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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204화 (204/229)

204화 마경대전(12)

<기간토마키아의 종결자>

이전에 열렸던 종말의 신화, 기간토마키아를 끝내 버린 영웅, 헤라클레스는 지옥에서 큰 도전을 맞이했다.

우승을 상징하는 신기의 창이 지하 굴 최하층 지면에 박혀 있었다.

저것만 손에 넣으면 마경대전의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종말의 신화를 막는 거다.”

그때였다.

신기의 창을 향해 헤라클레스가 걸어가려던 즈음.

하얀빛의 궤적이 별안간 뒤에서 나타났다.

어둠이 지배하는 지옥에서 절대 있을 수 없었던, 빛을 머금은 자와 맞서게 되었다.

“지옥의 빛이라…….”

태양의 하얀빛에 어슴푸레 서린 영롱한 빛의 알갱이가 보였다.

초월격.

<성화의 빛을 받은 자>

유진하였다.

“붙어 보겠다는 건가?”

<지옥의 이름을 가진 여신> 헬라.

염라대왕의 어머니이자 <십대왕의 성모>라 불리는 명부의 바리데기.

72악마의 신이나 <명계의 마왕> 하데스 정도를 유력한 상대로 여겼다.

이들에 육박하는 초월좌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좋다. 받아 주지.”

헤라클레스는 유진하의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초월격 빛의 아우라를 보면서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지옥도의 성화에서 나오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보겠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빛의 궤적이 순간적으로 헤라클레스의 눈앞에 다가왔다.

둔탁한 소리가 머리에 들렸다.

그리고 번쩍이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억!”

스트레이트처럼 그대로 꽂힌 초월격 빛의 아우라를 두른 주먹.

정신이 뒤흔들릴 정도의 타격을 주었다.

“뭐지? 어떻게 내 격을 뚫고?”

헤라클레스는 <12과업의 완수>를 발산한 상태였다.

거대한 과업을 처절한 사투 끝에 하나씩 완수해서 도달한 초월격이었다.

이 힘으로 헬라, 아테나 같은 신좌들과 맞설 수 있었다.

“너는 대체……?”

입가에 흐르는 피에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이 녀석, 정면 승부를 거는 건가?’

초월격의 빛을 두른 유진하는 헤라클레스를 상대로 근접전을 선택했다.

상대의 가장 큰 장기가 격투라는 걸 알면서도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피하는 순간… 진다.’

유진하는 호흡을 가다듬고 전신에 흐르는 초월격의 아우라를 발산했다.

덕분에 헤라클레스 같은 강자를 상대로도 일대일에서 밀리지 않았다.

“으아아아!”

한 방 먹은 헤라클레스가 고함을 지르면서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니 머리에 쓴 사자 투구에서 기합을 내지르는 느낌마저 들었다.

“단숨에 박살을 내겠다.”

헤라클레스가 양손에 힘을 주며 주먹을 쥐자, 엄청난 충격파가 뻗어나가며 대지를 뒤흔들었다.

밀리지 않겠다는 듯이 유진하도 성화의 초월격을 몸에 휘감으며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맨손으로 네메아의 사자를 찢어 버린 나다. 어디 붙어 보자.”

헤라클레스의 위세는 당당했다.

많은 과업과 종말의 신화를 끝냈다는 자부심은 그의 힘을 상징하는 원천이 되었다.

‘투사로서의 자존감’을 가진 헤라클레스는 전사였다.

정면 승부.

유진하와 헤라클레스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우렁찬 사자처럼 헤라클레스는 주먹을 강하게 내밀었고, 굉음이 터져 나왔다.

주먹에는 닿은 공간마저 부숴 버리는 파괴력이 담겨 있었다.

지옥의 여왕, 헬라조차 저 충격파에는 타격을 입을 정도로 막강한 괴력이었다.

“이 녀석?!”

유진하는 정면 승부를 원했지만 그렇다고 헤라클레스의 괴력을 앞에서 받아 낼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무모한 돌격은 하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그만큼 괴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진하의 힘인 빛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굉음.

마치 제트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귓가에 들리더니 유진하가 날렵하게 이동했다.

‘옆으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것을 보여 주는 헤라클레스.

하지만 옆구리가 비어 있어서 그곳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헉!”

헤라클레스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뒤.”

이어서 뒤로 돌아가 녀석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헤라클레스가 충격을 연이어 받았다.

“이 녀석!”

유진하는 성화의 빛에서 받은 아우라를 전신에 휘감고 전속력으로 몰아쳤다.

완력 대 속도.

서로의 강점을 극한으로 활용하는 전투가 시작됐다.

성화의 빛을 머금은 유진하가 헤라클레스의 빈틈을 노리며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윽!”

유효타가 착실히 들어가자 헤라클레스의 반응도 달라졌다.

초월격 빛의 아우라를 섞은 주먹이라, 절대 가벼운 대미지가 아니었다.

환한 빛줄기를 두른 유진하는 빛이 반사되듯이 정교하게 꺾으면서 들어왔다.

성화의 빛줄기가 헤라클레스의 전신에 미친 듯이 몰아치고 있었다.

마치 빛의 화살이 전신에 꽂히는 듯한 광경이었다.

“크으으윽!”

손을 뻗어도 절대 잡을 수 없는 빛의 궤적이 공격했다.

투사이자 전사로서.

그 어떤 적과도 맞섰던 헤라클레스가 서서히 밀리고 있었다.

“대단한 격이다.”

드디어 적으로 인정했다.

과업에서 맞섰던 괴물들과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슷하다는 정도였다.

“으아아아!”

헤라클레스는 소리를 지르며 양팔을 들어, 쉴새 없이 몰아치는 빛의 흐름을 막더니 이윽고 팔을 내밀었다.

‘닿는다.’

빛의 흐름은 결국 직선이었다.

회전하지 않는 궤적을 가진다.

헤라클레스는 이미 숱한 경험에서 빛의 장단점을 체득하고 있었다.

‘올림푸스에도 빛의 신들이 있다.’

<빛의 마차를 타는 신> 헬리오스.

<태양과 리라의 신> 아폴론.

두 명의 태양신이 있었다.

이 신좌들과 친밀했던 헤라클레스는 가벼운 대련을 하면서, 빛이 지닌 속성과 대응법을 숙지하고 있었다.

‘빛은 직선.’

그렇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궤적을 예측할 수 있었다.

헤라클레스도 초월격의 아우라를 두른 이상, 유진하의 움직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보인다.’

그리고…….

나아가는 빛을 손으로 잡아냈다.

“잡았다!”

환희에 찬 표정이 언뜻 입가에 남았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방금 잡은 줄 알았던 유진하의 육체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못 잡았나?!”

잔상이었다.

초월격 <성화의 빛을 받은 자>도 빛의 흐름으로 움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지금 그 힘을 활용하는 사람이 ‘유진하’라는 사실이었다.

‘일부러 궤적을 보여 준 건가?’

직선의 궤적은 일부러 유진하가 헤라클레스에게 인식시켜 준 거였다.

타이밍이 왔다고 느끼고 헤라클레스가 손을 뻗어 버린 때가 기회였다.

그때, 번개처럼 빛이 반사되듯이 각도를 틀어 빠져나갔다.

“빈틈…….”

헤라클레스를 유인했다.

훤히 드러난 상체에 유진하가 다시 정확하게 일격을 내질렀다.

“크으윽!”

유진하가 날린 주먹이 작렬하자, 강렬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헤라클레스의 기세가 잠시 잦아들었고, 그 틈에 다시 녀석의 복부와 얼굴에 연이어 타격을 주었다.

“이 녀석!”

극심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의 맷집은 아킬레우스처럼 무적은 아니어도 최상위 신좌 이상이었다.

여기서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이다!”

초월격의 헤라클레스는 굴욕을 맞이하고 있었다.

근접전.

심지어 격투에서 이렇게 밀리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철벽처럼 대단했던 자존심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결코 쓰러질 수 없어!!”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듯이, 헤라클레스가 기합 소리와 함께 막강한 기세를 뿜어냈다.

초월격 <12과업의 완수>

<기간토마키아의 종결자>

두 개의 힘을 가지고도 <성화의 빛을 받은 자>에게 밀리자, 마지막 남은 힘마저 끌어내기 시작했다.

초월격.

<한계를 넘어선 전투의 신>

뻗어 나가는 기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영원의 영역에서 아우라가 새로운 특성으로 가지를 치듯 이어지기도 하는데, 초월격과 신격도 비슷하게 연결되는 힘이 있었다.

극소수의 최상위 신좌이거나 집단을 이룬 신좌들이나 가능한 경지였으나, 헤라클레스는 혼자 힘으로 달성했다.

믿을 수 없는 괴력이 한층 더 진화했고, 전신에 흐르는 기운은 폭풍우처럼 휘몰아쳤다.

“다른 힘이 있었다고?!”

유진하는 움찔했다.

헤라클레스의 진화된 초월격.

어쩌면 2차 초월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거대한 기력이 뿜어져 나왔다.

초월격의 빛을 머금은 유진하조차도 감히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헬라를 상대할 때도 쓰지 않았던 힘이었는데, 초월격 하나를 지닌 인간을 향해 사용할 줄은 몰랐군.”

헤라클레스가 전신에 흐르는 무투의 기운을 느끼면서 중얼거렸다.

“네 실력은 인정한다.”

적수로서 인정한다는 말.

순수한 의도가 담긴 칭찬이었다.

올림푸스 성운에는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신좌가 두 명 있었다.

<전쟁의 신> 아레스.

<전쟁의 여신> 아테나.

그리고 지금.

무투에서 극강의 전투력을 뽐내는 헤라클레스는 초월격인데도 신좌의 자격을 인정받았다.

<전투의 신>이라는 수식언이었다.

초월격 <한계를 넘어선 전투의 신>은 그렇게 헤라클레스의 최종 상징이 되었다.

쿠구궁,

대지가 신음을 흘리듯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라클레스가 발산하는 무투의 강기가 기운만으로 주변을 파괴하는 신기를 보여 주고 있었다.

“어떠냐? 이것이 무투의 극강에 도달한 경지이다.”

헤라클레스는 완력에서 확실히 당할 자가 없는 괴물이었다.

저런 위력이라면 정통으로 한 방만 맞아도 부스러기처럼 가루가 될 거 같았다.

영웅 아킬레우스처럼 ‘무적’이라는 신화가 지켜 주지 않는다면, 헤라클레스에 맞서기는 버거울 터였다.

괜히 헤라클레스가 아킬레우스를 라이벌처럼 경계한 게 아니었다.

만약 이곳 지옥도에서 스틱스강 물을 다시 맞아서 신화가 풀려 버리지만 않았다면, 저런 헤라클레스의 위용도 무적에 막혀 무위로 돌아갈 테니까.

“…….”

두려움이 밀물처럼 몸에 쏟아졌다.

목구멍까지 차올라 숨을 쉬지 못할 것만 같았다.

공포심을 떨쳐 내야 한다.

저 괴력에 맞서려면 이겨 내야 한다.

“성화의 빛을 받은 자여. 덤벼라.”

헤라클레스가 손짓했다.

승부를 보려면 저 치명적인 초월격의 안으로 파고들어서 어떻게든 공격을 해야 했다.

“…….”

유진하는 생각했다.

에어리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평소에는 덜렁거리고 실수도 많지만, 어떤 위기의 상황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겠어요.’라며 주저하지 않고 달려들던 그녀.

그래서 결심했다.

‘물러서지 않겠다고.’

<성화의 빛을 받은 자>

<한계를 넘어선 전투의 신>

이들이 정면에서 격돌했다.

돌격하던 헤라클레스의 주먹이 매섭게 돌격하는 유진하를 노렸다.

진화한 초월격의 소유자답게 헤라클레스의 파괴력과 속도가 모두 일취월장했다.

완전히 성화의 빛줄기를 따라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얼추 흐름을 쫓아가기에 충분했다.

숨바꼭질처럼.

빛과 그림자가 서로를 뒤쫓듯이.

격렬한 파동과 함께 지하 굴의 최하층은 그 격의 충돌에서 발생한 진동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었다.

거대한 파열음이 들렸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지하 굴은 완전히 무너졌고, 이들의 싸움은 지하층에서 벗어나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지옥도의 어두운 기슭에 번쩍이는 충격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무투의 노란빛 헤라클레스.

성화의 하얀빛 유진하.

그 둘은 초월격의 힘으로 격렬히 충돌했다.

‘마경대전의 클라이맥스.’

최종이자 최후의 대결이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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