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208화 (208/229)

208화 결전 준비(1)

“라그나로크가 시작됐어요.”

유진하가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신기의 창에서 발산된 빛줄기가 하늘로 치솟더니 조금씩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천지개벽과도 같았다.

모두에게 메시지가 전해졌다.

-잠재된 신화, 라그나로크 종말의 신화가 개방됩니다.

-숨겨진 성운전의 과업이 시작됩니다.

-당신들은 <성운전>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될 자격을 가졌습니다.

종말의 신화는 세상을 창조와 종말이 혼재된 시대로 이끌 것이며, 당신들이 겪는 일은 업적과 기록으로 남아 신화의 이야기로 남을 것입니다.

“신화의 이야기인가요?”

에어리스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긴장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들었다.

“이제부터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겠어.”

옆에 있던 이소민도 같은 생각이었다.

악마 신의 영혼체를 자신의 육체에 담아 둔 상태에서 앞으로 라그나로크를 맞이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미지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자 초조한 느낌도 들었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제대로 해 볼 기회이니까.”

메시지는 계속됐다.

-종말의 신화, 라그나로크는 모든 것을 뒤바꿀 것입니다.

앞으로의 세계와 모든 것.

종말로 향하는 시계는 창조와 종말 사이에서 방황할 것이고, 반드시 결말을 맞이할 것입니다.

누군가에는 평온과 평화.

다른 존재에게는 혼란과 절망을.

모든 존재들은 종말의 미래를 받아들여야 하며, 거부할 수 없습니다.

신좌에게 대적하는 자.

세상의 결말을 원하는 자.

성운의 미래를 바꾸려는 자.

당신의 길을 신중하게 선택하십시오.

-최종 성공 목표.

라그나로크 신화를 완성하십시오.

-규칙.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는 연합 성운으로 재편됩니다.

아비규환의 지옥도와 지구 성운도 연합 성운으로 편성됩니다.

신화의 단계를 달성하여 라그나로크, 신들의 황혼을 실현하십시오.

-참가 인원.

참가자 제한은 없습니다.

종말의 관문에 들어가서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 통합 성운에 진입하면 시험이 시작됩니다.

종말의 관문은 150일 후에 완전히 개방됩니다.

-제한 시간.

365일.

-승리.

…….

-패배.

…….

메시지가 종료됐다.

라그나로크 신화의 조건을 들은 모두가 잠시 침묵했다.

“저게 종말의 관문인가?”

<지옥의 이름을 가진 여신> 헬라가 마침내 열린 종말의 문을 쳐다보며 소감을 밝혔다.

하늘을 뒤덮을 엄청난 크기의 관문이었다.

“거대한 행성 같은 크기야.”

빛이 사라진 어둠.

관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넓어서 하늘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다.

절규하거나 울부짖는 영혼들이 관문에 장식처럼 새겨졌다.

관문 사이마다 심상치 않은 불길과 요기가 새어 나와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정말로… 종말의 관문이네요.”

에어리스는 떨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관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일생일대의 순간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150일이 남았어. 마지막으로 준비할 시간이야.”

레다와 유나.

그리고 어머니 시오가 있었다.

특히나 <신멸의 구도자>라 불리던 시오는 특별한 감흥을 받았다.

“때가 된 거야. 그동안 내가 죽어 왔던 순간을 넘어 이날을 기다렸어.”

회귀자 유성하.

그의 여정에서 시오는 항상 아이들을 위해서 죽었다.

마치 죽어야 하는 운명처럼.

이제는 달라졌다.

시오는 살아남았고, 그렇게 갈망하던 종말의 신화를 앞두고 있었다.

“드디어 올림푸스, 아스가르드와 전면전을 할 수 있겠어.”

바리데기는 느긋하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정말 대단원의 싸움이구나.”

그러곤 하늘색 비단옷을 휘날리며 짧은 소감을 남겼다.

지옥의 신좌들은 성운전의 법칙에 얽매여 이곳에 갇혀 있어야 했다.

종말의 신화가 열리면서 구속에서 해방되었으니 틀을 깨 버릴 기회를 고대했다.

기대하는 자는 시오와 바리데기만이 아니었다.

“최상위 신좌들과 대결이라…….”

백가면을 쓴 조커.

전투광인 그도 자신의 욕망을 채워 줄 신좌들과의 대결을 기대했다.

물론 이들만큼 올림푸스와의 재회를 기대하는 신좌가 있었다.

<명계의 마왕> 하데스였다.

“올림푸스로 복귀는 처음이다.”

하데스는 종말의 관문을 너머에 있을 올림푸스를 의식했다.

“마침내 돌아간다. 내가 있던 곳이자 날 쫓아냈던 녀석들에게로…….”

<정의와 신념의 여신> 아테나도 이 싸움에 합류했다.

다시 양 날개와 팔을 회복한 그녀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불평등한 법칙. 신좌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 이제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이해야 합니다.”

지금의 세상은 공정하지 않았다.

신좌들을 위해 희생하는 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성운전은 최상위 신좌들의 영원불멸을 위한 체계에 불과합니다. 이제껏 누구의 도전도 받지 않으면서 자신들만 호위호식했지만, 더는 지켜볼 수 없습니다.”

아테나의 의지는 분명했다.

옆에 다가온 유진하가 여신의 안위를 걱정했다.

“아테나 님은 올림푸스의 배반자라는 오명을 얻을 수도 있어요.”

그런 유진하의 걱정스러운 말에 비해, 아테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여운이 남는 웃음을 지었다.

“감수할 일이죠. 배반자로 전락하거나 혁명가가 되거나.”

살아남으면 혁명가.

죽으면 배반자.

아테나는 모든 걸 감수하겠다는 듯 굳건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여기서 지게 되면… <기간토마키아>에 패배한 거인들처럼 조롱거리로 기록될 거라고.

“군림하는 자들은 절대 자기 스스로 내려오지 않죠. 밑에서 끌어내려야 합니다.”

성운전은 거대한 굴레이자 왕좌였다.

그것을 깨려면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유진하가 차분한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이제부터 우리는 종말의 신화에만 얽매이지 않을 겁니다. 혁명을 일으켜 왕을 끌어내리는 마음으로 싸우겠습니다.”

전원이 유진하를 바라봤다.

다부지게 선 그는 모두에게 강한 의지를 불어넣고 있었다.

“우리가 새로운 원정대로서 이뤄야 할 목표입니다.”

뒤가 없는 싸움이었고, 라그나로크는 150일 뒤에 시작한다.

지켜보던 거인, 염라대왕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작은 유진하를 주목했다.

“그런 거라면 좋다. 우리도 널 따르겠어. 너는 <라그나로크 잠재 신화를 개방한 자>이니까.”

거인의 웃음소리는 벼락처럼 웅장했다.

“우리 명부도 전력으로 합류한다.”

염라대왕과 바리데기의 명부는 이제 싸움의 소용돌이에 돌입했다.

<십대왕의 성모> 바리데기와 함께 모든 힘을 다해 싸우기로 결의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헬헤임의 주인, 헬라도 결정했다.

이미 아스가르드와 올림푸스는 통합 성운이 되어 결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헬라는 이 싸움을 오랫동안 고대하고 있었다.

“72악마들도 합류한다고.”

이소민이 살짝 웃으면서 어깨를 크게 폈다.

악마 신의 영혼체는 반으로 나뉘어 자신의 잠재의식에 들어왔다.

나머지 반은 시오에게 들어갔고.

두 개의 악마 신을 나눠 가진 자.

이소민과 시오는 악마 신의 강림이 이뤄지는 그릇이 되었다.

“전원이 참가한다.”

종말의 신화.

라그나로크는 깨어났다.

<아비규환의 지옥도>는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 통합 성운>과 전면전을 벌인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신들의 황혼이 시작된다.’

* * *

종말의 관문이 열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세상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모든 성운은 숨을 죽이고 앞으로의 결말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간을 보고 있는 거겠지.”

인간의 성운도 평온했다.

호텔 옥상에는 푸른 머리의 마스터가 혼잣말하고 있었다.

“태풍이 시작되기 전이 가장 고요한 법이니까.”

흘러오는 바람을 느끼며 항상 먼발치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를 즐겼는데, 그건 종말의 신화가 진행되고 있는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간만의 손님도 맞이했다.

“오랜만에 돌아왔네요?”

옥상의 문을 열고 한 사람이 나타났다.

원정대의 리더 유진하였다.

“마스터도 잘 있었죠?”

“당연하죠. 고생은 원정대가 다 했는데…….”

3회전과 4회전을 연이어 돌파한 원정대 일원이 모처럼 지구 성운으로 귀환했다.

기다렸던 복귀인데도 엄청 반가운 재회는 아니었다.

더 거대한 과업이 남아 있는 탓이었다.

“이제 라그나로크가 열릴 거예요.”

<기간토마키아>에 이어 열리는 종말의 신화 <라그나로크>.

“종말의 신화는 들어 본 일이죠. 사실 본 적도 있거든요.”

소녀처럼 어린 외모이지만, 실제로는 수십억 년을 넘게 산 존재였다.

지구 성운의 마스터가 된 후로,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켜봤다.

“아직 내가 독립해서 지구라는 성운을 만들기 전에, 기간토마키아가 벌어졌으니까.”

“굉장히 오래된 신화군요.”

“맞아요. 정말 대단한 규모의 싸움이었는데…….”

기간테스 거인족과 올림푸스의 혈전.

“기간테스는 올림푸스 12신좌를 노렸어요. 하지만 제우스는 누구도 예상 못 한 전략을 준비했죠.”

“신좌가 아니라 초월좌 영웅들을 비밀 병기로 키워 낸 거… 말이군요.”

제우스의 전략은 전체 판도를 뒤집었다.

비장의 수는 영웅들이었다.

“기간테스는 12신좌만을 노리는 전략을 취했죠. 만약 그대로 맞붙었다면 올림푸스는 당했을 거예요.”

제우스는 그 빈틈을 이용했다.

올림푸스가 아니라 발굴한 영웅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기간테스의 생각과 달리 그들의 상대는 헤라클레스와 아킬레우스 같은 영웅들이었습니다. 이 비밀 병기가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유진하도 제우스의 기막힌 전략을 인정했다.

교묘하면서도 훌륭한 작전이었다.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기간테스는 영웅들에게 당해 버렸습니다. 작전에 말렸죠.”

제우스는 원래 뛰어난 전략가였다.

<티타노마키아>에서 승리하면서 성운전의 최고 신좌가 되었다.

<기간토마키아>에서는 기간테스의 도전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절대적인 존엄자>

그가 제우스였다.

“이번 <라그나로크>에서도 제우스는 비장의 수를 준비했을 테죠. 절대 보통의 상대가 아니니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수십억 년이 넘는 시간도 있었으니까 반드시 뭔가 있을 거예요.”

조금씩 피부로 체감되기 시작했다.

<티타노마키아>, <기간토마키아>를 전부 이겨 낸 <절대적인 존엄자>와 싸워야 한다는 걸.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유진하도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은 압도적인 존재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럴 수 있어요.”

마스터도 떨리는 어깨를 추스르며 다가오는 나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멸망하거나 저쪽이 멸망하거나. 아니면 세계가 전부 소멸하거나.”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유진하는 다짐했다.

이 싸움을 반드시 이기겠다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요?”

“형은 에어리스와 레다만 끝까지 동료로 데려갔거든요. 하지만 저는 달라요.”

유진하에게는 새로운 동료들이 있었다.

“저에게는 시오가 있고, 동생인 유나도 있어요. 이소민 누나도 제 옆에 있고, 조커도 있어요.”

유진하는 형이 실패했던 길을 가지 않았다.

회귀자 유성하가 구하지 못했던 시오와 유나가 살아남았다.

덕분에 흑화하지 않은 에어리스와 레다가 무사히 있었다.

“그리고 지옥도의 바리데기, 헬라, 악마 신도 있습니다.”

원정대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완성시켰다.

더불어 지옥도의 역대급 신좌들이 즐비했다.

“잘 준비하겠습니다.”

에어리스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어요.”

어쩌면 최후의 순간일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걸어 볼 생각이었다.

“라그나로크 원정대. 우리는 그렇게 나설 겁니다.”

지옥의 신좌와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지휘할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원정대의 리더, 유진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