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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140화 (140/229)

140화 굴레에 들어선 자(1)

유성하는 차분하게 앞으로 닥쳐올 불길한 기운을 인식했다.

전방위를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숫자의 차원문이 열리고 있었다.

<회귀의 굴레에 들어선 자>

회귀의 대가로 나타난 존재들은 전부 인간형이었다.

그들의 숫자는 무려 천 명이 넘었다.

“아앗?!”

에어리스는 화들짝 놀라서 크게 소리쳤다.

차원문에서 나타난 존재들은 전부 같은 사람이었다.

유성하였다.

“회귀의 대가는 자기 자신?!”

사방을 둘러싼 1000명의 존재와 마주했다.

진짜 유성하와는 다르게 그들은 몸체가 옅어서 투명했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였다.

“영혼처럼 보여.”

“비슷한 거다.”

유성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코트를 입은 그는 사방에 나타난 자신의 형체에 대해서 극도로 강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내가 남긴 회귀의 잔재이다.”

회귀의 잔재는 자기 자신이었다.

유성하는 자신과 닮은 자에 대해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회귀는 나 자신을 과거로 보내어 다시 시작하는 것. 대신 기존의 세계와 그곳에 있던 나는 잔재처럼 버려진다.”

“버려진다면……?”

“소멸해 가는 거지.”

유성하는 고개를 떨구었다.

검은 코트가 바람에 휘날렸다.

“그들은 죽어 가는 존재이다. 내가 버린 나 자신이고. 그래서 본체인 나를 원한다.”

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꺼리는 사람이 있을까.

그 존재들은 내가 버린 나였다.

회귀자인 유성하는 천 번의 실패를 했고, 천 명의 버려진 자신과 마주했다.

“회귀의 자국들은 시한부로 남는다. 그 버려진 나는 원래 육체를 빼앗지 않으면 결국 사라지지.”

“이게 회귀의 대가?”

유진하는 자신의 형을 바라봤다.

천 명의 잔재들에 둘러싸인 유성하는 자기 자신에게 포위당한 형국이었다.

마치 망망대해의 바다에서 조각배 하나에 의지하는 사람처럼 형은 외롭고 고독해 보였다.

“회귀하지 않으면 모두가 끝난다. 그래서 다음 기회를 원했어.”

커다란 철문으로 막힌 관문이 지금도 눈앞에 있었다.

한 달 뒤에 이곳이 열리면 모두가 시험을 받는다.

생존이냐 복종이냐.

선택의 기로에 처한다.

그 싸움을 이미 겪은 유성하는 천 번을 넘게 회귀했고, 그만큼 실패했으며 대가를 받아야 했다.

“형!”

유진하는 그 괴롭고 긴 싸움에 깔린 마음을 알아차렸다.

실패할 때마다 시도하는 회귀 특성으로 자기 자신을 숱하게 버려 왔다.

버려진 자신들은 회귀의 잔재가 되어 귀신처럼 따라붙었고, 진짜의 육체를 갈망했다.

‘살아남기 위한 욕망만 남아서.’

껍데기가 된 회귀의 잔재들과 맞서야 했다.

“온다.”

유성하는 검을 꺼냈다.

푸른빛의 검을 한순간 빠르게 휘둘렀다.

촤아악!

물결처럼 파동이 나아갔고, 동시에 천 명의 잔재 중에서 대다수가 그 검기의 위력에 베어져 사라졌다.

유성하는 자신과 벌이는 싸움에 익숙하게 대처했다.

“내가 회귀한 시점에 따라 실력이 천차만별로 다르다.”

초반에 회귀했을 때는 당연히 잔재들은 약했다.

그들은 검기 한 번에 쓸려 버릴 만큼 약했으나, 회귀를 거듭하고 나타난 잔재들은 남다른 실력을 보유했다.

“와아! 위험했어.”

이소민은 방금 검기를 가까스로 뛰어올라 피했다.

다행히 레벨5 초월화 단계는 도달한 터라 검기를 피할 정도의 실력은 터득한 덕분이었다.

유진하와 에어리스 역시 공중으로 뛰어서 회피했다.

유성하는 모두의 실력을 고려해서 검기를 휘둘렀고 다들 피할 실력 정도는 있었다.

“연격?”

위로 피한 유진하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형의 검기는 유인이라는 사실을.

위로 회피한 잔재들은 아까부터 공중에서 기다리던 존재와 맞닥뜨렸다.

에어리스의 쌍둥이 별자리를 가진 레다였다.

<별자리에서 태어난 자>

고유 특성을 가진 레다는 배후에 황도 12궁 별자리 중에서 쌍둥이자리를 발현했다.

쌍둥이자리의 능력은 봉인이었다.

-별자리의 별에 상대를 봉인한다.

“지금…….”

레다는 검기를 피해 공중으로 떠오른 잔재들을 바라봤다.

그러고 나서 회귀의 잔재들을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그 손짓이 발동 조건이었다.

<별자리에서 태어난 자>

쌍둥이자리.

레다의 손에 닿은 자는 모조리 별자리에 봉인되어 갇힌다.

특성이 발현되자 그녀의 손길에 닿은 회귀의 잔재들은 모조리 봉인됐다.

마치 별빛처럼 동그랗게 변해 버리더니 레다의 배후에 있는 별자리로 빨려 들어갔다.

‘쌍둥이자리의 봉인성은 17개까지…….’

레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늘에 떠오른 회귀의 잔재가 많아서 레다는 그중에 실력이 있어 보이는 17명을 봉인시키려고 빠르게 움직였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였다.

“언니?”

에어리스는 자신의 곁을 순식간에 지나치는 레다를 의식했다.

쌍둥이자리의 운명을 나눈 둘.

그들의 눈빛은 마치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듯이 교차하며 지나쳤다.

파아아!

레다와 에어리스의 금발 머리카락이 휘청거리듯이 흔들렸다.

바람이 둘 사이를 지나쳤다.

회귀의 잔재를 손짓으로 건드린 레다는 그들을 하나씩 배후의 별자리에 채웠다.

17개 봉인성을 머금은 쌍둥이 별자리가 더 밝게 빛났다.

“남은 녀석은 100명.”

유성하와 레다의 연계는 회귀의 잔재를 압도했다.

처음 천 명이었던 그들은 단숨에 100명으로 줄었다.

“조심해라.”

유성하는 짧게 경고했다.

남아 있는 이들이 강한 실력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유성하였고, 회귀한 육체를 빼앗기를 원했다.

“온다.”

유진하는 형의 대결을 지켜봤다.

형은 회귀의 흔적이자 자신의 분신과 맞붙었다.

혼자서 백 명에 달하는 자신을 상대했으나 팽팽하게 맞섰다.

“하아압!”

유진하는 형의 외로운 싸움을 지켜볼 수 없어서 전신에 빛을 머금으며 영원의 영역에 들어섰다.

영원의 영역에 들어선 유진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줄기가 되어, 형이 남긴 회귀의 흔적과 격돌했다.

“…이 싸움.”

유진하는 그 안에서 회귀의 흔적에게 다가가 상대의 얼굴과 마주했다.

형의 외모였다.

그때 순간적으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싸우는 이 상대는 형이 회귀한 흔적이었으나 실패한 형의 과거였고 현실이기도 했다.

“이렇게 된 거였어…….”

그제야 알게 됐다.

내가 싸우는 상대가 형의 존재 그 자체라는 사실이었다.

유진하는 입술을 깨물더니 빛으로 회귀의 흔적을 억눌렀다.

형의 잔재를 빛의 힘으로 누르면서 알 수 없는 기억이 전해졌다.

“…이건?!”

형이 절망하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저 높은 곳의 신적인 존재들은 다른 자들의 복종을 원했다.

그들은 S등급 이상의 공간에 머무르며 만방에 위세를 떨쳤고, 그들의 이야기는 신화처럼 전해지며 위세를 떨쳤다.

신을 자칭하는 자.

그들의 목소리는 관문을 통해서 세상에 울려 퍼졌다.

“우리에게 복종하고 따르라. 아니면 시험에 도전하여 승리하거나 소멸되고 말지니.”

그들은 선택을 강요했다.

형은 주저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관문을 향해 외쳤다.

“너희들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라도 맞설 것이다.”

복종할 바에는 차라리 시련을 받아들였다.

그 선택을 시작으로 무수한 위기를 겪어 가며 생존과 멸망의 굴레의 사이를 걸어갔다.

고된 여정이었다.

“나는 너희에게 벗어나겠다. 죽더라도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

회귀 특성을 가진 형은 혼자서 이 길을 걷지 않았다.

에어리스와 레다 같은 동료들이 있었고, 그들의 피와 땀과 희생으로 올라갔다.

어두운 곳.

어떤 시험에서 통과한 형은 황금빛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검은 코트를 입은 형의 좌우에는 산들거리는 옷자락을 입은 두 사람이 나타났다.

두 사람의 정체는 푸른빛의 에어리스와 회색빛의 레다였다.

‘에어리스, 레다.’

세 사람이 선택한 길이었다.

에어리스, 레다와 함께하던 형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할 때마다 회귀했다.

지금 장면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회귀의 잔재에 남아 있던 기억의 파편임이 분명했으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형이 싸워온 고통의 나날 중 하나일까.

“유진하, 물러서라!”

형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남아있는 100명의 잔재들은 시험의 후반까지 살아남았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회귀 900회차를 넘긴 절정의 실력을 자랑하는 괴물들이었다.

“지금 네가 상대할 급이 아니야. 너희는 후퇴해라.”

유진하는 빛의 힘과 영원의 영역으로 대적했으나, 회귀의 흔적들은 그걸 압도하고도 남는 강자였다.

“진하!”

에어리스가 소리쳤다.

900회차가 넘는 회귀의 흔적들은 기세만으로 주변을 압도했고, 유진하의 속도와 힘마저 단숨에 압도했다.

그들의 기운은 들불처럼 사방으로 퍼져 갔다.

“네 상대가 아니다.”

유성하는 다급하게 외치며 푸른빛의 검을 들었다.

다행히 회귀의 흔적들은 육체가 없는 환영 같은 존재들이라 완전한 기세를 발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기세에서 잠시 벗어날 틈이 존재했다.

“다행이에요.”

에어리스가 어느새 유진하의 옆에 서서 대검을 들어 방어 태세를 갖췄다.

이소민도 다가와 오오라를 끌어모았다.

“유진하, 너답지 않게 무리하지 마!”

막강한 회귀의 흔적들을 보면서도 두 사람은 유진하의 곁에 남았다.

든든한 동료이자 함께한 사람들.

지켜 주고 싶었다.

“알겠어요. 저도 조심할게요.”

유진하는 휘몰아쳤던 폭풍우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형과 회귀의 흔적이 벌이는 싸움.

유성하가 자신의 잔재와 벌이는 대결에 끼어들 실력과 자격이 없었다.

“저 싸움은 단숨에 결판이 날 대결이 아니에요. 어쩌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는 대결이 될 수도 있죠.”

공중에서 기운을 머금던 레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알려 줬다.

“회귀의 대가인 거군요.”

“…….”

유진하의 말에 레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의 굴레에 들어선 자>

회귀할 때마다 시간을 되돌리나,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내가 버린 자신과의 대결.

형은 죽음과도 같은 싸움을 천 번이나 반복했고, 회귀의 흔적과 싸워가면서도 신화적 존재들에게 맞섰다.

“형은 이날을 기다렸던 건가.”

유진하는 자신이 형을 찾는 거라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반대였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형은 유진하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언젠가 성장해서 찾아오기를 바라왔던 거였다.

외로운 사투였다.

“에어리스는 형이 나에게 보낸 증표였어.”

에어리스와 유진하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형은 레다를 남기고, 에어리스를 동생인 유진하를 위해 보내 주었다.

“저에게 언니가 있었네요. 함께 영원한 싸움을 겪어 가는 사람이 있었고요.”

에어리스는 그렇게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찾아갔다.

쌍둥이 언니 레다.

유진하의 형인 유성하.

신화적 존재들이 만든 시험에 도전하던 나날들.

에어리스는 완전한 기억은 아니었으나 실마리를 조금씩 풀어 갔고 이제 모든 것이 확실했다.

관문 너머에는 그런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자신을 신이라 일컫는 자들…….”

아직 저 관문을 열지 말라던 이유.

신화적 존재들이 강요하는 시험은 잔혹하고도 위험했다.

복종하지 않으면 죽음.

멸망 혹은 종말.

저 관문이 열리려면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까지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준비해야 했다.

이 싸움에서 유진하는 모두의 운명을 건 최종 전략을 구상해야 했다.

“형이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

형은 레다와 에어리스와 함께 해 왔으리라.

셋이서 힘을 합쳐 이 시험에서 생존하고 살아남았다.

그들은 마치 거대한 돌벽이 있는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는 과정을 밟았다.

저 높은 정상에 있는 신성한 횃불과 영광된 금빛의 옥좌를 향해서.

신화적 존재에게 벗어나 승리하고 자유를 쟁취하려는 목적으로.

“형은 이기지 못했다…….”

유성하는 이기지 못함으로 자신의 분신 같은 회귀의 흔적과 격렬하게 맞섰다.

이 싸움은 회귀자가 얻는 저주와도 같았고 끝나지 않는 대결이었다.

“유진하…….”

형은 격전 속에서 한마디를 남겼다.

유성하는 온몸에서 강한 아우라를 내뿜었는데, 푸른빛의 검이 발산하는 기운에는 시공간을 이동하는 위력이 있었다.

“형?!”

그는 회귀의 흔적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이 끝없는 굴레 속에서 동생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걸까.

“네가 선택할 길을 가라.”

레다도 유성하의 영역에 들어섰다.

에어리스가 말릴 틈도 없이 레다의 행동은 빨랐다.

“나는 이 사람의 곁에 있겠어.”

“언니?”

레다는 슬픈 눈빛으로 유성하에게로 향했다.

푸른 검이 발휘하는 오오라로 인해 워프의 영역이 발동되었다.

그들이 벌이는 전투는 잠시 중단되었고, 그 틈에 레다가 날아가서 유성하의 곁에 자리했다.

휘날리는 금발 머릿결과 옷의 자락 속에서 두 사람은 잠시 그 안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에어리스, 너도 선택할 날이 올 거야.”

“네?”

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겼다.

언젠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리라는 조언을 남겼고, 워프가 발동했다.

시공간을 넘어가는 힘이 발동하자 형과 레다는 물론 싸우던 존재들까지 전부 그 흐름에 빨려 들어갔다.

“사라졌어?”

이소민은 멍한 표정으로 건너편의 광경을 바라봤다.

완전히 무너진 지표면에는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광활한 터전에는 유진하와 에어리스, 이소민만이 남았다.

“진하…….”

에어리스는 다시 만난 쌍둥이 언니와의 재회에서 깊은 잔상을 받았다.

처음으로 되찾은 과거였으나 한순간에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형은 싸우고 있었어. 계속 자신만의 현실에서 말이야.”

유진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형과의 재회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굳게 닫힌 관문이 열리는 순간.

모두에게 닫칠 운명은 하나의 결말을 향하고 있었고 많은 사실을 깨달았다.

관문 너머에서 시작되는 전투.

형이 에어리스를 보낸 이유.

그리고…….

어려운 고민도 하나 알아차렸다.

‘왜 내가 없지?’

유성하의 회귀에는 세 사람만이 있었다.

어두운 곳.

황금빛 의자에 앉은 유성하.

양옆에는 에어리스와 레다가 지키고 있었다.

어디에도 유진하는 없었다.

‘나는 왜 없는 걸까?’

유진하는 고민했다.

그 의문은 전혀 다른 흐름으로 이어졌다.

‘내가 없는 이유…….’

형이 말해 주지 않은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진하의 심장이 뜨겁게 뛰고 있었다.

쿵쿵.

살아서 뛰는 심장 박동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지금이 바로 모두의 미래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형이 있던 예전 세상에서 내가 없는 이유가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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