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드러나다 > (118/200)

< 드러나다 >

[Absolute-Zero, Y-DO의 42호 홈런 기념, 메이저리그 역사 속 단일 시즌 50홈런, 60홈런 타자 알아보기]

메이저리그 창설 : 1903년

라이브볼 시대의 시작 : 1920년

* 메이저리그 창설 이후 138년, 라이브볼 시대 이후 121년간 단일 시즌 50홈런, 60홈런을 기록한 선수와 횟수

단일 시즌 50홈런 기록 : 총 57회 

- 중계 중 칼이 58회라고 했는데, 57회가 맞아. 아무래도 착오가 있었던 듯?

단일 시즌 50홈런 선수 : 총 31명 

-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지? 단일 시즌 50홈런 기록은 선택받은 몇몇 재능들에게만 허락된다는 걸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아니면... 약쟁이거나.

단일 시즌 60홈런 기록 : 총 8회

- 다들 아는 약쟁이,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와 규정은 위반하지 않은 약쟁이, 로저 매리스, 베이브 루스의 기록이야. 새미 소사가 3회, 마크 맥과이어가 2회, 나머지 세 선수가 1회씩. 의외로 본즈가 한 번밖에 기록하지 못했더라.

자, 그렇다면 Y-DO는 이번 시즌 몇 개 정도의 홈런을 때려낼까?

전혀 의미 없고, 정확할 리도 없는, 하지만 딱히 다른 방법도 없는 산술적 계산으론 63.58878...개라는 계산이 나와.

청정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이라는 로저 매리스의 61개를 넘고, 반올림해 64개로 계산하면 역대 6위 기록인 1999시즌 새미 소사의 기록을 넘어 2001년 새미 소사의 기록과 함께 공동 4위가 되는데... 과연?

Y-DO는 일단 여름에 미치도록 강하고, 여름이 지나도 시즌이 끝날 때까지 내내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뒷심이 강한 유형의 선수지.

엄밀히 말하면 남들 다 지칠 때 혼자 시즌 초반, 중반의 체력을 끝까지 유지해 의도치 않은 이득을 얻는 경우에 가깝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렇다면 정말 64홈런... 가능하지 않을까?

전반기 87경기 32홈런에 비해 후반기 20경기 10홈런 페이스가 지나치게 빨라 아마 다시 조정은 되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을지도?

게일과 키스에 프레드릭, 로날드까지 더해지면서 앞뒤 타선도 나쁘지 않아. 팀 동료들 덕도 적잖이 볼 것 같은데 안 될 건 없을 것 같은데.

남은 55경기 중 27경기를 홈에서 치르는 일정이라 쿠어스 필드 잔여 일정도 적지 않은 편이고.

그건 그렇고, 잠깐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도 되겠지?

다른 건 아니고, 로저 매리스의 기록을 정말로 ‘청정 타자 최다 홈런 신기록’으로 인정해도 될까, 하는 이야기야.

지겹지? 아마 지겨운 사람들도 꽤 있겠지.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무조건 나오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자주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봐.

다들 알다시피 로저 매리스는 당대 최고의 쌍포, M&M포를 결성했던 미키 맨틀과 함께 1961년 당시 신기록이었던 베이브 루스의 60홈런 기록에 도전했던 타자잖아?

그런데 미키 맨틀이 부상으로 나가떨어지고, 홀로 내달려서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지켜야 한다는 당대 안타까운 의식 수준에 치이고 떠밀리며 힘겹게 61홈런을 기록했는데...

당시에는 약물 규제 같은 게 아예 없었던 시절이지. 당장 베이브 루스도 암페타민 등등 경기력 향상 약물을 다수 투약했다는 게 정설이고, 미키 역시 로저와 같은 시즌 당한 부상부터가 오염된 주사기로 스테로이드, 암페타민 등을 투여하다가 감염되어 생긴 부상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로저 역시 도핑을 했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그럼 과연 로저의 기록은 청정 타자의 기록일까?

물론, 로저도 약을 했으니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같은 진짜 약쟁이들과 똑같은 취급을 해야 한다는 건 절대, 네버! 당연히 아냐.

하지만 Y-DO와 같은 ‘청정 타자’의 기록인가를 생각해볼 필욘 있다는 거지.

그렇게 따지면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59홈런 기록이 진정한 ‘청정 타자 홈런 신기록’이어야 하는 건 아닐까?

내 의견부터 밝히자면 일단 나는 당대의 규정을 어긴 것도 아니고, 그렇게 따지면 Y-DO 역시 점점 홈런이 많이 나오는 방향으로 발전한 스포츠 과학, 규정 등의 도움을 받았으니 그 정도는 쌤쌤.

결과적으로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해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너희의 의견이 궁금하다.

양키스 팬이니까 로저, 미국인이어야 하니까 로저, 아시아계니까 Y-DO, 이런 거 말고 진짜 진지하게 너희 의견이 궁금해. 댓글로 남겨줘!

* 어쨌거나 50홈런은 무조건 넘길 것 같고, 60홈런도 넘겨줬으면! 최근 수년 동안 50홈런 타자가 없다는 게 말이 돼? 60홈런 타자도 벌써 40년째 없다고!

* 난 옛날 스테로이드 시대, 이후 플라이볼 혁명기처럼 개나 소나 20홈런, 30홈런씩 때려내는 시대를 원하는 게 아냐. 실제로 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그 미쳐버린 스테로이드 시대에도 50홈런 기록은 20회 전후로 나왔고, 청정 타자를 제외하면 20회도 안 되는 수준이거든.

* 그러니까 아무리 약을 하고 X랄을 해도 50홈런은 선택받은 재능에게만 허락되는 영역이라는 것. 약을 안 하고 플라이볼 혁명이 없어도 선택받은 재능은 50홈런을 친다는 거야.

* 나는, 우리 야구팬들은... 선택받은 재능의 등장을 원한다! 갈망한다!! Y-DO는 선택받은 재능이 분명하다!! VIVA Y-DO!! 나는 믿는다, Y-DO를!!

- 로저랑 미키, 배리 본즈? 몰라, 그런 건 복잡하니까 관심 없고, 마지막 줄에는 공감. 선택받은 재능들이 뻥뻥 날뛰는 게 보고 싶다! 뛰어난 재능들 중 그래도 제일 뛰어난 재능 말고 진짜로 선택받은 재능!! GIFTED를 보고 싶다고!!

- 하늘이 내린 재능이 안 보인 게 좀 되긴 했어. 돈 라이스가 그나마 가까웠다고 보지만, 나머지는 그나마 가장 뛰어난 재능 수준이었던 듯.

- GIFTED! 그래! 이거지! 하늘에게 선물 받은 그 재능이 보고 싶다.

- Y-DO는 유망주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넘어 하늘이 내린 재능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지. 진짜 GIFTED가 있고, 그걸 성적으로 보여주는 선수가 나온다면 그건 Y-DO일 거야. 그것만큼은 분명해 보임.

- 왜 다들 GIFTED 이야기만 하냐? 로저와 Y-DO 기록의 순수성을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 약은 그냥 약이라고 봄. 스포츠 과학의 발전, 규정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보니까. 하지만 약은... 자연스럽지 않지.

ㄴ 규정의 변화가 자연스러운 거라면 당시 약을 규제하지 않았던 규정이 지금의 규정으로 바뀐 것도 자연스러운 거 아니냐? 지금 선수들이나 당시 선수들이나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건 똑같은데?

ㄴ 나도 이 의견에 동의. 당시 규정은 약물을 금지하지 않았음. 공인구 반발력, 배트 반발력 같은 것도 문제가 생길 때마다 허용 기준을 바꿔왔는데 약물도 같은 맥락이라고 봐야지. 스포츠의 순수성 논란에서 과학의 발전이 자유로울 수도 없고.

- 개인적으로는 그냥 편하게 규정 위반 유무로 보는 중. 본즈, 맥과이어, 소사는 나쁜 놈, 루스, 맨틀, 매리스는 안타까운 놈...? 안타까운 분? 어쨌거나.

- 됐고! 괜히 다른 선수 끌어들이지 말고 Y-DO 60홈런만 응원하라고!!

- 왜 응원해야 하지? 난 응원하기 싫은데. 다른 나라 선수한테 이런 메이저 기록을 내주고 싶지 않아. 인종차별과는 다른 의미에서 이런 주요 기록만큼은 미국인이 가지고 있어줬으면 좋겠다. 이건 나쁜 거 아니지?

ㄴ 나쁜 건 아닌데, 조사는 좀 하고 오는 게 어때? Y-DO는 미국 국적인데?

***

<미국을 지켜라! 매리스를 지켜라! 61홈런을 지켜라!>

<로저 매리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기록이다! 절대로 다른 이름을 허락해선 안 된다!!>

<목숨 걸고 막아라! 메이저리그 기록의 순수성을 지켜라!>

<빅리그를 빅리그답게! 빅리그 기록은 빅리그 출신들에게만!>

거칠고 똘끼 넘치기로 유명한, 팀 전력, 상황을 떠나 오로지 팬들 때문에 선수들이 이 도시를 꺼리기로 유명한.

콜로라도 로키스는 원정 3연전을 위해 필라델피아를 찾았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홈구장,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는 영도의 홈런 신기록 도전에 분노한 팬들의 걸개가 가득했다.

“... 혹시 화난 건 아니지? 상처 받았다거나...”

“고작 이 정도로?”

그들의 논리는 간단했다.

다른 기록도 아니고 홈런 신기록 같은 메이저 기록을 KBO 출신 선수에게 내줄 순 없다는 것.

물론, 진짜 신기록인 배리 본즈의 73홈런 기록은 아직 안전하지만, 점점 더 강해지는 도핑 혐오 분위기로 인해 로저 매리스의 61홈런 기록 역시 전보단 가치가 많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것이었다.

당연히 KBO 출신 어쩌고 하는 건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비난받기 싫어서 내건 위장 논리였다.

이들의 진짜 생각은 미국인이 아닌 선수, 더욱 적나라하게는 메이저리그의 주류, 백인, 흑인, 히스패닉계 선수가 아닌 아시아계 선수에게 메이저 기록이 넘어가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이었다.

“Y-DO! 기분은 괜찮지?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냥 어딜 가나 있는 이상한 놈들이 여기에도 있을 뿐이야.”

“에이, Y-DO는 원래 이런 데 신경 안 써. 얘가 얼마나 기계 같은 놈인데...”

“으하하하, Y-DO가 흔들리는 건 상상이 안 되는데?”

동료들 역시 걸개의 문구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지 않았기에 영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나마 필라델피아가 유색인종이 많은 진보적인 도시라서 다행이지, 나머지 펜실베이니아주처럼 보수적인 지역이었다면 이보다 훨씬 심했을 것이었다.

안 그래도 ‘필리건’ 때문에 어려운 지역인데 아시아계라고 차별까지 받았으면...

“로저의 기록에 도전한다고 상황까지 로저와 비슷할 필요는 없었는데...”

로저 매리스는 전설적인 선수, 야구 그 자체, 라이브볼 시대의 시작을 알린 베이브 루스의 기록에 도전하느라 수많은 시련과 흠집 내기, 음해와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데뷔부터 베이브 루스의 후계자 취급을 받았던 프랜차이즈 스타, 미키 맨틀이 아니라 이적생 출신인 로저 매리스가 베이브 루스의 기록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악명높은 뉴욕 언론은 물론 홈팬들에게까지 응원받지 못했던 로저 매리스.

심지어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대놓고 베이브 루스 시절에는 한 시즌 154경기 체제였으니, 로저 매리스 역시 154경기 안에 기록을 세우지 못하면 정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정도.

매리스는 157번째 경기에서 60호 홈런을, 161번째, 당시 체제의 마지막 경기에서 61호 홈런을 터뜨렸고, 결국, 매리스의 61호 홈런 기록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옆에 별을 달아야만 했다.

당시 매리스의 기록을 언급한 대부분의 책, 기사를 비롯한 매체들에는 분명히 별표가 있었다.

나중에는 본인들도 본인들의 행동이 지나치게 찌질했는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얼버무렸지만...

결국, 공식적으로 별표를 ‘제거’한 건 33년 뒤인 1994년, 당시 커미셔너 페이 빈센트에 의해서였다.

“그러게. 상황까지 비슷할 필요는 없지.”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많이 나아지지 않았나? 일부만 저러지, 대놓고 사회 전체가 들고일어나서 공격하진 않잖아.”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할 이유도 없지.”

영도는 당시보다 훨씬 팬들의 인식이 성숙되고, 메이저리그가 세계화된 시기에 활약한다는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매리스는 같은 백인인데도 베이브 루스에게 도전한다는, 양키스 순혈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런 꼴을 겪었다.

영도는 시대의 도움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시아계는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계와 같은 위치에서 대접받진 못했다.

평소에는 거의 차별이 없고 같은 취급을 받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 지금 같은 순간에는 결국 인종 때문이든, 미국 특유의 애국심, 자부심 때문이든 차별을 겪어야 했다.

차라리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 스타로 대접받는 건 아무 문제 없는데, 기록으로 역사에 남기는 건...

“내가 승부욕이 없어 보이지?”

“갑자기? 승부욕보다는 본인 성적에 집중하는 장인 같은 느낌이긴 해.”

“잘 봤어, 해니건. 근데 나도 어릴 땐 안 그랬어. 성적이 안 나오니까 다른 건 다 무시하고 성적에만 집중한 거지.”

“어릴 땐 팀의 승리에도 집착하고 막 그랬나 보지?”

“메이저리거 정도 되면 어릴 때 승부욕 없던 선수가 있을까. 나도 승부욕하면 한국 전체에서 알아주는 편이었지.”

영도라고 처음부터 승부욕이 없었을까.

처음부터 자기 성적만 신경 쓰고 팀 성적 같은 건 무시했을까.

그런 선수가 한국 최고의 유망주이자 한 팀의 에이스,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의 에이스가 될 수 있었을까.

영도 역시 프로 진출 이후 철저히 망가지기 전까진 승부욕으로 알아주는 선수였다.

“그런데 갑자기 승부욕은 왜? 지금 승부욕을 언급할 거리가 있었나?”

“내가 요즘 성적이 곧잘 나오니까 옛날 승부욕이 좀 나오더라고. 아직 팀 성적까지 신경 쓸 정도는 아닌데...”

“... 저렇게 대놓고 무시하면서 공격하는 사람들한테는 이겨 먹고 싶다?”

“그래. 저렇게 망하라고 기를 쓰는 사람들한테는 이겨 먹고 싶네. 당신들이 틀렸다고. 눈물 흘리는 꼴도 좀 보고 싶고.”

시즌 60홈런, 두 자릿수 WAR에 도전하는 성적.

자신에게 만족하면 발전이 없다지만, 이 정도 성적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건 발전을 위한 게 아니라 욕심이 지나친 것 아닐까.

어쨌든 영도는 본인 성적에 만족하진 않았지만, 마음의 짐과 부담감을 어느 정도는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점점 서울 제츠와 손성호, 해니건을 겪으며 자극받았던 승부욕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차별 섞인 비난을 던져대는 일부 몰지각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이겼다는 걸, 당신들의 비난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걸.

한 개의 걸개도 놓치지 않고 철저히 눈에 담던 영도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그려졌다.

< 드러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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