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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152화 (152/229)
  • 152화 천공의 성(1)

    천공의 성에 참가하는 인원이 확정됐다.

    그러자 모두에게 같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두 번째 시험. 2회전.

    -<성운전>에서 당신들은 살아남을 자격을 입증했습니다.

    생존자 전원은 <시작의 길에 들어선 자> 칭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들을 눈여겨보는 세력도 있을 것이고, 견제하는 세력도 생길 것입니다.

    2회전에 진출한 성운들은 천공의 성에 참가하여 명운을 걸고 싸울 것입니다.

    이곳에서 살아남는다면 당신들의 성운은 널리 주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최종 성공 목표.

    천공의 성을 최종적으로 장악하는 성운이 승리합니다.

    무수한 시험을 통과한 후, 최상층의 권좌에 앉아 천공의 성을 차지한 성운이 승리합니다.

    -규칙.

    천공의 성에는 여러 세부 미션이 있습니다. 먼저 여러분이 도착하는 1층에는 100개의 방이 있습니다. 각 방에는 깃발이 하나씩 있으며, 다수의 깃발을 차지하는 성운이 승리합니다.

    -특수 룰.

    깃발은 합쳐질 수 있습니다.

    -참가 인원.

    성운마다 최대 22명.

    -제한 시간.

    1시간.

    -보상.

    생존자 전원에게 업적이 내려집니다.

    -패배.

    패배한 성운은 멸망 혹은 복속됩니다.

    “깃발을 차지하는 시험?”

    이소민은 규칙을 듣자마자 바로 반응했다.

    하지만 주변의 동료들과 부활한 영웅들이 조용히 있는 상황에서 혼자 목소리가 유독 튀자 살짝 당황했다.

    “하하, 왠지 나만 떠드는 거 같네.”

    모두의 시선을 받은 이소민은 오히려 대범하게 나섰다.

    “혹시 작전을 짜면 내가 할 일을 알려 줘요.”

    “…….”

    그녀의 말을 들은 일행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자기들 일에 집중했다.

    “저기, 제가 할 일은 있는 거죠? 반드시 있는 거죠?”

    “…….”

    이소민은 왠지 불안감이 생겼는지 사람들에게 다가가 계속 물어봤다.

    인질만 질리도록 해 봤는데 이번에도 큰 역할이 없는 걸까.

    이런 젠장.

    이소민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괜찮아요, 소민 언니. 반드시 할 역할이 있을 거예요.”

    곁에서 지켜보던 에어리스가 유일하게 다가와서 위로해 줬지만, 불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에어리스와 이소민이 서로 격려하는 동안, 두뇌를 담당한 제갈공명과 <서양 철학의 원천>이라 불리는 대학자가 고심하고 있었다.

    “22명 제한이군요.”

    제갈공명이 백우선을 흔들며 생각에 잠겼다.

    길게 내려온 하얀 수염을 쓰다듬던 대학자 역시 같은 고민에 잠겼다.

    “이번에 새롭게 참가할 영웅이 항우부터 나까지 12명이고.”

    “원래 결사대 일행이 8명입니다. 다 합쳐도 20명이군요.”

    두 명이 부족했다.

    영웅급에 육박하는 실력자가 아니라면 성운전에 참가하기에는 부족했다.

    마스터까지 참가시켜야 하나 고민하던 즈음에, 모두를 향해서 커다란 그림자가 덮치듯이 다가왔다.

    “내 자리가 있나?”

    쏟아지는 빛을 일순간 가릴 만큼 거대한 체구를 가진 자가 나타났다.

    거인 타가르였다.

    유진하가 다가가 그의 어마어마한 체구를 향해서 소리쳤다.

    “거인족인 당신도 참가하겠다고요?”

    “우리 성운은 멸망했고, 너희 인간들에게 의탁하는 몸이 되었다. 나는 전사이니 싸움터에서 그 빚을 갚겠어.”

    일평생을 전투에 바친 최후의 전사다운 포부였다.

    그와 맞섰던 항우도 거인 타가르의 마음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자세다. 전장에서 죽을 각오로 싸운다면 진정한 전사라고 할 수 있지.”

    항우와 타가르는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거인의 참전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명이 남았군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제갈공명의 염려에 유진하가 곧바로 대답했다.

    “마지막 한 명은 이미 와 있으니까요.”

    모두가 깜짝 놀라서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태연하게 웃으면서 유진하가 마지막 참가자를 소개했다.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었어요.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 통하나 확인하려고요.”

    “…그렇습니까?”

    제갈공명은 대략 눈치를 챈 듯했으나 굳이 나서서 밝히지는 않았다.

    최후의 한 명은 보험일 거라는 생각이었다.

    -참가자가 확인되었습니다. 2회전의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

    전언이 들리는 순간과 동일하게 모두의 몸이 빛으로 뒤덮였다.

    차원문에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효과가 감돌았고 모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파아아!

    원정대 22명 전원이 빛줄기와 함께 솟아올랐다.

    벼랑에는 마스터 혼자 유일하게 남아 하늘에 있는 천공의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사히 돌아와. 기다리고 있을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마스터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았다.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이었고,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려고 일부러 미소를 지었다.

    “…….”

    그런 마스터의 모습을 보면서 비웃음을 보이는 자가 있었다.

    그는 공중에서 모습을 감추며 키득거렸다.

    “남을 훔쳐보는 게 그쪽 취미인가 보네?”

    마스터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정체를 숨긴 자를 바라봤다.

    공중에는 투명한 자가 여유를 보이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흐음, 날 볼 수 있나.”

    “너무 잘 보이는데?”

    마스터의 눈동자는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만물을 꿰뚫는 눈.

    사라져 가는 진실을 살피는 힘이 있었다.

    “보통은 아니었구나. 그래 봐야 이런 하급 성운의 주인에 불과하지만…….”

    “하급 성운?”

    마스터의 눈가가 일그러졌다.

    얕잡아 보는 듯한 그의 태도에 화가 났으나 주력이 2회전에 참가한 상태라, 무리하게 싸움을 붙는 것은 경솔한 행동일 뿐이었다.

    “당신… 올림푸스 성운인가?”

    나타난 남자의 팔뚝에는 특이한 문양이 새겨졌는데 올리브 가지와 신발의 문양이었다.

    “알아볼 정도의 눈치는 있구나.”

    “올리브 가지는 올림푸스의 상징이잖아. 그 정도는 알지.”

    과연 우리 성운을 하급이라고 업신여길 정도의 존재였다.

    올림푸스는 최상위 성운 중 하나였고 이 성운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력이었다.

    “2회전부터는 심판관이 직접 참관하거든. 따분한 승부가 되겠지만 말이야.”

    “심판관이 왔다라…….”

    확실히 1회전은 승리 조건 외에는 별다른 규칙이 없었는데, 2회전부터는 여러 가지 규칙이 생겨 일정한 틀이 있었다.

    세세한 규칙이 생긴다면 지켜볼 ‘감독관’도 필요해진다.

    “2회전에서 패배하면 복속된다는 의미가 그거였군.”

    마스터는 쓴웃음을 지었다.

    감독관으로 올림푸스의 신적인 존재가 참가한 이유는 거기에 있을 터였다.

    복속.

    저런 자들에게 굴복한다는 의미였다.

    “복속을 시킬 수도 있고. 필요 없는 수준이면 멸망시켜도 되고.”

    공중에 나타난 자는 한껏 여유를 부리듯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힘없는 자들의 생사여탈권을 무기로 사람들을 굴복시키려고 들었다.

    “너희 인간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수십억 의 지성체는 꽤 쓸모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냐? 어차피 올림푸스와는 상관없을 텐데.”

    “너희에게 선택권은 없어.”

    마스터가 받아쳤으나 심판관은 냉정하게 대꾸했다.

    마치 권력을 가진 독재자처럼 거들먹거리는 통에 마스터는 속으로 분노를 가다듬고 있었다.

    “멸망당할지나 걱정하고 두려워해라. 차라리 복속시켜서 살려만 달라고 비는 쪽이 대부분이니까. 그게 하급 성운이 처하는 운명이야.”

    2회전이 시작할 즈음.

    공중에 있는 그자는 떠날 시간이 되자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신발에서 펼쳐진 거대한 날개가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천공의 성으로 날아갔다.

    날개에서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눈을 뜨기 어려웠던 마스터는 두 팔을 들어서 막았다.

    “젠장!”

    올림푸스의 심판관이 강림했다.

    바람의 날개가 달린 신발을 보자 마스터는 그제야 올림푸스 신좌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너는…….”

    그는 신들의 전령사.

    헤르메스였다.

    * * *

    2회전은 천공의 성 1층에서 펼쳐졌다.

    -동서남북 각각의 지역마다 참가 성운은 3개.

    -방은 100개.

    -방 하나에는 깃발이 하나씩 있다.

    -깃발을 가장 많이 차지하거나 과반수의 깃발을 종료할 때까지 보유한 성운이 승리한다.

    공개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유진하의 연합 원정대는 남쪽에 소속되었다.

    100개의 방은 전부 삼각형 구조였는데 위아래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즉, 삼각형의 모든 방을 연결하면 1층 전체가 커다란 정삼각형이 되는 구조였다.

    “방이 서로 붙어 있네요.”

    입장하기 전에 지도가 보이자 에어리스는 손가락을 들어 지형을 살펴봤다.

    3개의 참가 성운은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 방에 배치됐다.

    “다들 귀퉁이에서 시작하네요. 깃발을 많이 차지하려면 초반이 중요하겠어요.”

    에어리스가 보기에도 이번 대결에서는 전략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짓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팀의 두뇌를 담당한 전략가들은 머릿속에서 벌써 전략을 짜고 있었다.

    “괜찮은 방법이 있습니다.”

    제갈공명이 가볍게 먼저 얘기했다.

    “과연 적당한 수가 되겠어.”

    <서양 철학의 원천> 대학자도 맞장구를 치듯이 중얼거렸다.

    “다들 동의하는 거죠?”

    유진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두 전략가를 바라봤다.

    이게 대화의 끝이었다.

    “그게 뭐냐?”

    어이가 없어진 이소민이 얼빠진 표정으로 입을 턱 벌렸다.

    저렇게 대화하고 끝이라니.

    대체 저 천재들의 대화법이란 참으로 이해가 안 가는 수준이었다.

    -2회전 시작 1분 전.

    “남은 시간이 없어요. 전략은 게임 시작하면서 알려 줄 테니까 일단은 2인 1조로 구성해요.”

    유진하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어차피 팀원 구성에 대해서도 미리 계획을 세워 놓은 터라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시작 방은 100번이었다.

    출입구 하나가 있었고 시작 신호가 나오면 바로 들어가야 했다.

    3.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자 모두의 얼굴이 긴장감이 서렸다.

    2.

    1.

    0.

    2회전이 시작됐다.

    광활한 빛과 함께 출입구에 가장 먼저 들어간 사람은 유진하였다.

    영원의 영역.

    <빛의 한계를 초월한 자>

    빛의 아우라를 머금으며 최고 속도로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갔다.

    과반수의 깃발을 차지하는 게임.

    정삼각으로 배치된 방을 차지하는 게임이지만 실상은 땅따먹기와 같은 구조였다.

    ‘최대한 많은 방을 선점해서 깃발을 찾아라.’

    깃발 쟁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역 확보였다.

    초반에 얼마만큼 영역을 크게 확보하느냐가 승패에 직결된다.

    ‘최대한 많은 방을 먼저 차지한다. 다음에는 방마다 깃발을 찾는 거야. 이후에는 방어적으로 막아 내면 끝이다.’

    2회전에 참여한 성운은 셋이었고, 그렇다면 전체 참가자가 최대 66명이었다.

    방은 100개가 있었으니 생각보다 비좁았다.

    ‘최전방을 확보하면 유리하다.’

    전투 팀의 역할이 중요한데, 가장 최전방으로 나아가서 최대 영역을 확보해야 했다.

    동시에 상대 성운까지 견제해야 한다.

    ‘전투 팀이 국경선을 지키듯이.’

    전방을 차지하고 방어선을 국경처럼 펼친다.

    후속 팀은 후방에 남겨진 방에서 숨겨진 깃발을 하나하나 찾아 내면 된다.

    그때까지 전방에서 전투 팀이 안전하게 버텨 줘야 했다.

    ‘최전방 전투 팀으로는 가장 무력이 뛰어난 항우, 조커, 거인 타가르, 에어리스, 유진하가 주축을 맡는다.’

    유진하는 빛을 초월한 속도로 가장 선두로 나서서 방을 휙 돌아봤다.

    “…과반수는 깃발 51개지만 일단 30개가 첫째 목표야.”

    빠르게 지나가면서 얼핏 보이는 4개의 깃발은 얼른 확보랬다.

    <지구 성운 : 깃발 4개>

    실시간으로 성운들이 확보한 깃발 수를 알려 줬는데, 다행히 우리가 선두였다.

    “이제는 방어선 구축이다.”

    1층의 전체 지형은 정삼각이라서 방어선을 펼치기가 간단했다.

    삼각형 구조를 이용해서 대각선 일렬로 죽 늘어서면 방어 라인을 만들 수 있었다.

    “자, 전투 팀 집결해 주세요.”

    조커, 항우, 거인 타가르, 유진하와 에어리스는 최전방에서 각자 일정량의 방을 맡았다.

    영웅들도 2인 1조로 팀을 구성해서 최대한 방어선에 합류했다.

    “후방에 남은 선생님들은 깃발을 찾아 주세요.”

    최전방에서 방어 병력이 버텨 주는 동안, 후방에서 지략이 뛰어난 제갈공명과 대학자가 빠르게 깃발을 찾아 내면 된다.

    초반은 완벽한 호흡으로 돌아갔다.

    “됐어.”

    유진하는 자신감에 넘쳤다.

    부활한 영웅들과 결사대 팀원들의 호흡은 훌륭했고 작전은 완벽에 가깝게 돌아갔다.

    초반 그들의 깃발은 순식간에 늘어났다.

    <지구 성운 : 깃발 9개>

    다른 성운들이 겨우 두세 개를 확보한 것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성과였다.

    그런데 갑자기 예기치 못한 문구가 나타났다.

    <21번 방에서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탈락자가 나타났다는 메시지였다.

    그 문구는 연이어 반복됐다.

    <22번 방에서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24번 방에서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29번 방에서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

    <참가 성운이 전멸했습니다.>

    쿠웅!

    안내 메시지를 본 유진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전멸했다고?”

    깃발을 차지하는 게임이었는데 누군가는 상대 성운을 죽이고 다녔다.

    게임의 본질인 쟁탈전을 넘어 섬멸전도 가능하다는 걸 이용하고 있었다.

    “남이 가진 깃발을 빼앗는다.”

    깃발은 방에 숨겨져 있지만 상대를 죽여서 깃발을 강탈하는 것도 허락되었다.

    지금 그렇게 작전을 실행한 성운이 있었다.

    그것도 게임 시작한 지 불과 10분도 안 되어서 참가 성운 하나가 전멸해 버렸다.

    그때였다.

    <47번 방에서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방은 우리 쪽이었다.

    유진하는 전투력이 뛰어난 영웅을 보내어 최전방 방어선을 펼쳤는데, 47번 방의 영웅은 이번 원정대에서 무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 방은 자신감 넘치던 ‘서초패왕’이 자청해서 혼자 지키던 곳이었다.

    “…항우가 탈락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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