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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224화 (224/229)

224화 종말의 신화전(7)

에어리스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바뀌었다.

마치 어머니 시오처럼 살기를 번뜩이고 있었다.

반대편에 맞서던 <전쟁의 신> 아레스조차 에어리스의 아우라를 보고 감탄할 정도였다.

“엄청난 투기다.”

흔들리는 금발 머리카락 속에서 붉게 빛나는 눈동자.

수많은 전장에서 압도적인 무훈을 세운 아레스조차도, 저 처연하면서도 강렬한 에어리스의 기세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제대로 시작이라는 건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청난 굉음과 함께 에어리스가 달려들었다.

아레스와 정면으로 부딪치자 마치 운석이 떨어진 듯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크윽!”

아레스의 입가가 살짝 일그러졌다.

온몸에 퍼지는 전율에 소름이 끼치면서도 그는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훌륭하다.”

귀혼검을 휘두르는 에어리스.

전신에서 귀신의 기운처럼 검붉은 아우라를 발휘하고 있었다.

“당신한테… 유나가 죽었어.”

마지막 남은 혈육.

유일한 동생마저 잃자 에어리스는 죽음의 언저리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초월격 <죽음의 그림자를 쓴 자>는 어머니 시오나 쌍둥이 자매를 잃을 적에 도달하는 경지였다.

“절대 당신을 용서치 않겠어.”

단호한 말투.

평소의 에어리스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이소민은 물론, 조커조차도 낯선 에어리스의 모습에 섣불리 다가서지 못할 정도였다.

“죽음의 사자 같구나.”

아레스가 어깨를 빙글 돌리면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지구 방면은 지루할 줄 알았는데, 쓸 만한 상대가 있었어.”

여유를 부리는 자세.

<전쟁의 신>이라 불리며 강한 완력을 자랑하는 신좌였기에 두려움은 없었다.

“덤벼라.”

아레스와 에어리스의 격렬한 대결이 다시 시작됐다.

너클을 사용하는 아레스는 에어리스의 귀혼검을 막아 내고 역으로 반격했다.

서로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느라 도시 일대가 무너지고 붕괴되었다.

“대단하다.”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의 장관이었다.

시가전은 점점 강렬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성스러운 화살의 여신>

<술과 여흥의 신>

<대지와 풍요의 여신>

세 명의 신좌가 2단계 진격로를 서서히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쪽을 막아야겠다.”

조커는 쌍단검을 움켜쥐고 올림푸스 신좌들을 향해 나아갔다.

승부의 추는 결국 어느 쪽이 먼저 상대 성운에다 라그나로크 신화를 완성하느냐였다.

“어쩌면… 내 마지막 싸움일 수도 있겠군.”

항상 최전선 선봉에서 극한의 전투를 선호하던 조커였다.

자신의 전투 재능이 어디까지인지 한계를 시험해 왔는데, 이제는 성운전의 가장 강한 최상위 신좌들과 맞서게 되었다.

“준비는 됐다.”

저벅저벅.

결사적인 마음으로 걸어가는 조커.

“조커…….”

이소민은 혼자 걸어가는 조커를 따라가지 못했다.

조커가 혼자만의 싸움을 원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마지막까지 혼자의 힘으로.

조커의 뒷모습에는 그런 의지가 담겨 있었다.

* * *

<동서양을 이은 대왕> 알렉산더가 투구를 쓴 채로 검을 움켜잡았다.

“상대가 신좌들인가?”

인간 영웅들이 집결한 원정대는 신좌라고 불리는 자들과 일대 결전을 앞두고 있었다.

“얼마든지 바라던 바다.”

옆에는 중세 시대 최고의 전투력을 가진 <십자군의 사자왕> 리처드 1세가 있었다.

“하하, 아주 대단한 전장에 섰어. 내 몫을 제대로 하도록 하지.”

서양 역사상 최강의 무력을 가졌던 돌격형 왕.

그의 무운은 십자군 시절에도 정평이 났고, 전설적인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두 분이 있으니 전쟁터에서도 든든하군요.”

푸른 도복을 입은 <천하대장군> 한신이 다가왔다.

배수진으로 유명한 이 장군은 불패 신화를 가진 몇 안 되는 위인 중 하나였다.

“기다릴 필요는 없어. 기동력으로 승부한다.”

<애꾸눈의 장군> 한니발.

<혁명의 황제> 나폴레옹.

<푸른 늑대의 정복자> 칭기스칸.

가장 유명한 전쟁의 영웅들이 나섰다.

“우리도 준비되었다.”

<제국의 제독> 넬슨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불패의 명장> 이순신도 냉철한 눈으로 전장의 흐름을 읽고 있었다.

이들은 거대한 함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었다.

“인간에게는 인간만의 전투가 있다.”

상대는 올림푸스의 신좌였다.

<빛의 마차를 타는 신> 헬리오스.

<태양과 리라의 신> 아폴론.

<절정의 미를 가진 여신> 아프로디테

<질투와 정열의 여신> 헤라

<신들의 전령사> 헤르메스

하데스가 포세이돈과 맞서는 상황에서 인간 영웅들은 남은 신좌들과 격돌해야 했다.

“이제 개전이다.”

알렉산더가 외쳤다.

모두가 검과 방패를 준비했고, 포격을 준비했다.

이 영웅들은 지난 5개월 동안 무수한 시련과 고난을 함께 극복하고, 초월격에 육박하는 힘까지 도달했다.

“전원 도열하라.”

더 많은 영웅들이 존재했으나, 시간에 맞춰 성장한 이들만 이번 원정에 참가했다.

최정예가 집결했다.

“모두가 힘을 다한다. 이번 싸움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알렉산더가 인간 영웅의 최고참을 맡아 현장 부대의 전투를 맡았다.

한신은 책사 겸 부지휘관을 맡았다.

“전원 돌격하라.”

마침내 알렉산더의 명령이 내려졌다.

영웅들은 순식간에 지면을 박차고 일제히 날아올랐다.

저 하늘에 있는 신좌를 향해서 맹렬하게 돌격했다.

마치 화살처럼 날아가서 신좌들과 격돌했다.

“포격.”

대포의 나폴레옹과 함대의 이순신, 넬슨이 밑에서 포격을 무수히 쏘아 올렸다.

포격전에서 가장 유명한 영웅들의 합동 공격이었다.

대포의 화망이 그물망처럼 사방을 뒤덮으며 신좌들을 노렸다.

“대단한 위력은 아니다.”

아폴론은 무심한 눈빛으로 지면에서 쏘는 포격을 바라봤다.

“노력이라 할 수는 있어도 무의미한 발버둥이지.”

신격의 아우라를 머금은 태양의 신이 보기에, 인간의 대포는 결코 자신에게 닿을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미약한 존재.

아폴론의 눈에 인간은 한낱 나약한 미물에 불과했다.

콰앙, 쾅.

대포의 소리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크기도 점점 커졌다.

“어?”

분명 하찮은 포격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날아오는 대포는 단순한 포탄이 아니었다.

나폴레옹, 이순신, 넬슨.

세 명의 영웅이 함께 아우라를 모아서 발휘한 포탄이었다.

“뭐지?”

방금 포탄 하나가 신격의 아우라를 스치면서 지나쳤다.

“뚫린다?”

믿을 수 없었다.

세 명의 전설적인 인간 영웅이 함께한 초월격이 발휘되었다.

영웅들의 배후에 무수한 영기의 형체가 서서히 등장하고 있었다.

대포가 설치된 함선이 점점 더 늘어났고, 대규모의 함대가 대포를 쉴 새 없이 발사했다.

초월격.

<함대 포격전>

대규모 함대의 출현과 무수한 대포가 나타났다.

함선에 있던 세 명의 영웅들은 초월격으로 포격을 감행했다.

“뭐지?”

하늘에서 여유 있던 올림푸스의 신좌들은 포격전의 화력이 예상외로 강력하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조준마저 정교한 편이어서 돌격전으로 나선 인간 영웅들에게는 하나도 닿지 않았다.

‘포격으로 가두고 근접전에서 승부를 가른다.’

인간 영웅들의 전략은 간단하지만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그물망 포격으로 신좌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가두고, 알렉산더와 사자왕 리처드 1세 같은 강자들이 근접전에서 결판을 지으려고 달려들었다.

콰앙, 쾅, 쾅.

치열한 포격전 속에서 근접전을 맡은 영웅들과 신좌들 간에 혈전이 펼쳐졌다.

“우와아아아!”

신과 인간의 혈투.

피 흘리는 싸움.

우레가 내려치는 듯한 광경.

라그나로크 신화에서 나왔던 대전쟁의 장관이 펼쳐졌다.

‘천지개벽.’

올림푸스, 아스가르드의 연합 성운.

지구 성운.

양쪽의 성운에서 치열한 대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투는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 * *

무너져가는 도시의 잔해 속.

“허억, 허억.”

에어리스는 숨이 가빴다.

반면에 상대인 아레스는 너무나 멀쩡했다.

귀혼검을 들고 초월격 <죽음의 그림자를 쓴 자>를 발휘하고도 아레스를 이길 수 없었다.

‘너희는 달라.’

어머니가 항상 해 주던 말이었다.

세 자매는 어머니에게서 모든 것을 배웠다.

‘너희가 져서는 안 된다.’

이 싸움에서 지면 어머니 시오와 자매들의 희생은 무의미해진다.

도시는 무너지고 지구는 멸망할 것이며, 절망의 시대가 시작될 터였다.

“후우우.”

에어리스는 왼손의 귀혼검을 움켜쥐고 오른손으로는 대검을 꺼냈다.

상대는 <전쟁의 신> 아레스.

더 강한 힘으로 맞서야 했다.

“지금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더 끌어내겠습니다.”

에어리스가 스스로 깨우친 초월격.

<검혼일체>가 발현되었다.

귀혼검에서는 <죽음의 그림자를 쓴 자>가 흘렀고, 대검에서는 <검혼일체>가 뿜어졌다.

에어리스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초월격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초월격?”

아레스는 에어리스의 몸체에 흐르는 두 개의 초월격을 바라봤다.

“무리다. 신좌조차 두 개의 신격을 몸에 받지 못해.”

육체와 정신은 하나이다.

두 개의 격을 한 몸에 받았다가는 정신이 붕괴할 위험이 있었다.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아레스는 지켜보기 시작했다.

승부에서 밀리는 에어리스가 무리하다가 자멸하는 모습을 바라보려는 심산이었다.

“으으윽!”

에어리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여기서 지면 끝이야.’

자매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녀였다.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진 기분이었으나 아무래도 괜찮았다.

여기서 쓰러질 수 없다.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

“아아아아아!”

하지만 두 개의 초월격을 받아 내기는 역시 무리였다.

에어리스의 비명이 하늘에 울려 퍼지다가, 이내 소리가 그치고 침묵이 흘렀다.

가만히 지켜보던 아레스는 한마디를 꺼냈다.

“자멸하고 말았나.”

에어리스는 가만히 멈췄다.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전장에서 죽은 자처럼 어두운 그림자마저 감돌았을 뿐.

생명의 숨결조차 죽은 듯했다.

“끝났다.”

“…….”

그때였다.

에어리스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그 작은 움직임은 아레스의 눈동자에도 곧바로 들어왔다.

“뭐라고?”

에어리스의 몸에서 두 개의 초월격이 감돌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육체는 하나가 아니었다.

‘레다와 유나.’

두 사람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희미한 영혼체가 에어리스를 감싸주듯 감돌고 있었다.

‘하나 남은 자매를 지키기 위해서.’

유지가 이어지듯.

두 사람의 영혼이 에어리스에게 감돌고 있었다.

“이기겠어요.”

에어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까 복수심에 사무쳤던 그 기분을 떨쳐내고 초월한 기세마저 느껴졌다.

휘날리는 그녀의 금발.

솟구치는 기세.

두 개의 초월격이 하나의 육체에 발동하면서 최초의 업적이 개방되었다.

마치 수없이 나뉜 길이 하나의 교차점에 모이듯 새롭게 융합된 아우라가 감돌았다.

초월격.

<영혼과 운명의 수레바퀴>

에어리스는 그 중심에서 세상의 힘을 부여받고 있었다.

“나는 싸우겠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에어리스는 지금 들어오는 모든 기쁨과 슬픔을 담담히 느꼈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아레스에게 나아갔다.

일격.

<전쟁의 신>조차 받아 낼 수 없는 위력이 순식간에 작렬했다.

지평선을 가르는 검이 아레스의 육체를 절반으로 갈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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