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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143화 (143/229)

143화 전초전(2)

성운전이 시작되기 전, 신적인 자들은 그들의 존재를 믿고 따르라는 소리를 했었다.

복종하라. 믿어라.

그 말뜻은 거스르지 말라는 의미였지만 고대부터 유명한 논제가 있다.

‘신은 존재하는가.’

수많은 학자들이 무수히 토론하고 논증 싸움을 벌이던 주제였다.

질문은 답을 찾는 시작점이었기에 항상 물어봐야 했다.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복종해야 하는가.

하지만…….

정말 전지전능한 자가 있다면 굳이 복종을 강요할 이유가 있을까?

복종하지 않으면 굴복시키려고 들 것인가?

제우스의 올림푸스를 비롯해 오딘의 아스가르드 같은 신적인 존재들은 대규모 성운에 존재한다.

‘신좌’라고 일컬을 자들이었다.

거대 성운은 자신들의 세력이 유일무이한 최대 세력이 되고자 경쟁할 터였다.

성운전의 본질은 여기에 있었다.

왜 복종시키는가?

‘거대 성운을 키워서 다른 신적인 존재를 압도하고, 진정한 신이 되기 위해서.’

그 얘기는 신적인 존재도 아직 다른 존재를 압도할 만한 힘이 없다는 소리였다.

아직은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렇기에 복종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영웅급 재능이 있는 자들을 하나라도 더 영입하려 들 것이기에, 하위 성운끼리의 1회전 대결도 눈여겨보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재능 있는 자를 차지하려는 ‘영입전’이 있을 터였다.

‘저 위에서 지켜본다.’

마치 저 높은 하늘에서 거대한 두 눈을 부릅뜬 신좌들이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전투는 그들의 여흥이면서도 실력 있는 자를 탐하는 욕망이 뒤섞인 게임이었다.

빛이 내리쬐는 정원에 모여 앉아 콜로세움의 노예들이 벌이는 싸움을 구경하는 것 마냥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신들의 포도주인 넥타르 같은 걸 마시면서…….

“4파가 와.”

많은 생각이 들었으나 거센 충격파가 이어서 다가왔다.

이소민이 소리치며 전신의 오오라를 머금어 방어 태세를 갖췄다.

에어리스 역시 대검을 굳게 쥐고 힘을 보탰으나 거인이 발휘한 충격파를 완벽하게 막아 내지 못했다.

“아아악!”

이소민과 에어리스가 충격파에 부딪쳐 뒤로 밀려났다.

거인은 영원의 영역 <하늘을 가린 태산의 기세>를 발휘했다.

이 힘에 맞설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에어리스와 이소민은 뒤로 날아가 부서진 건물 벽에 부딪쳤다.

“으윽!”

건물은 완전히 무너졌다.

에어리스와 이소민은 그 잔해 속에 파묻혔다.

유진하는 전신에 빛의 오오라를 머금으며 충격파의 위력을 빠르게 피해 냈다.

저 위력을 정면으로 받아 내는 대신 빛의 속도로 가까스로 피해 낸 것이다.

“위험하다.”

정예 요원들의 피해도 심각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하거나 성운 자체가 완전히 멸망할 위기에 처할 것이다.

단 한 명의 거인이 크게 울부짖었다.

마치 공포를 퍼트리는 듯한 거인의 몸집에 정예 요원들조차 두려움에 떨며 무너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전멸한다.

결국 유진하는 결심을 굳혔다.

승부를 걸기로 결정한 것이다.

파아아!

유진하는 1000장의 번개 카드를 꺼냈다.

모든 카드에서 방출되는 번개가 일제히 거인의 심장 부근으로 향했다.

파지지직!

무수한 번개가 작렬했으나 그 위력은 거인에게 정전기 수준에 불과했다.

“후후후후.”

거인은 지성체였다.

하나,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특별한 감흥이 없어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작은 벌레처럼 여기고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사방의 벙커와 방어 진지에서 번개가 일제히 발동했다.

“지금이다.”

몸을 숨긴 요원들은 다들 번개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유진하가 번개의 힘을 머금을 때가 신호였다.

이것이 플랜A였다.

“전원 번개 집결.”

요원들이 가진 10000장이 넘는 카드에서 일제히 번개가 발동됐다.

그리고 그 번개는 모두 거인의 심장으로 집결했다.

10000장의 카드를 통해 발생한 엄청난 번개의 빛은 두 눈이 멀어버릴 만큼 강렬했다.

“흐으으읍!”

번개가 작렬할 때, 유진하는 거기서 발생하는 빛을 흡수했다.

카드에서 발동하는 번개.

하늘에서 내리는 빛.

‘번개와 빛의 연계’를 시도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 초레어 카드도 준비했다.

“두 개의 태양.”

이 카드는 술사의 양옆에 태양에 견줄 만한 빛의 덩어리 ‘구체’를 발동한다.

코어들을 상대할 적에 사용한 적이 있었다.

‘번개와 빛과 태양의 연계.’

유진하는 빛줄기 섬광 자체로 되어 갔다.

매서운 빛이 거인의 심장에 번개와 함께 작렬했다.

두 눈을 뜨기 힘들 만큼 강렬한 불꽃이 발생했다.

“으아아아아!”

하지만 이 힘만으로는 거인의 상체에 뒤덮인 아우라를 뚫을 수 없었다.

그래서 유진하는 마치 전신의 기운을 뼛속까지 뽑아내듯이 빛의 오오라를 극한으로 몰아서 한 점에 집중했다.

목표는 하나였다.

온몸이 부서지더라도 거인을 이겨야 했다.

“아아아아아!”

빛의 섬광으로 나가던 유진하는 강력한 장벽에 막혔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다.

거대한 차원의 벽에 막힌 듯이 강렬한 충격을 모조리 온몸에 받아 내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

마침내 손아귀에 힘이 빠져 나갔다.

전신에서 격렬한 통증과 함께 비명을 지르듯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서서히 시야가 흐려졌다.

거인이 발휘하는 아우라를 뚫기 위해서는 오오라와 육체만으로 부족했다.

‘생명을 건다.’

목숨을 걸고 나아가야 했다.

유진하는 혜성처럼 생명의 빛까지 소모하기 시작했다.

심장부터 나오는 푸른 생명의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생명력을 소모한다.

단 한 번.

격렬한 불꽃같은 빛이 되어 짧지만 긴 자국이 되기를 원했다.

“진하……?”

건물 잔해를 밀어내고 간신히 일어선 에어리스는 거인과 격돌한 유진하를 목격했다.

번개와 빛, 그리고 태양을 머금은 유진하는 푸른빛 생명력까지 소모하기 시작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빛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함께 전개한 것이다.

저 거대한 거인에게 도달하여 단 한 번의 빛줄기로 가르기 위해서.

“진하!!”

에어리스가 크게 소리쳤다.

그 순간.

빛이 기적처럼 거인의 아우라를 뚫고 지나갔다.

일점 돌파.

순식간에 거인의 상체를 꿰뚫었다.

빛은 이전에 볼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짧은 순간이었다.

“아…….”

서서히 부서져 가는 빛의 알갱이 속에서 유진하의 전신이 허공에 맴돌았다.

이미 그는 살아 있지 않았다.

사라져 가는 빛처럼 자신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모두 잃고 소멸해 갔다.

“유진하!”

잔해 속에서 나온 이소민도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에어리스와 이소민은 허공에서 마지막 빛을 발휘하며 산산이 부서지는 빛의 궤적을 바라봤다.

죽음.

별똥별이 지듯이 빛은 부스러기가 되어 생명을 잃고 사라졌다.

공허한 지평선 너머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으아아아아!”

이소민은 울부짖듯이 비명을 질러 댔고 눈물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하!”

에어리스도 목 놓아 울 듯이 흐느끼다가 대검에 기대어 주르륵 주저앉았다.

울음과 절망이 뒤섞인 이 순간.

쿠웅.

거인은 유진하가 목숨까지 내건 섬광을 맞고서도 우두커니 버텨 냈다.

“살아 있다고?”

크게 놀란 이소민은 순식간에 전신을 휘감아 오는 절망감에 후들거렸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그녀였으나 지금은 너무나 놀란 터라 일순간 다리가 떨렸다.

“이 녀석!!”

하지만 금세 정신을 차렸다.

유진하가 희생하면서 만들어 낸 소중한 기회가 아직 남아 있었다.

거인은 버텨 냈으나 비틀거렸고 멀쩡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 기회가 있어.”

거인의 아우라가 처음으로 뚫렸고 심장에는 빛이 지나간 자국이 남았다.

거인의 행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어 부르르 몸을 떨었고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플랜A는 진행 중이다.”

전언 카드에서 전달되는 목소리가 이소민과 에어리스의 머릿속에 들렸다.

호텔 옥상에서 전투 현장을 지켜보던 마스터였다.

전투 리더는 유진하였다.

그가 부재할 시에는 마스터가 지휘권을 받기로 결정했다.

부지휘관 자리에 있던 마스터가 다음 작전의 진행을 곧바로 지시했다.

“유진하가 계획한 플랜A는 아직이라고.”

한 달이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동안의 공략전을 통해서 우리 공간 역시 많은 발전을 이뤄 냈다.

다른 공간에서 장인급 실력자들을 데려온 덕분에 카드와 장비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전 병기를 만들어 냈다.

아직 멀쩡한 쌍둥이 빌딩 사이에 숨겨 놓은 창이 하나 있었다.

창은 공항 활주로에 버금가는 초대형 크기였다.

“저건?”

이번 전투를 위해 한 달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장인들의 실력으로 만들어 낸 단 하나의 결전 병기였다.

카드와 장비를 혼합시킨 제조술로 만든 유일한 무기인, 창의 명칭은 구세주라는 의미를 붙였다.

‘롱기누스의 창.’

신을 죽이는 창으로 유명한 유물의 명칭이었다.

“조준 완료.”

마스터의 귓가에 소리가 들어왔다.

석궁까지 만들어 이 창을 화살처럼 끼워 놓았다.

발사 준비는 처음부터 마쳤고 요원들은 조준을 끝냈다.

거인은 심장에 타격을 받았고 아우라의 기운은 복구되지 않았다.

유진하가 만들어준 유일한 기회.

지금이 마지막이었다.

“발사!”

마스터가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롱기누스의 창이라 불리는 결전 병기가 힘차게 날아갔다.

거대한 창이 석궁을 통해 쾌속으로 날아갔고 거인의 심장에 정확히 명중했다.

“크아아아악!”

거인은 비통한 울음을 토해 내더니 허리가 뒤로 꺾였다.

마치 거대한 조각상에 창에 꽂힌 듯이 거인의 모습은 예술적인 자세처럼 보였다.

죽기 직전.

극한의 고통을 느끼던 거인은 순순히 죽지 않겠다는 듯이 강한 기운을 발휘했다.

콰앙!

허리가 꺾인 거인은 뒤로 몇 걸음을 비틀거리며 물러났고, 몸이 쓰러져가면서도 두 팔을 필사적으로 뻗었다.

멀리서 바라보던 에어리스는 거인의 최후 저항에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피해요!”

아래에 있는 지하 대피소에 다급한 목소리가 전달될 때는 이미 늦었다.

거인이 뻗은 최후의 주먹이 쿵 지면을 내려쳤다.

마지막 순간에 날린 괴력으로 인해 대피소는 완전히 붕괴됐다.

“아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폐허가 되었다.

잔해와 파편 속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없었다.

전멸이었다.

“살아 있는 생존자는?”

무전과 전언을 보내도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대피소에 있던 네 명의 요원 전원이 전사한 것이다.

지잉.

그때, 1회전의 안내창이 나타났다.

-전투 성과가 나왔습니다.

사망자 1대 5.

마스터는 자신의 상태창에 떠오르는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1점.

“이 라운드에서 얻은 점수인데?”

1회전 성운전은 상대를 쓰러뜨리면서 점수를 얻는 게임이었다.

14일간의 대결로 승패를 가르는 데, 지성체를 죽일 때마다 1점을 얻는다.

마스터가 얻은 점수는 단 1점.

방금 유진하의 생명과 유일무이한 결전 병기까지 모두 사용해서 얻은 결과였다.

“그렇다면 상대는?”

방금 대피소가 무너지면서 네 명의 요원을 잃었고, 유진하도 죽었으니 1점을 더 잃었다.

거인들은 이번 전투에서 한 번에 5점을 얻은 거였다.

1대5.

불리했다.

“아!”

그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방금 죽었던 거인이 찬란한 오오라를 머금으며 다시 부활한 거였다.

-특수 룰이 발동되었습니다.

-획득한 5점을 모두 사용해서 다섯 명을 부활시켰습니다.

1점을 소모하면 한 명을 되살리는 특수 룰이 있었다.

“아까 마지막에 대피소에서 네 명이 죽은 바람에…….”

거인들은 점수를 더 얻었고 그것을 모두 사용했다.

최악의 불운이었다.

“젠장!”

유진하를 잃었다.

하나 남은 결전 병기 롱기누스의 창도 사용했다.

그런데 거인은 방금 죽은 녀석을 포함해서 5명으로 더 늘어났다.

“말도 안 돼!”

전의를 잃은 요원들은 모두가 허망한 얼굴이 되어 벌벌 떨었다.

최정예 요원들조차 전투에서 완전히 희망이 없다고 여길 정도였다.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요소는 하나도 없었다.

“이소민 언니…….”

“이거 어렵게 되었네. 아니, 거의 끝장 분위기가 되었어.”

에어리스와 이소민은 최후의 싸움을 앞두고 서로를 바라봤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유진하까지 잃었으나 두 사람은 결전의 자세를 포기하지 않고 굳건하게 유지했다.

마지막까지 싸운다.

최후의 순간까지도.

“1회전부터 최악이 되었네.”

마스터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음에도 덜덜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한마디를 토해 냈다.

“역시 유진하가 준비한 플랜B까지 해야겠구나.”

플랜A는 유진하와 결전 병기.

플랜B는 새롭게 준비한 방책이었다.

유진하는 1회전 성운전의 규칙을 듣자마자 바로 플랜B를 세웠다.

‘1점에 한 명을 살린다.’

거인들이 5명을 부활시켰다면 이쪽에서도 1명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때, 반드시 살려야 하는 사람을 미리 지정했다.

‘유일하게 얻은 1점으로 가장 먼저 되살릴 사람.’

‘이 전투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자.’

-1점을 소모해서 한 명을 되살린다.

마스터는 마지막 희망으로 결정적인 흐름을 뒤바꿀 그자를 선택했다.

“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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