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절대영도 > (40/200)

< 절대영도 >

[서울 제츠, 이재준의 결승타 힘입어 2-1 신승! 어린이날 시리즈다운 명경기!!]

[숨 막히는 명품 투수전, 이어지는 호수비 릴레이, 한 방이 필요했던 타자의 극적인 결승타까지... 어린이날 시리즈에 어울리는 명경기 끝 승리한 서울 제츠, 이대로 탄력받을까?]

[완벽한 명경기에 찍힌 하나의 옥의 티... 어린이들 앞에서까지 눈살 찌푸리는 모습 보여준 박봉균, 어디까지가 승부욕이고 어디까지가 인성일까]

[“뭐하는 거야! 어린이날이라고!”, 항상 한 발자국 떨어져 있던 ‘야구 수도승’ 유영도의 일갈. 어린이들의 순수한 동심 지켰다.]

“여러분, 어제 우리 영도 봤어요? 키야...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지. 어떻게 사람이 멋지기까지 해?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었네?”

와이번스 편파중계 인터넷 방송인이 된 전직 야구선수 오일도는 최근 개인방송에 컨텐츠 하나를 추가했다.

바로 어릴 때부터 예뻐하던 후배, 영도의 활약상을 언급하며 극찬하는 컨텐츠였다.

정식 컨텐츠는 아니었지만, 경기가 있는 날마다 빠뜨리지 않고 진행하는 통에 이젠 시청자들도 정식 컨텐츠로 받아들였다.

ㄴ 하이고... 이 아재 또 시작이네.

ㄴ 어제는 멋있었던 거 인정. 근데 아재가 자꾸 이러니까 아재 놀리고 싶어서 인정하기 싫어짐.

ㄴ 근데 진짜 멋지더라. 그게 메이저리거의 품격인가?

ㄴ 경기에 방해된다고 마이크도 안 차고 들어가는데 그럴 땐 진짜 멋있게 사자후 날리더라. 야구만 잘하는 재미없는 선수인 줄 알았는데 유영도 다시 봤음.

ㄴ 경기 MVP는 이재준이고, 제일 멋있었던 건 타일러 로즈랑 조지 스넬의 명품 투수전이었는데, 정작 경기 끝나고 나니 기억나는 건 유영도 사자후밖에 없다... 정상임?

ㄴㄴ 지극히 정상. 되게 수준 높은 경기였는데, 유영도가 다 가져감.

ㄴ 근데 박봉균은 좀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냐? 대체 똑같은 일로 벤클 나오는 게 몇 번째야? 인성 진짜...

ㄴ 걔는 인성이 글러 먹었어. 어린이날까지 그러고 싶나? 유영도 아니었으면 진짜 애기들 앞에서 엄한 꼴 보여줄 뻔했잖아. 하여튼 개자식은 나이 먹어도 개자식이야.

애들 앞에서 무슨 짓이냐는 영도의 일갈은 박봉균의 인게임 마이크를 통해 팬들에게 울려 퍼졌다.

당연히 방송사고 위험 때문에 나중에 리플레이 형태로 중계되었는데,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음에도 신경 쓰인다는 이유로 마이크를 차지 않는 영도의 음성이 들어간 것이었다.

워낙 조용한 선수라 팀 동료 마이크에도 별로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 봤자 농담에 대한 반응 정도가 전부인 영도의 흔치 않은 진지한 일갈.

그 내용과 그로 인해 멈춰버린 벤치 클리어링, 급박한 상황에서도 어린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 등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방송국은 경기 후에도 끊임없이 영상을 내보냈다.

덕분에 경기 종료 후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영도의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쨌든 우리 영도가 아가들 앞에서 어른들끼리 치고받는 꼴사나운 상황은 막아줘서 다행인데, 과연 오늘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어제 경기도 처음부터 불안불안하더니 봉균이 슬라이딩, 아니, 태클 이후로는 전체적으로 다들 흥분한 게 보여서... 오늘 사고 한 번 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ㄴ 저... 아재? 오늘은 와이번스 경기 볼 거지?

ㄴ 지금 뭔가 어감이 이상한데? 오늘도 지금 제츠-타이탄스 시합 보겠다는 거야, 뭐야?

ㄴ 유영도는 아재가 너무 예뻐하는 후배라 우리가 봐주는 거야. 착각하면 안 된다고? 우린 와이번스 시합 같이 보자고 아재 방송 보는 건데.

ㄴ 뭐야? 유영도가 혹시 아재 아들이야? 아들이라 이렇게 싸고 도는 거야?

ㄴ 음음... 액면가만 보면 아들이라고 해도 인정. 물론, 아재한테서 저런 꽃미남 아들이 나올 리 없지만.

ㄴ 유영도가 좀만 외모 가꾸면 바로 탈일반인이지. 아마추어 날라리 시절엔 여자팬들한테 인기 많았던 걸로 아는데.

ㄴ 저렇게 생기면 안 가꿔도 인기 많아. 지금 유영도 때문에 제츠 뉴비 여성팬들 엄청 늘었다 함.

어린이날 시리즈는 끝났지만, 아직 제츠와 타이탄스의 3연전 마지막 경기가 남아 있었다.

어린이들이 마음에 걸려 쌓인 분노와 짜증, 흥분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넘어온 세 번째 경기.

야구를 좀 아는 사람들 모두 조용히 넘어가진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

“형은 어떻게 생각해? 재준이? 아니면 영도?”

“그러게. 원래대로 생각하면 어제 시비 붙은 당사자인 재준이가 위험하겠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재준이는 피해자잖아? 우리가 봉균이 새X를 저격하지 않는 한 저쪽에선 시비 걸고 싶어도 걸 사람이 없는 거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타이탄스 김영감이 어떤 사람인데 이대로 넘어가겠어. 누구 하나 맞긴 맞겠지. 재준이가 아니면 어제 가장 화제가 된 영도?”

“재준이 아니면 영도나 내가 맞을 확률이 높겠지. 내가 너무 노인이라 마음에 걸리면 너도 맞을 수 있고.”

사실, 제츠는 벤치 클리어링에 굉장히 소극적인 팀이었다.

선수들 성향 자체가 밝고 유쾌한 스타일이기도 했고, 벤치 클리어링 자체를 귀찮아했다.

최고참인 손성호부터가 사람 좋고 화 안 내기로 유명한 호인이라 후배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타이탄스는 반대라 일단 감독인 김근수부터가 올드스쿨하고 권위적인 감독이라 점점 사라져 가는 야구계의 불문율 같은 것들을 철저히 지켰다.

제츠와 반대로 타이탄스 최고참 홍인주는 인성이 덜된 편이라 자기보다 후배라거나 좀 만만한 선배와 문제가 생기면 바로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기본적으로 힘과 덩치가 좋은 선수들이 많아 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벤치 클리어링을 활용하는 편이었다.

“어휴... 당첨이네. 영도가 맞겠어.”

“그러게. 우린 고맙다고 해야 하나? 영도 아니었으면 우리 둘 중 한 명이 맞을 뻔했는데.”

타이탄스의 성향과 김근수 감독의 성향상 이번 희생자는 정해졌다.

손성호와 한영훈의 시야에 영도가 때린 타구가 까마득히 날아가 관중석에 꽂히는 장면이 들어왔다.

희생자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감독님. 괜찮겠습니까? 안 그래도 어제 봉균이 슬라이딩 때문에 반응이 좋지 않은데...”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쓰고 야구했나? 야구는 말이야... 간단한 스포츠야. 성적 잘 내면 우리 팀 팬들이 좋아하고, 우리 팀 팬들만 좋아하면 다 끝인 그런 스포츠지.”

김근수 감독의 야구관을 설명하는 한마디였다.

김근수 감독뿐 아니라 지금까지 타이탄스를 거쳐간 감독들 성향 대부분이 이랬기에 타이탄스는 제츠와 세일러스의 뒤를 잇는 전국구 인기팀임과 동시에 타 팀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팀 1, 2등을 다퉜다.

팬들을 위해 승리를 가장 우선시한다는 명목 아래 승리를 위해 타 팀 팬들의 질타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는 팀.

타이탄스는 그런 팀이었다.

“근데 요즘 영도한테 쏠린 관심이 상당한데... 제츠 팬뿐 아니라 다른 팀 팬들, 아예 영도 개인 팬들도 들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코치... 요즘 들어 나한테 불만이 많은 것 같아. 뭐만 하려고 하면 자꾸 반대해서 내가 눈치가 보여?”

“... 아닙니다. 제가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 나도 벌써 60대 중반이야. 언제까지 내가 여기 있겠어? 자네가 빨리 배워야 나도 마음 놓고 그만둘 텐데, 자꾸 이러면 나도 힘들어. 알잖아? 난 일개 감독일 뿐이야. 자네가 충분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내가 추천하는 정도로는 어렵다고.”

“예... 앞으로 더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결국, 타이탄스 수석코치는 더 이상 감독을 설득하지 못한 채 물러났다.

타이탄스라는 팀 자체가 프런트의 영향력이 타 팀보다 약하고 감독의 권위가 강한, 올드스쿨한 스타일의 팀이라 김근수가 하겠다고 하면 아무리 수석코치라도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만 했다.

‘에휴... 선수 사는 데 돈 안 아끼고, 현장 간섭도 안 하고... 이상적인 프런트인데, 간섭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니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대체.’

수석코치는 하고 싶은 말들을 속으로 삼켰다.

이번 시리즈에서의 충돌은 원인 제공도 박봉균이 했고, 어린이날 참사를 막은 것도 제츠의 영도라 시작 전부터 타이탄스가 지고 들어간 싸움이었다.

이미 졌는데 다시 시비를 걸어서 분위기 전환을 하겠다니...

설사 경기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시즌 전체, 나아가 팀 전체의 이미지에 타격이 갈,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이렇게 된 거 제발 경기라도 이겨라, 얘들아. 경기까지 지면 진짜 답이 없다고.’

이렇게 된 이상 수석코치도 선수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는 물론이고, 벤치 클리어링 순위까지 리그 1위를 노리는 믿음직스러운 선수들.

지금 믿을 건 그들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묘한데, 이거...’

타자들은 타석에 들어서서 투수의 눈을 바라본 순간, 어느 정도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그럴 만한 조짐이 보일 때 이야기였다.

오늘 타이탄스 쪽에서 시비를 걸어올 것은 제츠 선수들 대부분이 확신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번 타석의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한국 불펜 투수가 올라왔을 때 시작할 줄 알았는데...’

보통 이런 지시는 국내투수들에게 내리는데, 외국인 2선발 호르헤 루고에게 지시가 내려진 건 좀 의외였다.

‘물론 다혈질에 성격 나쁘기로 유명했던 선수긴 하지만...’

마이너리그 시절 그에 대한 괴담들을 워낙 많이 들었기에 이해하지 못할 건 또 아니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이상하고 말고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상대의 시비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지.

‘여기서 내가 참아봤자 재준 선배나 성호 선배, 영훈 선배한테 다시 한 번 시도할 확률이 높아. 아무리 이런 걸 싫어해도 지금은 참아선 안 될 때이기도 하고.’

영도는 야구계의 불문율이나 경기 중 걸어오는 시비 등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그런 거 신경 쓸 시간에 배트 한 번 더 휘두르는 성격이었고, 악의가 섞이거나 지나치게 위험한 플레이가 아닌 이상 경기 중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생각과는 별개로 참아선 안 되는 순간이라는 게 있었다.

오늘은 제츠 선수단 모두 시비가 걸려올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런 뻔한 상황에는 누구에게 시비가 걸리든 절대 참아선 안 됐다.

상대가 우릴 무시하지 못하게, 상대에게 분위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쪽에서도 반응해야만 했다.

‘하아... 이렇게 나오시겠다?’

대략 140km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패스트볼이 몸쪽으로 날아왔다.

이미 바짝 긴장한 상태였기에 피할 수는 있었지만, 순간 서늘해지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

‘140km대 후반이면 제구를 포기하고 그냥 세게 던졌다는 건데...’

호르헤 루고의 최고 구속은 152km, 평균 구속은 145km 정도에서 형성됐다.

기계가 아닌지라 구속을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영도의 감이 절대 시늉만 하는 빈볼이 아님을 알리고 있었다.

‘에휴... 참을 순 없겠지. 가자.’

이게 처음이라면 모를까, 오늘 경기에서도 확실한 계기가 없었을 뿐, 타이탄스는 계속해서 시비를 걸어왔다.

애초에 리그에서 가장 호전적인 타이탄스가 흥분하기까지 했으니 얌전한 경기가 이어질 리 없었다.

140km대 후반의 패스트볼이 등 뒤로 날아온 순간, 벤치 클리어링은 피할 수 없었다.

[아, 유영도 선수, 배트를 집어 던지고 마운드로 접근합니다! 양 팀 덕아웃에서 쏟아지듯 뛰쳐나오는 선수들!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도 영도는 그냥 조용히 시비나 걸었다가 얌전히 복귀하고 싶었다.

하지만 홍인주, 김진형, 뉴컴, 이윤지 등으로 대표되는 타이탄스의 덩치들은 이번 벤치 클리어링을 조용히 끝낼 생각이 없다는 듯 제츠 선수들을 붕붕 휘둘러댔다.

직접적인 타격이 없을 뿐, 누가 봐도 타이탄스 선수들이 제츠 선수들을 손에 쥐고 휘두르는 분위기였다.

‘에휴, 모르겠다, 진짜...’

“이 새끼가 미국에서 왔다고 건방지... 어얽!!”

일단 영도는 타이탄스가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붙여놓은 이윤지를 번쩍 들어 던져버렸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면서 주어진 파워는 상상을 초월했다.

[아! 유영도 선수가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이윤지 선수를 들어 메쳐버리고, 다음 상대를 찾아 헤맵니다!]

[이윤지 선수도 100kg이 넘는 거구거든요? 근데 너무 쉽게 던져버리는데요!?]

이윤지가 너무 쉽게 이탈하면서 주위의 타이탄스 선수들도 깜짝 놀란 듯했다.

보통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하면 50여 명의 선수들이 빈틈없이 촘촘히 서게 되는데, 영도 주변에만 공간이 생겨났다.

“이 자식... 어얽!!”

“야! 이 새끼 막... 아악!!”

억제기를 해제한 영도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귀찮지만, 참가하기로 결정한 이상 무조건 이겨서 분위기를 가져와야 했다.

결심한 영도 덕분에 타이탄스 선수들만 고생 중이었다.

“이 건방진 새끼야! 양키 새끼가 어디 주워 먹을 게 있다고 한국에 들어와!? 여기가 어디라고!!”

드디어 등장한 국내 벤치 클리어링계의 최강자, 홍인주.

홍인주는 타고난 신력에 더해 리그 내 최고참급의 짬밥으로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에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는 KBO에서 깡패로 군림했다.

타이탄스 벤치 클리어링 신화의 절반은 홍인주의 공이었다.

“나라도 버리니까 선배도 X으로 보이지? 이 팔 병X돼서 도망간 새X가 어디... 어얽!!”

달리 말하면 홍인주를 제압한 순간 타이탄스 선수들도 움찔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영도는 한국의 선후배 문화와 지나친 권위주의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도를 지나친 이들을 경멸하는 선수.

게다가 외국인 선수 신분에 미국 국적이라 홍인주는 물론, 그보다 더 심한 야구계 원로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그 결과는...

[기어이 홍인주 선수까지 집어 던져버리는 유영도! 유영도 선수가 그라운드를 평정하고 있습니다!]

[벤치 클리어링이 흐지부지되지 않고 이렇게 깔끔한 결말로 끝나는 건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와... 유영도 선수의 파워는 홈런 타구들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이렇게 한 번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니까 눈에 딱 보이네요. 이 선수는... 괴물이에요...]

[이건 뭐... 냉정한 표정, 하지만 절대적인 힘으로 다이아몬드를 평정합니다! 냉철하고 절대적인...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절대영도'입니다...]

“대체 지금 내가 뭘 본 거냐?”

“성호 형. 형 지금 살아있는 거지? 아니다, 형보다 규영이를 먼저 걱정해야 하나?”

“진짜... 나도 나지만, 규영이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지?”

“다행이다. 난 살아남을 것 같아. 별로 안 놀렸거든... 형은... 은퇴하기 전에 먼저 떠나는 거 아냐? 지금이라도 사과하는 게 어때?”

영도가 한바탕 휘저은 그라운드에 침묵이 깔렸다.

제대로 마음먹은 영도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타이탄스 선수들은 물론, 제츠 선수들까지도 놀라서 벤치 클리어링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그 속에서 그동안 습관이 된 ‘영도 놀리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손성호와 조규영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표정으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있었다.

< 절대영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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