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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193화 (193/229)

193화 마경대전(1)

<아비규환의 지옥도>에서 매년 우승자를 가르는 ‘마경대전’.

대회장에는 각지에서 몰려든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악마, 괴수, 죄인 등.

다양한 자들이 모여들어 역대 최대 규모의 ‘마경대전’을 예고했다.

“거의 전원이 집결한 수준인데?”

심판관을 맡은 염라대왕은 커다란 몸체를 자랑했다.

관복을 차려입고 격식을 갖추며 대회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었는데, 역대급으로 몰려든 참가자들의 규모를 보면서 신기해하면서도 당혹스러워했다.

“이번에는 ‘신들의 황혼’ 잠재 신화가 개방될 수 있다고 소문이 났지. 그래서 많이들 참가한 건가?”

라그나로크.

신들의 종말을 부르는 신화.

<아비규환의 지옥도>에 소속됐다면 누구나 가장 원하는 순간이었다.

“큭큭큭큭, 올림푸스의 왕좌에 한 번 앉아 볼 수 있겠군.”

“12신좌를 죽일 수도 있다니.”

신들의 멸망을 바라는 자.

그들은 무한한 적개심을 뿜어내고 있었다.

“당신들 수준으로는 무리입니다.”

하얀 날개를 펼치고, 갑옷을 입은 전사가 나타났다.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만큼 찬란한 빛을 머금은 투사였다.

<정의와 신념의 여신>

아테나였다.

“올림푸스 12신좌의 아테나?”

“저 신좌는 지옥도 소속이 아닌데 마경대전에 참가하는 건가?”

다들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아테나는 잘렸던 왼팔과 날개를 전부 복구하고 특유의 고고한 자세로 나타났다.

공중에서 펄럭이는 날개에서 깃털이 스르륵 내려왔다.

“이번에 저는 명계 소속으로 출전할 겁니다.”

명계는 하데스의 영역.

<정의와 신념의 여신>과 <명계의 마왕>이 힘을 합쳤다는 소리였다.

아테나가 올림푸스를 버리고 명계에 합류한다?

아테나의 예상치 못한 참전은 모두에게 큰 파장을 주었다.

“사실이다.”

<명계의 마왕>이 직접 땅속에서 솟구치며 나타났다.

검은 수염을 휘날리며 나타난 하데스는 붉은 눈빛으로 주변을 쳐다봤다.

저 눈빛에 시선을 마주쳤다가는, 온몸이 녹아 버릴 듯할 정도로 강렬한 기세가 뿜어졌다.

“하데스와 아테나의 연합이라니?”

아테나와 하데스가 함께 마경대전에 참가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지켜보던 자들을 경악시켰다.

“후후, 이쪽도 있어.”

삐죽 솟은 머리와 찢어진 드레스를 걸친 여신이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나타났다.

<지옥의 이름을 가진 여신>

지옥의 상징과도 같은 그녀.

헬라였다.

“헬라도 참가한다?”

명계의 하데스에 이어 헬헤임의 헬라.

지옥도의 각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자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특히나 종말의 신화에 중추를 맡은 헬라가 직접 참가한다는 소식은, 최근에 퍼진 소문에 신빙성을 더 높였다.

“저 사람이 외팔이 검사?”

왼팔이 없는 여자가 헬라의 곁에 있었다.

에어리스의 어머니, 시오였다.

그녀의 전신에 서리는 살벌한 초월격의 아우라는, 이곳에 모인 막강한 악마들과 괴수들조차도 감히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강렬했다.

<신멸의 구도자>다웠다.

“헬헤임의 참가자는 우리 둘이다.”

헬라와 시오.

신들의 종말을 원하는 자의 연합이 등장했다.

강력한 존재의 등장에 오히려 전의를 강하게 받은 자도 있고,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는 자도 있었다.

“이번 마경대전은 역대급 규모로 열리겠네.”

하늘색 비단옷을 입은 신좌가 나타났다.

명부시왕의 어머니, 바리데기가 거인 같은 염라대왕의 어깨에 살포시 앉아 있었다.

“넷째야. 이번에는 정말 흥미로운 일이 생길 거 같아.”

아들 염라대왕에 비해서 훨씬 조그마한 바리데기는 마치 어린 아들의 어깨에 앉아서 기쁘다는 듯이 폴짝폴짝 들썩였다.

자기 어깨에서 조그만 어머니가 발랄한 얼굴로 좋아하는 것에, 정작 아들 염라대왕은 사색이 되었지만 말이다.

“어머니, 제 어깨에서 이러시는 건… 조금 그렇습니다.”

반듯하게 관복까지 차려입고 엄숙하게 분위기를 잡았는데, 본인 어깨에서 촐싹거리는 어머니 때문에 채신머리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들아, 어머니가 부끄러워?”

“아니요. 그런 소리가 아니라…….”

“알았어. 네가 심판관이니까 이해한다.”

민망한 얼굴이 된 바리데기는 어색하게 웃더니 훌쩍 뛰어내렸다.

잠시 후, 땅에 도착하더니 모두를 향해서 선언했다.

“명부의 바리데기도 참가한다!”

평소의 명부는 주로 마경대전의 심판관을 맡아 왔었고, 대전에는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명부의 시왕이자, 염라대왕 같은 판관들을 낳은 어머니.

바리데기가 직접 참가하겠다는 선언도 모두가 경악할만한 일대 사건이었다.

장내가 일렁였고 당혹감과 환희의 감정으로 가득했다.

“우오오오!”

<아비규환의 지옥도>에서 흥분된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고, 전의를 불태우는 고함도 터져 나왔다.

분위기가 잔뜩 고양될 즈음.

하늘에서 악마가 하나씩 등장했다.

푸른 하늘에서 등장하는 악마들은 곧 거대한 무리가 되어 일대 세력을 이루었다.

“72악마다!”

박쥐 떼처럼 모인 그들은 평범한 악마종이 아니었다.

72악마들은 모두 신좌급이었다.

그런 72악마가 하나도 빠짐없이 이번 마경대전에 참가를 결의한 것이다.

“위세가 대단하군.”

“지옥도의 4대 세력이 총집결한 건가?”

수군거리는 군중들의 대화 속에서 <아비규환의 지옥도> 성운은 역대 최대 규모로 운집하여 거대한 물결이 되어 뒤틀리기 시작했다.

살기와 욕망.

죽음과 광기.

모든 절망이 뒤섞인 이곳에서.

그들은 마경대전을 향한 욕구와 ‘라그나로크’ 잠재 신화를 향한 기대감에 빠져 있었다.

죽음의 환희가 무질서한 세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즈음.

이 모든 일을 지켜보는 낯선 일행이 천천히 나타났다.

“마지막은 우리가 참가한다.”

하얀 코트를 입은 유진하가 가장 앞서 나왔다.

뒤를 이어 명부의 지옥에서 수련을 끝낸 에어리스, 레다, 유나 세 쌍둥이 자매와 이소민, 조커까지 전원 합류했다.

다들 만반의 태세를 갖췄는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우리는 독립된 세력으로 참가하겠습니다.”

지옥도의 타 세력에 의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원정대는 지옥의 신좌와 악마 신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그렇게 ‘지구 성운’은 성운전의 ‘마경대전’에 참가했다.

* * *

성운전 네 번째 시험.

‘마경대전’에서 우승하거나 우승하는 세력권에 포함되면 통과한다.

염라대왕은 ‘마경대전’의 규칙을 모두에게 메시지로 보냈다.

“자세한 규칙은 여기에 있다.”

-<아비규환의 지옥도>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

-우승자는 1년 동안 이곳의 지배권을 가질 수 있으며, 다른 성운에서 온 참가자의 경우에는 지옥도에서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성공 목표.

지금부터 참가자 전원은 지하 굴로 내려가게 됩니다.

지하 굴의 최하층에 있는 ‘신기의 창’을 차지한 사람이 우승자입니다.

-제한 시간.

30일.

-보상.

우승자에게 신좌 혹은 초월격에 해당하는 업적이 내려집니다.

“우오오오오!”

마경대전의 안내를 받은 참가자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거나 격렬한 춤을 추었다.

마치 축제의 분위기마저 느껴지는 난장판 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긴장한 낯빛의 참가자는 인간들뿐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영 어색하네.”

주변에서 마치 약에 취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리자 이소민은 질색했다.

레다는 동생 유나를 감싸면서 눈을 가려 주고 보호했다.

“유나, 너는 저런 위험한 거는 안 보는 거야.”

“레다 언니?”

마치 어린 동생을 어르고 달래는 듯한 레다의 모습에 유나도 웃으면서 만족해했다.

걱정해 주는 언니가 있다니 너무나 기뻤다.

“그럼… 저는 봐도 되는 건가요?”

에어리스가 순진한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레다와 유나 두 사람이 동시에 반대했다.

“안 돼!”

하나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 네. 조심할게요.”

에어리스가 어색하게 웃었다.

마경대전의 시작을 앞두고 이미 전략 분석에 들어간 유진하와 조커는 전체적인 환경을 살피고 있었다.

“입구는 여러 곳이군.”

“그러네요.”

지하 굴 입구부터 대회가 시작되는데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했다.

개미굴처럼 방과 통로가 이어진 곳일까.

아니면 층처럼 나뉘어 있을까.

어느 쪽이든 전략은 철저히 계산해 둬야 했다.

“신경 쓰이는 상대는 72악마다.”

지옥도의 4대 세력 중 바리데기와 헬라와는 이미 연합을 맺었다.

그들을 전부 설득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시오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가능했다.

“아테나가 있으니 명계의 하데스와도 대화해 볼 수 있고요.”

<명계의 마왕>과는 나중에 협력할 여지가 있었다.

문제는 72악마들이었다.

악마종에서 특출난 강자들을 따로 선별한 자들이었는데, 각자의 실력은 신좌급이었고 이들을 이끄는 주인은 어딘가 숨어 있었다.

“72악마들은 제멋대로라서 자기들끼리도 하나로 합쳐지기가 어려워 보이네요.”

마경대전은 승부를 겨루는 대회이지만 동시에 모두가 모이는 약속의 장소이기도 했다.

‘라그나로크’.

신들의 황혼.

잠재된 종말의 신화를 개방시키는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전원 집결’이었다.

매년 열리는 마경대전은 신화 개방의 계기가 된다.

‘전원 집결.’

이것만으로도 반쯤은 성과를 이뤄 낸 거였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악마신.

줄여서 72악마의 마신이라고 불리는 자가 문제였다.

“72악마들을 이끄는 마신.”

그를 마주한 자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오랫동안 지옥도에 있던 바리데기와 헬라조차 마주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악마 신은 미지의 존재였다.

“형이 마경대전에 우승까지는 했어도… 끝내 라그나로크를 실현하지 못한 이유는 이거였을 거야.”

악마 신 혹은 마신.

숨겨진 그의 존재를 찾아내지 못하거나 설득하지 못한 탓이 컸다.

종말의 신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가 ‘전원 집결’이었고, 그러려면 72악마의 마신을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

“72악마부터 잡아서 알아내야겠다.”

전투태세에 들어간 조커는 백가면을 쓰고 양손에 단검을 쥐었다.

“굳이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정보만 알아내도 되거든요.”

유진하의 당부에 조커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들이 자신들의 주군을 쉽게 알려 줄 리는 없을 텐데… 뭐, 어쨌든 그럼 나는 죽지도 않는 놈들이랑 마음껏 싸우고 있겠다.”

전투에서 살아가는 자, 조커다운 생각이었다.

조커를 지켜보던 유진하는 ‘모략과 계략도 있다고요’라고 말해 주려다가 그냥 속에 담아 두었다.

어차피 조커 본인도 그 분야는 잘 알 테니까.

“그럼 대회를 시작하겠다!”

우렁찬 목소리로 염라대왕이 마경대전의 개막을 외치면서 망치를 크게 내려쳤다.

판결의 망치.

-영기를 담아 내려치면, 일정 공간에 자신이 원하는 시공간과 연결된 통로를 열 수 있다.

“우와아아아!”

염라대왕의 영기가 퍼져 나가자, 바닥은 빙판처럼 미끄러워지다가 이내 투명해지더니 매끄럽게 반짝거렸다.

이곳이 진짜 입구였다.

“진짜 입구가 여기였군요.”

마경대전.

‘마계의 거울’이라 불리는 전투.

모두가 거울 속 지하 세계로 들어가면서 대회는 시작된다.

어느새 바닥은 거울처럼 반짝거렸고, 참가자 모두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서서히 환한 빛에 휩싸였다.

유진하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종말의 신화를 개방하려면… 이제껏 이곳에서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을 일으켜야 한다.’

다른 참가자들은 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종말의 신화가 정말 개방된다면, 나도 신화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싶다.’

욕망과 패기.

두려움과 자신감.

모두의 복잡한 감정이 뒤섞이는 동안, 마계의 거울은 서서히 모두를 빨아들였다.

마경대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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