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녹아들다 > (34/200)

< 녹아들다 >

“자, 라스트 10개 간다! 라스트는 어렵게 갈 거야!!”

“알겠습니다!!”

시즌이 개막하면서 훈련량을 많이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영도의 훈련량은 적지 않았다.

아니, 타고난 체력과 이동 거리의 급감으로 세이브된 체력까지 고려한 훈련량은 리그 내 다른 어떤 선수보다도 많은 편이었다.

경기 출전 시간이 거의 없는 백업 선수들보다도 영도의 훈련량이 훨씬 많았으니 그 치열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허... 저 자식은 꼭 저렇게 나대면서 티를 내야 하나?”

“그러니까요. 솔직히 너무하는 거죠. 시즌 중에 저렇게 훈련해봤자 체력만 갉아먹지, 도움될 것도 없는데... 기자들이랑 팬들한테 잘 보이려고 안달이 난 거죠.”

“......”

“그러니까. 커리어 내내 바닥에서 기어다니면서 욕만 먹었으니 한국에서 팬들한테 알랑방귀나 뀌어보겠다는 것 같은데... 저러다 여름에 병X되지.”

“그럼 제가 뛰겠네요? 적당히 제 컨디션만 유지하면 자동으로 주전 되겠네.”

“......”

"싸가지 없는 새끼. 잘 나간다고 선배들 알기를 개X으로 알잖아, 저거."

"천년만년 잘하겠어요? 저러다 금방 X돼지."

"그쯤하고 빨리 가죠. 이따 클럽가려면 준비할 것도 많은데 뭐 할 것도 아니면서 자꾸 시간 버리지 말고."

애초에 남들 눈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훈련에만 매진했기에 영도는 팀 내에 친한 선수도 거의 없었다.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손성호나 김원상, 그래도 학연으로 얽힌 류종인 정도만 나름 친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나머지는 팀 동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중에서는 그래도 팀에 큰 도움이 되고 항상 성실한, 메이저리거 출신임에도 이를 드러내지 않는 영도에게 호감을 가진 선수가 있었다.

당연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말도 안 되는 훈련량을 소화하고 혼자 잘나서 KBO 선수들과는 어울리지도 않으려 한다며 싫어하는 선수도 있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훈련도 안 하면서 뒤에서 잘 나가는 선수들 까는 재미로 산다고 우리 사이에서도 이미지 안 좋은 선배들이니까. 마지막 동구 선배는 좀 다르지만..."

영도가 따로 봐주진 않지만, 눈치껏 기웃거리면서 이것저것 배우려 하는 것까지 막진 않았다.

아니, 막을 이유가 없었다. 영도는 그런 후배들을 좋아했으니까.

그렇게 따라붙는 후배 중 한 명, 어경준이 슬쩍 다가와 속삭였다.

"나도 안다. 메이저리그에 있을 땐 나도 욕받이었어. 팬들에게 욕 먹는 것도 버텼는데, 저 정도쯤이야..."

친분이 없는 만큼 영도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앞에서 대놓고 티 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싫어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티가 나는 경우는 있어도 대놓고 앞에서 드러내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었고, 그 예외가 바로 제츠의 골칫거리 3인방, 35세의 베테랑 포수 조영근과 28세의 만년 유망주 3루수 윤무열, 마찬가지로 만년 유망주 우완투수 김동구였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난리던데요? 드래곤스랑 붙는다고... 선배님, 혹시 저에게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우... 체질적으로 난 기자들이 싫어. 스타되긴 글렀지."

"예?"

"별로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그냥 치워버리고 싶은 일이니까."

[‘9년 만의 복수전’, 서울 제츠와 서울 드래곤스의 정규 시즌 첫 맞대결에 쏠리는 관심]

[‘심각’ 드래곤스 vs ‘유쾌’ 제츠. 상반된 분위기의 이유는?]

[이문재 드래곤스 감독, 각오 묻는 언론에 묵묵부답]

[유영도, “내 입으로 다시 언급하는 일은 없을 것” 과거 발언 화제]

영도는 비록 다신 그 일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제츠와 드래곤스가 맞붙는 상황에서 이렇게 팔기 좋은 소재를 써먹지 않을 리 없었다.

언론들은 두 팀의 첫 맞대결을 앞두고 9년 전 사건을 쉴새 없이 끌어들였고, 그럴수록 팬들은 영도를 응원하며 이문재 감독을 비난했다.

선후배 문화에 이어 꼰대 문화, 나아가 자극적인 사건에 집중하는 언론들의 행태까지.

영도는 한국에서 선수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귀찮음과 유명세에 따라오는 대가를 빠르게도 경험하고 있었다.

***

[1회 말, 서울 제츠 공격]

<3번 타자 유영도(3루수)>

1구 : 파울(131km, 포심)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메이저리거 영도갓... 이런 공은 처음이지?

ㄴ ??? : 야! 이게 포심이라고! 어디서 지나가는 개도 안 믿을 구라를... 어라?

ㄴ 메이저리거님 당황하신다

2구 : 파울 (132km, 포심)

ㄴ 영도갓 표정 좀 봐... 얼마나 황당하신지 그냥 웃으신다

ㄴ 132km면 마일 표기법으로 얼마냐? 한 82, 3마일 정도 되는 건가?

ㄴ 메이저리그 느네들은 이런 거 읎제? 요것이 바로 KBO의 포오심 패스트보리여!!

‘영상이랑은 또 다르네.’

평균 패스트볼 구속 132km로 서울 드래곤스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는 좌완투수 양유승.

그를 처음 상대하게 된 영도는 이번에야말로 메이저리그 체인지업급 포심을 던지는 투수를 만나 당황하는 중이었다.

[연달아 3루 쪽으로 크게 넘어가는 대형 파울 홈런이 나왔습니다.]

[타이밍이 계속 빨라요. 유영도 선수도 양유승 선수의 공을 모르진 않았겠지만, 안다고 다 칠 수 있는 건 아니죠. 프로 레벨의 타자들은 공을 보고 때리는 게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과 감각으로 때리는 거거든요? 양유승 선수의 공은 그 경험과 감각을 무너뜨립니다. 너무 느리니까요.]

서울 드래곤스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팀으로, 투수진은 몸값이 싼 불펜에, 야수진은 가격이 싼 수비, 주루 툴에 투자했다.

그래서 선발투수진은 약할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양유승이 토종 선수 중 1선발의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비록 10승이 간당간당하고 조정방어율도 100을 겨우 넘는 데다가 이닝 소화력도 부족해 타 팀으로 가면 4선발 정도가 어울리는 선수였지만, 어쨌든 드래곤스 국내파 선발 중에는 가장 나았다.

130km대 초반의 패스트볼을 가지고.

‘나도 배트 컨트롤 좀 정교하게 하고 싶다.’

140km대 초반의 공도 메이저리그에선 쉽게 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익숙했다.

그런데 거기서도 무려 10km나 더 느려진 건 심각한 문제였다.

스윙 스피드는 달리기처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걸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그 타자는 분명 컨택 능력 하나만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이었다.

영도는 애초에 컨택이 장점이 아닌 선수였고.

‘그냥 대충 늦게 출발하면...’

130km대 초반의 패스트볼을 가지고도 어찌 되었든 평균 이상의 선발로 활약한다는 건 다른 부분에서 큰 장점이 있다는 뜻이었다.

양유승은 체인지업과 제구력이 뛰어난 선수였고, 0-2 카운트로 몰린 이상 아무리 구속이 느려도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게다가 빠른 승부를 즐기는 타입이라 타석에서 상대하면서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어려웠기에 임기응변을 시도할 수밖에...

[3구 타격! 이번에는 스윙이 좀 늦었습니다! 우중간으로 파울 라인 근처에서... 페어! 페어가 선언됩니다! 2루타성 타구!]

없었는데, 어떻게 장타성 타구가 나왔다.

확실히 구속이 느려서 그런지 타이밍을 맞추는 게 어려울 뿐, 일단 컨택에만 성공하면 타구가 쭉쭉 뻗었다.

하물며 타자가 영도임에야...

[우익수 송정민이 잡아서 2루로 다이렉트 송구!! 아직 타자 주자 2루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못 갔는데요? 이거 승부되나요!?]

영도의 파워로 인한 빠른 타구 스피드, 수비와 어깨로 유명한 드래곤스 우익수 송정민의 완벽한 펜스 플레이와 송구.

결정적으로 영도의 느린 발까지.

당연히 2루타가 될 것처럼 보였던 타구였지만, 2루에서 예상외의 접전이 펼쳐졌다.

“아---웃!!”

‘아... 나...’

결과는 아웃.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추는 장타를 때리고도 영도는 2루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야... 송정민 선수의 수비와 강견은 이미 유명할 대로 유명하지만, 유영도 선수... 참 느리네요?]

[박우용 선수나 우희운 선수보다는 빠른 것 같기도 한데... 뭐 그 선수들보다 빠르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 정도 타구로 2루에 못 들어갈 정도로 많이 느린 선수는 아니에요.]

[대결하는 내내 양유승 선수의 느린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장타가 나오긴 했지만,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당연히 출발도 늦었죠.]

[예. 물론, 그래도 2루에선 살았어야 했지만... 유영도 선수에겐 장타가 있으니까요. 예.]

ㄴ ... 어떻게 선수가 다 완벽하겠냐...

ㄴ 홈런 잘 치면 됐지. 음음, 그럼 됐지.

ㄴ 2루타랑 도루는 김원상, 어경준, 이경모 같은 애들이 하면 돼. 우리 영도갓은 홈런 치잖아? 그럼 됐어.

ㄴ ㅋㅋㅋㅋㅋㅋ 근데 느리긴 진짜 느리다. 거북이랑 시합하면 겨우 이기는 수준 아닐까?

ㄴ 투수가 던진 공에는 렉이 걸리고, 타자는 0.5배속으로 달리네.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

지난 시즌 팀 타율 10개 구단 중 8위, 장타율 8위, 홈런 10위.

팀 출루율 5위에 팀 도루 2위.

시즌 35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없지만,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무려 8명에 달하는 육상부.

장타도 발로 만드는 팀이 바로 드래곤스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성비를 맞춘 라인업이었고, 강팀이 되긴 힘든 구성이었다.

어디까지나 타선의 꽃은 장타율과 홈런, 출루율이었으니까.

‘후우, 평소보다 반 템포 정도는 더 빠르게 처리해보자.’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수비하는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타율과 장타율이 부족한 드래곤스는 어떤 식으로든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를 주 무기로 삼았고, 외야수든 내야수든 볼 처리가 조금만 늦으면 추가 진루를 내줘야 했다.

특히 영도처럼 수비에 자신 없는 선수들은 그 부담감이 더욱 심했다.

‘괜히 또 서두르다 실수하지 말고 기본대로만. 기본대로만 하면 못 잡는 건 못 잡아도 잡을 수 있는 건 잡을 수 있어. 아니, 이게 뭔 소리인지...’

어쨌든 잡을 수 있는 것만 확실하게 잡겠다, 소위 말하는 ‘멋진’ 수비를 시도해야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그냥 내야 안타를 내주고 말겠다.

일단 지금은 그 정도가 목표였다.

[타순이 한 바퀴 돌면서 다시 1번 타자 송정민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1회에 멋진 수비를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이번 타석 한 번 기대해보겠습니다.]

[송정민 선수의 장점은 타율보다 항상 1할 이상 높은 출루율이죠. 타율은... 2할 5푼을 넘길까, 말까, 하지만 출루율은 항상 3할대 후반이에요.]

[출루율이 장타율보다 높은 선수입니다. 그리고 도루 30개 정도는 항상 해주는 선수라서 투수에게 부담을 주는 좋은 주자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류종인 투수 역시 볼넷을 줄 바에야 안타를 맞는다는 마인드의 싸움닭이기 때문에 컨택 능력이 떨어지는 송정민 선수로선 쉽지 않은 상대일 수 있어요. 서울 제츠도 그런 부분 때문에 류종인 선수를 중점적으로 키워주는 거고요.]

서울 제츠도 선발진이 탄탄한 팀은 아니라서 드래곤스와 마찬가지로 타 팀 4선발급 투수가 3선발, 국내파 중 1선발을 맡고 있었다.

드래곤스와 다른 점은 류종인의 경우 피지컬도 좋고 나이도 어려 성장 가능성이 아직 무궁무진하다는 것 정도.

투수로서 마인드도 좋아 제츠는 류종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역시 시원시원합니다. 의미 없이 빼지 않고 존 안에 뻥뻥 꽂아넣는 류종인 선수. 이러니까 제츠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서 몰리는 공도 꽤 나오지만, 어쨌든 겁 먹어서 계속 볼만 던지는 것보단 훨씬 낫죠.]

[말씀드리는 그 순간, 가운데 몰린 공을 받아치는 송정민! 내야 벗어나 우중간으로 깨끗하게 밀어쳤습니다. 김원상이 쫓아가서 중간에서 커트... 역시 2루를 노립니다!]

[이게 드래곤스의 팀 컬러죠!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그냥 뛰는 거예요, 이 선수들은.]

송정민이 바로 드래곤스의 팀 컬러를 증명했다.

외야로 나간 안타도 외야수가 정면에서 처리하거나 일찌감치 끊어내지 못하면 언제든지 추가 진루를 노리는 과감함.

그래서 내야수뿐 아니라 외야수도 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했다.

‘어휴... 살벌하네. 누군 펜스 때린 타구로 2루에서 잡혔는데.’

사실, 영도도 베이스러닝은 최대한 공격적으로 하려는 편이었다.

어떻게든 자리 잡기 위해 뭐든 열심히 하던 게 몸에 배었고, 다 망가진 몸으로도 그리 뛰었는데 발이 느릴 뿐, 몸은 멀쩡한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그 발이 느리다는 게 베이스러닝에는 치명적일 뿐...

[3-유간으로 밀어치는 타구! 조규영, 역동작으로 잡아서 점핑 스로!! 1루에서 아웃입니다!! 아웃! 환상적인 수비! 3루 방향으로 몸이 떠 움직이는 상태에서 정확하고 빠른 송구를 통해 최지웅을 잡아냅니다!!]

[최지웅 선수도 굉장히 빠른 선수거든요? 그런데 몸을 반대편으로 띄우고 던진 송구로 1루에서 잡아낸다고요? 참... 조규영 선수는 수비 하나만으로도 리그를 대표할 자격이 충분한 유격수네요. 정말 수비 잘해요, 이 선수.]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의 한계는 역시 KBO 최고의 수비형 유격수, 조규영이 알려주었다.

한 베이스 더 가긴커녕 원래 가야 했을 한 베이스마저 빼앗긴 드래곤스는 지나치게 무기력했다.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은 결국 수비수들이 약간의 틈이라도 보여줘야 그걸 후벼 파서 성과를 내는 건데, 수비가 좋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수비를 무시하는 장타나 영향을 보다 적게 받는 안타에 비해 베이스러닝은 이를 기본으로 뭔가가 더 있어야 했으니 당연히 더 어려운 게 당연했다.

“야, 좋아! 어쨌든 공짜로 출루시키는 것보단 어떻게 되든 필드 안으로 타구를 보내라고! 그럼 내가 다 잡아준다니까?”

“어휴... 이 자식은 수비 잘하는 건 좋은데, 한 번 잘하고 나면 계속 나대서 꼴 보기 싫다니까.”

볼넷이나 사사구로 출루시키는 건 공짜지만, 일단 타구가 필드 안으로 들어오면 아무리 잘 맞은 타구여도 아웃 될 확률이 있었다.

조규영 같은 선수가 있다면 그 확률은 더 높아졌고, 조규영 덕분에 제츠 수비진은 꽤 괜찮은 편이었기에 류종인 같은 싸움닭이 훨씬 적합했다.

아니, 수비가 약한 팀이라도 투수가 공짜로 상대 타자들을 출루시켜주는 걸 좋아하는 야수는 있을 리 없지만.

“그래서 난 저 새X 방망이가 형편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니까. 저 새X가 재준이 너만큼만 때렸으면 얼마나 나댔을지... 어휴, 상상만해도 토가 나올라 하네.”

“... 한영훈, 네놈도 만만치 않아. 2, 3년 전 우익수로 멀쩡할 때 네가 얼마나... 어휴, 말을 말지.”

“그러니까요. 재준이 형, 지금 저 형이 무슨 말을...”

“둘 다 시끄럽다. 난 묵묵히 열심히 하면서도 잘하는 영도랑 놀 테니까 너네 둘이 놀아, 새X들아.”

“... 저요?”

일부 선을 넘은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제츠 선수단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살짝 가벼운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훌륭했다.

경직된 분위기보다는 조금 가벼워도 떠들썩한 쪽이 훨씬 나았다.

“쳇, 재미없는 자식... 쟤랑 붙어 있으면 옆에서 떠들기 어려운데...”

“그러니까요. 쟤 옆에서 떠들다간 사지가 분리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애가 참 진중하죠?”

그리고 그런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진지한 캐릭터는 항상 놀림당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이었다.

영도는 진지한 캐릭터였고, 제츠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였으니...

“그건 그래. 그래서 가끔 숨이 막히지만, 니들 옆에서 니들 자기 자랑 듣는 것보단 낫다, 인마.”

“야, 영도야. 재준이 형도 너 숨 막힌대!! 이제 어떡하냐? 너 진지병 동료 없어졌는데?”

“아니, 그게 중요해, 지금!? 우리가 역겹다잖아!!”

다만,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게 있다면 여기서 놀림당하는 캐릭터가 된 영도는 주변 동료들의 놀림에 무관심하다는 것이었다.

놀리면서 서로 낄낄대고 웃는 건 좋은데, 거기에 참여는 하지 않았다. 반응도 하지 않았고.

영도는 언제나처럼 주변에 무관심하고, 그런 영도를 보며 동료들끼리 신나서 놀고 있는 것뿐이었다.

< 녹아들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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