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팀은 팀, 나는 나 > (56/200)

< 팀은 팀, 나는 나 >

[이번에도 시작된 서울 제츠의 여름... 이번에도? 아니면 이번만은?]

[절대영도의 폭주, 레전드의 간절함, 외국인 투수의 안정감, 신인의 패기... 무너지는 팀을 지탱하다]

[6월 초부터 이어지는 유영도, ‘절대영도’의 폭주. 폭주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60홈런? 70홈런? 어쩌면...]

[아시아 홈런 신기록도 충분히 노려볼 만해 vs 일단 50홈런부터. 유영도의 홈런 기록에 관심 집중! 후반기 KBO 최대 화두는 '절대영도'에게]

- 손성호... 호아재가 이렇게 몸이 부서져라 뛰는데 다른 젊은 놈들이 왜 골골대냐... ㅠㅠㅠㅠㅠ

- 손성호한테서는 이제 어떤 숭고함까지 느껴지네.

- 마지막 남은 게 우승 하나니까. 손성호가 야구 하면서 우승 말고 못해본 게 있나?

- 하은이 아버님... 걱정되지만, 응원할 수밖에 없겠네유...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 영혼의 파트너 한이땅은 대체 뭐하는 거냐. 서른넷이면 하은이 아버님보다 두 살이나 어린데!

- 서른둘 박태원에 스물여덟인 김원상도 개삽질 중인데 한이땅이야 뭐...

- 스물둘 이창우도 퍼졌다. 말하면 말할수록 호아재만 떡상한다!!!!!

- 왜 다들 하은이 아버님 이야기뿐이지? 절대영도, 유영도가 지금 제대로 미친 덕분에 그나마 버티는 거 아니었나? 손성호도 잘하긴 하지만, 유영도한테 비빌 건 아니지

- 유영도야 뭐... 이제는 그냥 논외로 둬야 하는 느낌임. 걘 이미 메이저리거라 KBO에서는 감히 평가도 못 한다.

- 손성호한테는 레전드, 노장 프리미엄도 있긴 하지.

안 그래도 힘이 빠져가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윤무열의 음주운전 범죄 적발까지...

안 그래도 매시즌 여름마다 최악의 시기를 보내던 제츠에게 이는 치명상이었다.

훈련 소홀로 인한 체력 문제라면 여름 이후 후반기 전체를 말아먹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여름에만 갑자기 부진에 빠졌다가 여름이 지나면 살아나니 뭐 방법이 없었다.

어디 열대지방 팀도 아니고...

어쨌든 이번 시즌도 이 고질병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영도, 손성호와 함께 상위 타순을 구성하는 한영훈, 우희운, 주전 외야수 김원상, 박태원, 핵심 불펜 자원 이창우와 박호재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

이들이 심각할 뿐, 나머지 대부분도 원래 가진 기량보다 아래에서 헤매는 중이었다.

다행히 이번 시즌을 신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내달리는 손성호가 맹활약하며 팀을 정신적으로 지탱하는 중이었다.

외국인 원투펀치는 안정적으로 자신들의 기량을 선보였고, 두 신예 선수 윤한태와 어경준이 각각 선발진과 외야진의 구멍을 메우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영도의 맹활약이 더해지며 제츠는 최대한 느린 속도로 추락을 버텨내며 반등을 기다릴 여력이 생긴 상황.

[요즘 페이스가 아주 좋더군요. 페이스가 좋은 건지, 이제야 당신의 기량에 확신을 가지게 된 건지,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경기를 찾아보셨습니까?”

[생방송은 힘들지만, 자료를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죠. 어디서 또 어떤 영감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후반기 개막 후 대략 열 경기 정도를 치른 시점.

비시즌 동안 영도의 타격폼을 봐주었던 에드가 펜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듣자니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는 영감을 위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물론, 일본, 나아가 한국의 영상까지 찾아본다는 듯했다.

영도의 최근 활약상도 그 과정에서 알게 되었고.

[아무래도 제 손을 거친 선수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요.]

“지켜보니 어땠습니까? 조언하실 게 있으십니까?”

[음... 일단 더없이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부터 해야겠군요. 한 6월까지는 나름 만족스러운 정도였는데, 6월 초 이후부터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예요. 아마... 유형근? 그 투수와의 맞대결이 계기였던 것 같은데 말이죠.]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런 건 아무리 내 일이라고 해도 확신하기 힘든 부분이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영도를 아는 많은 사람이 그렇듯 에드가 펜서 역시 영도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런 만큼 시즌 초반 영도의 활약이 충분히 대단했음에도 뭔가 아쉬움을 느꼈던 것.

그리고 그런 그마저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말할 정도로 6월 이후의 영도는 무시무시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긴 합니다.]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생각은 했는데, 굳이 이런 말까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죠. 일단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제가 당신을 높게 평가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과소평가를 하고 있었군요.]

“결과적인 이야기죠. 당시엔 그렇게까지 날 믿어주는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에디에겐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에드가가 만져준 영도의 타격폼은 어디까지나 컨택에 집중한 폼이었다.

그 폼으로 100경기 만에 40여 홈런을 기록한 건 어디까지나 영도의 파워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

물론, 에드가도 그걸 알았기에 컨택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어쨌든 사실이 바뀌진 않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조언입니다. 타격폼을 만질 때와는 달라요. 그건 제 말대로 하는 게 무조건 정답에 가까웠지만, 지금 할 말은 그냥 조언에 불과합니다. 그걸 일단 알고 시작하죠.]

“알겠습니다.”

[바깥쪽 공은 무조건 버리고 스트라이크 존도 좁히는 접근법... 한 번 바꿔볼 생각 없으십니까?]

에드가의 예상과 달랐던 부분은 영도의 컨택 능력이었다.

그는 영도의 컨택 능력이 평균보다 꽤나 아래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바깥쪽 공을 아예 버리고 스트라이크 존까지 확 좁혀버리라고 조언했다.

물론, 영도의 컨택 능력은 지금도 잘 쳐줘야 평균이거나 그보다 살짝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타격은 컨택 능력으로만 하는 게 아니었다.

빗맞아도 장타가 나오는 파워를 보유한 영도에게 이는 너무나도 소극적인 접근법이었다.

[참고하라고 했던 조이 보토도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은 바깥쪽까지 전부 때려냈습니다. 컨택 능력과 선구안은 당신보다 나은 편이었지만, 신체 능력에선 비교도 할 수 없는 데 말이죠. 배트 스피드도 당연히 포함되고요.]

“바깥쪽 공까지 버리지 말고 존에 들어오면 노려봐라, 존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넓혀라. 뭐 이런 뜻입니까?”

[정확합니다. 제가 판단하기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제 생각보다 당신의 컨택, 선구안이 훨씬 뛰어납니다. 가능성이 보이는 데 필요 이상으로 소극적일 필요는 없겠죠.]

“성장하려면 언젠가는 그런 식으로 변해야 한다는 거군요.”

[예. 비시즌과 같은 상황입니다. 어차피 변화가 필요하다면... 여기보단 KBO가 낫죠. 편하고.]

에드가 펜서가 유명한 인스트럭터이긴 하지만, 인스트럭터인 만큼 비교적 자유롭고 시간도 많긴 하지만, 자신을 거친 모든 선수를 지켜볼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의 명성이 걸려있기 때문에,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보이고 더 높은 곳을 노릴 수 있는 선수들에게 집중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에드가가 영도에게 또 한 번의 변화를 제안한 것이었다.

[비시즌에 만진 폼은 2할 중후반 타율에 3, 40개의 홈런을 노리는 폼이었습니다. 지금은 순조롭게 성장하면 그 폼으로도 2할 후반에 40개 이상은 가능하겠지만...]

“... 타석 접근법을 바꾸면 그 이상도 노려볼 수 있다는 겁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스트라이크 존 전체를 공략할 수 있다면... 3할에 50개, 어쩌면 그 이상도 노려볼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의 재능과 신체 능력은... 그만큼 대단하니까요.]

2할 후반에 40홈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아니, 만족을 넘어 메이저리그 데뷔 후 반년쯤 지난 뒤에는 상상조차 쉽게 하지 못했던 기록이었다.

하지만... 3할에 50홈런도 가능하다니...

그것도 이 세대 최고의 타격코치 중 한 명이라는 에드가 펜서의 장담이라니...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 듣기만 해도 설레긴 하네요.”

거절해도 상관없는 단순한 조언이라고는 하지만...

거부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

[후반기 들어 꽤 자주 보이는 모습이죠? 유영도 선수의 앞에 손성호 선수 혼자 베이스를 채우고 있습니다.]

[손성호 선수 혼자 있거나, 혹은 아무도 없거나. 최근에는 둘 중 하나죠.]

에드가 펜서에게 조언을 들은 이후 첫 경기.

영도는 광주 울브즈를 상대로 언제나와 같은 3번 타순에 배치되어 팀을 이끌었다.

[울브즈 입장에선 반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제츠를 잡고 포스트시즌을 향해 다시 한 번 달리고 싶을 겁니다.]

[3강 5중 2약 중 5중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제츠가 유영도 선수를 영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3강에 가장 가까운 팀으로 평가받았던 팀이죠. 우승까지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포스트시즌에도 못 나가는 건 좀... 어울리지 않아요.]

토종 에이스 장민우는 여전히 조용하고 무난하게 잘해주고 있지만, 외국인 투수들이 교체하긴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럽지도 않은 게 아쉬웠다.

100경기를 갓 넘긴 시점에서 울브즈의 순위는 6위.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 

아직 1위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페이스가 많이 떨어진 서울 제츠는 울브즈 입장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한 팀이었다.

‘바깥쪽!!’

울브즈의 선발투수는 3선발 셰인 맥도날드.

평균 구속 150km대, 최고 구속 157km의 파이어볼러지만, 피장타율이 높고 볼이 많은 데다가 수직으로 변화하는 변화구가 없어 애매한 10승급 투수로 평가받았다.

그의 초구는 힘껏 짜낸 155km의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

그리고 오늘부터 영도는 ‘의식적으로’ 바깥쪽까지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에 포함시켰다.

[초구부터 노리고 들어온 듯한 유영도 선수의 호쾌한 스윙! 그리고 외야수들의 발이 멈춥니다. 이번 시즌 내내 질리도록 보고 있는 ‘유영도식’ 홈런입니다!!]

[이걸로 시즌 41호죠? 지난 시즌 홈런왕이었던 에드 르몽드의 기록을 벌써 따라잡았어요.]

[4월에 한 번, 6월에 한 번, 7월에 또 한 번...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독 유영도 선수의 사이클만큼은 하향곡선 없이 상향곡선만, 그것도 뚜렷한 상향곡선만 있는 느낌입니다.]

[팬들이 정말 많이 기대했거든요? 기대가 너무 커서 어지간한 활약으로 만족하지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이건, 뭐... 그 기대도 너무 작았네요.]

이전에도 바깥쪽을 공략한 홈런들이 꽤 많긴 했지만, 대부분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이거나 상대 투수들이 집요하게 바깥쪽만 노려서 어쩔 수 없이 공략한 경우가 많았다.

다만, 그 미묘한 차이를 생중계에서 단번에 캐치하긴 어려웠고, 당연히 중계진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103경기 만에 나온 41호 홈런이 이목을 집중시켜서이기도 했다.

‘역시 KBO에서는 딱히 어려울 게 없는데...’

다만, 영도 본인에게는 꽤 의미 있는 홈런이었다.

스트라이크 존을 넓힌 이후 첫 타석에서 바로 결과를 냈으니 의미가 없기도 힘들었다.

‘이제 여기에 충분히, 그리고 빠르게 적응해서... 최대한 빨리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준으로 만들어야겠지.’

3할에 50홈런, 그것도 메이저리그에서.

에드가에게 들었던 기대 성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영도의 욕심은 기량만큼이나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 팀은 팀, 나는 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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