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solute-Zero >
[드디어 돌아온 ‘Absolute-Zero’, 515피트(약 157m)짜리 대형 홈런으로 드디어 메이저리그 역사에 첫 이름 새겨넣어...]
[늦었지만, 늦지 않은 Y-DO, A-ZERO의 첫 번째 역사. 이제부터 시작일까]
[누구나 인정하는 Y-DO의 미친 재능. 다시 한 번 기대해보는 팬과 전문가들]
['Absoulute Zero' Y-DO, 515피트 홈런의 폭격으로 차체 지붕, 차량 뒷유리창 박살 난 팬에게 수리비 지급]
[다저스타디움에 주차된 BMW 박살 낸 Y-DO의 515피트 홈런. 수리비는 Y-DO가, 로키스는 Y-DO를 비롯한 소속 선수들의 사인 용품 및 시즌권 지급하고 홈런볼 입수... 구단 기념관에 전시 예정]
KBO에서의 별명 그대로 ‘Absolute-Zero’, A-ZERO라 불리기 시작한 영도는 메이저리그 개막전부터 미국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Y-DO의 재능이면 최소한 메이저리그 역사 한 귀퉁이 정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남길 것이다’라고 기대한 사람이 많았는데, 처음으로 이름을 새겨넣은 곳이 최장거리 홈런이라는 게 너무나도 어울려서 또 한 번 화제가 된 것.
이번 시즌 초반은 영도의 커리어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기간이었다.
한국에서의 엄청난 활약으로 수많은 팀들의 주목을 받고 대형 FA 중 한 명으로 인정받으며 팬들의 관심이 쏠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건 별것 없는 선수였다.
쌓여있는 관심이 사그라지기 전에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고, 거품을 실제 인지도와 위상으로 전환시킬 기간이 필요했다.
개막전부터 돈 라이스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고, 멀티 홈런을 때려내고 심지어 스탯캐스트 도입 이후 최고 비거리 홈런을 아예 그랜드슬램으로 기록하면서 팬들에게 ‘이번에야말로 터지나...’라는 인식을 안겨주는 데까지 성공한 영도는...
[LA 다저스와의 개막 3연전에서 3경기 연속 홈런 터뜨린 ‘절대영도’ 유영도. 지난 시즌 개막 후를 연상케 하는 홈런 페이스!!]
- 와... KBO에서도 개막전에 5연타석 홈런 때리고 첫 10경기 동안 홈런 9개인가, 10개인가 치지 않았었냐?
- 원래 유영도는 여름부터 강해지는 걸로 유명했는데 지난 시즌부터는 그냥 개막전부터 쭉 잘함.
- 메이저리그도 별거 없구나... 물론, 타율을 따지면 훨씬 떨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3경기에서 13타수 4안타 4홈런이면 뭐... 타율 따질 필요가 있나?
- 스프링 트레이닝 때 잠깐 못했다고 실력이 뽀록났다느니, 거품이었다느니 떠들던 애들 다 어디 감? 다시 한 번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데 어딜 가도 안 보여. 아무리 찾아도 안 보임.
- 첫 등판에서 안정규가 털렸으니 거기 가서 욕하고 있겠지. 어차피 우리나라 메이저리거들이 매 경기 다 같이 잘할 순 없고, 슬럼프 같은 것도 번갈아 올 테니 걔들 갈 데 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음
- 근데 존X 기대된다. 지금 홈런 치는 거 보면 마쓰이, 오타니 같은 일본 X들 X밥으로 만들 것 같은데.
- 마쓰이랑 오타니도 30, 40년 전 선수들인데 그 정도 홈런타자가 아직도 없는 게 참... 피지컬이 제일 중요하니까 유영도한테 기대하는 거지.
- 피지컬로 따지면 마쓰이, 오타니 둘 다 유영도한테 안 되지. 오타니가 시즌이든 통산이든 아시아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다지만, 252개, 35개인데... 유영도가 그거 못 넘길 것 같진 않네.
- 오타니 같은 유리몸을 유영도 같은 통뼈한테 비교할 순 없지. 35홈런 친 시즌 포함해서 건강한 시즌이 고작 3시즌이었는데.
- 유영도는 한창 망했다고 평가받을 때도 타율 2할 2푼으로 홈런 20개는 기본으로 넘겼지. 홈런 11개만 더 때리면 100호 홈런임.
메이저리그도 점점 높아진 좌타 비율로 인해 우타 빅뱃에 대한 갈망이 커져서 더욱 영도에게 관심을 보냈지만, 당연히 한국 야구팬들의 관심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일단 대만은 당연하고, 한국이나 일본 출신 선수도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타자로 주목받은 선수는 거의 없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마쓰이 히데키였고, 두 번째는 오타니 쇼헤이, 그리고 끝.
추승석은 마쓰이보다 통산 홈런이 많고, 오타니와도 고작 9개 차이에 불과하지만, OPS형 히터이자 중거리 타자에 가까웠고.
성공한 아시아 출신 선수는 선발투수가 가장 많고, 불펜투수가 다음으로 많았다.
가뜩이나 투수에 비해 성공한 타자가 적은데,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컨택형 타자였고, 극소수의 OPS형 타자, 그리고 두 명의 홈런 타자가 있었다.
아시아 야구팬들은 언제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홈런 타자를 갈망했고, 영도의 등장은 그런 갈망을 채워주었다.
그래서 실패했을 땐 역반응으로 더 큰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지만, 다시 복귀한 지금은 다시 한 번 영도에게 기대를 걸었다.
당연히 라이벌 의식 때문에 싫어하는 팬들이 많았지만, 일본과 대만에서도 순수하게 영도를 응원하는 팬들도 많았다.
영도는 단순한 한 명의 타자가 아니었고, 한국만 대표하는 홈런 타자도 아니었다.
본의 아니게 아시아 야구의 자존심을 짊어지게 된 진짜배기 홈런타자였다.
“이번에는 진짜로 터진 것 같은데? 3연전에서 4홈런이야. 다른 팀도 아니고 투수 왕국이라는 다저스를 상대로. 이 정도면 터진 거지.”
“흠... 그래도 몇 년을 속았는데 조금 더 봐야지. 우리가 속은 건 아니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만약 진짜로 터진 거면 에이스 놈들은 얼마나 약오를까?”
“솔직한 말로 유망주 때부터 파워 70이라고 평가받은 재능을 방출하는 게 미친 거지. 100만 달러 그까짓 거 그냥 주고 기다렸어야지. 망해도 끝까지 끌어안고 죽어야 하는 재능 아냐?”
에이스 돈 라이스 포함 투수왕국 다저스의 투수들을 상대로 다저스타디움 원정에서 3경기 4홈런.
그리고 홈 개막전을 치르기 위해 쿠어스 필드로 돌아온 ‘Absolute-Zero’, Y-DO.
로키스 팬들은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Y-DO가 이번에야말로 터지는 것인가, 정말로 기본 40홈런, 터지면 60홈런도 가능하다던 전문가들의 평가가 드디어 실제 성적으로 증명되는 것인가.
자신도 모르게 아시아 야구계의 기대를 짊어진 것처럼 메이저리그에서도 영도에게 쏠린 시선은 응원하는 팀에 구애받지 않았다.
마크 프라이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브라이스 하퍼와 같은 선수들이 유망주 시절 그랬던 것처럼 응원팀과 무관하게 쏠리는 메이저리그 팬들의 시선.
그게 성공하길 바라는 눈빛이든, 실패하길 바라는 눈빛이든 어쨌든 영도를 모르는 메이저리그 팬은 없었다.
로키스 팬들도 이미 예전부터 영도를 알았다.
이미 그 특별한 재능을 다들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개막과 동시에 3경기 4홈런을 터뜨렸다?
당연히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럴 수 있다면 팬이라고 할 수 없는 법.
“오늘은 홈런 몇 개 칠까? 파드레스면 우리보다 전력도 별로고 투수진도 별로인 팀이잖아. 심지어 쿠어스 필드라고? 다저스타디움에서 돈 라이스한테도 홈런 때렸는데.”
“왜 오늘 경기만 생각해? 이번 시리즈 전체를 봐야지. 다저스타디움에서 3경기 4홈런이면 이번엔 한 8개 때리는 거 아닐까? 으하하핫!”
영도에 대한 기대감으로 쿠어스 필드로 향하는 로키스의 팬들.
그들의 마음속 영도는 이미 팀의 중심타자였다.
***
“덴버에 한국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 평소에도 많이 오는 편이었는데, 네가 오니까 그건 우스울 정도로 많이 오네.”
“콜로라도 주에 한국 사람 많아.”
콜로라도 주는 미국 50개 주 중 13번째로 한국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였다.
그리고 어찌 되었건 한국인이 많은 캘리포니아 주, 텍사스 주와 가까워서 오려고 하면 어렵지 않게 올 수 있었고.
20년 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전염병과 이어진 미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인종차별 반대 시위.
그 과정에서 전염병을 극복하고, KBO를 수출하고, 평화로운 시위를 수출한 대한민국은 미국 사회 내에서 급격하게 위상을 끌어올렸다.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위대한 변화를 끌어냈고, 야구계는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내가 어릴 때와 비교하면 야구장이 굉장히 신나는 곳으로 바뀌었지. 백인 아저씨 위주였던 팬들도 인종, 나이, 성별 모든 게 다양해졌고, 시끄러워졌고, 가족들이 디즈니랜드 가듯 놀러 올 수 있는 곳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 팬들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던데, 그럼 쿠어스 필드는 앞으로 더 신나지겠네?”
“한국 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조금 더 신나지겠지. 그런데 흑인이나 히스패닉들도 흥으로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사람들 아닌가.”
“그건 그렇지만. 아무래도 요즘 메이저리그 문화는 절반 정도가 KBO에서 가져온 거니까. 옛날엔 와서 진짜 야구만 봤는데, 요즘은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 반, 놀러 오는 사람들 반인 것 같더라고.”
“좋은 거지.”
메이저리그는 ‘스포츠’로서 NBA를 따돌리고 2위를 굳히겠단 생각을 드디어 버렸다.
메이저리그가 NFL, NBA에 비해 부족했던 건 마초 기질이 강한 미국 팬들에게 스포츠의 박진감, 폭력성 등을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이건 야구라는 스포츠의 태생적인 한계였다.
20년 전부터 중계된 KBO는 그런 부분에서 사무국의 생각을 바꾸었다.
박진감이 덜하지만, 그만큼 여유롭고 시청 및 관람 피로도가 덜하다는 것을 활용해 먹거리, 놀거리, 가족 나들이 장소로 어필하면서 여성, 가족, 아이, 청년들을 유혹,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화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가 KBO의 것들을 많이 받아들이면서 한국에서 KBO를 즐겼던 한인들도 야구장을 다시 찾았고...
이들은 이제 일본 팬들 못지않은 구매력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의 중요 고객이 되었다.
“개막전인데 이제 막 영입한 네가 주인공인 이벤트까지 하는 것 봐. 한국인들이 와주는 걸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것만 봐도 알잖아?”
“내가 주인공인가? 내가 아는 거랑은 좀 다르네. 당신, 키스, 그리고 나. 세 명인 걸로 아는데.”
“아무리 그래도 1,625만 달러짜리 선수가 개막전부터 주인공 중 한 명이 되진 않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나랑 키스는... 응? 알잖아?”
“그래. 1,625만 달러가 비싼 건 아니니 개막전부터 밀어주는 게 흔한 일은 아니겠지.”
로키스의 상황을 보면 이번 시즌 영도가 큰 주목을 받는 게 당연했다.
유일하게 큰돈을 투자해 데려온 선수고, 그게 객관적으로 큰돈은 아니라지만, 모든 건 상대적인 거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선수에게 개막전부터 선수 이벤트를 열어주는 건 흔하지 않은 일.
로키스는 분명 영도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고, 아시아 시장 개척에도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관심이 없지 않다는 것일 뿐, 주 목적은 영도의 성적이겠지만.
애초에 쿠어스 필드를 극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분석하고 또 분석해 영입한 선수인데 마케팅에만 집중할 리가 없었다.
“한국 팬들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 한 건 해야지? 쿠어스 필드 첫 경험이잖아? 아마 요즘 컨디션이면 한 건 하기 싫어도 하게 될걸?”
“궁금하긴 하네. 이 악명 높은 쿠어스 필드라는 곳이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 난리인지.”
콜로라도 로키스 팬들의 기대, 한국 팬들의 기대, 메이저리그와 아시아 야구 팬들의 기대.
그리고 합류 후 첫 번째 홈 경기.
홈 경기는 언제나 기대될 수밖에 없고, 아무리 팬들을 상대적으로 덜 고려하는 성격이라 해도 홈팬과의 첫 만남까지 기대하지 않을 순 없었지만.
이번 홈 경기를 기대하는 이유는 이외에도 더 있었다.
영도는 언제나 자신과 야구가 먼저였으니까 자신과 관련된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 내내 아메리칸리그에서 활약했던 영도는 단 한 번도 쿠어스 필드에서 뛰어본 적이 없었다.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배트를 거꾸로 잡고 때려도 홈런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도는 것인지.
비록 최근에는 홈에서 얻는 이득보다 원정에서 겪는 손해가 더 크다는, 거기에 심각한 피로 누적과 부상 위험을 안고 활약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훨씬 강한 구장이지만...
홈런 타자로서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Absolute-Zero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