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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128화 (128/229)

128화 결사적인 하루(4)

태양의 빛과 검은 날개의 승부.

유진하와 서열 7위는 치열하게 서로 맞부딪쳤다.

서로 공중에서 격렬하게 부딪치다 떨어지기를 반복했고, 거대한 운석이 충돌하듯 거대한 충격파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콰광.

우레와 같은 소리가 하늘 곳곳에서 울렸다.

레벨6.

영원의 영역에서 격전이 벌어졌다.

“어째서지?”

서열 7위는 유진하가 영원의 영역에 도달한 것에 의문을 가졌다.

레벨5 초월화 이후에는 코어의 성장 속도가 매우 더뎠다.

초월화 이후에 마치 거대한 장벽이 앞을 막은 느낌이었으니까.

그 높이를 넘기 위해서.

한 단계 강해지기 위해서.

오랜 시간 끝없는 수련을 거치며 서열 10위권에 도달했다.

“어째서 너는 그렇게 빨리 넘어선 거지?”

태양의 오오라를 머금은 유진하는 빛 속에서 가만히 상대를 응시했다.

그건 간단했다.

“당신과 우리는 같지만 또 다르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심장과 코어는 다르지만, 우리의 외형은 동일하니까요.”

인간과 코어는 모두 인간형의 외모와 육체를 가졌다.

가장 지성적이고 실용적인 지성체였기에 육체의 차이는 없었다.

차이는 심장과 코어에서 비롯됐다.

“어째서?”

“코어는 동력원입니다. 코어가 버티는 한 에너지를 무한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죠.”

코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효율이 너무나도 좋기에 빠르게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코어의 에너지는 어느 순간 한계에서 둔화됩니다.”

“코어가 약화된다고?”

“그래요.”

유진하는 양팔을 벌리며 태양의 오오라를 가득 머금었다.

빛의 창살처럼 무수히 솟아 나온 오오라가 원형의 테두리가 되어 온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에너지 효율에서 뛰어난 코어지만 초월화 단계에서는 방향성을 잃게 됩니다.”

“방향성이라…….”

“초월화의 다음 단계인 영원의 영역은 무한한 세계를 뜻합니다. 무한한 세계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요.”

목적지를 제대로 정하지 못하면 도달할 수 없는 법이었다.

코어는 에너지 동력원이지만, 영원의 영역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영원의 영역부터 중요한 것은 이성이 아닌 감정입니다.”

“감정?”

“네, 당신이 그렇게 원했고 알고 싶어 했던 인간의 감정이죠.”

코어는 이성만이 있는 매개체였기에 차가웠다.

하지만 심장은 달랐다.

뜨거운 피를 내뿜었다.

“심장은 코어에 비해 약한 에너지를 뿜어내지만 대신 감정을 실을 수 있습니다.”

“감정이 영원의 영역에서는 길잡이가 된다는 건가?”

“그래요.”

유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결은 수많은 공간의 생명체가 겪어 가는 진통과도 같았다.

성장과 진화는 모두의 고민이었으니까.

“코어는 에너지 활용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죠.”

“초반이라…….”

서열 7위는 반박할 수 없었다.

실제로 코어는 에너지 동력 시스템 덕분에 빨리 성장했다.

초월화 단계 이후부터는 성장이 지체되었지만.

초월화 단계를 뛰어넘은 코어는 겨우 10명.

서열 10위권에 도달한 자만이 그 단계에 도달한 터였다.

유진하는 이어서 얘기했다.

“이성적인 코어와 달리 심장은 감성적입니다. 감정이 있기에 영원의 영역에서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코어와 반대로 인간은 초반 성장이 더딘 편이었다.

심장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기에 무기와 장비, 카드를 통해 부족한 에너지를 보완해야 했다.

“초월화 단계 이후에는 감정이 있는 심장이 더 큰 성장세를 보입니다.”

영원의 영역에서는 에너지의 총량이 더는 중요치 않았다.

여기에 어떤 감정이 실리느냐.

그것이 시너지가 되어 초월적인 에너지로 변화된다.

“대체 감정이 무엇이냐?”

서열 7위는 답답해서 소리쳤다.

태양의 오오라 속에서 유진하는 양팔을 벌리면서 지긋이 내려다볼 뿐이었다.

“남을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

유진하는 감정에 대해서 계속 얘기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한 사명감. 타협하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초월적인 인내심.”

이어서 마지막 생각을 밝혔다.

“그리고… 모두를 지키겠다는 결의.”

결사적인 의지.

이 감정이 에너지와 뒤섞여 마침내 영원의 영역에 도달하고 뻗어 나갔다.

감정이 없는 코어.

에너지 총량만으로 찍어 누르려는 그들의 한계를 규정했다.

“감정이라… 그랬나.”

서열 7위는 짐작하고 있었다.

처음 에어리스와 이소민을 맞상대할 때부터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흥미를 가졌다.

인간들은 이상했다.

분명히 미흡한 힘인데도 알게 모르게 초월적인 가능성을 선보였다.

그래서 관심이 생겼다.

“코어와 심장이 서로 융합된 존재는… 어떨까?”

“그건 저도 모릅니다.”

유진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코어와 심장의 융합이 성공적일지 알 수 없었다.

서열 7위는 이미 이소민과 D, J 자매에게 코어를 이식하는 실험을 강행한 터였다.

결과는 미지수였다.

“…알겠다.”

소년 같은 외모의 서열 7위는 비로소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개의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치며 오오라를 모조리 방출했다.

이제는 결판의 시간이 되었다.

유진하 대 서열 7위.

하늘 높이 올라가며 맞붙은 둘은 마침내 대기권 근처로 치솟았다.

“오오라를 머금고 있으면 어떠한 환경에서도 몸을 지켜 주지.”

“그러네요.”

저 멀리 타원형 곡선처럼 휘어진 행성의 고원이 보였다.

이곳은 고탑의 내부였으나 너무 높이 올라와서 실제 탑을 넘어 바깥 세계까지 넘어가 버렸다.

아름다운 태양 빛이 지평선 너머에서 아름답게 빛난다.

세 개의 태양이었다.

아래는 행성.

위에는 우주.

대기권 근처에 선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오오라를 발휘했다.

“마무리를 짓겠다.”

“알겠습니다.”

유진하는 태양의 오오라.

서열 7위는 검은 날개의 오오라.

그들은 완벽한 대비가 되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혜성의 충돌처럼 거대한 파열음과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이 충돌이 전투의 마지막이었다.

한 명은 남아 있고 다른 한 명은 추락했다.

마치 세상이 진공처럼 되듯이 정적이 흘렀다.

부러진 날개를 가진 자.

서열 7위는 하염없이 밑으로 낙하했다.

바닥이 없는 구덩이로 떨어지듯이 끝도 없이 떨어졌다.

“코어…….”

유진하는 오른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서열 7위의 코어였다.

빈껍데기가 된 녀석은 온몸이 가루처럼 부서지며 흩어졌다.

대기권에서 사라져 가는 작은 운석처럼 무수한 조각이 되어, 대기의 마찰열에 타버리며 사라졌다.

인간과 코어의 승부는 결판이 났다.

살아남은 자는 인간이었다.

유진하였다.

* * *

“별똥별처럼 부서지는구나.”

절벽에서 지켜보던 서열 6위 파이는 콧잔등을 킁킁거리며 피식 웃었다.

“7위가 졌어.”

서열 6위는 자신의 아래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녀석이 사라지자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옆에서 팔짱을 끼던 서열 8위는 생각이 달랐다.

“좋아할 일이 아니야. 이제 새로운 서열 7위가 탄생한 거니까.”

새로운 서열 7위는 유진하를 의미했다.

태양의 오오라를 머금으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의 모습은 마치 강림하는 천사처럼 화사했다.

유진하의 얼굴은 한결 후련해진 듯 하면서도 아련한 눈빛을 머금었다.

“괜찮아. 녀석은 코어가 아니고 인간이니까 서열 7위가 되지 않아.”

파이는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단언했다.

인간들은 모두가 함께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했고 이곳에 있지 않는다.

그런 바람이 기적 같은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네가 싸울 테냐?”

파이가 서열 8위를 슬쩍 곁눈질했다.

온몸에 검은 번개가 감도는 서열 8위는 잠시 조용히 생각하더니 팔짱을 풀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양하지. 나보다 높은 서열과 무리하게 승부하고 싶지는 않다.”

“잘 생각했어.”

붉은 머리의 파이가 피식거리면서 크게 숨을 들이셨다.

이번 대회의 승자는 정해졌다.

“고탑전은 여기서 끝내자. 최종 우승자는 유진하가 되었다.”

감독관 파이가 손을 들어 우승자를 선언했다.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그렇게 대회는 새로운 우승자를 남기고 마무리되었다.

* * *

같은 시각.

에어리스는 팔을 부여잡은 채로 본거지의 로비를 둘러봤다.

“다들 괜찮으세요?”

다행히 남은 사람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으나 모두 무사했다.

“에어리스…….”

이소민도 조금 비틀거렸으나 온전했고, 서열 7위한테 조종을 당했던 D와 J의 상태도 괜찮았다.

“두 사람 모두 다행이에요.”

자매 요원들은 지금까지 조종당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에어리스를 구조하고 서열 7위에게 잡혔던 일.

코어를 강제로 이식받아 크리스탈 속에 갇혔던 나날들.

코어의 지배를 받아서 싸워야 했던 순간까지 모두 기억했다.

몸서리가 쳐질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다.

“이제 괜찮아요.”

에어리스가 다가와 두 사람을 꼭 안아 줬다.

D와 J는 잠시 품에서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였다.

울음은 아니었다.

그저 감격의 기쁨이 온몸에 저며 들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흐른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소민도 다가와 같이 안아 주었다.

“수고했어. 덕분에 우리가 이겼다니까.”

이소민와 에어리스, 자매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주저앉았다.

여운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천장이 부서진 듯 하늘에서는 햇살이 쏟아졌다.

그 빛은 네 사람에게 따뜻한 감정을 주었다.

따스한 빛의 세례를 느끼며 에어리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진하…….”

창공에서 내려오는 빛줄기 속에 유진하가 보였다.

저 높은 하늘에서 두 팔을 벌려 환대하듯이 유유히 내려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서열 7위의 코어를 가졌고, 다른 손에는 빛의 덩어리를 쥐었다.

“모두 고마워요.”

유진하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홉 명의 결사대 전원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정찰조 M.

전투조 에어리스, 조커.

유인조 괴도, 에이스.

지원조 이소민, D, J.

모두가 최고의 멤버였고 최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A등급 공간에서 벌어진 일전은 전원이 함께 이뤄낸 결과였다.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대전략은 최종 단계에 도달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땅에 내려온 유진하는 온몸에 서린 빛의 기운을 잠시 지웠다.

조금 움직일 때마다 빛의 오오라가 알갱이처럼 되어 주변을 감돌았다.

“전원 집결.”

유진하는 리더로서 명령을 내렸다.

숲에 있던 조커와 에이스, 괴도는 물론 정찰조 M까지 전부 소환했다.

고탑 내부에서 부서진 로비가 이제부터 새로운 작전을 구상할 본거지가 되었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어요.”

결사대 전원이 모인 이곳에서 유진하는 최종 단계를 선언했다.

모두가 기다렸던 마지막 목표였다.

“서열 1위를 만나러 가겠어요.”

이 공간에서 가장 강한 자이자 최고 서열자인 서열 1위.

서열 7위를 쓰러뜨린 지금.

최고의 자리에 있는 자와 만날 자격을 얻었다.

결사대 전원은 대전략의 최종전을 앞두고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꼈다.

“재밌는 일이 되겠군.”

조커는 씨익 웃으면서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서열 7위에게는 압도당했으나 조커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다.

감정이란 영양제가 인간에게 있다면, 탁월한 자존감과 승부에 강한 조커의 집착은 한계 너머의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내포했다.

이미 천부적인 전투 재능과 감각으로 초월화 단계를 넘어 레벨6 영원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는 조커였다.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

에이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재능의 측면에서 보면 그도 조커에게 절대 밀리지 않았다.

유진하는 에이스에게 선물을 하나 주었다.

“서열 7위의 코어에요.”

코어를 건네받은 에이스는 잠시 푸른빛이 감도는 구체의 동력원을 주목했다.

그렇게 강했던 서열 7위는 이제 동력원으로만 남았다.

이 귀한 선물의 의미는 에이스가 금세 깨달았다.

“협력을 유지하자는 건가?”

“그것도 좋지만 당신에게 전리품이 필요할 테니까요.”

알카트로스의 리더는 보상에 집착했다.

원체 범죄 조직은 이득과 보상에서 투명해야 유지가 되는 법이었다.

에이스는 답례로 받은 코어를 사양하지 않았다.

“저는 없습니까?”

괴도는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빨리 선물을 달라는 듯이 양손을 스윽 내밀었다.

“흐음…….”

난감해진 유진하가 잠시 머뭇거리자 괴도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가로저었다.

“괜찮습니다. 진정한 괴도라면 자신의 몫은 알아서 챙겨야 하죠.”

손놀림이 재빠른 괴도가 모자챙을 잡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벌써 무언가를 챙긴 듯했다.

“유진하는 물론 모든 숙녀 분들께도 제가 선물을 준비하겠습니다.”

“네? 저희도요?”

에어리스와 이소민, 자매 요원들은 특별히 바라는 물건이 없었다.

괴도는 손에서 코어 조각으로 만든 반지를 꺼냈다.

“코어는 단단하면서도 가공하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죠. 우리 세계에 없는 훌륭하고 귀한 보석 재료가 될 것입니다.”

다이아보다 더 빛나는 반지를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다들 눈을 휘둥그레 뜬 상태로 찬란한 보석 반지를 바라봤다.

“제가 끼워 드리겠습니다.”

괴도는 한 사람씩 모두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이소민은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만족했다.

“와, 손가락에 딱 맞네.”

“그럼요. 손가락의 사이즈 정도는 제 눈썰미만으로 다 알 수 있으니까요.”

괴도는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에어리스의 손에 반지를 끼워 줬다.

“인연은 계속 이어지는 거겠죠.”

“네?”

당황한 에어리스를 두고 괴도는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

“강하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이 당신에게 어울리는 가치일 겁니다. 앞으로 마드모아젤 에어리스라고 불러 드려도 될까요?”

“마드… 모아젤이요?”

“젊은 숙녀 분을 뜻하는 말입니다.”

괴도는 에어리스의 손을 놓고 가볍게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엉겁결에 에어리스도 고개 숙여 화답했다.

“하하.”

옆에서 지켜보던 유진하가 묘한 질투심을 느꼈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괴도 알파의 저 매너와 배짱은 이상하면서도 은근히 매력적이기도 했다.

다른 의미로 경계 대상이었다.

“정리가 됐다면 본론으로 가지.”

중절모를 쓴 M이 헛기침을 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정보통답게 서열 1위가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유진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목표는 서열 1위였다.

“최종 단계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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