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위 경쟁 >
[시즌 막바지에 돌입한 KBO의 2040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
1위 : 서울 제츠 - 65승 41패
2위 : 수원 매지션즈 - 64승 41패
3위 : 대전 에이스 - 57승 48패
4위 : 서울 타이탄스 - 55승 51패
5위 : 대구 레이더스 - 53승 51패
6위 : 광주 울브즈 - 52승 54패
7위 : 부산 세일러스 - 51승 54패
8위 : 창원 와이번즈 - 46승 59패
9위 : 서울 드래곤즈 - 42승 64패
10위 : 인천 크로우즈 - 42승 64패
정규시즌 종료까지 단 38경기만을 남겨둔 지금, 정규시즌 우승팀과 포스트시즌 진출팀, 리그 최하위 팀 등 중요한 순위는 단 하나도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고, 그래서 재미있는 2040시즌의 KBO.
'절대영도'의 홈런 신기록 도전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지만, 순위 경쟁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우선 정규리그 우승을 두고 경쟁하는 제츠와 매지션즈는 고작 반 경기 차의 시소게임을 이어가는 중.
매지션즈가 먼저 치고 나갔다가 제츠가 다시 치고 나간 채 전반기를 끝냈고, 제츠가 이번 시즌에도 여지없이 ‘여름 제츠’의 오명을 증명하는 사이 매지션즈가 다시 한 번 역전을 노리는 상황.
무시무시한 포스의 ‘절대영도’와 강력한 원투 펀치까지. 외국인 선수 3인방에 최고참이자 제츠, 그 자체인 레전드 손성호의 투혼을 앞세운 제츠.
리그 최강의 에이스 유형근과 ‘미스터 퍼펙트’ 나정준을 중심으로 투타에서 탄탄한 짜임새를 자랑하는 매지션즈.
‘여름 제츠’가 최소한의 피해로 여름을 마친다면 두 팀의 승부는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후에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는 언제나처럼 무난하게 강력한 모습을 보이며 무난하게 3위 자리를 유지하는 중.
항상 이 팀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히는 무난한 강력함이 이번 시즌에도 무난히 발휘되면서 무난히 괜찮은 순위를 지키고 있다.
4위 자리에는 4위가 낯선 팀, 타이탄스의 차지.
그들이 자랑하던 1R3J포의 핵심, 김진형과 뉴컴이 번갈아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그나마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많이 아쉬운 상황.
이런 상황에서도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굳게 지키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극강의 포스를 내뿜던 팀이 두 선수의 부진으로 여기까지 떨어진 게 예상 외라고 해야 할지는 두고 봐야 할 듯.
5위, 포스트시즌 막차를 탈 수 있는 5위 자리부터가 이번 시즌의 하이라이트인데, 레이더스, 울브즈, 세일러스가 한 자리를 두고 피 터지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울브즈야 이 자리가 익숙한 팀이고, 세일러스 역시 외국인 선발만 잘 뽑으면 포스트시즌은 어렵지 않은 팀이기에 이해가 되지만... 레이더스의 분전은 모두의 예상을 깬 일대 사건에 가깝다.
세 팀 중 가장 탄탄한 전력을 갖춘 울브즈는 언제나 지적되어왔듯 킬러 본능을 가진 선수도, 이렇다 할 한 방도 부족해 저점도 낮지만, 고점도 낮다는 게 변수로 보인다.
세일러스의 경우 타선을 앞세운 팀인 만큼 필연적으로 찾아올 사이클을 잘 관리하지 못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
레이더스는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지만, 대체 불가능한 타선의 핵심 3인방이 전부 노장이거나 체력 소모가 심한 포지션이라는 게 꽤나 불안한 상황.
포스트시즌 막차 경쟁도 우승 경쟁과 마찬가지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경쟁이 남았다.
바로 누구든 피하고 싶은 자리, 최하위 자리를 피하기 위한 드래곤스와 크로우즈의 꼴찌 경쟁이 그것.
크로우즈는 동지였던 레이더스의 배신으로 외로워질 뻔했지만, 그래도 6, 7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드래곤스의 몰락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지 않았을까?
두 팀 모두 4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 중인 터라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리그 테이블 최하단에 위치한 꼴찌 후보임은 분명하다.
와이번스는 8위 자리에서 위로도, 아래로도 움직이지 않을 확률이 가장 높다.
6할 초중반대 승률을 기록한 팀이 두 팀이나 존재함에도 최하위 두 팀의 승률이 4할에 육박하는 치열한 시즌.
그 속에서 홀로 여유롭게 자신만의 길을 가는 와이번스가 성적을 떠나 마음만큼은 가장 편하지 않을까?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중위권에 속한 5팀 중 상위권 전력이라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고 평가받았다는 것만 잊어버린다면.
***
“유영도 선수는 지금 미쳤습니다. 미쳤다는 표현이 방송용으로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제 짧은 어휘력으로는 미쳤다는 표현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예. 유영도 선수는 지금 완전히 미쳐있습니다.”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 출연한 해설자 김유신은 제츠와 드래곤스의 경기를 다루며 열변을 토해냈다.
“시리즈 첫 경기에서 카디스 맥을 상대로 2홈런, 두 번째 경기에서 호아킨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2홈런, 세 번째 경기에서 최창민을 상대로 또 2홈런... 세 경기 연속 멀티 홈런을 때려내면서 벌써 시즌 47호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울브즈와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부터 네 경기 연속 홈런이기도 하죠. 미쳤다는 표현보다 잘 어울리는 표현이 있습니까?”
“그러고 보니 연속 경기 멀티 홈런 기록은 김유신 위원이 가지고 있죠? 세 경기 연속 멀티 홈런. 유영도 선수가 타이기록을 세웠네요.”
영도를 향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는 해설위원 김유신은 와이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통산 352홈런으로 통산 홈런 순위 10위에 올라있는 전설이었다.
영도 이전 연속 경기 멀티 홈런 부분에서 신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이렇게 언급되니 제 입장에선 감사할 따름입니다. 두고 보세요. 유영도 선수는 분명 저보다 훨씬 대단한 선수가 될 테니까.”
“이야... 김유신 위원 자존심 강한 것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이렇게까지 말씀하실 줄이야...”
“제가 조금 더 일찍 태어나서 일찍 커리어를 시작한 것뿐입니다. 아니, 애초에 유영도 선수는 메이저리그 통산 100홈런 돌파를 눈앞에 둔 선수 아닙니까?”
“예? 메이저리그 통산 100홈런이요?”
“예.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엔 당연히 메이저리그에서 보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85홈런이니 다음 시즌엔 무조건 넘기겠죠.”
김유신은 자존심이 굉장히 강한 선수였고, 자부심도 강한 선수였다.
워낙 에고가 강하다 보니 그로 인한 트러블도 선수 시절부터 종종 일어났을 정도.
하지만 자신의 기준을 넘어서면 그 누구보다 화끈하게 인정하고 응원하는 성격이기도 했다.
덕분에 또 다른 방향에서 편파해설, 편애해설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지금 다룰 필요는 없는 이야기.
“어유... 김유신 위원이 너무 열정적으로 말하니까 끼어들 틈이 없네요.”
“홈런에 대한 이야기라 뭐라 말하기도 그렇고... 이강수 위원님도 홈런과는 그리 연이 없으셨죠?”
최근 한국 KBO 최고의 화두이자 흥행이 보장된 주제는 당연히 영도의 홈런 신기록이었다.
영도가 홈런을 터뜨린 날이면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는 선수 출신, 특히 타자 출신 해설위원들이 대거 출연했다.
100홈런-300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의 배승수도, 13시즌 동안 WAR 32.7을 기록한 이강수도 전부 전성기 시절 껌 좀 씹었던 A급 선수 출신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유영도 선수의 활약을 더욱 대단하게 느끼는 걸 수도 있겠죠. 저도 선수생활 좀 오래 했고, 나름 괜찮게 한다는 말도 종종 들었지만, 프로 무대에서 홈런을 친다는 것... 그거 진짜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무조건 동의합니다. 유영도 선수가 너무 쉽게 치니까 저도 가끔 쉬워 보이는데, 그럴 땐 제 현역 시절을 떠올려보면 됩니다. 그럼 바로 정신이 바짝 들죠.”
106번째 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43호 홈런을 기록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 홈런 신기록, KBO 홈런 신기록 달성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팬들의 기대감과 별개로 전문가들이 보기에 타격의 사이클까지 감안하면 절대 쉽지 않은 기록이었기 때문.
하지만 108경기를 치른 지금 영도는 47홈런을 기록 중이었고, 남은 홈런은 KBO 신기록까지 9개, 아시아 신기록까지 13개가 되었다.
남은 경기는 고작 두 경기가 줄어든 36경기.
이젠 전문가들 역시 영도의 시즌 홈런 신기록 달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죄송합니다. 진정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 기록도 개인 기록이지만, 유영도 선수가 엄청난 맹활약을 이어감으로써 ‘여름 제츠’답지 않게 승률이 꽤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요. 제가 이걸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우리 타이탄스의 레전드이신 이강수 위원님은 조금 언짢으시겠지만, 제츠가 여름을 꽤 잘 버텨내고 있거든요? 가을이 되면 또 제츠의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진짜로 정규리그 우승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우... 가을은 날도 선선하니... 나가서 놀기 좋아지니까 그런 거라고 현역 시절 동료들끼리 농담하곤 했죠.]
영도가 항상 말해온 것처럼 야구란 결국 개인이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노릴 때 가장 좋은 팀플레이가 되는 스포츠였다.
영도의 엄청난 맹활약은 부진에 빠진 제츠를 지탱했다.
3연전에서 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안 그래도 선발투수 의존도가 큰 레이더스에 비수를 꽂고 위닝 시리즈를 가져갔다.
동시에 후반기 8승 7패를 기록하며 승률 5할을 다시 한 번 지켰고, 마찬가지로 와이번스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간 매지션즈에 아슬아슬한 반게임 차 우세도 지켰다.
[자, 그런 무시무시한 유영도 선수가 이번에는 매지션즈를 상대로 출전합니다. 김유신 의원은 제츠와 매지션즈의 이 중요한 3연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그리고 시작될 반게임 차 1, 2위팀의 3연전.
남은 경기 수, 양 팀의 기세 등을 감안했을 때 더없이 중요한 시리즈였다.
[음... 사실, 지금 분위기만 놓고 보면 유영도 선수가 아무리 미쳤다고 하더라도 매지션즈 쪽의 우세를 점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레이더스와의 3연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유영도 선수의 활약이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아무도 모릅니다.]
[누가 우세한지 확언할 순 없지만, 여기서 이기는 팀이 우승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긴 할 것 같네요. 매지션즈가 위닝시리즈를 거두면 지금의 좋은 기세를 더욱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이고, 제츠가 위닝시리즈를 거두면 매지션즈의 기세를 꺾으면서 안 좋았던 분위기까지 살려낼 수 있을 테니까요.]
[1차전이 매우 중요하겠죠. 유영도와 유형근, 이 두 선수가 각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1차전 결과에 따라 생각보다 일방적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영도의 각성을 끌어냈던 6월 초 맞대결 이후 영도와 유형근이 만난 적은 없었다.
다만, 당시 맞대결을 통해 성장한 건 영도만이 아니었다.
유형근도 당시 잠깐 보여줬던 미완성의 수직 무브먼트 슬라이더를 그냥 두고만 있진 않았을 터.
이번 시즌 타석과 마운드,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두 에이스가 팀의 정규리그 우승이 걸린 중요한 길목에서 다시 한 번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매지션즈와 시즌 전부터 타이탄스와 함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팀이지만... 제츠는 정말 대단합니다. 유영도 선수의 영입으로 가지고 있던 단점 대부분을 극복하면서 1위 자리를 벌써 3달째 지키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금 불안하긴 해도 리그 테이블 최상단은 분명 서울 제츠의 것이죠. 왜 스토브리그 동안 유영도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리그 내 구단 대부분이 달려들었는지 제츠의 순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선수 한 명의 영향력이 가장 작은 스포츠를 꼽으라면 분명 야구는 최상위권에 들어갈 겁니다. 그런 야구에서 이 정도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건... 적나라하게 말해서 이미 이 리그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리그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라는 뜻이겠죠. KBO가 부족하다는 게 아닙니다. 유영도 선수의 역량이 지나치게 대단하다는 뜻입니다.]
< 순위 경쟁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