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일단락 > (67/200)

< 일단락 >

[잠실돔에서 폭풍 4볼넷 보고 온 썰 푼다.xIbal]

일단 본인은 딱히 제츠 팬도, 유영도 팬도 아님을 먼저 밝히고 시작하는 바임. 뭐... 요즘 유영도 홈런볼 좀 잡겠다고 글러브 하나 들고 여기저기 원정 다니다 보니 유영도가 좋아진 것도 같지만...

진지하게 좋아하는 팀은 광주 울브즈, 선수는 유영도랑 동기인 강주열... 강주열 파이팅... 이번 시즌 힘든데 울브즈도 제발 포스트시즌만이라도...:(

본론으로 돌아가서 투수들이 유영도 같은 타자한테 함부로 승부하러 들어가는 것도, 감독 입장에서도 차라리 볼넷을 내준다는 마음으로 어렵게 승부하라 지시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함. OPS 1.200이면 괴물이지.

그럼 본론. X발, 그래도 폭풍 4볼넷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돌문어, 이 개XX야.

첫 타석? 그래 이해한다. 두 번째 타석도 이해할게. 

그래, 많이 봐줘서 만루에서 볼넷? 한영훈한테 그랜드슬램을 쳐맞아서 그렇지, 한 번쯤 해볼 만한 도박이었다고 인정해줄게. 그래, 인정한다고, 시X...

네 번째 타석은 야구 잘 모르는 내가 딱 봐도 벤치 지시 없이 이범규 그 X신이 삽질한 거라 넘어간다.

그러니까 내가 한 타석, 한 타석은 넘어가 주겠다고.

근데 네 번 연속? 네 번 연속은 진짜 심하지 않냐? 첫 타석 볼넷이면 두 번째 타석은 붙어야지. 

두 번째 타석까지 내보냈으면 만루에선 붙었어야지.

적어도 초반 세 타석 중 한 번은 붙었어야 했다.

위험하지 않을 때 두 번 연속으로 내보내고 만루에서도 내보낸다고?

그러니까 욕을 이렇게 신나게 들어 쳐먹지.

하여튼 돌문어 욕 먹는 건 불쌍하지도 않음.

다 지가 자초한 건데, 뭘...

- 씨X... 안 그래도 돌문어 개새X 때문에 이번 시즌 내내 드래곤즈 팬이라고 하면 다 비아냥대고 지X 났었는데, 마지막까지 똥만 뿌리고 가네...

- 만루에서 볼넷으로 내보낼 거면 다음 타자라도 잡던가. 그것도 못할 거면서 만루 고의사구는, 썅

- 대체 어제 경기에서 우리가 얻은 게 뭐임?

 ㄴ 유영도의 55호 홈런? 내가 볼 때 지금 팀 분위기 완전 X창 났으니 이번 시리즈에서 57호 홈런도 나오겠다

 ㄴ ㅋㅋㅋㅋㅋㅋ 61호는 안 나오냐?

 ㄴ 돌문어가 제일 중요할 때 유영도 망쳐놓더니 이젠 좀 도와주려고 하는 거 아닐까?

- 드래곤즈 팬들 불쌍하네. 시즌 내내 감독 때문에 얼마를 고생하는 거야...

- 돌문어... 우리 감독 아니라서 다행이다... 헿

- 그래서 이문재 언제 짤림? 드래곤즈가 포스트시즌 후보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근처쯤 되는 거 아니었냐? 6, 7위 정도는 했어야 하는데 지금 꼴찌 경쟁 중이잖아? 안 짤림?

“이 정도 분위기입니다, 사장님...”

“흠...”

서울 드래곤즈의 실질적 구단주이자 명목상 사장인 유중선.

그도 팬들의 반응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팬들의 반응을 가장 신경 쓰는 KBO 운영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드래곤즈처럼 가난한 데다가 돈이 생겨도 팀에 투자할 생각 없이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팀은 돈이 들지 않거나 적게 드는 부분에서라도 팬들의 비위를 잘맞춰야 버틸 수 있었다.

당장 드래곤즈가 종종 선수 장사까지 한다는 건 비밀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실이고, 팬들로부터 욕도 실컷 먹고 있지만, 그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만 봐도 나름 팬들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뜻이었다.

“휴우, 어쩔 수 없지. 전에 정리해놓은 것, 그대로 보내. 이제 서로 갈 길 가자고.”

통보하지만 않았을 뿐, 드래곤즈 프런트도 이문재 감독과 이별할 모든 준비를 끝내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유망주를 곧잘 키워 선수 장사에도 나름 도움을 주고 말도 잘 듣는 허수아비를 잃기 싫어 마지막 기회까지 내줬건만...

“그러게 왜 무리를 했을까. 홈런 몇 개 내주고 기록 좀 허락해줘도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차피 시간도 꽤 지났고, 유영도가 합류해서 여기저기 그 새끼 기사가 막 터지던 시기도 넘겼으니 차라리 눈 딱 감고 사과라도 했으면 아예 끝났을 일이고.”

“그렇게 머리가 좋았으면 사장님에게 손바닥 비벼대면서 달라붙지 않았을 겁니다. 추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인데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중선이 이문재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쓸 만한 허수아비가 사라진 게 아쉽긴 해도... 허수아비야 언제든 데려올 수 있었으니까.

이문재의 해임을 결정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귀찮은 일을 좀 해야 하지만, 그거야 뭐...

“그럼 다음 감독은 어떻게 할까요? 박한영 감독이랑 장승조 코치 중에서 추릴까요?”

“음? 왜?”

“예? 아무래도 사장님을 잘 따르는 후보들이기도 하고, 연봉도 아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서울 드래곤즈의 감독은 항상 실적이 좋아 팬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하지만 몸값이 싼 아마추어팀 감독이나 내부 승진 인사였다.

둘의 공통점은 몸값이 싸다는 것.

박한영 2군 감독이 이문재와 사사건건 대립한 것, 장승조 수석코치가 필요 이상으로 순종적이었던 것 모두 곧 날아갈 이문재 감독의 후임 자리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깜냥은 돼야지. 둘 다 감독할 그릇은 아냐.”

하지만 유중선은 두 사람 모두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몸값만 싸면 다 좋아하는 줄 알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건 있었다.

두 사람의 역량은 유중선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했다.

“주제도 모르고 동갑이라고 개기는 박한영이나 옆에서 좀 도우라고 보내놨더니 입지도 약해진 감독한테 한마디 못하고 설설 기는 장승조나... 그런 것들 믿고 구단 운영을 어떻게 해?”

이래 봬도 유중선은 이문재를 꽤 인정하는 편이었다.

선수한테 막 대하는 게 단점이라는데, 그건 그와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럼 다음 감독은 어떻게 할까요? 감독 대행도 필요하고 정식 감독 후보도 정해야 합니다.”

“몰라. 지금부터 찾아봐야지. 어디 능력도 적당히 있고 순하게 허허 웃는 감독 없나?”

“... 감독 대행은 누구로 할까요?”

“감독 대행 시켜줬다가 다시 2군 감독이나 수석 코치 하라고 하면 그만두고 나가려나? 박한영 올리지, 뭐.”

“박한영 2군 감독과는 시즌 끝나고 작별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러려고. 능력 없는 건 참아도 주제넘는 건 못 참거든. 꼭 그렇게 자기 능력 과대평가하는 인간들이 사고를 치더라고. 사고 치기 전에 안녕해야지.”

이렇게 순식간에 두 명의 중년이 직장을 잃었다.

언제 일어나도 일어났을 일이었고, 시기의 문제일 뿐이었지만.

어쨌든 영도의 청소년 대표 시절 사건과 9년 만의 한국 복귀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는 이문재 감독과 드래곤즈를 향한 비난, 드래곤즈 팀 분위기와 케미스트리 박살, 최하위 추락으로 이어지며 감독 경질로 마무리되었다.

9년의 악연, 누군가에게는 30여 년의 악연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

[이틀 연속 메가 제츠포라니...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모습입니다.]

[제츠 타선도 울분이 많이 쌓인 것 같죠? 어제 수훈 선수로 뽑힌 한영훈 선수가 그랬잖아요. 상대 투수들이 계속 유영도 선수만 피해 가는 게 자신들 탓인 것 같아 미안했는데 어제 그 미안함과 울분이 터진 것 같다고. 오늘 경기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

[타자들에겐 슬럼프도 순간이지만, 부활도 순간이지 않습니까? 이대로면 제츠의 부활을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글쎄요? 어쨌든 슬슬 여름도 끝나가니까 부활할 때도 되긴 했죠.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이대로 살아나면 우승 경쟁도 끝까지 재미있을 것 같아요.]

팬들의 계속된 비난에도 버텨내던 게 무색할 정도로 드래곤즈의 움직임은 빨랐다.

경기 다음 날 오전 10시에 이문재 감독 경질 기사가 나왔고, 박한영 2군 감독이 시즌 종료까지 팀을 맡게 되었다.

[그나저나 드래곤즈도 참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감독 경질이 이해는 되는데 이왕 결단을 내릴 거였으면 조금 더 빨리 결정하는 게 어땠을까요?]

[역시 그렇죠? 꼴찌는 면하고 싶을 텐데 박한영 감독 대행에게 주어진 기간이 너무 짧아요.]

일단, 박한영 감독 대행의 데뷔전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한 번 터진 제츠의 타선은 식을 줄을 몰랐고, 시리즈 2차전에도 신나게 드래곤즈 마운드를 두들겼다.

선발투수 배승규는 2.1이닝 6실점으로 크게 무너져 이미 예전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이어 올라온 투수들도 제츠 타선을 전혀 억제하지 못했다.

[아, 또 안타입니다. 어경준의 중전 안타! 1사 1, 3루 찬스에서 유영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게 상황이 되게 애매해졌어요. 안 그래도 55호 홈런까지 쳐내면서 투수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는데, 또 이문재 감독 때문에 하루종일 인터넷이 뜨거웠거든요? 그렇다 보니 다른 팀도 아니고 드래곤즈는 유영도 선수를 피해가기 어려워졌죠.]

[첫 타석에서도 정면 승부 끝에 2루타를 허용했고, 두 번째 타석 역시 2루타였습니다. 그리고 9-1로 점수 차이가 8점까지 벌어진 만큼 피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2루타 2개. 지금 유영도 선수도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거든요? 과연 이번 타석에는 타이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 정말 수많은 팬들이 이번 타석에 집중하고 있을 겁니다.]

상황상 영도와 정면 대결을 지시할 수밖에 없는 박한영 감독 대행과 드래곤즈였다.

유영도라는 타자가 지나치게 위압감이 강한 타자였기에 제구가 흔들리는 게 당연했고,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어려운 게 당연했지만...

드래곤즈만큼은, 아니, 적어도 이번 시리즈만큼은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에 “제발 홈런 좀 쳐주세요”하는 볼을 던지더라도 볼넷만큼은 내줘선 안 됐다.

그리고 이전 두 타석에서 홈런은 아니지만, 장타를 허용하면서 그 피해를 실감하고 있었다.

이문재 감독의 삽질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드래곤즈를 괴롭혔다.

‘마지막에 맥이 좀 빠진 것 같긴 하지만...’

영도 본인도 거의 수개월 동안 좋은 공을 못 받다가 갑자기 좋은 공이 계속 들어오니 잠시지만 혼란을 느꼈을 정도.

사실, 다른 타자들에겐 이게 정상이겠지만, 영도는 이런 대결을 마지막으로 경험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하나 치는 게 차라리 드래곤즈 선수들을 도와주는 거야. 마음 편해지게 하나 쳐주자.’

어제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드래곤즈의 추격조, 이범규.

특히 그는 어제 네 번째 타석에서 벤치의 지시도 없는데 혼자 쫄아서 볼넷을 내준 것이 유력한 투수였기에 더더욱 볼을 던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영도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아직 초구조차 받아보지 않았지만...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번 타석이구나’ 하는 생각이 영도의 머릿속을 채웠다.

[오랜 고민 끝에 초구를 준비하는 이범규. 크게 심호흡하고 와인드업! 던졌습니다! 초구 타격! 유영도의 적극적인 스윙! 멀리! 멀리 날아갑니다! 4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유영도의 타구!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유영도의 시즌 56호 홈런!! KBO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기록에 도달하기까지 37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 타석이었다.

이범규가 던진 144km짜리 포심 패스트볼과 영도의 배트가 만난 순간... 이미 그 순간 잠실 올림픽 파크가 지면에서 30cm 정도 뛰어올랐다.

그 정도로 맞는 순간 홈런인 타구였고, 맞는 순간부터 팀 동료들, 중계진 및 KBO 관계자들, 팬들까지 정줄을 놓아버린 그런 타구였다.

“으아아아!!!!! 유영도!!!!!”

“영도야!! 이 자식, 이 미친놈아!!”

“으아아아아아!!!!!”

괴성과 함께 덕아웃을 박차고 뛰쳐나온 동료들이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돌아온 영도를 거칠게 덮쳤다.

물론, 아직 끝은 아니었고, 신기록 경신과 아시아 홈런 신기록, 아시아 홈런 신기록 경신까지 남아 있었지만...

이 순간 도달한 고지 역시 절대 가볍지 않았다.

영도와 제츠를 짓누르던 부담감이 적어도 한 꺼풀은 벗겨진 순간이었다.

< 일단락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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