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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218화 (218/229)

218화 종말의 신화전(1)

참가자 전원에게 안내 메시지가 도착했다.

-성운전, 종말의 신화전.

-성운전의 잠재 신화가 개방되었습니다.

라그나로크, 종말의 신화전은 세상의 시작과 끝을 재정립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끝나거나.

혹은 새롭게 시작하거나.

격변의 시대가 되어 세상은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

-처음에는 변방의 세력으로 시작했을지라도 당신들은 어엿한 신화급 성운으로 성장했습니다.

깨어난 잠재 신화는 반드시 결착이 날 겁니다.

생존을 위해서.

혹은 멸망시키기 위해서.

최후의 순간.

당신들의 선택으로 모든 것은 결판날 것입니다.

-목표.

라그나로크, 종말의 신화가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하나의 결말을 맞이하면 됩니다.

-규칙.

라그나로크를 실현시키려면 4가지 과업을 이루어야 합니다.

신화의 과정을 차례차례 완수하십시오.

-특수 룰.

…….

-제한 시간.

365일.

-보상.

생존자 전원에게 업적이 내려집니다.

-패배.

승리 조건을 이루지 못하거나, 리더가 사망할 경우 해당 성운은 소멸합니다.

-지금부터 리더를 먼저 결정하십시오. 팀의 승패를 가르는 선택이니 주의해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리더는 땅바닥에 손을 대고 자신이 리더라고 3번 머릿속에 생각하면 됩니다.

양측의 리더가 결정되기 전에는 어떤 대결도 금지됩니다.

규칙을 어긴 존재는 퇴장됩니다.

-양측의 리더가 결정되면 성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안내 메시지가 전해지자, 라그나로크 관문에 들어온 원정대는 다들 긴장한 낯빛이 되었다.

“뭐, 특별한 거는 없는데?”

이소민이 주변을 크게 둘러봤다.

구릉과 강이 펼쳐진 세상이었고, 넓은 고원에 굽이굽이 길이 이어지고 활짝 열려 있었다.

“마중 나오는 사람도 없고.”

다들 예상하기에는, 처음 도착할 때부터 격렬한 전투가 있을 거라고 걱정하곤 했다.

하지만, 리더 선출 과정이 있어서 그런지 주변에는 적의 세력이 없었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평온한 세상이 더 수상한 느낌이군요.”

<천재지변의 책략가> 제갈공명은 백우선을 가볍게 흔들며 주변 지리부터 살폈다.

“구릉이 낮아서 적군이 숨기 어려운 지형입니다. 근처에 적 세력은 확실히 없습니다.”

“제 생각도 비슷하네요.”

제갈공명의 의견에 유진하도 동의했다.

낮은 구릉과 푸른 하늘 어디에도 적 세력은 보이지 않았다.

“종말의 신화를 실현시키려면 4단계 과업을 이루어야 한다는 거네요.”

종말의 신화는 총 4단계였다.

모든 과정을 거쳐야 신화가 실현된다는 부분은 중요했다.

신화를 이루느냐.

혹은 실패하느냐.

성패는 거기에 달렸다.

“리더부터 정하라고 했는데,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유진하는 차분하게 판단했다.

주변 지리를 살피던 제갈공명도 옷자락을 추스르며 그 의견에 동의했다.

“리더를 정하지 않으면 성운전은 시작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죠.”

빠른 판단력이었다.

어차피 성운전이 시작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경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낯선 곳에 익숙해질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

“서두르지 말아요. 적 세력은 없는 거 같지만 일단 살피면서 지형 파악을 조금 해 두는 편이 좋겠어요.”

모두가 동의했다.

순발력이 빠른 사람들이 정찰하며 살펴보기로 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유진하가 손을 들고 자청했다.

“괜찮겠습니까?”

“네, 공명 선생님. 빛의 아우라는 가장 빠르니까요.”

합리적인 결정이었지만 위험 부담이 있었다.

“만약 올림푸스에서 이걸 노릴 수도 있습니다. 전투가 없어도 다른 방법으로 현혹할 수 있죠.”

“알고 있어요.”

제갈공명은 유진하가 상대의 계략에 걸릴까 봐 염려했다.

함정에 빠질 수도 있었다.

“제가 직접 보고 오면 전략을 짜는 것에도 더 도움이 될 거예요. 공명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조심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더는 말리지 않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유진하는 원정대의 핵심 전력이었다.

빛의 아우라와 초월격을 가졌기에 이번 원정대 중 최상위 실력자에 속했다.

<빛의 한계를 초월한 자>

빛의 아우라를 머금은 유진하가 전속력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아직 불안했는지 제갈공명이 슬쩍 백우선으로 한 사람을 더 가리켰다.

“에어리스 양.”

조용히 침묵하던 검은 옷의 여자.

금발의 에어리스가 푸른 눈동자를 머금은 채로 제갈공명을 쳐다봤다.

“저를 부르셨나요?”

항상 활달했던 그녀의 분위기는 두 사람을 잃은 후 사뭇 바뀌었다.

순진하고 밝은 모습에서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이 되었다.

‘어머니 시오와 언니 레다의 죽음.’

두 사람을 잃은 후.

에어리스는 피나는 수련을 반복했다.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삶에서 살아갔고 전투에만 집중했다.

‘스스로 가장 강한 검이 되겠다.’

강한 의지로 그만큼 성장했다.

“에어리스 양도 번개의 아우라가 있는 걸로 압니다. 유진하, 혼자 보내는 것보다는 당신이 같이 가서 보조를 맞춰 줬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에어리스는 제갈공명의 요청을 선선히 받아들였다.

차분하면서도 냉정해진 그녀는 마치 기계처럼 차갑게 움직였다.

<뇌명의 참격>

푸른 번개의 자락을 발현한다.

<전광석화>

번개의 아우라를 전신에 흘린다.

에어리스의 번개와 유진하의 빛.

두 사람은 서로를 잠시 바라봤다.

“속도는 비슷하게 하자. 내가 적절하게 보조할게.”

“알겠어요.”

냉랭해진 두 사람의 대화.

유진하도 알고 있었다.

에어리스가 차갑게 변화한 후로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는 걸.

“…그래.”

핏기를 잃은 인형처럼.

에어리스는 차갑고 딱딱했다.

“가 보자.”

빛과 번개가 하늘로 나아갔다.

순식간에 공중으로 치솟은 두 사람은 보조를 맞춰서 나아갔다.

올림푸스와 아스가드르의 세계.

수없이 펼쳐진 산맥과 고원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산이 하나 보였다.

“올림푸스?!”

하얀 구름으로 가려진 곳에는 얼핏 보이는 누군가의 형체가 보였다.

하얀 수염을 늘어뜨리고 팔짱을 낀 채로 고고하게 선 남자였다.

“나를 보고 있다?!”

그는 유진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유진하는 그의 정체를 확인했다.

“제우스?!”

머릿속에 단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올림푸스 성운의 최고 신좌.

제우스였다.

“큭!”

마치 움직이는 타깃을 추적하듯이 남자의 눈동자가 정확하게 자신을 지켜봤다.

유진하와 제우스의 눈동자가 서로 마주치는 순간.

마치 피가 얼어붙는 듯한 압박감을 받았다.

‘공포를 주는 눈빛.’

제우스는 혼자서 올림푸스 산의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올 거라고 알았다는 듯이 당당했다.

‘올림푸스의 최고신?’

빛의 궤적이 혜성처럼 길게 이어졌다.

주변 배경을 훑어본 유진하와 에어리스는 원정대에 복귀했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제갈공명은 무슨 일이 있었다는 줄 알았다는 듯이 다가와서 유진하의 어깨를 잡아 주었다.

“…….”

꾸욱, 어깨를 잡으면서 더는 말하지 말라는 신호도 보냈다.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제우스가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원정대의 사기는 하락할 수 있었다.

“주변에 위협은 없었어요.”

유진하와 제갈공명의 시선이 지긋이 바라보더니 무언의 공감을 표했다.

“…정말 그랬어요.”

차분한 에어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녀는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을 말해 주고 싶었다.

‘어머니와 레다는 살아 있다고.’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에어리스와 유나의 각성을 위해서는 두 사람이 죽은 상태가 되어야 했다.

종말의 신화전에서 이기기 위해서.

미래의 흐름을 바뀌기 위해서.

죽음조차 불사했던 시오의 결의를 생각하면 에어리스에게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때가 올 테니까.’

지금은 적절한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특별한 위협이 없다면 이제 리더를 정하기로 해요.”

유진하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리더의 자리는 막중했다.

마치 체스판의 킹과 같아서 리더가 죽으면 종말의 신화전에서 패배한다.

제갈공명이 모두에게 방식을 설명했다.

“아까 메시지를 기억하실 겁니다. 리더가 되는 조건은 손바닥을 땅에 대고, 자신이 리더라고 3번 생각하는 겁니다.”

이어서 자세한 작전을 지시했다.

“모두 손을 땅에 댑시다. 자신이 리더라고 생각하지는 말고요. 어디선가 신좌들이 지켜보고 있을 거니까, 다들 리더가 되는 척 연기만 하자는 겁니다.”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가 정하는 리더가 누구인지 숨겨야 합니다.”

다들 동의했다.

원정대 전원이 손을 땅에 대고 가만히 있었다.

아마 진짜 리더만이 자신을 리더라고 3번 생각했을 터였다.

‘리더는 한 명.’

‘종말의 신화전에서 절대 죽어서는 안 되는 사람.’

이번 원정대의 리더가 마침내 정해졌다.

“자, 됐습니다.”

다들 손에 묻은 흙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위장했으니 저쪽에서도 누가 리더인지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동시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양측의 리더가 정해졌습니다.

종말의 신화전이 시작됩니다.

-1단계가 시작됩니다.

“1단계가 뭘까요?”

유나가 긴장한 얼굴로 살짝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조용히 해.”

<십대왕의 성모> 바리데기가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쉿 소리를 냈다.

<지옥의 이름을 가진 여신> 헬라도 그렇고, <명계의 마왕> 하데스조차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내 메시지는 계속됐다.

올림푸스 성운은 너무나 평화로웠으나, 종말의 신화전이 열리는 무대였다.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되면, 이곳도 큰 변화를 맞이할 터였다.

-종말의 신화전 1단계.

-세상 어느 무엇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완성되는 것은 없습니다.

종말의 신화는 4단계를 거쳐서 완성되며, 차례차례 과업을 쌓아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1단계 : 교두보.

-양측은 넓은 터전 중 평평한 곳을 고릅니다. 이후 리더가 하루 24시간을 한자리에서 버티면 교두보를 확보하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교두보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교두보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없으니, 반드시 여러분의 교두보를 완성하십시오.

-종말의 신화전 1단계가 개막되었습니다.

“리더가 계속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라?”

뜻밖의 조건이었다.

1단계 교두보를 만들려면 리더는 한자리에서 계속 버텨야만 했다.

“흐음.”

잠자코 듣던 이소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더가 그냥 가만히 서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너무 쉬운데?”

“그렇게 간단한 과제가 아닙니다.”

제갈공명이 백우선을 흔들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곤란한 부분이 있죠.”

<천재지변의 책사> 제갈공명이 쓴웃음을 지었다

유진하 역시 표정이 밝지 않았다.

“저 얘기는 다르게 말하면, 리더는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예요.”

1단계에 숨겨진 진의는 따로 있었다.

“다시 말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리더라는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움직이는 사람은 리더가 아니라는 것이 된다.

“잘못하면 1단계부터 리더가 누구인지 밝혀질 수도 있어요.”

리더가 죽으면 종말의 신화전은 패배한다.

리더는 정체를 최대한 숨겨야 하는데, 종말의 신화전 1단계는 그 리더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겼다.

‘리더는 가만히 있어라.’

왕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

종말의 신화전이 시작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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