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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222화 (222/229)

222화 종말의 신화전(5)

올림푸스와 지구.

전장은 두 개로 양분된 상태였다.

어느 쪽이든 먼저 라그나로크가 완성된다면 종말의 신화는 그쪽에서 먼저 열린다.

신화는 하나이고.

누가 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된다.

“드디어 시작이군.”

지구에 쳐들어온 <전쟁의 신>은 천천히 건너편에 도착한 상대를 바라봤다.

바라본 곳엔 에어리스, 유나, 이소민, 조커가 있었다.

“나는 항상을 전쟁을 원했다. 피가 흐르는 전장은 내 삶의 원동력이 되지.”

성운전은 말 그대로 성운들 간의 전쟁이었다.

그렇기에 <전쟁의 신>은 기꺼이 성운전에 참가하여 스스로 파괴의 세상을 만들어 갔다.

“당신이 ‘아레스’인 거죠?”

에어리스는 <전쟁의 신>의 진명을 불렸다.

차분한 기세를 가다듬으며 저편에 있는 강대한 아레스에게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전쟁광, 당신에 대해서는 그렇게 들었어요.”

예전의 에어리스와는 달랐다.

어머니의 유품인 귀혼검을 든 이후부터 차갑게 식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전쟁의 끝나면 아무것도 없어요. 피와 잔해만 남을 뿐이에요.”

“나는 그것을 원하는 거다.”

아레스가 대답했다.

<전쟁의 신>이란 불리는 자신에게 훈계를 두는 듯한 에어리스의 어투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파괴된 세계가 존재해야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는 법이다.”

“그건 당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에요.”

에어리스는 단호했다.

지구에 복귀한 이 팀에서 리더를 맡을 만큼, 지금의 에어리스는 훨씬 성장했다.

- 에어리스 능력치

지력 : C → S

전투력 : EX

민첩 : EX

정신력 : U → EX

체력 : U

어머니와 레다의 죽음으로 능력치에 변화가 생겼다.

냉철해지면서 지력이 상승했고, 정신력은 각성까지 된 상태였다.

“신좌든 누구든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어요. 이곳을 그렇게 놔두지도 않을 거고요.”

에어리스는 귀혼검을 옆구리에 찬 채로 <전쟁의 신>을 바라봤다.

어머니의 유품인 귀혼검이 스산한 아우라를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어리스는 귀혼검이 아니라 그동안 줄곧 사용했던 대검을 꺼냈다.

“당신들을 막아 내겠어요.”

초월격의 기세를 발휘했다.

“아주 좋은 곳이다. 너무나 마음에 들어.”

<전쟁의 신> 아레스도 신격을 발휘했다.

뜨겁게 불길처럼 솟아오른 기운이 강하게 퍼져 나갔다.

“잘 가꿔진 곳일수록 폐허가 더 멋들어지곤 한다.”

에어리스 대 아레스.

이 둘은 정면으로 맞섰다.

아레스는 맨주먹에 너클을 끼고 있었는데, 에어리스의 검격에 맨손으로 맞섰다.

쿠웅.

첫 격돌.

엄청난 너클의 위력에 튕겨서 에어리스는 도시 저편의 건물로 밀려났다.

“으윽!”

초월격으로 맞섰는데도 아레스와의 첫 일격을 버티지 못했다.

건물은 무너지고 붕괴되었다.

그 잔해 속에서 에어리스는 자세를 가다듬으며 일어섰다.

“후우.”

초월격으로 보호한 덕분에 큰 부상은 입지 않아서 툭툭 털어 낼 수 있었다.

에어리스의 눈빛은 전투 의지를 더 강하게 품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에요.”

지구에서 벌어지는 싸움.

이곳에서 종말의 신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했다.

지구에 온 신좌는 아레스를 포함하여 총 4명이었다.

<성스러운 화살의 여신>

<술과 여흥의 신>

<대지와 풍요의 여신>

이들은 걸어가면서 라그나로크 2단계 진격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막는다.”

조커가 쌍단검을 들며 초월격을 발휘했다.

유나와 이소민도 태세를 갖췄다.

지구에서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 *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 연합 성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서는 반대로, 지구와 지옥도에서 넘어온 원정대가 라그나로크 신화 2단계를 시도했다.

‘리더가 걸어가면 진격로가 만들어진다.’

1단계 교두보.

2단계 진격로.

리더의 걸음에 전투의 향방이 걸려 있었다.

백우선을 손에 쥔 제갈공명의 걸음도 바빠졌다.

“지구 쪽은 에어리스 양에게 맡겨졌습니다. 우리도 서둘러 신화를 완수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먼저 신화를 완성되는 쪽이 승리하는 대결이었다.

결말은 하나뿐이었고, 양측이 모두 승리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가겠습니다.”

인간 영웅들의 주력.

지옥도의 바리데기와 하데스.

그리고 아테나까지.

모두가 힘을 합쳐 리더가 걸어갈 진격로를 만들어야 했다.

대전쟁을 앞두고 원정대 전원이 필사의 각오를 다졌다.

“서둘러야겠습니다.”

하얀 도복을 휘날리던 제갈공명이 팔을 뻗어 앞을 가리켰다.

원래는 유진하의 역할이었는데, 부상당한 헬라를 치료하고 있어서 제갈공명이 대신 지휘를 맡았다.

“이 싸움, 어떻게든 이겨야 합니다.”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에서도 수많은 신좌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체스의 판이 펼쳐지듯이, 양측은 전장의 무대에 올라섰다.

리더의 정체는 가능한 최대로 숨겨야 했다.

종말의 신화전은 리더가 죽으면 끝나는 게임이기에, 누군지 알려지면 집중 공격을 받게 된다.

‘왕을 잡으면 이기는 체스.’

신좌와 초월격, 수많은 영웅들이 뒤섞여 대전장의 영역에서 맞붙게 되었다.

“후우.”

그 긴장감은 제갈공명도 식은땀을 흘리게 할 정도였다.

과거 삼국 시대의 촉나라 병력을 이끌던 때보다 더 긴장된 마음이었다.

‘북벌은 한 번이 아니었다.’

북쪽의 위나라를 정벌하기 위한 출사표를 얼마나 썼든가.

촉나라의 승상이 되어, 이끄는 북벌의 병력은 나라 전체와 같았다.

‘이 병력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

그런 부담감을 가지면서 제갈공명은 전장에 나섰다.

‘얼마나 어려운 싸움인지…….’

나라의 운명을 건 전쟁이기에, 북벌에서는 항상 돌다리를 두드리듯 병력을 운용해야 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완벽한 승리의 기회가 아니면 물러나야 했다.

조심스럽게.

안전하게.

북벌은 그렇게 제갈공명의 최후까지 계속됐다.

‘다시 또 이런 싸움입니까?’

상대는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 최상위 신좌였다.

하늘과 땅을 뒤덮을 괴력을 가진 초월적인 존재들에 맞서야 했다.

저 강대한 적들을 상대로 이쪽의 승산은 희박한 수준이었다.

‘어려운 전장. 게다라 이번에는 퇴각이라는 수가 없는 싸움.’

제갈공명은 5차례의 북벌을 감행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병력을 이끌다가 전장인 오장원에서 숨을 거뒀다.

‘여기가 내 오장원이 될 수도 있겠구나.’

<천재지변의 책략가> 제갈공명은 운명을 거스르는 전장에 선 심정으로 나섰다.

몰려드는 적들을 대비해서 포진을 준비했다.

“<천년을 지킨 성벽>께서 진영을 펼쳐 주십시오.”

콘스탄티노플 3중 성벽을 만든 테오도시우스 2세 황제가 다시 제갈공명의 옆에 섰다.

<팔진도>

제갈공명의 진영이 천년의 성벽에 굽이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전장의 지형을 바꿔 보겠습니다.”

이전에 팔진도를 펼칠 때는 최대한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식을 바꿔서 견고한 수십 겹의 성벽으로 구성했다.

“최상위 신좌들을 상대로 미로는 의미가 없을 겁니다. 성벽의 원래 목적대로 방어에 치중하겠습니다.”

리더를 지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래서 방어벽을 수십 겹 넘게 설치해서 시간을 벌려고 들었다.

“과거 촉나라는 천혜의 환경으로 방어에 최적화된 곳이었습니다.”

촉나라의 입구인 검문관은 양쪽의 까마득한 벼랑 사이에 있어, 방어의 강점이 있었다.

그곳을 착안하여 방어진을 구성했다.

중앙에는 병력을 두고 좌우에는 성벽을 둘러쳐 확실히 막았다.

“이렇게 리더의 진격로를 확보하고 우리는 정면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수많은 신좌들이 사방에서 공격한다면 전력이 약한 우리가 버텨 낼 방법이 없다.

따라서 성벽으로 다른 방향을 틀어막고, 좁은 정면으로만 적들이 오도록 만들 계책이었다.

‘정면만 열어서 저들이 소수로 오게 만든다.’

숫자가 적다면 우리 쪽의 정예 신좌들과 영웅들로도 충분히 맞서 싸워 볼 수 있었다.

“진격하겠습니다.”

거대한 봉우리처럼 양옆에 성벽으로 둘러치자 이제는 때가 되었다.

원정대가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전 병력 진군이었다.

“재밌는 진법을 펼쳤구나.”

<태양과 리라의 신>이 품 안에 든 현악기 리라를 든 채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과거에 <티타노마키아> <기간토마키아>에서는 이런 식으로 온 적이 없었지.”

제우스의 적통인 <태양과 리라의 신>이 이미 다른 12신좌들을 도열시키고 있었다.

전권을 받은 그가 이번 전장의 지휘를 맡았다.

“그러나 약점을 알려 주는 책략 같구나.”

<빛의 마차를 타는 신>.

불타는 마차에 올라탄, 노년의 신좌가 있었다.

그는 수염을 쓸어 담으며 신좌들의 책사를 맡았다.

“나름대로 전술을 썼지만, 대단히 기민한 수법은 아니구나.”

전술과 전략에서 <빛의 마차를 타는 신>도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그는 태양을 다루는 신이었는데, 듣기에는 단순해 보이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태양은 변화무쌍한 존재이지. 그것을 온전하게 다루는 건 책임감과 더불어 실력도 있어야 하고. 지혜도 겸비해야 한다.”

옆에서 듣던 <태양과 리라의 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도 그것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죠.”

<태양과 리라의 신>

<빛의 마차를 타는 신>

이들은 동시에 태양을 관리하고 있었다.

두 명의 신좌가 맡을 정도로 태양이 중요하다는 소리였다.

“올림푸스의 신좌들도 본격적인 힘을 보여야겠습니다.”

지구에 쳐들어간 네 명의 신좌와 올림푸스에 남은 제우스, 포세이돈을 제외하고 전원이 집결했다.

<절정의 미를 가진 여신>

<질투와 정열의 여신>

<불멸의 무구를 만드는 신>

<신들의 전령사>

<빛의 마차를 타는 신>은 12신좌는 아니었으나, 그에 비견되는 대접을 받는 신좌로 함께 했다.

<태양과 리라의 신>은 전투 명령을 내렸다.

“일단 저 방어 진형부터 분쇄해야겠다. 헤파이스토스. 당신이 나서야겠어.”

<불멸의 무구를 만드는 신>이 진명으로 불렸다.

불과 대장간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올림푸스의 장인이었다.

“내 망치는 모든 것을 만들 수도 있고,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제우스와 포세이돈, 아테나뿐만 아니라 신들의 무구가 전부 그의 손에서 나왔다.

“하아아압!”

불의 아우라를 전신에 휘감은 헤파이스토스가 날아갔다.

기둥처럼 치솟은 제갈공명의 팔진도 방어진을 향해서 <불멸의 무구를 만드는 신>이 망치를 내려쳤다.

벼락이 치듯이.

대지가 뒤흔들리듯이.

거대한 굉음과 충격파가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크윽!”

<천년을 지킨 성벽>은 최고의 철벽이라 불렸지만, 신들의 무기를 만들어내는 망치에는 버텨 내지 못했다.

“무너진다!”

테오도시우스 2세 황제는 단 한 번의 일격에 자신의 성벽이 무너지는 광경을 바라봤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잔해와 파편.

부서지는 성벽의 광경.

인간 영웅의 힘으로는 신격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다만, 전략을 맡은 제갈공명은 놀란 기색이 없었다.

“파괴적인 힘은 그쪽이 한 수 위입니다. 그건 당연할 겁니다.”

바람이 불어왔다.

제갈공명의 하얀 도복과 백우선의 깃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팔진도는 방어진이 아닙니다.”

진짜 목적은 상대를 가두는 것이었다.

과거 돌멩이의 탑으로 만들어서 오나라의 명장 육손을 가두었던 진형이었다.

“근접전으로 들어온다면 당신은 이 팔진도의 진형에 빠진 겁니다.”

천년의 성벽이 꿈틀거리듯이 움직였다.

마치 용의 승천처럼 온몸을 비틀 듯이 움직였고, 헤파이스토스를 사방에서 둘러쌓았다.

“뭐지?”

힘과 불을 가졌으나 헤파이스토스는 절름발이였다.

두뇌가 뛰어난 편도 아니었다.

“이야압!”

계속 망치를 휘두르며 부숴도 천년 제국의 성벽은 다시 만들어질 뿐이었다.

“뛰어난 두뇌를 가진 신좌가 아니라면 이 진법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겁니다.”

당황한 헤파이스토스가 망치를 막무가내로 휘둘렀지만, 점점 겹겹이 포위당했다.

팔진도는 헤파이스토스를 가두고 무한의 성벽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인간의 두뇌.

그것이 신좌에 맞서서 넘어설 수 있는 무기였다.

제갈공명은 백우선을 흔들며 하늘의 올림푸스 신좌들을 쳐다봤다.

“책략과 지혜. 그것으로 우리는 당신들을 상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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