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입 효과 >
7월 중순은... 여름 중의 여름, 한여름이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지나긴 했지만, 고작 4일의 휴식으로 쌓인 피로가 사라지는 건 무리였다.
물론, 메이저리거 클래스의 천재들, 이들의 피지컬에서 4일 휴식은 굉장히 꿀맛 같은 휴식이지만, 다 같이 지친 상황에서 1, 2주만큼, 최대 3, 4주 정도 전으로 돌아가는 수준일 뿐.
체력 소모가 가장 심한 여름은 언제나 최대의 고비였다.
‘선발투수야 뭐... 올스타 브레이크로 크게 달라지진 않지.’
선발투수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에도 4, 5일 휴식 후 다음 경기에 나서기 때문에 올스타 브레이크의 의미가 좀 작았다.
로테이션 한 번 거른 것과 비슷하거나 좀 더 짧은 휴식.
충분한 휴식이지만, 시즌 중에도 로테이션 한 번 거르고 체력을 보충한 선발투수와 만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다.
‘올스타 브레이크로 플러스, 여름으로 마이너스... 한창 좋던 5, 6월과는 확실히 다르긴 해.’
일단 몸이 지치면 분명 칠 수 있는 공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경험이 쌓이면 지친 상태에서의 나를 알게 되기 때문에 그에 맞춰 다시 영점을 조절할 수 있게 되지만, 눈으로 보고 내리는 판단과 실제 수행 능력의 괴리감이 크면 클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영도는 한창 좋지 않을 때도 체력 하나는 ‘괴물’이라는 별명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름이 지나면서부터 항상 페이스를 끌어올리기도 했고.
그 시절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유영도의 후반기를 모르는 야구팬은 없기에 이미 수많은 야구팬들이 50홈런을 기정사실로 여겼고, 60홈런도 기대하고 있었다.
‘최소한 8월 중순 넘어가기 전엔 남들과 달리 눈과 몸의 괴리감 따윈 없다고!!’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그대로 몸이 움직여주는 시기가 남들보다 독보적으로 길다는 것이 영도의 장점.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도 홈에서 치르는 후반기 첫 경기에 에이스 호디 케이스를 내보냈지만...
뭐가 문제인지는 몰라도 공이 영도의 눈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휴식이 길어지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스타일이었던가.’
눈에 보이는 95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에 배트를 돌리면서 생각했다.
안 쉬어도 멀쩡한 영도와 오래 쉬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한여름의 선발투수.
공이 눈에 들어온 순간,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빠르게 휘둘러지는 배트! 크게 맞았습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거대한 타구! Y-DO의 홈런포는 멈추지 않습니다!]
[후반기 첫 경기부터... 이야... 이거 진짜 기대해봐도 되겠는데요? Y-DO, 기대감을 자꾸 올려놔요? 어떻게 감당하려고?]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터진 시즌 33호 홈런.
시즌 60홈런 페이스로 내달리는 영도의 질주는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에녹 단장이 파인스틴까지 보내면서 팀 전력을 강화하려 했던 이유를 보여줍니다. 이 정도의 선수가 있고, 다음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데, 이번 시즌에 안 달린다?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이번 시즌에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가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스토브리그 때 바로 트레이드로 팜을 털어오겠다. 아마 그런 생각 아닐까요?]
“전력 보강해주니까 신난 거야!? 뭐 시작부터 이렇게 자비 없이 달려?”
“난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것뿐인데. 내가 팀 전력 강해진다고 신나서 날뛸 성격으로 보여?”
“... 물론, 그건 아니지. 그냥 신나서 한 이야기인데 또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
“의미 없는 소리였나...”
유망주 출혈 없이 전력을 보강했기에 다른 바이어들과 달리 이번 시즌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콜로라도 로키스는 부진했던 기간이 너무 길어서, 다른 바이어와는 다른 이유로 목숨을 걸어야 했다.
정말 오랜만에 이 시기 셀러가 아니라 바이어가 되었던 콜로라도 로키스.
포스트시즌 도전을 선언하고 전력을 보강하긴 했지만, 포스트시즌 도전 팀 중엔 가장 갈 길이 멀다고 봐도 무방한 5할 아래의 승률.
내셔널리그 서부라서 지구 3위일 뿐, 와일드카드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었다.
그래서 후반기 시작이 너무나도 중요했고, 슬쩍슬쩍 간을 볼 시간도 없었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미친 듯이 달리는 것,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고, 영도의 홈런이 시작이길 바라고 있었다.
[제러드 홉슨의 깔끔한 피칭. 성적 자체는 콜로라도 로키스 합류 전보다 살짝 떨어졌지만, 이건 쿠어스 필드의 문제로 보입니다. 원정 성적은 이전보다도 좋아졌거든요?]
[이게 사람은 위치따라 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로키스가 아니었다면 맡을 수 없는 에이스 역할을 벌써 3시즌째 맡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 걸까요? 홈 성적은 그렇다 쳐도 원정 성적이 점점 좋아져요.]
“제러드도 다음 시즌에 나가고 싶나 보다. 이번 시즌에 힘준 만큼 다음 시즌이나 다다음 시즌에 성적 좀 떨어지면 바로 트레이드되겠지.”
“에이스치고는 아쉽지만, 어떤 팀이든 2, 3선발로 원할 수밖에 없는 투수이긴 하지.”
중계진의 말처럼 성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홉슨이 원정에서 유독 목숨 걸고 던지는 건 사실이었다.
쿠어스 필드라는 이유로 시작부터 포기하는, 홈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이 바람직한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다른 팀의 에이스라면 아쉬운 성적이겠지만, 콜로라도 로키스의 에이스로서는 훌륭한 성적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제러드 홉슨은 좋은 투수였고, 로키스에서의 원정 성적 덕분에 준수한 2선발이라는 평가에서 훌륭한 2선발, 약팀의 에이스 정도로 평가도 올라갔다.
[콜로라도 로키스 데뷔전을 치르는 로날드 매그니. 파인스틴까지 보내고 데려온 선수인 만큼 매그니가 정말 잘해줘야 포스트시즌을 노릴 수 있게 됩니다.]
[두 건의 트레이드를 통해 클로저와 멀티 유틸리티, 백업 포수를 내보내고 좌익수, 지명타자, 선발투수를 보강했죠. 결국, 다시 한 번 타선을 믿는 느낌이에요. 선발투수 버나드 케플러를 데려오긴 했지만, 이 선수 유망주거든요? 트레이드의 핵심은 로날드 매그니고, 카이옌 모타도 카일 루이스보다는 잘해주길 바라는 영입입니다.]
[카일 루이스가 워낙 부진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선발 로테이션이 3명의 선발과 2번의 오프너로 굴러가긴 했지만, 나름대로 잘 굴러가지 않았습니까? 버나드 케플러를 당장 이번 시즌만 보고 영입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유망주 출혈 없이 전력을 보강하고 오히려 유망주를 데려오기까지 했어요. 결과는 봐야 알겠지만, 트레이드 자체는 이 타이밍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성과를 달성한 트레이드였어요.]
영도의 활약이 상수고, 욕심을 조금 내도 전반기만큼, 혹은 그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활약을 바라는 수준이라면...
로날드 매그니는 컵스에서보다 나은 활약을 보여줘야만 하는 선수였다.
OPS 0.800, 20+홈런, WAR 2.5 정도를 기대할 만한 전반기 활약이었지만, 이제 그는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쓰게 될 테니까.
다만, 이번 경기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홈구장,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펼쳐지는 경기.
그래도 팬들은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가 데뷔전에서부터 뭔가를 보여주길 원했고...
[완전히 받쳐놓고 제대로 잡아당긴 타구! 멀리, 멀리, 멀리! 그리고!!! 갔습니다! 로날드 매그니! 2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콜로라도 로키스 데뷔전, 데뷔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립니다!]
[와우! 로키스로선 정말 반가운 홈런인데요!?]
“그래! 그거지!! 로날드, 잘한다!”
“흠... 로날드가 유망주 시절엔 지금보다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나?”
“그랬지. 30홈런까진 어렵다고들 했지만, 그래도 30개 언저리는 때려줄 수 있을 거라고, 2할 후반 타율에 3할 초중반 출루율도 가능할 거라고 그랬으니까.”
“지금 성적이 0.257/0.308/0.443에 11, 아니, 12홈런...”
“조던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고, 성장해도 큰 차이가 없다지만... 로날드는 아니야. 아직 여지가 있다고!”
“... 포스트시즌 정말 올라가고 싶구나.”
콜로라도 로키스가 13년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기에 로키스에 드래프트되어 지금까지 활약 중인 해니건도 31세 나이에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겪어보지 못했다.
손성호만큼은 아니겠지만, 이번에 팀을 떠난 발데마르 피자로나 여전히 팀에 남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앤서니 모리스만큼은 아니겠지만, 해니건의 갈증도 만만치 않은 상황.
꼭 해줘야만 하는 로날드 매그니의 데뷔 타석 홈런에 눈이 돌아가서 환호하는 이유였다.
[카이옌 모타까지 좋은 타구를 만들어냅니다! 좌익수를 넘어가는 타구! 펜스까지 굴러가는 2루타로 데뷔 타석을 장식하는 카이옌 모타!]
[아니, 이게 뭐죠? 제프리 에녹 단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트레이드로 데려온 타자 두 명이 연달아 장타를 터뜨립니다!]
“으아아악!!!!! 카이옌!! 카이예----엔!!”
“이봐, 게일. 진정 좀 하고 앉지?”
“카이예------엔!!”
“어휴... 시끄러워.”
영도는 거의 정신을 잃고 발광하는 해니건을 떠나 자리를 옮겼다.
정신 좀 차리라고 그렇게 부탁하던 대로 이름으로 불러줬는데도 들리지 않는 듯하니... 자리를 피하는 게 가장 빠를 수밖에.
“컨디션은 어때. 후반기... 기대해도 될까?”
“후반기에 더 강한 스타일이니까요.”
“크으, 역시... 로날드, 카이옌 하는 것 보니... 이번에야말로 기대해볼 수 있겠는데? 자네야 당연히 잘할 테고.”
“뭐, 그럴 수도 있겠죠.”
메이슨 콕스 감독도 매그니와 모타의 활약에 고무된 듯 보였다.
확실히 전력 보강을 위해 데려온 선수들이 데뷔전부터 결과를 만들어내면 흥분할 수밖에.
영도 역시 팀 성적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성적이 올라갈 것 같다는 느낌 정도는 받았다.
[101마일!! 조셉 커닝햄, 클로저로 보직을 옮긴 첫 경기부터 위력적인 공으로 9회를 삭제합니다!]
[와... 이렇게 되면 로키스가 전력 보강을 위해 희생한 게 뭘까요? 조던 파인스틴을 내보내면서 전력을 보강했는데, 커닝햄이 클로저로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이야...]
[심상치 않은 콜로라도 로키스의 전력! 조셉 커닝햄까지 자기 역할을 100% 이상 해내면서 커리어 첫 세이브를 수확했습니다.]
[구속이나 스터프, 구종 구성을 봤을 때 불펜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은 했거든요? 역시 커닝햄의 자리는 불펜이었던 거죠!]
새롭게 클로저로 임명된 조셉 커닝햄까지 완벽하게 9회를 마무리하며 감독과 동료, 팬들의 행복한 하루를 완성했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 파인스틴의 빈자리를 잊게 하는 조셉 커닝햄의 멋진 피칭.
이 선수들의 활약이 이대로만 이어지면 콜로라도 로키스는 출혈 없이 상당한 전력 보강을 이뤄낸 환상적인 결과를 받아낼 수 있었다.
섣부르지만, 이번 트레이드 시장의 유일한 승자라는 평가까지 받을 수 있었고.
“Y-DO... 도우... 심장이 막 떨리는데 어떡하지? 하아...”
“... 그 기분 그대로 시즌을 마치고 싶으면 진정하고 야구나 열심히 해.”
해니건의 반응은 좀 과했지만, 로키스를 응원한다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기분을 느낄 터였다.
두 건의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한 첫 경기.
로키스는 전력 보강 효과를 150% 만끽하며 행복하게 후반기 개막전을 마무리했다.
< 영입 효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