리고 지금이 5회인데... 다시 Y-DO의 타석이 찾아왔어요. 짜자잔~ 로키스 팬들을 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 같네요.]

그랜드 슬램 이후 매그니의 백투백 홈런이 터지면서 8-1.

이후 앞선 두 타석에서 홈런과 단타로 3타점을 쓸어담은 모리스가 4회의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미 자신의 역할을 다한 후였다.

5번 타자로서도, 베테랑이자 로키스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히든카드로서도 모두 완벽하게.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자이언츠 타선은 평소와 같은 홉슨의 냉철한 투구에 4회 말을 알아서 가져다 바쳤고, 다시 로키스의 5회 초 공격.

가드너의 2루타 이후 반스까지 연속 2루타를 쳐내며 가볍게 1점을 추가했고, 발베르데가 아웃되긴 했지만, 6경기 만에 나온 애커슬리의 안타와 해니건의 안타를 묶어 10-1.

그리고 2아웃 1, 2루에서 영도가 다시 한 번 타석에 들어섰다.

[1루와 2루에 주자가 나가 있고, 점수 차도 크게 벌어진 상황. 여기서 피하면... 빅리그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 겁니다. 감독도, 팬들도 그런 선수를 받아들일 리 없으니까요.]

[그렇죠. 우리 미국인들은 그렇게 비겁하고 배짱 없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두 타석 연속으로 투수가 정면 승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상황.

열흘 가까이 경험해보지 못한 기회가 두 번이나 연속으로 찾아오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여기선 억지로라도 정면으로 오겠지만... 그럴 배짱이 있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지.’

점수 차가 9점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세 번째로 올라온 투수.

“이 경기에서 이겨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고 패배의 책임에서도 자유로운 상황이니 그냥 대범하게 뻥뻥 던지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말하는 팬들의 생각을 이해는 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틀렸다고는 말하기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프로 선수들은 한 타석, 아웃 카운트 한 개가 곧 연봉, 커리어와 연결되는 사람들이었다.

점수 차가 어떻든 모든 타석의 의미는 같았다.

점수 차가 벌어졌다고 집중력에 문제가 생기거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미 메이저리그에서의 경쟁을 버텨낼 자격이 없단 뜻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레귤러로 활약하려면 팀의 상황, 점수 차, 상대 타자의 기량 등과 관계없이 최대한 비슷한 기량을 보여줘야 했다.

사람인 이상 당연히 아예 영향을 받지 않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기복을 줄여야만 메이저리그에 남을 수 있다는 것.

‘아직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오지 못한 선수들, 빅리그에서 꾸준히 자리 잡고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다 이유가 있다는 거고.’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데다가 피투성이가 되어가면서까지 무리해서 승리를 노릴 이유도 없는 자이언츠의 상황.

자이언츠는 이미 패배를 받아들였고, 최대한 적은 피해로 경기를 끝내기 위한 운영을 시작했다.

마운드 위의 투수가 패전조이자 콜업과 강등을 반복하는 애매한 투수란 뜻이었다.

[아... 이러면 또 한 번 빅리그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공을 못 보여주면 감독이 뭘 믿고 중용하겠습니까.]

[이 정도 위상의 투수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지금처럼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울었을 때일 수밖에 없어요. 이럴 때 보여주지 못하는 투수가 접전 상황에선 집중력을 보여줄 거라 믿고 기용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연속 세 개의 볼로 3-0.

역시 올라오지 못하는 투수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심하게 새가슴이라 일정 수준 이상의 타자들만 만나면 땀만 뻘뻘 흘리면서 볼질을 계속하거나.

커맨드나 컨트롤, 스터프 같은 필수 요소가 크게 떨어지거나.

‘클린업에 특별히 약한 투수를 뭘 믿고 올렸을까.’

매 시즌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기간보다 마이너에서 활약하는 기간이 긴 AAAA급 투수라 해도 빅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이상 영도의 눈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이렇게 미미한 존재감의 투수조차 철저히 분석하는 타자가 영도였고, 이미 파워 히터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걸 알고 들어왔다.

‘작정하고 휘두를 때가 된 건가.’

하지만 분명 지금 상황은 볼넷을 내줘선 안 되는 상황인 게 맞았다.

투수가 당연히 흔들릴 거라 확신하고 기다렸지만, 바로 이 타이밍, 완벽한 배팅 찬스를 위해 기다렸던 거지, 얌전히 걸어나가기 위해 기다린 건 아니었다.

[이젠 어쩔 수 없습니다. 다시 빅리그에 올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적어도 자이언츠에서의 시간은 끝날 수도 있다는 걸 감수하고 그냥 내보내거나, 아니면 맞아봤자 7할에 가까운 확률로 범타가 되리라는 걸 믿고 과감하게 꽂아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여기선 기준을 조금 다르게 잡아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AAAA급 투수가 왜 AAAA급에 정체될 수밖에 없느냐를 언급하며 그들의 한계를 다뤘지만, AAAA급이 그렇게 무시당할 선수는 아니었다.

치고 올라오는 유망주와 다시 치고 나가려는 베테랑이 함께 뛰며 어떤 의미에선 북미 야구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하다는 트리플 A.

그 트리플A를 지배하는 선수들이니 위상이 확실한 600여 명의 빅리거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었다.

‘7할에 가까운 아웃 확률마저 믿지 못하고 여기서도 스트라이크를, 최소한 스트라이크 비슷한 공이라도 못 던진다? 그런 선수가 AAA를 어떻게 지배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2-0, 3-0, 3-1.

타자들이 절대 놓쳐선 안 되는 배팅 찬스였다.

이런 볼 카운트가 배팅 찬스라는 건 투수도, 타자도, 지나가던 강아지와 고양이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배팅 찬스라 불리는 건 그걸 알아도 투수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

투수와 타자도 서로의 다음 수를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의 승부.

지켜보는 사람들도 그들의 다음 수를 읽고 있으니 자연스레 긴장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렇게 들어와야지. 지금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위치는 아니잖아.’

어차피 좋은 성적을 내줄 거라 기대받는 위치가 아니라면, 적어도 배짱이라도 보여주겠다.

그래서 어떻게든 다음 기회라도 잡아 보겠다.

최악의 경우라고 해봤자 10-1이 13-1로 벌어지는 홈런일 텐데, Y-DO에게 홈런을 내주는 건 부끄러운 일도 아니니까.

상대 투수는 그런 생각으로 이를 꽉 물고, 떨리기 시작하는 다리와 등줄기의 식은땀을 뒤로하고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던 영도의 배트 역시 날카롭게 돌아갔다.

[완벽한 임팩트! 그리고... 예정된 GET-YA!! Y-DO, 8경기 동안의 침묵을 완전히 날려버리는 연타석 홈런! 그리고 59호 홈런입니다! 이 홈런으로 역대 홈런 순위 공동 9위로 올라서는 Y-DO! 드디어 TOP 10에 진입합니다!]

[59홈런을 기록했던 선수들이, 어디 보자... 1921년의 베이브 루스, 2017년의 지안카를로 스탠튼이네요. 베이브 루스의 커리어 하이는 1927년의 60홈런이니까 영도의 위에는 여전히 베이브 루스, 로저 매리스, 새미 소사와 마크 맥과이어, 배리 본즈까지. 단 5명의 선수만이 버티고 있습니다.]

[8연패 동안 때려내지 못했던 홈런을 오늘 하루에 몰아치는 Y-DO! 9경기 2홈런 페이스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에 2개를 때렸는데 남은 5경기에서 3개? 불가능하지 않죠.]

[가능해요. 쉽진 않겠지만, Y-DO의 능력을 봤을 때 못할 건 없어요. 일단, 40년 만에 60홈런 타자가 다시 등장할 확률은 매우 높아졌거든요?]

57홈런에서 8경기 동안이나 멈춰선 바람에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야구 팬들.

그런 야구 팬들의 마음을, 묵은 체증을 한 번에 씻겨주는 연타석 홈런이었다.

오늘 경기를 제외하면 남은 경기는 5경기.

로저 매리스와의 청정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이 주목받으면서 살짝 뒤로 밀린 감은 있지만, 40년 만의 60홈런 기록도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8연패 기간이 너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60홈런은 가시권에 들어왔으며, 62홈런도 포기하긴 일렀다.

[콜로라도 로키스가 드디어 8연패라는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다시 한 번 와일드카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경기가 끝난 건 아닙니다만, 5회에 이미 스코어는 13-1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정도면 끊었다고 봐야죠. 만약 이런 경기마저 패배한다? 그러면 8연패가 아니라 14연패까지도 이어질 수 있어요. 그만큼 말도 안 된다는 겁니다.]

8연패 동안 때려내지 못했던 안타를 한 번에 몰아치는 듯한 로키스의 타선.

그리고 멈췄던 홈런포를 재가동한 영도.

콜로라도 로키스는 ‘록템버’의 기적을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어가기 위해 다시 한 번 스파이크 끈을 조였다.

***

[드디어 끊어낸 길고 긴 8연패. 9월 25경기에서 16연승 후 8연패 후 드디어 1승. 이번엔 다시 연승일까?]

[천국과 지옥을 자유롭게 오고 가는 콜로라도 로키스. 덕분에 팬들만 죽어난다]

[8경기 연속 침묵으로 팬들 걱정 유발했던 Y-DO의 홈런 공장, 연타석 홈런으로 홈런 2개 출하하며 건재 과시]

[남은 경기는 5경기, 현재 59개. 남은 경기에서 홈런 1개 추가 시 40년 만의 60홈런, 2개 추가 시 로저 매리스와 함께 청정 타자 역대 최다 홈런, 3개 추가 시 단독으로 청정 타자 역대 최다 홈런 기록까지 갈아치울 Y-DO]

[과연 ‘록템버’와 Y-DO의 질주는 어디까지? 와일드카드 2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에서 결정될 확률 매우 높아...]

지긋지긋했던 8연패를 끊어낸 시점에서 로키스는 84승 9무 64패를 기록, 85승 10무 62패의 밀워키 브루어스와 1.5경기 차, 85승 8무 64패의 워싱턴 내셔널스와 0.5경기 차로 와일드카드 순위 4위에 올라 있었다.

5경기에서 이를 뒤집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였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할 건 없었다.

5경기 정도면 단기전의 느낌처럼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었으니까.

특히 자이언츠와의 남은 두 경기를 치른 뒤, 브루어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시즌 마지막 3연전을 치른다는 게 중요했다.

이미 다들 지친 상황에서 홈 시리즈를, 그것도 치열하게 와일드카드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팀을 불러들여 홈 시리즈를 치른다는 건 로키스에게 웃어주는 부분이었으니까.

로키스와 팬들은 자이언츠전을 잘 마무리하고 브루어스와의 맞대결에 집중해 브루어스를 직접 끌어내린 뒤 내셔널스가 딱 한 경기만 더 패배해주길 기도했다.

19연승으로 와일드카드 1위를 차지한 기억이 무색하게 어느새 다시 가장 불리한 위치로 떨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지만.

이것보다 훨씬 더 불리한 위치에서 기적처럼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자부심과 확신이 있었다.

5경기에서 1.5경기.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았다.

< 불가능은 없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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