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첫 번째 시험대 > (30/200)

< 첫 번째 시험대 >

[2037시즌 BA 7위 특급유망주 출신 Y-DO, KBO에서 5연타석 홈런 대기록 세웠다!!]

얘 드디어 터지는 건가? 메이저리그에서는 기대만큼 못 컸는데, 한국 가자마자 미쳐 날뛰네...

ㄴ 한국이니까. 한국은 좋은 나라지만, 야구에서는 우리보다 한참 떨어지지.

ㄴ 그렇긴 한데... 5연타석 홈런은 무시무시한 거 아냐? 한국에서도 최초지?

ㄴ 얍. KBO에서 온 박희성도 못해본 거고, 여기서 간 선수, 거기서 온 선수, 아무도 못 했음. 애초에 메이저리그에서도 5연타석 홈런은 없지 않음?

ㄴ 내가 Y-DO한테 관심이 많아서 KBO 데뷔전 챙겨봤다. 근본 없는 막스윙, 풀스윙 고쳤더라. 장타력은 좀 떨어졌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전보다 훨씬 나아진 듯. 파워는 워낙 타고난 녀석이니까.

ㄴ 이제와서? 이제와서 거기서 터진다고? 이제 우리 선수도 아닌데? 한 번 지명할당 후 방출로 나갔으면 FA인 거잖아!!!!!

ㄴ 그러니까... 그래서 타고난 게 확실한 애들은 아무리 아닌 것 같아도 쉽게 내보내면 안 된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비록 실패한 선수라고는 하지만, 한때 나름 크게 기대받았던 유망주다 보니 여전히 영도를 기억하는 메이저리그 팬들도 꽤 많았다.

특히 친정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에이스 팬들이 그랬다.

이제 겨우 개막전을 치른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영도의 맹활약에 놀랐을 뿐, 아쉬워하거나 하진 않았다.

아니, 비시즌 중 시도한 여러 가지 변화를 보고 좀만 더 기다려보지, 하며 아쉬워하는 팬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여론은 아니었다.

FA로 영입한 빅네임 1루수, 척 스노우를 평가할 만한 표본도 쌓이지 않은 상황이었고.

“크으... 형 진짜 미쳤다. 지금처럼만 하자, 지금처럼만.”

“지금처럼만? 한 경기에 홈런 5개만 치라는 거냐? 시즌 홈런 720개만 치라고?”

“아이고, 형님. 그런 뜻 아닌 거 알면서 왜 그러십니까? 기세를 이야기하는 거지, 기세!”

“왜 자꾸 두 번씩 말하는 거야, 이 새끼가...”

“크하하하, 형! 내가 존경하는 거 알지? 어때? 시즌 끝나고 메이저리그랑 협상할 때 나 한 번 믿어보지? 에이, 우리 돈 괜히 남한테 쓸 필요 없잖아. 우리 회사 에이전트들도 결국 남이라니까?”

“미친 놈... 몇 경기나 했다고 벌써 다음 시즌 이야기야? 선수가 당장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그것도 못 해주는 거 보니까 넌 에이전트로선 글렀다, 짜식아.”

“그냥 마음을 편하게 가져라, 뭐 이런 거지. 형 같은 선수들은 잠깐이라도 야구 생각 덜할 수 있게, 쉴 수 있게 해주라고 배웠거든? 훗.”

“그놈의 주둥이는...”

한국행 직전 받아본 에이전시의 보고서에도 나왔지만, 회사는 여전히 영도에게 기대하고 있었다.

KBO에서의 활약을 메이저리그와 팬 커뮤니티에 옮기며 이목을 끌 준비도 끝났다.

그리고 그 과정에 승도가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아직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지만, 유망주 시절만큼 회사 전체가 기대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과거와 달리 영도를 담당하는 직원도 많이 줄었고, 소수 인원이 영도의 부활을 확신하며 회사에 건의하는 상황이었다.

회사에서도 특급 유망주 출신에 아직 나이도 젊은 영도를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었고.

당연히 승도는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인원 중 한 명이었고, 아직 말단이긴 하지만, 친동생이자 항상 옆에 붙어있는 매니저로서 조금씩 중요 업무를 수행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형은 야구만 잘하면 나머진 내가 다 해줄 거라고. 그러니까 다른 거 다 무시하고 야구에만 집중해. 내년 개막전은 미국에서 치를 거니까.”

“... 내가 미국을 가도 내가 잘해서 가는 걸 텐데 왜 네가 잘난 척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넘어간다.”

영도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승도랑 입으로 붙어봤자 이길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어릴 때처럼 힘으로 제압할 수도 없으니 무시하는 게 상책이었다.

이제 막 개막전을 치른 상황에서 바쁘기도 했고.

“어휴... 개막전에 그렇게 날뛰고도 부족해? 에이스를 그렇게 두들겨 팼는데?”

“준비는 아무리 철저해도 부족하지.”

5연타석 홈런의 여파는 강력했다.

경기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기까지 수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승도의 전화기가 불타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영도는 이미 그 여파에서 오래전에 빠져나왔다.

5연타석 홈런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내일 경기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어떤 투수든 자신만의 장점은 있었고, 그 장점은 얼마든지 공략할 필요가 있다.

영도는 언제나 그런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형은 좀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어. 당장 바뀌라고는 안 하겠는데, 생각은 계속해. 여유가 필요하다는 걸.”

“여유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지, 내가 가지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냐. 여유를 가질 능력이 되면 내가 싫어도 여유가 생길 거다.”

“... 전에는 노력해 보겠다더니...”

“그 노력으로 투수 분석 한 번 더 하고 말지. 됐으니까 가서 전화나 받아. 그거 하라고 월급 받는데, 일 안 하냐?”

자신의 돈으로 주는 건 아니지만.

역시 친형제로서 동생이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월급 받아가는 꼴은....

당연히 절대 볼 수 없었다. 그게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

[창원 와이번즈와의 개막 3연전에서 6홈런을 몰아치면서 시작된 유영도 선수의 KBO 데뷔 시즌, 이후 광주 울브즈와 대전 에이스 전을 거치면서 2개의 홈런을 추가해 9경기에서 8홈런을 터뜨리는 무시무시한 홈런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파워의 격이 다르다는 건 확실히 알겠어요. 아니, 9경기 8홈런 자체도 무시무시한데, 그 홈런들의 비거리가 상상을 초월해요. 시즌 내내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만 보면 시즌 평균 홈런 비거리 1위 기록과 비교해도 5m 이상 차이 나거든요?]

[자, 그 유영도 선수가 KBO 홈런 팩터 2위를 자랑하는 타자 친화 구장, 마린 필드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상대 투수는 부산 세일러스의 5선발 후보 중 한 명인 유정윤 선수입니다.]

[유정윤 선수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확실히 아주 뛰어난 투수라고 보긴 어렵거든요? 과연 이번 시리즈에선 유영도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긴 하네요.]

개막전 5연타석 홈런으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긴 했지만, 아무리 영도라 해도 매 경기 2, 3개씩 홈런을 터뜨릴 순 없었다.

지난 시즌 홈런왕인 세일러스 에드 르몽드의 홈런 개수가 41개였던 걸 감안하면 3.5경기당 홈런 1개씩만 때려도 홈런왕이 될 수 있었다.

개막전을 제외하고 8경기에서 3홈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시무시한 페이스였다.

세계 최초 5연타석 홈런의 임팩트와 이를 꾸준히 이어가는 뛰어난 활약.

영도는 시즌 개막과 동시에 팬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켜놓은 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끌고 나갔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KBO는 투수 풀이 진짜 얇아.’

창원 와이번즈는 리그 내 2약으로 꼽히는 팀이긴 하지만, 어쨌든 개막 시리즈에서 만나 1, 2, 3선발을 만났기 때문에 선발진은 괜찮았다.

광주 울브즈와 대전 에이스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토종 1, 2선발을 갖춘 팀이기에 외국인 선수 둘과 함께 5선발을 넘어 6선발까지 돌릴 수 있는 팀이었고.

그런데 부산 세일러스도 사실 투수진은 국내 최고로 꼽히는 팀이었다.

각각 토종 우완 NO.1, 좌완 NO.2로 꼽히는 투수들이 버티고 외국인 투수 두 명을 기용했기 때문.

문제는 울브즈나 에이스와 달리 5선발 후보가 없다시피 하다는 것.

‘이거 포심 맞아? 체인지업이 아니라?’

물론, 어쨌든 선발 후보인 만큼 아무리 메이저리거의 체인지업이라 하더라도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다.

몇몇 메이저리그 광속구 투수들의 체인지업은 이보다 더 빠르고 무겁긴 했지만, 그건 정말 선택받은 몇몇 선수였고.

다만, 확실한 건 체인지업이 생각날 정도로 포심이 가볍고 날린다는 것이었다.

일단 미트에 박히는 소리만 들어도...

[몸쪽으로 붙이는 공에 시원한 스윙으로 답하는 유영도 선수! 맞는 순간 쭉쭉 날아갑니다!]

[어우... 유정윤 선수도 유영도 선수의 장타력을 경계하느라 바깥쪽 승부로 일관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바깥쪽만 던질 순 없으니 몸쪽으로 한 번 들어갔는데, 그걸 놓치지 않고 냅다 쪼개버렸어요.]

예상대로였다. 유정윤의 포심은 배트에 닿자마자 탱탱볼처럼 뻗었다.

구위가 영도의 배트 스피드와 파워를 절대 이겨낼 수 없을 수준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유정윤 선수는 플라이볼 투수인데, 플라이볼 투수가 리그 최고를 다투는 타자 친화 구장에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장타력만큼은 손꼽혔던 파워 히터를 상대한 것부터 불운이었어요.]

[그나저나 유영도 선수는 참 대단합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홈런을 추가하면서 4시리즈 연속 홈런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10경기 만에 9홈런을 기록, 10호 홈런도 눈앞에 뒀습니다.]

[대체 시즌이 끝날 때쯤엔 홈런 몇 개를 치려고 이러는 걸까요? 벌써 무섭네요. 시즌 초반 기세가 너무 무서워요.]

[일단 여름이 오고 해봐야 알겠습니다만... KBO보다 이동거리부터 비교가 안 되는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3시즌을 경험한 선수라 체력적인 문제도 심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진짜 이러다 역사가 바뀌는 것 아닙니까?]

“너는 참... 항상 지난 홈런이 땅에 닿기 전에 다음 홈런을 때리는 것 같다?”

“하하하... 시즌 초반에 운이 좀 따라주는 것 같습니다.”

“운? 무슨 운? 네가 그만큼 잘하는 거지.”

“여기선 제가 잘하는 수준이 맞죠. 다만, 아무리 그래도 거의 경기당 홈런 한 개씩 때리는 건 무리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선발투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불펜 투수들은 거의 6, 7할 정도가 유정윤 정도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도도 KBO에서만큼은 그토록 대단해 보이던 메이저리그의 괴물들과 비슷한 위상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손성호의 과장 섞인 칭찬에 긍정한 건 그런 의미였다.

물론, 여전히 여유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시즌 개막과 동시에 이렇게 되어버리니 자신의 성장을 더더욱 실감할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이렇게 되니까 내일 경기가 더욱 기대됩니다. 대한민국 우완 투수의 자존심, 안성흠 선수가 내일 등판을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까?]

[확실히 현재 KBO에서 유형근 선수와 함께 메이저리그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되는 선수죠. 두 선수 모두 서로를 상대로 증명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승부가 될 것 같네요.]

이제 4년 차의, 1년 후 포스팅, 혹은 3년 후 FA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토종 우완 NO.1은 메이저리그급 타자를 상대로 자신의 기량을 점검, 증명하고 싶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욕심을 잠시 접어두고 한국으로 들어온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 언저리급 타자는 최소 AAAA급은 되는 투수를 상대로 비시즌 내내 사력을 다해 준비한 변화의 성사 여부를 판단하고 싶었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한국 팬들이 사랑하는 한국인, 혹은 한국계 선수였다.

그리고 이런 두 선수의 사정을 언론도, 팬도 알고 있었고, 각 구단 역시 흥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의사가 있었다.

2040시즌 극초반, 한국 야구계가 주목하는 첫 번째 빅매치였다.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비시즌 훈련의 성과를 확인하는 첫 번째 시험대였다.

< 첫 번째 시험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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