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 >
[서울 제츠의 23년 만의 우승으로 끝난 2040시즌 KBO 한국시리즈. 한국시리즈 MVP는 베테랑의 집념, 갈증 폭발시킨 손성호]
[수백만 제츠 팬들의 묵은 갈증이 풀리는 마법 같은 순간. 잠실 올림픽 파크에서 팬들이 터뜨린 함성이 인천에서 들렸다는 말도...]
[제츠의 잠들지 않는 밤...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밤을 잊은 서울. 제츠 팬들도, 타이탄스 팬들도 각각의 이유로 밤새 거리를 배회해...]
서울 제츠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될 정도였다.
23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것도 화제가 될만한 일인데, 특히나 KBO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팀 중 하나인 서울 제츠였기에 인터넷 매체, 신문, 스포츠뉴스는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제츠의 우승을 비중 있게 다뤘다.
‘제츠 팬 특집’을 진행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도 한두 개가 아니었고, 제츠 우승 이후 펍, 치킨 매장 등의 수익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분석한 경제 기사도 나왔다.
제츠의 우승이 스포츠계를 넘어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반응을 일으키는 걸 보면서 안 그래도 많았던 제츠 팬들이 또 한 번 크게 늘어났다.
제츠 우승의 영향력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안 그래도 KBO의 인기와 제츠의 인기는 유명했고, 제츠가 가진 영향력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이번 우승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힘을 증명해냈다.
[2040시즌 KBO MVP는 너무나도 당연히 유영도의 품에... 당연한 만장일치 수상]
[0.325/0.482/0.813, 65홈런 148타점 138볼넷. WAR 12.1 KBO 역대 한 시즌 홈런, 타점, 장타율, 볼넷, WAR 신기록. KBO 역사상 가장 당연한 MVP, 유영도]
[타율, 출루율, 장타율, 홈런, 타점, 볼넷 1위. 더블 트리플 크라운. 받을 수 있는 상이란 상은 전부 받아간 ‘메이저리그 특급’, ‘절대영도’, 유영도.]
다른 시즌과 달리 시즌 후 개인 수상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 크지 않았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너무 뻔했을 뿐.
KBO는 얼마 전부터 전통의 골든 글러브를 수비력만 평가해서 주는 상으로 바꾸면서 골든 배트를 신설했는데, 영도는 일단 가볍게 골든 배트를 따냈다.
아니, 골든 배트고 뭐고 대상이라 할 수 있는 MVP 투표부터 만장일치였다.
가장 중요한 MVP 부문에서 너무나도 확실한 후보가 있다 보니 다른 부문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화제성이 조금 덜할 수밖에 없었다.
[‘유영도를 잡아라!!’, 시작된 메이저리그 FA 시장,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외 최소 13개 팀이 유영도 영입전 뛰어들어]
[유영도의 추정 연봉은 얼마? 전문가들, “최소 3년 40M부터 시작”]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유영도의 입지. 지명할당 후 방출 선수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FA 3루수 최대어가 되기까지]
[깊은 후회에 빠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자신들이 방출한 유영도의 비상에 비상 걸려...]
[“유영도에게 가장 어울리는 팀은?”, 3루 고집, 우타 빅뱃, 주전 보장...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영도에게 가장 적합한 팀은 어디일까]
그렇다면 한국 야구팬들의 비시즌 관심사는 무엇이냐.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관심사는 역시 영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었다.
과연 한국에서 타격 관련 기록이란 기록들은 전부 다 갈아치운 괴물 타자가 어느 정도의 계약 규모로 메이저리그에 돌아갈 것이냐.
당연히 영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실패로 끝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메이저리그는 당연히 갈 테고, 아무리 KBO 출신 선수여도 이 정도 기록이면 1,000만 달러는 넘을 텐데, 과연 얼마까지 받아낼 수 있느냐.
얼마까지 받아내면서 어느 정도 팀으로 갈 것이냐.
한국 야구팬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5년 차 시즌을 마무리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마무리 조유성의 계약도 팬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역시 스토리를 가진 영도의 계약을 이길 순 없었다.
후반기 들어 거의 매 경기 몰려들었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덕분에 벌써 3개월 가까이 이어진 관심이었다.
***
“이봐! Y-Do쪽에 연락은 해봤어? 최소한 의사라도 물어봤냐, 이거야!”
“아직 접촉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직 계약 기간이나 규모를 두고 눈치싸움 중이라...”
“이런... 지금 우리가 그런 거 눈치 볼 때야!? 그래서? 눈치 보다가 결론이 나오면 어쩔 건데? 그래서 결론 나오면 다른 팀들이랑 비슷한 수준에서 조건 맞춰주게!? 그럼 우리가 이길 수 있어!?”
영도를 가장 강력하게 원하는 팀 중 하나가 바로 콜로라도 로키스였다.
그 유명한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쓰는 로키스.
비록 1993년에 창단된 젊은 팀이지만, 47년 동안 내셔널리그 우승 1회, 월드시리즈 우승 제로에 그치는 안타까운 팀이었다.
몇 년 전, 로키스는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전력분석팀, 스카우트진 등 주요 인력을 전부 젊고 능력 있는 인재들로 가득 채우며 혁신을 시도했다.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젊은 단장 제프리 에녹을 필두로 스카우트팀 총괄 책임자도 40대 중반이었고, 감독, 코치들도 30, 40대가 중심이었다.
“Y-Do는 우리 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라고. 다소 비싸게 사온다 해도 우린 데려와야 해. 대략적인 계산은 나왔을 거 아냐? 그럼 거기서 최대치에 가깝게 지르라고.”
2020년대 콜로라도 로키스 관련 주제 중 가장 뜨거운 주제는 “쿠어스 필드는 정말 타자에게 유리한가?”였다.
쿠어스 피륻가 투수들의 무덤인 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
하지만 2020년대 이전까진 타자들의 장타가 잘 나온다는 이유로 타자들에겐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실제로 쿠어스 필드 출신 타자들의 성적은 다소 평가절하되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2020년대, 그런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타자들에게 유리하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콜로라도 로키스는 꾸준히 타격 성적도 나쁜 편이었다.
홈/원정 성적의 차이가 쿠어스 필드 효과를 감안해도 이상할 정도로 원정 성적이 나빴기 때문.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세이버메트리션들은 그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쿠어스 필드에 어울리는 타격론과 일반 타격론의 차이가 너무나도 뚜렷하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구속도 떨어지고 변화도 밋밋해지는, 심지어 정확하게 맞추지 않아도 비거리가 나오는 쿠어스 필드에서 타격하다 보면 다른 구장에선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대부분의 타자들은 원정 시리즈를 연속으로 치르면 타격 성적이 떨어지는데, 로키스 타자들은 첫 번째 원정 시리즈 성적보다 언제나 두 번째 원정 시리즈 성적이 좋았다.
원정 시리즈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감각을 찾는다는 이야기고, 그만큼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쓴다는 게 손해를 본다는 뜻이었다.
이런 현상을 ‘Coors Hangover’라 했다.
쿠어스 필드에서 벗어나 다른 구장에 갔을 때 타자들이 헤매는 모습을 숙취에 비유한 것이었다.
홈과 원정에서 다른 타격폼, 다른 타격론으로 타석에 서는 건 선택받은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우리한테 필요한 타자는 장타력이 좋은 타자도, 컨택이 좋은 타자도 아냐. 건강한 타자, 절대 다치지 않는 타자, 아이언 맨이라고.”
“Y-Do가 체력과 건강으로 유명하긴 하죠... 후반기에 오히려 더 강해지는 타자니까...”
투수와 타자를 가리지 않고 콜로라도 로키스의 선수들을 괴롭히는 건 덴버의 지나치게 높은 고도로 인한 피로 상승, 그로 인한 유리몸화였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 선수들은 투수, 타자를 막론하고 부상 빈도가 매우 높았다.
한두 명이 그렇다면 그건 선수 개인의 단점이지만, 대부분이 그렇다면 그건 밖에서 이유를 찾아야 했다.
로키스의 젊은 단장, 제프리 에녹이 영도를 원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영도를 원하는 이유는 당연히 영도의 장타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키스는 대충만 맞춰도 까마득히 날아가는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쓰기에 컨택 능력이 더 중요했다.
실제로 로키스 타자 대부분은 홈에서 스프레이 히터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하필이면 로키스에 가장 필요한 금강불괴가 가장 비싼 능력치인 장타력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어 비싼 몸값을 자랑했지만...
로키스 입장에서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희소성만 따지자면 장타력보다 금강불괴가 더 희소할 수 있으니까.
“연간 1,500만 달러, 최대 2,000만 달러 근처까지는 필요할 경우 나한테 보고하지 말고 빠르게 질러.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영입은 FA 에이스 영입도 아니고 Y-Do의 영입이니까.”
콜로라도 로키스는 놀란 아레나도의 은퇴 이후 10년째 3루의 구멍을 채우지 못했다.
물론, 중간중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쳐준 3루수들이 있지만, 바로 나가거나 플루크 이후 제자리를 찾아갔다.
3루수가 WAR 2.0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10년 중 2년에 불과하고, 1.0 이상을 기록한 것도 5년이 전부.
다음 시즌에도 시즌이 시작될 때 만 25세, 시즌 중반에야 만 26세가 되는 영도는 로키스가 간절하게 기다려온 ‘THE MAN’이 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였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오버페이까지 각오한 콜로라도 로키스는 자금력도, 명성도, 팀 전력도 부족하지만, 유영도 영입전의 다크호스가 되려 했다.
***
“지금 우린 젊고 실력 있는 선수가 시장에 나오면 무조건 사와야 해. 경쟁이 좀 심해져서 생각보다 비싸질 것 같다, 싶어도 어지간한 수준이면 끝까지 달라붙으라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단장, 훌리오 에르난데즈 역시 영도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레드삭스는 최근까지 잘 나갔고, 4년 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지만, 핵심 선수들의 나이가 30대 중반을 향하면서 리툴링이 시급한 팀이기도 했다.
이렇다 할 약점이 많진 않지만, 리툴링을 위해 젊고 괜찮은 선수들을 대량으로 수집해야 할 시점.
영도는 젊고, 재능도 증명되었고, 기량도 기대되는 선수면서 가격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기에 레드삭스의 레이더에 들어왔다.
“3루, 3루만 채우면 바로 월드시리즈 도전할 수 있습니다. 돈?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오히려 몸값이라도 올려서 어정쩡한 팀들을 일찌감치 떨어뜨릴 수 있다면 더 좋겠죠.”
반면, 레드삭스와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조차 불가능한 뉴욕 양키스의 단장 에이든 제퍼슨 역시 영도를 원했다.
3년 전 월드시리즈 우승팀 양키스는 우승 이후 페이롤을 줄이며 리빌딩을 시작했는데, 이미 3루 포지션을 제외하면 리빌딩이 끝난 상태였다.
영도만 영입하면 리빌딩을 끝내고 바로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되는 상황...
다른 팀도 아니고 천하의 양키스가 이번 시즌 시장에 나온 3루수 중 최대어로 평가받는 영도에게 달려들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Y-DO를 데려오면 실력도, 상품 수익도 전부 다 이득이야. 안 데려올 이유가 있나?”
반면, LA 다저스는 상황이 좀 달랐는데, 다저스는 현재 주전 3루수인 잭 헤링에게 큰 불만이 없었다.
2할 후반대 타율에 OPS 8할 중반, 홈런 20개 중반에 수비력도 좋은 3루수는 아무리 강팀이라 할지라도 만족할 만한 좋은 3루수였으니까.
하지만 다저스는 한국 선수를 데려와 재미를 본 경험이 많았고, LA에는 여전히 한국계들이 모여 살았다.
성적으로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상업 수익도 확실히 보장되는 선수를 데려가겠다는 부자 구단의 패기였다.
이렇게 부자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하면서 돈에서 상대가 안 되는 중소 규모의 구단들은 알아서 영입 타겟을 변경했다.
부자 구단들의 영입 기조, “저비용은 포기할 수 있지만, 고효율은 포기할 수 없다.”
부자 구단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달려든다는 건 몸값이 예상보다 높아진다 해도 고효율을 확신한다는 뜻이었다.
1년 만에 영도는 지명할당 후 클레임을 걸어 데려오기도 애매하던 선수에서 고효율을 확신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 경쟁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