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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치 않은데 > (28/200)

< 심상치 않은데 >

[자... 8회 말 제츠의 공격입니다. 8-2로 앞선 서울 제츠의 8회 말 선두타자는 7번 타자, 2루수 이재준 선수입니다.]

[이미 승부는 기울었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래서 원래는 제츠의 공격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야 하는데,... 여러분도 모두 아시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세계 최초의 5연타석 홈런 기록이 걸려 있습니다. 7번부터 시작하는 이번 공격에서 3명 이상의 선수가 출루해야 겨우 유영도 선수의 마지막 타석이 돌아옵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서울 제츠의 8회말 공격.

8회말이 마지막 공격이라는 건 평소였다면 분명 반가워했을 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오늘 유영도 선수 혼자 6타점을 기록했고, 1회 말 대량득점 이후 살짝 해이해진 타선에서 홀로 분전하며 이후의 득점을 혼자 다 책임졌어요. 이제는 다른 타자들이 유영도 선수를 도와줄 때도 됐죠. 이대로 기록 경신 기회도 잡지 못한 채 끝나면 너무 아쉽지 않겠어요?]

[물론,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지 못해도 내일 경기 첫 타석까지 기회가 이어지긴 합니다. 그래도... 한 경기에, 개막전 하루에 끝내는 게 보기도 좋고 임팩트도 있겠죠? 제츠 타자들의 분투를 한 번 기대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7, 8, 9번 하위 타순에서 나온 안타는 한 개도 없었고, 셋이 합쳐 9번의 타석에서 볼넷 한 개를 얻어냈을 뿐이었다.

[8회 말, 서울 제츠 공격]

<7번 타자 이재준(2루수)>

1구 : 파울

ㄴ 이재준이 못 해주면 진짜 답도 없는데...

2구 : 볼

ㄴ 김원상이 50도루가 가능하니까 6번에 먼저 나가는 거지, 사실, 하위타선 테이블세터는 이재준이지.

3구 : 볼

ㄴ 이재준 최근 3시즌 평균 출루율이 0.370임. 이제 한 번쯤 나가줄 때 됐다.

4구 : 볼

ㄴ 가나? 선두타자부터 한 번 나가주나?

5구 : 타격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

ㄴ ... 아니, 지가 유영도야!? 지가 뭔데 3-1에서 빠따를 휘둘러, 휘두르길!!

ㄴ 평소에는 참지 말라고 해도 잘만 참더니 왜 여기서 못 참는 거야!! 아오, 개빡치네...

ㄴ 우린 이기고 있을 때 타자들이 너무 막스윙이야. 오늘도 1회 이후 점수는 유영도 혼자 냈지, 나머지들은 뭐...

ㄴ 팀 동료가 대기록을 앞두고 있는데 공 하나 더 보는 걸 못 해주냐?

ㄴ 그나마 믿을 만한 타자였는데...

<8번 타자 박태원(좌익수)>

1구 : 스트라이크

ㄴ 제발! 제발! 태원아, 이번에만 나가주면 앞으로 욕 안 할게!!

2구 : 헛스윙

ㄴ 하아... 굴러오는 공에 배트를 왜 휘두르냐, 진짜!!

ㄴ 한영훈 그냥 외야로 돌려보내고 박태원 대신 양한위 쓰면 안 되나? 감독은 박태원한테 뭘 기대하는 건데?

ㄴ 미치겠다... 하위타선만 되면 기대가 안 돼.

3구 : 타격 (투수 앞 땅볼 아웃)

ㄴ 허, 허허... 허허허... 허허허ㅓ허허허허헣....

ㄴ X발... 그냥 말을 말자...

ㄴ 조규영이야, 조규영!! 조규영 타석이라고!!

ㄴ 조우엉 타석이구나? 끝났네?

ㄴ 괜찮아, 괜찮아. 내일 첫 타석에 홈런치면 돼. 하루에 네 타석밖에 못 들어간 걸 어떡해.

ㄴ 내일이면 컨디션이 떨어질 텐데... 오늘 컨디션 발딱 섰는데 웬만하면 오늘 끝내야지.

ㄴ 그래서? 그래서 2아웃인데 지금 세 명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심지어 조우엉 타석도 있는데?

역시 서울 제츠의 하위 타선은 문제가 심각했다.

김원상은 압도적인 스피드, 이재준은 선구안과 작전 수행 능력, 박태원도 선구안과 스피드라는 확실한 장점을 가진 선수들이지만, 문제는 타격에 장점이 없다는 것.

특히 9번 타자 조규영은 리그 최고의 수비형 유격수였지만, 동시에 최악의 식물형 유격수였다.

방망이 대신 우엉을 들고 타석에 들어선다는 뜻과 식물이나 마찬가지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진 ‘조우엉’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

“후우... 오늘 영도는 수비에서도 한몫했으니까 나도 공격에서 한몫해야지.”

하지만 자신과 정반대되는 역할의 영도가 공격에서는 물론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오늘, 조규영도 공격에서 한 번 해보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팬들의 불만과 달리 제츠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영도의 기록을 챙겨주려 했다.

그저 점수 차이가 벌어지면 정줄을 놓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렸을 뿐.

“대타, 어경준.”

“어? 감독님!?”

하지만 조규영에겐 기회가 없었다.

OPS 기대치 0.650의 조규영보다는 손성호, 한영훈의 노쇠화에 따른 포지션 전향으로 드디어 길이 열린 중견수 유망주, 어경준의 기대치가 더 높았으니까.

그동안 손성호, 한영훈, 김원상, 박윤형에게 밀렸지만, 지금 당장 주전으로 뛰어도 OPS 7할에 50도루 정도는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유망주가 어경준이었다.

발이 빠른 만큼 제대로 된 타구를 만들지 못해도 내야 안타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선배님, 무슨 일이 있어도 뒤로 넘겨드리겠습니다.”

어경준 역시 한 타석 한 타석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손성호와 한영훈이 노쇠화로 각각 지명타자, 1루수로 자리를 옮긴 이번 시즌, 그 역시 사력을 다해 주전 자리를 노렸다.

2% 아쉬운 호타준족 박윤형에겐 좀 밀릴 수 있지만, 김원상과 비교하면 스피드도 밀리지 않고, 수비력은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시즌 초반 주어진 기회를 어느 정도 살리기만 하면 적어도 박태원 정도는 밀어낼 수 있었다.

한국 나이 24세, 늦기 전에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싶은 유망주.

구승배 감독은 어경준 카드로 승부를 걸었다.

[여기서 대타 어경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일단 마운드에 있는 김철민 선수가 우완 사이드암인 만큼 우타자인 조규영 선수보다는 훨씬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와이번스는 신기할 정도로 불펜에 사이드암과 언더핸드 투수가 많은 팀이죠. 필승조 세 명과 롱릴리프를 제외하면 지금 남은 불펜 투수들은 전부 우완 언더, 사이드암 투수거든요? 과연 여기서 투수를 교체할까요?]

[투수 교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와이번스 벤치는 김철민 선수로 경기를 끝낼 생각입니다.]

[흠... 어경준 선수 뒤에는 손성호와 한영훈이라는 KBO 정상급 좌타자들이 대기 중이거든요? 체력 안배를 위해 교체해줘도 되는 상황에서 이 베테랑 선수들을 교체하지 않은 건 아마 유영도 선수의 기록 때문일 텐데... 과연 이 선택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창원 와이번스는 불펜이 매우 빈약한 팀이었고, 그런 만큼 아쉬운 대로 투구폼의 이득이라도 보기 위해 전략적으로 언더핸드와 사이드암 투수를 육성, 적극적으로 불펜에서 활용하는 팀이었다.

기량 외의 대기 중인 유망주, 연봉 등 다른 이유들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타 팀에서 방출당한 좌완 정유성이 와이번스에서는 필승조로 기용된다는 것에서 더 이상이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런데 투구폼의 이득도 없는, 아니, 오히려 손해만 보는 좌타자가 연달아 나오는데도 교체가 없다?

이미 기운 경기에 더 이상의 불펜 소모를 피하려는 선택이었다.

세계 야구 역사에 남을 기록을 내주긴 싫지만, 아무리 그래도 앞으로 세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아웃카운트 한 개 못 잡겠느냐는 안도감도 있었고.

무엇보다 어경준은 장타가 거의 없는 선수였기에 굳이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 덕분에 영도에겐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상위 타순으로 넘겨줄 수 있느냐가 달린 중요한 타순, 신중하게 초구를 준비합니다.]

[두 선수 모두 아직 젊은 선수들이거든요? 이런 한 번의 기회를 가볍게 흘려보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주전 자리를 확보하려면 본인이 해내야지, 가만히 있어도 주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26세의 패전처리 투수 김철민과 지난 시즌 내내 2군에 머물렀던 24세의 백업 외야수 어경준.

둘의 현재 위상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3-유간으로 툭 밀어놓고 달립니다! 제대로 맞진 않았지만, 내야 깊숙이 파고드는 타구! 유격수가 어떻게든 잡아냈지만... 1루로 던지지 못합니다. 와... 어경준 선수가 빠르다는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빠른데요? 김원상 선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김원상 선수에 어경준 선수까지 라인업에 자리 잡게 되면 제츠의 기동력도 정말 무시무시하겠는데요? 박태원 선수와 박윤형 선수도 시즌당 도루 20, 30개 정도는 기록해주는 선수들이고, 벤치의 이경모 선수도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면 20개는 가볍다고 하죠.]

[굉장히 잘 빠진 몸매로 여성팬 비율이 높은 팀인데, 몸매만 잘빠진 게 아니었습니다.]

[둘 중 하나만 해도 좋을 텐데 말이죠. 뭐, 제가 현역 때 몸매도 퉁퉁하고 둔했던 걸 보면 연관성을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네요.]

현재 위상은 비슷하다 할지라도 둘의 실링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김철민은 사이드암으로 변신한 후에야 겨우 패전처리로나마 1군에 올라온 선수였고, 어경준은 리그 평균 이상의 중견수로 성장할 거라 평가받는 선수였다.

그리고 24세의 어경준은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날아오를 준비를 거의 다 끝낸 상태였다.

어쩌면 그게 결과로 나타난 것인지도 몰랐다.

[결국,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김철민 선수가 내려가고 정유성 선수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와이번스 불펜의 유일한 좌완 믿을맨이죠. 비록 지난 시즌에는 매지션스에서 패전처리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선수입니다.]

상위타순으로 연결되니 와이번스 역시 질 땐 지더라도 영도에게 대기록을 허용하는 것만큼은 피하려 했다.

그걸 위해 큰맘 먹고 올린 필승조가 작년 리그 2위팀에서 추격조로 활약하다 방출당한 선수라는 것에 눈물을 감출 수 없었지만.

“나만 믿어, 인마. 성호 형이 살아나간다? 그럼 너까지 무조건 기회 오는 거야.”

“저는 사실 크게 신경 안 쓰는 데 말이죠. 오늘 기회가 안 오면 내일 도전하면 됩니다.”

“어허! 프로가 그래서야 쓰나! 프로는 언제나 자기 몸값과 관련된 일에는 민감하고 세심하게 대응해야 하는 법. 너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 이럴 때 살려야 하는 거야.”

“뭐, 무슨 말씀이신지는 이해합니다만...”

배리 본즈도, 행크 애런도, 베이브 루스도 5연타석 홈런은 물론 한 경기 5홈런도 기록해본 적 없었다.

그만큼 실력은 물론이고 운도 받쳐줘야 가능한 기록이었다.

말 그대로 오늘은 신의 선택을 받은 날이었고, 오늘 같은 날은 무리해서라도 기록에 도전해봐야 했다.

한영훈을 비롯한 팀 동료들은 같은 야구선수들이기에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오늘 같은 날 한 번이라도 더 타석에 들어서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게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 게 문제였지...

[아! 볼이 빠져버렸습니다! 슬라이더가 손에서 빠지면서 3구 만에 손성호 선수에게 출루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형! 지금 아파할 시간이 어딨어! 빨리 나가! 영도 컨디션 지켜줘야지!”

“아니, 뭐 그럴 것까진 없는데...”

정유성이 매지션스 패전조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좌완으로서 평균 구속 140km대 초중반은 나오는 투수였다.

시즌 초반이라 구속이 좀 줄었어도 140km는 넘었고.

변화구도 아니고 포심으로 맞은 만큼 상당한 통증을 느낄 터였다.

‘저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없는데.’

하지만 여기서 발끈하거나 아파하면서 시간이 끌리면 경기 분위기, 혹은 영도의 컨디션에 문제가 생길 거라 생각했는지 손성호는 전혀 티를 내지 않은 채 1루로 뛰었다.

그리고 1루에 도착한 뒤 한영훈이 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벤치로 사인을 보내 교체를 요청했다.

“선배님. 많이 안 좋으십니까?”

“아니, 그냥 단순 타박상. 근데 좀 아프긴 아프네.”

표정이 심상치 않아 혹시 부상일까 놀라 물었지만, 부상은 아닌 듯했다.

프로 커리어 17년 차 정도면 아무리 아파도 이게 부상인지, 아니면 단순 타박상인지는 귀신처럼 알았다.

이 정도로 장담하는 걸 보면 분명 부상은 아닐 터였다.

“어차피 난 지명타자고 마지막 공격이니까 좀 빠지면 어때. 그리고 주자로서는 나보다 경모가 훨씬 위협적이기도 하고.”

위협적인 주자가 있으면 투수가 흔들릴 확률도 높았다.

젊었을 때는 도루왕을 차지하는 등 준족으로 유명했던 손성호지만, 그의 나이도 어느덧 서른여섯.

전문 대주자로 지난 시즌 15개의 도루를 기록한 이경모와는 비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영훈이 저 자식도 염치가 있으면 여기서 한 번은 나가줄 거다. 그러니까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부지런히 타이밍이나 맞춰 봐.”

그러고는 영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벤치로 향했다.

벤치에 앉자마자 파스를 뿌리고 얼음을 가져다 대는 걸 봐선 확실히 통증이 있는 듯했다.

‘저 나이에 저 위상에 피할 생각도 안 하고 맞아버리다니... 진짜 이 정도로 신경 안 써줘도 되는데.’

내내 부진했던 노장의 살신성인.

대선배이자 KBO의 레전드 중 한 명이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영도도 슬슬 속에서부터 불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랬는데 뜬금없이 영훈 선배가 광고 띄우는 건 아니겠지.’

순식간에 투 아웃이 쌓이며 모두가 아쉬워하던 순간부터 이어진 두 타자 연속 출루.

그리고 등장한 제츠 타선의 NO.2 한영훈.

한영훈 역시 한 타격 하는 선수로 오늘의 부진을 고려하면 한 건 해낼 타이밍이었다.

[8회 말, 서울 제츠 공격]

<2번 타자 한영훈(1루수)>

ㄴ 아이고, 우리 돌감독... 돌머리 새X... 정유성이 매지션즈에서 왜 방출당했는데...

ㄴ 롤코짓 심각하고 좌완 주제에 좌타자한테 더 약해서 원포인트로 못 써먹어 방출당한 놈을 필승조로, 그것도 손성호-한영훈 라인에 올리냐... 시즌 전체로 보면 나쁜 투수는 아니지만...

ㄴ ... 그런 놈을 가져다 써야 하는 우리 팀 불펜 꼴이 문제지, 감독이 뭔 잘못이냐...

무엇보다 롤코형 투수에 좌타자한테 더 약한 희소성 있는 좌투수, 정유성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원래 휴식일인 월요일 빼고 3일 좋으면 3일은 안 좋은 투수라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볼넷! 볼넷입니다! 스트레이트 볼넷! 정유성 선수, 지금 영점이 전혀 맞지 않고 있습니다.]

[하아... 이 선수는 저 기복을 어떻게든 줄여야 해요. 벌써 서른셋인데요...]

안 되려니까 이렇게도 안 되는지, 제발 영도에게 다섯 번째 타석만 가지 않게 막아달라고 올린 필승조 투수가, 좌타 라인 두 명만 막아달라고 올린 좌투수가 두 명을 연달아 내보내고 말았다.

그것도 안타 하나 없이 몸에 맞는 공과 볼넷으로.

<2번 타자 한영훈(1루수)>

1구 : 볼 (140km, 포심)

2구 : 볼 (128km, 슬라이더)

3구 : 볼 (141km, 포심)

4구 : 볼넷 (138km, 포심)

ㄴ 와우!! 제츠가 이런 상황에서 세 타자 연속 출루를 이뤄내다니!!

ㄴ 웬일이래? 연속 안타로 점수 내는 경우는 꽤 있지만, 이렇게 끈질기게 매달려서 주자 쌓는 건 거의 못 봤는데?

ㄴ 지금 그게 문제야!? 어쨌든 유영도한테 기회가 왔잖아!!

이렇게 된 이상 와이번스도 뒤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5연타석 홈런만은 피해야 했다.

필승조는 아니지만, 전천후로 기용되고 우타자에게 메리트가 있는 우완 언더핸드 이정수를 기용해 영도와의 마지막 승부를 맡겼다.

하지만 필승조로 써먹는 정유성도 그 모양인 팀에선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된 어이없는 출루 허용에 와이번스 팀 분위기 전체가 어쩔 수 없이 가라앉은 상황.

‘돌아오니까 이런 게 좋네. 내가 우타자라고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를 내보내는 거.’

회귀 전에도 유일하게 확신을 가지고 상대할 수 있었던 언더핸드와 사이드암 투수들.

그때보다 훨씬 더 발전한 지금은 가진 바 자신감 역시 훨씬 더 커져 있었다.

‘그래.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잡혔는데... 해야지.’

어경준의 내야 안타부터 손성호와 한영훈의 출루, 그리고 자신을 상대하겠다고 올라온 언더핸드 투수까지.

모든 상황이 영도의 신기록을 부추기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돌아가니... 기록 같은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담백한 영도라 할지라도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강한 자신감도 있었다.

말 그대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왜인지 긴장도 되지 않고, 어깨도 자연스럽게 펴지는 게...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 심상치 않은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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