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월의 시작 > (117/200)

< 8월의 시작 >

[5회 초, LA 다저스 공격]

<8번 타자, 오마르 킵니스(유격수)>

1구 : 스트라이크(93마일, 포심)

2구 : 스트라이크(82마일, 슬라이더)

3구 : 헛스윙(83마일, 체인지업)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킵니스는 명예 산 사나이 아니냐? 산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은 건 약간 예외지만.

- 이 정도면 명예 덴버인 인정해야 한다

- 처음 싸움 났던 시리즈도 그렇고, 이번 시리즈도 그렇고... 킵니스 덕분에 몇 승을 가져오는 거냐

- 로키스가 다저스한테 두 번이나 시리즈를 스윕한다고? 믿을 수 없다... 드디어 나의 17년을 보답받는 기분이야!

- 미친... 너는 어떻게 한국에서 다른 팀도 아니고 로키스를 17년이나 좋아하게 된 거냐? 정신 차려, 이 친구야!

ㄴ 그래도 이번 시즌에는 우리 절대영도, 갓갓갓님 덕분에 행복하다고! 포스트시즌, 가즈아!!

- 킵니스 웃음벨... 이젠 스파인 버스터 처맞고 뻗은 거랑 멀쩡히 주루 플레이하던 영도한테 시비 걸었다가 튕겨 나간 거만 생각남. 근데 또 삼구삼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제 로키스 두 번째 오프너 조합에 그 대단한 포스트 돈 라이스라던 페드로 케인님 탈탈 털리셨을 때 이번 3연전 결과 나온 거임. 케이시 유먼-페드로 케인이 로키스 가면 1, 2선발이라고? ㅋㅋㅋㅋㅋ 코리안 다저님들, 오늘도 덕분에 웃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

- 그놈의 포스트 돈 라이스... 다저스 X신들 지껄였던 것만 보면 이미 돈 라이스 세 쌍둥이임. 1, 2, 3선발로 진짜 돈 라이스, 중간 돈 라이스, 어린 돈 라이스 셋 썼어야지. 4선발로 또스트 돈 라이스, 페드로 케인 쓰고

- 쿠어스 필드의 단죄다, 이 말이야! 투수 왕국!? 투수 왕국이고 뭐고 산에선 공평하다!!

오마르 킵니스, 그중에서도 오마르 킵니스의 깽판은 콜로라도 로키스에겐 승리의 상징이다.

소속 구단 대다수가 치명적인 단점들을 안고 있는 내셔널리그 서부에서 최근 몇 시즌 연속, 이번 시즌까지도 6할 5푼 근처의 높은 승률을 유지하는 LA 다저스가 한 시즌에 두 번이나 콜로라도 로키스에게 스윕을 내준다?

애초에 지난번 시리즈 스윕도 다저스가 로키스에게 8년 만에 당한 시리즈 스윕이었다.

아직 시리즈 3차전 5회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스윕이 꽤나 유력해 보이는 지금...

두 시리즈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던 킵니스의 깽판이 원흉으로 지적될 수밖에 없었다.

킵니스 역시 그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었는지 안 그래도 좋지 않은 타격이 3연전 내내 침묵하는 중이었다.

유격수와 2루수로 번갈아 출전 중인 지금, 본인의 바람대로 유격수 자리를 지키려면 오늘처럼 유격수로 출전했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지만...

세 번째 타석인 5회 초에도 헛스윙 삼구삼진.

다저스 타선의 맥을 혼자서 다 끊어먹었다.

[쿠어스 필드에선 보통 다득점 경기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양 팀 각각 5득점 내외로 점수가 나오면 저득점 경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인데, 그런 의미에서 제러드 홉슨은 어쨌든 홈팀의 에이스로서 나쁘진 않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회까지 3실점. 제임스 프레스톤의 29호 홈런을 포함해 장타를 좀 내주면서 실점은 적지 않지만, 피안타, 피볼넷 자체는 많지 않죠.]

[반대로 다저스의 5선발, 존 밀너는 3회를 마치지도 못한 채 일찌감치 쫓겨났습니다. Y-DO, 해니건이 홈런을 때려냈고, 투수 교체 이후 37세의 베테랑, 앤서니 모리스까지 홈런으로 한 손을 보탰습니다.]

[벌써 지금 8-3이죠? 쿠어스 필드에서 5점이 큰 점수 차는 아니지만, 흐름이란 게 있잖아요? 로키스가 다저스에게 5점 차 리드를 뒤집힐 것 같지 않아요. 뭔가 주어와 목적어가 바뀐 느낌이긴 한데, 제가 헷갈린 게 아니에요. 말실수가 아닙니다!]

다저스가 쿠어스 필드에서 5점 때문에 로키스에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 같다는 느낌.

듣는 사람은 물론이고, 실제로 그런 느낌을 받는 사람들조차 내가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현실이고, 대부분의 팬들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양 팀 합쳐 9번의 공격 기회 동안 홈런이 9개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쿠어스 필드에서 다저스는 로키스에게 내준 5점의 리드 때문에 무너지고 있었다.

[로키스도 이대로 끝내고 싶진 않을 겁니다. 다저스를 상대로 전의를 불태우는 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구단들의 공통점 아니겠습니까?]

[얼마 만에 이런 일방적인 우위를 잡는 건데... 그동안의 분을 풀고 싶겠죠. 냉정하게 생각해도 다저스를 일방적으로 때려잡는 건 팀이 기세를 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수도 있고.]

[로키스는 갈 길이 급한 팀입니다. 후반기에 최소 6할 승률은 넘겨줘야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83, 84승을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해내야죠. 다저스를 탈탈 털어서 이후 경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해야죠!]

콜로라도 로키스의 타선이 상당히 강력한 건 사실이었다.

이번 시즌 20홈런 타자만 6명씩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팀은 30개 구단 전체를 뒤져봐도 3, 4팀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그게 곧 로키스의 공격력이 전체 TOP 3급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홈런만 공격력이 아니고, 출루율, 주루 플레이, 타율도 공격력이었다.

로키스가 부족한 건 이중 출루율과 타율이었다.

타율 TOP 10을 지키는 해니건과 지금 기세라면 시즌이 끝날 즈음 3할 근처에서 버텨줄 듯한 영도가 있지만, 타율이 만족스럽진 않았다.

로키스는 마운드가 최소한만 버텨주고 타선이 폭발해줘야 하는 팀이었으니까.

30명이 조금 넘는 3할 타자 중에 두 명이 한 팀이면 당연히 평균 이상이지만, 로키스 팀 컬러를 봤을 때 만족스러운 수준은 분명 아니었다.

[9번 타자 고든 애커슬리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타율은 0.233으로 많이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출루율은 0.320으로 9번 타자 치고는 높은 편입니다.]

[이번 시즌 로키스가 잘 풀리는 팀이라는 게 이런 데서 보이는 거예요. 사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팀 전력이 강해도 타자 9명 전부를 좋은 타자로 채울 순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번 시즌 로키스 타선은 아무리 하위 타순이라도 자신만의 장점 하나, 하나는 확실히 해주는 선수들이 많아요.]

타율은 2할 초중반, 출루율은 3할 초반이지만, 30홈런 포텐셜을 갖춘 7번 2루수 개리 반스.

지명타자가 8번까지 떨어진 건 많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견실한 카이옌 모타와 장타력 원툴의 앤서니 모리스가 번갈아 맡아주는 8번 지명타자.

그리고 9번 타자 주제에, 타율이 2할 3푼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는 주제에 출루율 3할 2푼이 넘어가는 눈야구의 제왕, 우익수 고든 애커슬리.

[또 한 번 골라내면서 걸어서 1루로! 이야... 수비와 출루를 이 정도까지 해주는 우익수면 비싸지 않은 몸값까지 감안했을 때 주전 우익수 자리 하나는 충분히 내줄 수 있겠어요.]

[로키스,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가난한 구단에선 기분 좋게 내줄 수 있겠죠. 모든 포지션을 비싼 선수로 채울 수 없는데, 이 정도 몸값으로 이보다 좋은 선수를 찾긴 어려우니까요.]

[연봉조정 대상자가 적지 않을 텐데, 일단 애커슬리는 잡고 갈 것 같습니다.]

[1번 타자, 게일 해니건으로 기회가 넘어가죠? 애커슬리의 출루 이후 해니건의 등장. 이런 모습을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어요. 로키스의 상위타순은 말 그대로 투수의 지옥이기 때문에 애커슬리가 출루해주는 게 굉장히 큰 힘이 되죠.]

타율 3할 3푼이 넘어가는 타격 기계, 게일 해니건.

60홈런 페이스로 내달리는 Absolute-Zero, 유영도.

이 두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데 1루에 주자가 있다?

출루는 언제나 팀에 큰 도움이 되지만, 로키스는 유독 9번 타자의 출루가 득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팀이든 상위 타순은 잘 갖춘 경우가 많아 하위 타순을 상대할 때도 방심해선 안 된다고들 하지만.

로키스를 상대할 땐 더더욱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가볍게 밀어서 유격수 옆을 꿰뚫는 해니건의 안타! 무사 주자 1, 2루의 찬스가 Y-DO 앞에서 만들어집니다!]

[이거예요! 이게 무서운 거거든요? 애커슬리의 출루율이 생각보다 높고, 해니건이 3할 3푼의 타율을 앞세워 3할 8푼의 출루율을 1번 타순에서 기록해주기 때문에 Y-DO에게 찬스가 자주 나온다는 것! 이게 로키스 타선이 가진 최고의 무기입니다!]

영도의 출루율은 어느새 타율+0.09, 타율보다 9푼 이상 높아졌다.

선구안이 좋아서이기도 했지만, 홈런을 미친 듯이 쓸어담으면서 자연스레 올라간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순수 본인의 선구안만으로도 타율보다 7푼 정도 높은 출루율을 자랑했던 걸 생각하면 생각보다 많이 올라간 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앞선 타자들이 먼저 베이스를 채워주면서 영도와 승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이미 홈런을 때려낸 Y-DO.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고 판단하고 핵심 불펜과 거리가 먼 투수들을 올려보낸 다저스로선 글쎄요. 막을 수 있을까요?]

[이젠 50홈런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러면 진짜 60홈런도 바라볼 수 있거든요? 메이저리그의 기나긴 역사에서 시즌 50홈런도 겨우 58번 등장했는데, 60홈런? 스테로이드 시대 이후 완전히 사라진 기록입니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60홈런 타자는 2001년 73홈런을 기록한 배리 본즈와 64홈런을 기록한 새미 소사였다.

단일 시즌 6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로저 매리스, 베이브 루스까지 5명이었고, 횟수로는 8회에 불과했다.

그리고 약물로 얼룩진 본즈, 맥과이어, 소사의 기록을 제외하면 로저 매리스와 베이브 루스가 유이했고, 매리스의 61홈런 기록이 청정 타자 한정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

[아마 본즈의 기록에 도전할 순 없겠지만, 로저 매리스의 기록까진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시즌 동안 50홈런 타자가 없었고, 40시즌 동안 60홈런 타자가 없었어요. 당연히 이에 도전하는 Y-DO에게 도핑 테스트가 피해갈 리 없죠. 제가 알기로 Y-DO는 도핑 테스트를 가장 자주 받는 선수 중 한 명인데, 아직 아무런 이야기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여러분은 Y-DO를 의심해선 안 됩니다. Y-DO는 명예로운 선수이며, 명예를 걸고 영광스러운 기록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입니다.]

[80년 만의 청정 타자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에 도전하는 선수예요.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사실, 로저 매리스를 청정 타자라고 불러도 되는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규정 위반을 기준으로 약쟁이와 청정 타자를 구분한다면 로저 매리스는 분명 청정 타자였다.

영도는 80년 만에 청정 타자 신기록을 노리는 타자였고.

‘쿠어스 필드... 너무 좋아.’

악명높은 쿠어스 필드의 고도, 피로 누적, 부상 위협까지도 무시하는 상상 초월의 철강왕, 유영도.

처음부터 타격폼 자체가 쿠어스 필드에 어울렸기에 원정에서 감각이 흐트러지는 정도도 심하지 않았으니...

영도에게 쿠어스 필드는 단점과 위험을 모두 제거한 타자들의 천국, 그 자체였다.

‘쿠어스 필드에서 이런 밋밋한 공은...’

영도를 제외한 콜로라도 로키스 핵심 타자는 해니건, 가드너, 매그니 정도.

이들의 공통점은 타율 대비 출루율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이었는데, 컵스 시절부터 낮았던 매그니를 제외하면 선구안이 나빠서 출루율이 낮은 것만은 아니었다.

[과감한 초구 공략! 이제 Y-DO의 타구가 강하게 뜨면 더 볼 것도 없습니다! 역시나! 역시나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대형 홈런! Y-DO의 42호 쓰리런 홈런! 11-3, 단번에 8점 차까지 차이가 벌어집니다!]

[카운트를 잡으러 가는 살짝 안일한 공이었어요. 다른 구장에서는 초구에 이 정도 공? 던져도 돼요. 근데 쿠어스 필드에선 안 되죠! 공 하나하나를 전부 다 신경 써서 던져야 하는 게 쿠어스 필드거든요!]

쿠어스 필드라면 어지간한 공은 때리는 게 공격 기댓값이 더 높았다.

당연히 타석에서 훨씬 공격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고, 타율 대비 출루율은 낮아질 수밖에.

영도 역시 잠재력 폭발의 계기가 된 좁은 스트라이크 존을 포기하진 않았지만, 지난 시즌, 이번 시즌 초반보다는 훨씬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쿠어스 필드에서는 조금 더 공격적이었고.

그 결과가 여름 이후의 체력적 우위와 시너지를 일으켰고 후반기 20경기 9홈런으로 이어졌다.

[5회 말에 11-3! 이 정도면 아직 네 번씩 공격이 남아 있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저스는 이미 패배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투수 운용을 시작했고, 로키스는 아직도 에이스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어요. 팀 전력을 떠나서 마운드 운용부터 많이 갈렸어요.]

안 그래도 야수 라인업이 좋은데, 그중에서 에이스 한 명이 미쳐 날뛰는 상황.

오마르 킵니스가 승리의 상징이기도 하겠지만, 꼭 그것 때문에 다저스를 스윕한 건 아니었다.

아무리 투수진이 빈약해도 야수진이 이 정도로 미쳐 날뛰면...

로키스의 희망은 이제부터 불타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8월의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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